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3)
먼치킨 길들이기 23화
“어머나…….”
놀란 표정의 여인이 혜민원 문 앞에서 손으로 입을 막았다.
“어서 옵쇼. 뭐 때문에 오셨습니까, 손님.”
그사이 점원이 그녀에게 방긋 웃으며 인사했다.
“제가 요즘 두통이 좀 있어서…….”
“아, 그러십니까? 그러면 이쪽으로.”
점원은 가게 왼편 벽으로 쪼르륵 움직이더니, 진열된 손가락만 한 포션 병들 중 하나를 들어 보였다.
“두통에는 이 가보린을 추천드립니다.”
“가보린?”
“두통, 치통, 월경통에 탁월한 묘약입니다.”
그녀가 연금술사가 추천한 병을 받아 들었다. 가보린이라니, 어쩐지 이상한 이름이다.
이내 그녀는 약을 사 들고 가게 밖으로 나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이런 게 효과가 있을까?’
그러나 걱정은 무용했다.
가보린을 마시자마자 두통이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렸으니까!
‘이럴 수가…….’
여인은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망설일 때가 아니었다. 직접 효능을 확인한 이상, 포션을 조금 더 사야 했다.
* * *
[혜민원]키네미아는 멋스러운 흘림체로 쓴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사람이 바글바글하네.’
연금술사들의 공방에 대한 이야기는 삽시간에 퍼져서, 이제는 인근 영지의 사람들도 드나들고 있었다.
“아니, 나도 여기 영지민이라니까!”
“아이, 거짓말 마시게! 영지민이면 신분 패 보이라니까!”
“아, 다음에 가져온다니까!”
영지민 할인을 받기 위해 자신이 영지민이라면서 막무가내로 행패를 부리는 객도 생긴 모양이었다.
“가게가 좀 소란스럽네.”
에이얀이 스산하게 말하자 키네미아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난 미아가 시끄러울까 봐 그랬지.”
그가 빙긋 웃었다.
너만 가만히 있으면 난 전부 괜찮단다. 키네미아가 소리 없이 눈물을 머금었다. 위험한 자식…….
그보다 혜민원에서 이런 소란이 주기적으로 벌어진다면 운영이 힘들어질 것 같은데.
“병사들을 좀 배치할까요?”
키네미아의 물음에 쉔 티엔이 연초 연기를 뻐끔거렸다.
“아니, 필요 없네.”
그러고는 지켜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이 싸람이-!”
그때, 남자와 티격태격하던 점원이 계산대를 뛰어넘었다.
“뭐! 해보려고?!”
남자가 배짱을 부리는데 점원이 품에 손을 넣었다.
“뭐, 뭐야?”
“뭐긴 뭐야! 벌레 잡는 침이다!”
손가락 사이에 장침을 꽂은 점원이 손을 날렸다.
장침은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 행패를 부리던 남자의 목과 코에 파파팟 꽂혔다.
“……?!”
“연금술사들은 대부분 침술을 좀 쓰니까.”
호오오오오! 무협 영화 같아……! 키네미아가 눈을 반짝이며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행패를 부리던 남자는 곧 침을 꽂은 점원의 손에 의해 가게 밖으로 끌려 나갔다.
그사이 다른 점원이 그의 신분 패를 빼내서 검은 노트에 그의 이름과 외형을 적어 넣었다. 행패를 부린 이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모양이었다.
“이리 오너라-”
“오셨습니까, 쉔 티엔 님.”
연금술사가 허리를 숙이며 맞으러 나오자 쉔 티엔이 느긋하게 안으로 걸어갔다.
“오, 이분은 아기 선녀님이 아니십니까. 잘 지내셨습니까, 아기 선녀님.”
아기 선녀님?! 내가?!
“자, 인사는 나중에들 하고. 먼저 작업실로 안내하지.”
키네미아가 생전 처음 듣는 호칭에 놀라워하는 사이 쉔 티엔이 뒷짐을 진 채 고개를 까딱거렸다.
“예, 예.”
연금술사가 빠른 걸음으로 움직여 일행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키네미아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안고 뒤를 따랐다.
‘연금술사들의 작업실!’
원작에서 연금술사의 작업에 대해서는 제대로 표현되어 있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연금술사니까 과학자들의 실험실 같은 느낌이려나…….
‘그런데 웬 한약 냄새가.’
