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8)
먼치킨 길들이기 28화
편지지를 활짝 펴 든 키네미아는 만족스럽게 입술을 끌어 올렸다.
‘해냈어-!’
멍청이! 바보! 그 던전에는 미스릴이 잠들어 있다, 이거야!
“후후후후, 후후후후후후후!”
키네미아가 음흉하게 웃던 바로 그때였다.
“그리고 이거요. 듀론 하브 백작님께서 또 서신을 보내셨네요.”
“또?”
키네미아는 입을 삐죽였다.
‘나는 꼬리를 말았으면 깔끔하게 포기하는 어른으로 자라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키네미아가 손끝으로 서신을 받아 들었다.
“그런데 우리 아가씨께서 듀론 하브 백작님과 무슨 서신을 나누시는 걸까요?”
유모 바네사가 물었다.
전혀 접점이 없는 둘이 이렇게나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의아했던 모양이다.
‘무슨 편지냐면…….’
키네미아는 듀론 하브 백작이 보냈던 (삐-)나 (삐—)를 떠올리다가 방긋 웃었다.
“백작님이 취미로 시를 쓰신다는 걸 내가 우연히 알게 됐거든. 그래서 정말 아름다운 시였다고 감상을 보냈는데, 듀론 하브 백작님이 감사의 의미로 내게 계속 시를 써서 보내 주시는 중이야.”
진실에 살짝 변주를 주기로 했다. 정말 둘 사이에 무슨 내용이 오갔는지 바네사가 안다면 당장 기절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바네사를 걱정시킬 수는 없지.’
“어머나! 낭만적인 분이시네요!”
키네미아의 변명을 곧이곧대로 믿은 바네사가 웃으며 등을 돌렸다. 그걸 멀거니 바라보던 키네마아는 편지 봉투를 열었다.
챙그랑!
은빛으로 빛나는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게 무엇인지 확인한 키네미아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면도날이었다.
“어머, 아가씨. 방금 뭐 떨어지는 소리 들리지 않았나요?”
“응, 못 들었는데?”
키네미아는 바네사가 보지 못하도록 면도날을 발로 밟아 밀어 버렸다.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키네미아가 듀론 하브 백작의 원한도에 별을 하나 더 추가했다.
[듀론 하브]원한도 : 별 10/10개
위험도 : 별 7/10개
뭐, 별 1개 정도로 미스릴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내주지!
“참, 아가씨.”
“응?”
바네사가 음흉하게 웃는 키네미아를 보며 부드럽게 제안했다.
“이렇게 매번 시를 써 주시는데, 이번에는 듀론 하브 백작님께 감사의 의미를 담아 꽃을 선물하면 어떨까요?”
“응응! 좋은 생각이야.”
꽃 좋지. 키네미아는 듀론 하브 백작에게 흰 국화꽃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커다랗고 실한 놈으로.
‘핫!’
불현듯 어떤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제 욕망을 위해 원한을 쌓고 마는, 그 저주받은 리온의 피가 자신에게도 흐르고 있다는걸.
‘그렇지만 짜릿한걸!’
‘돈은 벌어도 벌어도 새로운걸!’
‘가져도 가져도 모자란걸!’
실상 뼛속까지 배금주의의 노예였던 키네미아가 기쁨에 빠져 던전 관리국의 편지지를 들고 빙글빙글 돌았다.
“흐흐흥, 내 미스릴에 내 마정석-”
한편 바네사는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는 것처럼 보이는 키네미아를 보며 잠시 고심에 빠졌다.
‘춤 교사를 바꿔야 할까…….’
교사가 나쁘지, 우리 애가 천생 몸치에 구제 불능은 아닐 것이다.
일단 상담을 해 봐야겠다고 생각한 바네사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다과를 준비해 드릴까요?”
“응응!”
키네미아의 대답을 들은 그녀가 조용히 방을 나섰다.
‘대체 몇 년을 가르쳤는데 아직도 몸이 저렇게 뻣뻣하신 거야.’
아무리 지금껏 사교계에 한 번도 나가 본 일이 없다고는 해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인데.’
리온까지 친히 와 줄 교사들을 하나둘씩 머리에 떠올리며 복도를 걷던 바네사는 문득 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비?’
창문 너머로 검은 나비 하나가 팔랑팔랑 날아가고 있었다.
겨울. 앙상한 나무와 서늘한 바람 사이를 나는 검은 나비는 무척이나 이질적이었다.
‘이 날씨에 웬 나비가…….’
별일이네. 바네사는 창 앞에 서서 눈으로 나비를 좇았다.
8장 크샨 로우
‘유모 말대로 길드 찾기가 정말 어렵긴 하네.’
거대한 탕에 연꽃잎 모양의 판자를 안고 두둥실 떠 있던 키네미아는 끙, 앓는 소리를 내며 발장구를 쳤다.
첨벙첨벙-
지금은 일명 길드 춘추 전국 시대.
