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
먼치킨 길들이기 3화
* * *
다음 날, 키네미아는 지하 감옥에 앉아 있는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잡혀 버렸어.”
에이얀이 애교 있는 목소리로 말하자 키네미아가 두 손으로 얼굴을 꼭 감싼 채 고개를 돌렸다.
이 자식, 뭐지? 나한테 원한 사려고 작정을 했나?
키네미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이얀은 그저 빙긋 웃으며 물을 뿐이었다.
“죽일 거야?”
“아니!”
키네미아가 철창을 꾹 잡았다.
간수는 옆에서 그가 다시 영지를 침입했다는 둥, 하는 설명을 덧붙이는 중이었다. 기사들이 막아서자 별다른 투항 없이 그냥 제 발로 감옥에 들어왔다고.
‘뭐지? 내 손에 죽고 싶기라도 한 거야?’
“쟤 그냥 풀어 줘…….”
키네미아의 말에 간수가 들어가서 족쇄를 풀자 에이얀이 폴짝 일어섰다.
키네미아는 줄곧 장난스러운 행동을 고수하는 저 진상을 바라보며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이제 마지막이겠지.’
이제 정말 끝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일주일 내내 지하 감옥에 갇힌 에이얀을 구해 주기 전까지는!
* * *
이제는 간수와 요깃거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 에이얀을 보며 키네미아가 벽에 이마를 기댔다.
“혹시 나한테 무슨 악감정 있어? 벌써 나한테 원한이 있다거나…….”
“내가? 우리 전에 만난 적 있어?”
“그럴 리가.”
“그럼 없네.”
에이얀이 생긋 웃으며 키네미아의 삐죽하게 선 머리를 다듬었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 달려온 상태였던 터라 키네미아는 두 손으로 머리를 대충 빗질했다.
그럼 뭐지? 키네미아가 눈을 굴렸다.
이제 족쇄도 차지 않아 감옥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는 에이얀은 자기 발로 나와서 키네미아의 앞에 섰다.
“그런데 왜 자꾸 잡혀 오는 건데?”
그러거나 말거나 에이얀은 느긋하게 사과를 깨물며 물었다.
“아가씨, 호위 기사 뽑고 있다면서?”
“아니야.”
“간수님한테 들었는데.”
“엇!”
간수가 놀란 표정으로 숨을 들이켰다.
말했구나…….
지금 호위를 맡아 주고 있는 기사가 은퇴할 때라 새로운 호위를 물색하고 있던 차였다. 그저 운을 띄웠을 뿐인데 감옥까지 소문이 퍼져 있었나…….
빠르네.
키네미아가 부루퉁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서?”
“내가 지원하려고. 호위 기사.”
“마탑은 안 바빠?”
“보시다시피.”
“리카샤인데?”
“워낙 재능이 뛰어나서.”
“호위 안 시켜 주면?”
“또 지하 감옥에나 오지, 뭐.”
“호위는 기간제야.”
“딱 좋은데.”
딱 좋다고?! 왜! 그냥 종신제라고 할 걸 그랬나.
지금이라도 말을 바꿔 보려 했지만 그것도 좋을 것 같다고 하면? 무서운 상상이 엄습하자 쉽게 입을 뗄 수가 없었다.
그래, 돌이킬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그렇지만 저걸 호위로 둔다고?’
저놈이 옆에만 있어도 원한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만 같은데.
호위가 되고 싶으면 우리 기사들을 다 물리치라고 할까?
‘아니야, 안 돼.’
그러면 저 진상 먼치킨이 우리 성의 기사들을 정말 다 물리쳐 버릴 것 같다고……!
그리고 저 진상은 실제로 그럴 능력이 있어서 더 무서웠다.
결국 그건 내 무덤을 내가 파는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키네미아는 그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텐데.’
미심쩍은 표정으로 쏘아보아도 에이얀은 그러거나 말거나 생글생글 웃는 채였다.
이렇게 눈싸움이나 하고 있어 봤자 답은 나오지 않는다.
“후-”
그리고 자신에게는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던가.
“좋아…….”
키네미아가 쥐어 짜내듯이 말하자 에이얀이 활짝 웃음을 보였다.
“……당분간만이야.”
당분간이다. 옆에 두면서 지켜보다가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내쫓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 * *
– 완전히 일을 쳤더구나.
전송구 너머에서 에이얀의 스승이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치듯 테이블을 부산스럽게 두드리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제가 시작한 건 아닙니다.”
– 네가 라이언을 도발한 건 맞는 게지.
에이얀이 반듯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제가 말입니까?”
저 녀석의 저런 대답은 순순한 자백보다 질이 나쁘다.
