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6)
먼치킨 길들이기 26화
* * *
마탑 상위층의 어두운 방 안.
“으아아아아악!”
라이언은 괴성을 지르며 침대를 박차고 일어섰다.
“허억, 허억-”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그가 식은땀을 닦아 냈다. 목과 턱, 관자놀이를 지나 눈에 손이 닿자 저절로 욕이 치밀어 올랐다.
“젠장……!”
그는 푹 꺼진 제 한쪽 눈을 어루만지며 이를 갈았다.
창가를 보니 안개로 흐릿한 창의 유리에 제 얼굴이 비쳤다. 한쪽 눈을 감고 있는 적갈색 눈동자의 마법사가.
‘제기랄.’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오른쪽 눈이 욱신거려서 늘 깊게 잠들지 못했다.
그래, 그날부터.
“죽이는 건 너무 쉽잖아.”
웃음기를 가득 담은 악마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모두가 라이언이 에이얀에게서 도망친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그냥 죽여!”
라이언은 차라리 죽기를 바랐다.
더 이상 에이얀 크로츠가 있는 세상에서는 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피를 토하는 듯한 외침을 들으며 악마는 키득키득 웃기만 했다. 마치 네가 원하는 건 절대로 해 주지 않겠다는 듯.
“그래, 이렇게 하자.”
에이얀이 뚜벅뚜벅 라이언에게로 걸어왔다.
“뭐, 뭘 하려고……!”
요사스럽게 웃는 에이얀의 새하얀 손이 오른쪽 눈앞으로 다가갔다.
라이언은 뒷걸음질 치려 했으나 무언가에 잡힌 것처럼 몸이 뻣뻣하게 굳어 움직이질 않았다. 등 중앙으로 식은땀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하지, 하지 마!”
“라이언, 그 말은 네가 내 옆구리를 뚫기 전에 했었어야지.”
그 말과 함께 오른쪽 눈에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아, 안 돼! 크으윽! 끄아아아아아아!”
“이건 날 죽일 수 있으리란 네 만용의 상징이다.”
“아아아아아아악!”
빙긋 웃는 악마의 손에는 적갈색 눈이 들려 있었다. 그는 장난을 치듯 라이언의 왼쪽 눈앞에서 그걸 들고 흔들었다.
“이러면 텅 빈 오른쪽 눈을 볼 때마다 반성하게 되겠지.”
눈물로 얼룩진 시야 너머로 에이얀이 쥔 제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는 오른쪽 눈의 고통보다 더 비현실적인 공포였다.
이내 에이얀이 반듯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네가 준 선물에 내가 주는 보답이다, 라이언.”
툭, 떨어진 그것이 부츠 굽 아래에서 짓밟혔다.
“에이야아아아아안-!”
챙그랑-!
챙! 챙! 챙!
챙그랑-!
라이언의 포효와 함께 방의 거울이 모두 깨져 나갔다.
“헉, 허억, 헉…….”
라이언은 제 빈 눈을 어루만졌다.
반성?!
웃기지도 않는 소리.
복수할 것이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목숨을 걸어서라도!
라이언의 손바닥 안에서 검은 나비 떼가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저 중 하나는 에이얀을 찾아낼 것이다.
“에이얀 크로츠가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샅샅이 뒤져.”
라이언이 사역마들에게 이를 갈듯 명했다.
“그 새끼가 가진 가장 소중한 걸 찾아내.”
그 인간 같지 않은 놈에게서도 무언가 약점은 있을 테니까.
* * *
‘겨울도 끝자락이네, 벌써.’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11살이 지나고, 벌써 12살을 맞이한 1월이었다.
‘그래도 춥지만.’
으슬으슬해지는 겨울의 찬 바람이 불자 키네미아가 담요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담요를 고치처럼 말고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으니 뒤에서 유모 바네사가 물어 왔다.
“많이 추우세요?”
“조그음?”
“조금 많이?”
조금이라고 얼버무려 봤지만 유모에겐 통하지 않았다.
“으응, 많이 추워.”
키네미아가 칭얼대듯 말하자 바네사가 키네미아의 양 볼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우리 아가씨, 추위를 이리 많이 타시니 이번 겨울에도 마정석이 남아나질 않네요.”
“에엥…….”
유모는 맨날 나만 가지고 그래. 키네미아가 울상을 지었다.
바네사가 히터에 마정석을 넣자 훈훈한 기운이 방 안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이 세계의 히터는 마력 기구였다. 마정석을 원료로 불의 기운을 증폭시켜 주변의 공기를 따스하게 만드는 것이다.