던전이 돈이 되기 시작하면서 온갖 길드가 난립했는데, 초기 길드계를 주름잡던 흑야 길드가 사라지면서 힘의 중심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시기였다.
인력이 부족한 길드는 저마다 새로운 길드원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난리였고, 개중에는 사기꾼들도 기승을 부려서 던전 공략 의뢰를 끝내고 마정석을 탈취한 후 달아나는 일도 예사로 벌어지는 중이었다.
‘미스릴 던전은 걱정 없지만 다른 던전들이 문제네.’
미스릴이 있는 던전에는 마물이 없다. 마물은 마정석에 이끌리기 때문에, 종종 이런 마물이 없는 던전이 있는 편이었다.
그러나 마정석이 있는 던전에는 마물이 우글대니 길드의 힘이 필요하다.
‘뭐, 좋은 길드를 소개받을 만한 연줄도 없고.’
그런 게 있었다면 리온이 아니지…….
‘지금 잠적한 흑야 길드의 수장은 원작 후반에야 등장하니, 지금 어디에서 뭘 하는지도 모르겠고.’
흑야 길드원 개개인을 찾으려면 찾을 수야 있겠지만, 길드장의 부재와 함께 검을 놓은 이들이니 찾아 봤자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키네미아가 터덜터덜 욕조 밖으로 나왔다. 수건을 들고 기다리고 있던 하녀 셰인과 리리네가 생각에 잠긴 키네미아의 몸을 닦아 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아니…….”
셰인이 리리네를 바라보며 눈짓으로 무슨 일이냐 물었고, 리리네가 고개를 저었다.
“아, 그러고 보니 보내신 전령이 돌아왔다는데요, 아가씨.”
“벌써?!”
리리네의 말에 키네미아가 번쩍 눈을 들었다.
“나 빨리 옷 입혀 줘!”
빨리빨리, 그녀가 발을 동동 구르니 셰인과 리리네가 웃으며 보송보송한 수건으로 키네미아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예, 예. 금방 닦아 드릴 테니 그리 보채지 마세요.”
“전령이 뭐 좋은 걸 가져왔나 봐요?”
“응응!”
하녀들이 물을 다 닦아 내자마자 키네미아가 잽싸게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셰인과 리리네가 미리 준비한 것들을 내보였다.
“이 중 어떤 원피스로 하시겠어요?”
“모자는요?”
“액세서리는?”
“머리는?”
으으으으음!
키네미아는 눈앞이 뱅글뱅글 도는 것 같은 표정으로 드레스 룸을 빙글 돌았다.
“저거, 저거. 저거랑 이거!”
키네미아가 대충 되는 대로 이것저것 찍어 대자 셰인이 미소를 지었다.
“알아서 꾸며 드릴게요.”
“응응!”
밝게 답한 그녀가 냉큼 의자에 앉으니 각자 옷과 액세서리를 든 셰인과 리리네가 다가왔다.
“이제 혼자 잘 앉으시네.”
“에이, 옛날부터 잘 앉았지.”
키네미아가 배시시 웃으며 손을 절레절레 젓자 리리네가 말했다.
“저번에 회의장에서 상석에 앉다 넘어지셨다면서요.”
켁. 키네미아가 울상을 지으며 돌아보았다.
“누가?! 누가 소문내고 다녔어?!”
“저는 주방의 사샤에게 들었어요. 사샤는 침방의 엠마에서 들었다고 하던데요.”
“저는 마구간의 길한테요. 길은 정원사 테오에게 들었다고 했어요.”
아니, 그럼 사용인들이 전부 알고 있다는 거잖아!
사용인들이 전부 내 치부를 알고 있어?! 어째서?!
키네미아는 귀를 축 늘어트린 토끼처럼 어깨를 늘어트렸다.
“이제 12살이신데 키도 다리도 쭉쭉…….”
“맞아, 쭉쭉…….”
리리네와 셰인이 웃으며 위로하려다 말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오늘은 반만 묶고 땋아 내리는 게 낫겠다며 화제를 돌렸다.
“……쭉쭉, 뭐?”
“어쩜 우리 아가씨, 머리카락 실크 같으신 거 봐.”
“그래서 쭉쭉, 뭐. 왜 말 안 해 주는데.”
“정말 요정님이시라니까.”
키네미아가 지그시 올려다보았지만, 둘은 호호호 웃으면서 부산히 손을 놀릴 뿐이었다.
왜 말을 멈추는 거야. 설마 나는 노답이란 뜻이야? 아직 12살인데? 물론 어느 순간부터 안 크는 것 같지만, 성장 잠재력이란 게 있는 거잖아. 안 그래?
“오호호호호.”
“호호호.”
아니야?! 키네미아가 떨리는 동공을 한 채 시중을 받았다.
“있지, 아까 쭉쭉 다음에 뭐라고 하려고 했어?”
“…….”
“…….”
하지만 머리를 땋고 옷을 입고 코사지를 달 때까지, 키네미아는 답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