마탑 내에서 에이얀의 악명이 자자한 것도, 종래에는 마법사들의 협공에 상처를 입은 것도. 전부 그 자신이 초래한 일이었다.
‘……그걸 재미있어하는 것 같지만.’
– ……됐다. 원로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마탑주가 될 수 없어. 너도 알고 있겠지.
“그럼 다 죽이죠.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 에이얀-!
“농입니다, 스승님.”
에이얀이 사르르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그렇게 진지해지지 마세요.”
하지만 그는 에이얀이 정말 그럴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저 농처럼 흘리는 말들이 정말 농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것도.
– 잠잠해질 때까지 나가 있거라. 송신구도 자제하고.
“뭐, 어차피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키네미아를 떠올리며 에이얀이 빙긋 미소를 지었고, 그의 웃음에서 뭔가를 느낀 스승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게 순순히?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는다는 게 에이얀 크로츠였다. 누구의 눈치를 볼 생각도 없을 테고. 지금 당장 마탑을 휘저어 놓아도 이상치 않을 판인데.
“마력이 전혀 없는데 문양을 볼 수 있는 사람을 만났거든요.”
– ……뭐?
문양은 일정 이상의 마력을 가진 이들의 눈에만 보이는 것.
마력이 전혀 없다면 문양은 볼 수 없어야만 했다.
– 어디? 어떻게? 그럴 리가…… 아니, 마력을 숨기고 있는 걸 수도. 그런데 그 정도의 실력자를 모를 수가 있다고?
궁금한 걸 참을 수 없어 하는 건 마법사의 본질. 때문에 스승은 당장 이 이야기의 주인공과 만나고 싶어 애가 타는 눈치였다.
그러나…….
“싫습니다. 안 보여 드릴 겁니다.”
– 너…….
에이얀이 그 말만을 남기고 뚝 끊어 버리자, 스승은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에이얀……!”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아니, 사실 오냐오냐 키운 적은 없다. 그저 그 녀석이 너무 제 마음대로 살아서 말을 안 들었을 뿐이지.
“마력이 없다라…….”
에이얀처럼 전무후무한 재능의 리카샤가 마력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는데.
“허, 참. 꼭 한번 만나 보고 싶군.”
* * *
“탑주님, 그 에친놈은…… 아니, 에이얀은 돌아오지 않겠답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그의 보좌 벤자민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평소 좀처럼 제가 있는 티를 내지 않는 과묵한 벤자민이 다 들었으면서도 굳이 이렇게 묻는다는 건 그만큼 확언을 듣고 싶다는 것이리라. 에이얀이 탑을 나가 있을 거라는 사실에 대한 확언을.
“그렇다는구나.”
“……!”
스승은 벤자민의 손이 잠시 환호의 주먹을 쥐는 걸 응시했다.
“그렇군요. 흠, 역시- 흠. 지금은 에이얀은 마탑 밖에 있어야, 큼. 할 때죠. 크흠.”
“벤자민.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는데?”
“큼, 아닙- 큼, 아닙니다.”
스승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삽시간에 퍼지겠구만.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에이얀- 아니, 에친놈이 마탑을 비운다는 건 마법사들의 입에서 입으로 재빠르게 퍼졌고, 마탑 내에 환호성이 터지기 시작했으니까.
“나 에친놈이 마탑에 사흘만 더 있었어도 마법사 접을 뻔했잖아.”
“잘했어. 잘 참았어!”
사이가 좋은 친우는 서로를 다독이며 끌어안았고.
“세상에 신은 있구나……. 에친놈이 마탑을 나가다니.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교단과 적대적인 마탑에서 무릎을 꿇고 신을 찾는 마법사까지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마탑에서는 ‘너 내일 에친놈이나 만나라.’는 제일 재수 없는 욕 중 하나로 통용될 정도였으니까.
에이얀은 마탑에 들어온 이래로 주욱, 천재적 방법으로 애꿎은 마법사들을 괴롭혀 왔다.
개중 제일 유명했던 건 상대의 몸을 반으로 나눠서 상체는 사막에, 하체는 설원에 워프시켰던 것.
어떻게 그런 마법이 가능한지 마법사들은 원리조차 규명해 내지 못했다. 2차 각성도 끝내지 못한 마법사가 규명할 수 없는 마법을 실행한 것부터가 마법사들의 정신력을 갉아 댔다.
그뿐인가. 기상천외한 마법으로 몸도 무척 괴롭게 만드는 것은 덤이었다.
그가 그런 짓을 한 이유는 이젠 회자도 되지 않았다.
어차피 사소한 일일 테지.
에친놈이 한 일이니까.
마탑에서는 한동안 에이얀의 외유를 기뻐하며 환호성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