벽난로보다 훨씬 따뜻하고 간편하지만, 마정석을 워낙 많이 먹어서 웬만큼 부유층이 아니면 쉬이 엄두를 못 내는 기구이기도 했다.
‘비싸지만 따뜻해…….’
비싼 만큼 따뜻한 건가. 키네미아가 흐물흐물 녹아 테이블 위에 턱을 올렸다.
배 속까지 차 있던 찬 기운이 슬그머니 물러나고 있었다.
이미 히터 없이는 못 사는 몸이 되었다고.
“마정석은 사면 되지.”
“마정석이 어디 한두 푼인가요.”
키네미아가 테이블에 볼을 대고 웅얼거렸다.
“그래도 돈 많잖아. 우리.”
베히모스도, 혜민원도 입소문을 타고 장사가 잘되어 가는 중이었다. 판매량은 매일 늘고, 그에 따라 리온의 재정 상황도 좋아져서 사용인들의 급여도 단숨에 올라갔다.
‘다들 어찌나 즐거워하던지.’
역시 고용주에 대한 충성도는 돈으로 사는 거지. 자본주의의 절대 진리를 되새기며 키네미아가 주먹을 꾹 쥐었다.
충성도, 호감도 전부 돈으로 사겠어!
“요즘 마정석이 얼마나 비싼데요.”
바네사는 방이 따스해지자 키네미아가 벗어 버린 담요를 개며 말했다.
“그런가…….”
“50g에 4골드라던데요?”
“엥? 왜 그렇게 비싸졌어?”
바네사가 히터에 마정석을 하나 더 채워 넣으며 설명해 주었다.
“마정석 채굴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대요. 좋은 길드 찾기가 워낙 힘들고, 갈수록 던전 공략도 어려워지니까요. 그러니 가진 사람들도 쥐고 풀지 않으려 하고, 또…….”
“또?”
키네미아가 쫑긋 귀를 기울이자 바네사가 손을 내저었다.
“그게 다죠, 뭐.”
아, 저 표정 뭔지 알겠다. 키네미아가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저건 키네미아가 어릴 적 ‘왜 우리 성에서는 다른 귀족가처럼 파티를 열지 않아?’라고 물었을 때 바네사가 짓던 난처한 얼굴이었다.
‘그냥 속 시원히 말해도 되는데.’
원한 때문이라고.
대공 성의 어른들은 키네미아에게 숨기려 했지만, 키네미아는 대공령에 생기는 문제의 대부분이 그간 쌓아 온 원한 때문이란 걸 알고 있었다.
“또 뭐? 하브 백작이 우리한테만 마정석을 비싸게 팔겠대?”
바네사는 애써 웃는 채로 담요를 품에 안았다.
“으음, 글쎄요. 저도 거기까지는 잘 모르는 일이라서요.”
듀론 하브 백작은 마정석계의 큰손이었다.
그가 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 시중에 유통되는 마정석의 가격이 달라지니, 그 때문이 맞을 것이다.
‘듀론 하브 백작도 리온에 원한이 있지…….’
그는 할아버지인 케네스 리온과 악연이 있었다.
‘할아버지가 언제 적에 돌아가셨는데. 다들 소심하네, 증맬.’
푸- 키네미아가 입을 부르르 떨며 숨을 내쉬었다.
‘마정석이라…….’
직접 캐면 비싸든 말든 걱정도 없을 텐데.
“……음?”
그렇지……? 키네미아가 눈동자를 도르륵 굴렸다.
‘맞아, 직접 캐면 되지.’
이 세계의 마정석은 던전에서 채광된다.
때문에 마정석을 채광하고 싶으면 던전을 구매하면 된다.
물론 던전은 마물들의 소굴이란 리스크가 있었지만.
그러나 던전은 이 세계의 모든 광물과 약초, 보물들의 보고.
이로 인해 요즘 돈 좀 있다는 부호들 사이에서는 도박 대신 미공략 던전을 구매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는 중이었다.
‘마정석이 흘러넘치는 대박 던전을 건지기 위해서지.’
키네미아가 눈을 빛냈다.
던전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초상위급 부호들이 즐기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도박이었지만.
“후후후후후,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하릴없이 던전 공략만 하고 다녔었지!’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어떤 던전에서 나오는지 키네미아는 이미 알고 있었다……!
키네미아가 두 손으로 테이블을 쾅 내려치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거지!’
이것은 마치 내일 발표될 로또 번호가 뭔지 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름하여-
‘로또 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