뒤따르던 그녀는 진동하는 한약 냄새를 맡으며 안을 두리번거렸다.
“여기가 작업실이라네.”
“……?”
옹기 약탕기가 띄엄띄엄 일렬로 늘어선 가운데, 연금술사들이 부채질을 하면서 포션을 달이고 있었다.
‘저렇게 만드는 거였어?!’
웬 익숙한 사극의 풍경이……. 키네미아가 흐린 눈으로 부채질을 하는 연금술사들을 바라보았다.
쉔 티엔은 포션을 달일 때는 저런 식으로 부채 바람에 마력을 조금씩 흘려보내는 작업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바로 주입하면 되지, 저렇게 번거롭게 부채질을 해야 하나?”
에이얀이 묻자 쉔 티엔이 엄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정성이 들어가지 않는 포션은 반쪽짜리일세.”
“앗, 쉔 티엔 님!”
그때 쉔 티엔을 발견한 연금술사들이 쉔 티엔 곁으로 몰려들었다.
“일은 잘되고 있는가?”
“그럼요! 오옷, 아기 선녀님도 오셨군요.”
또 아기 선녀?!
연금술사의 말에 키네미아가 눈동자를 떨었다.
‘왜 아기 선녀가 됐지?’
하지만 그녀가 의아해하거나 말거나, 아기 선녀를 발견한 연금술사들이 일행을 둥글게 둘러쌌다.
“아이고, 아기 선녀님께서 오셨구나.”
“아기 선녀님, 오늘도 참 고우시네.”
“하이고오, 진짜 아기 선녀님이네.”
“얼굴에 복이 철철 넘치셔.”
왜죠?!
연금술사들이 눈이 동그래진 키네미아가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고 하자 쉔 티엔이 입을 열었다.
“아기 선녀님은 놔두고 싸게 일이나 하게. 아기 선녀님 옆에 싱 카칸보다 미친놈이 있으니까.”
“싱 카칸보다요?”
키네미아는 귀를 쫑긋 세웠다. 싱 카칸? 싱 카칸이라면 위가의 황제 아닌가. 폭군이라던.
“그래. 그러니 아기 선녀님은 만지지 말고 공양만 해.”
“예, 예, 쉔 티엔 님.”
공양?!
“이거 좀 드시지요. 뼈를 튼튼하게 해 주는 당과입니다, 아기 선녀님.”
“이, 이것도 드셔 보세요.”
“제 것도요. 피로 회복과 피부 탄력에 좋은 겁니다.”
연금술사들이 하나둘씩 소매 안에서 손톱만 한 젤리 같은 것들을 쥐여 주었다.
그에 따라 키네미아의 양 손바닥 위에 사탕과 젤리들이 후두둑 쌓이기 시작했다. 전부 성장이니 피로 회복, 미용에 좋다는 것들이었다.
‘왜 아기 선녀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이렇게 받은 선물은 나쁘지 않았다.
키네미아가 배시시 웃었다.
“고마워. 잘 먹을게.”
키네미아가 인사하자 연금술사들이 불상 앞에서 합장하듯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였다.
‘왜?!’
* * *
“에이얀, 잠깐 여기로 따라와 봐.”
“왜? 거기 뭐가 있어?”
“저쪽이 외상 치유 전문이래.”
“……그래?”
외상 치유라……. 에이얀은 키네미아의 뒤를 느긋하게 따랐다.
굳이 키네미아가 자신을 데리고 혜민원까지 온 이유는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옆구리의 상처 때문이겠지.
‘쯧.’
소리 없이 혀를 찬 에이얀이 눈매를 좁혔다.
지금 다시 지루한 마탑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마법사들의 괴로움으로 가득 찬 얼굴을 보며 즐기는 것도 이제 시들시들했으니까.
게다가 아직 키네미아에 대해 알아낸 것이 얼마 없었다.
마력이 없다는 것.
검을 꽤 잘 쓴다는 것.
아침에 약하다는 것.
씻는 걸 좋아하고, 향유를 수집한다는 것.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인형이나 동물들을 좋아하고, 벌레와 어두운 것을 싫어한다는 것.
뜨거운 것을 잘 못 먹는다는 것.
그리고 그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싹싹하고 친절하다는…… 것…….
‘……?’
에이얀이 미간을 찌푸렸다.
또 그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잘 웃어 준다는…… 것…….
‘……?’
왜 나만? 에이얀이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