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0)
먼치킨 길들이기 30화
에이얀의 이상 반응에 괜히 부아가 치밀어 오른 키네미아가 입을 삐죽였다.
“됐어! 나도 안 돌려받을 거니까! 나 줬다 뺏는 사람 아니거든?”
에이얀은 그제야 안심한 듯 다시 평소처럼 표정을 풀었다. 괜히 팔찌를 만지작거리긴 했지만.
“왜 자꾸 만지작거려? 뭐 이상해?”
팔찌의 호박을 쓸던 에이얀이 빙긋 웃었다.
“친구는 처음이라서.”
이런 걸 받는 것도 처음이고. 그가 조용히 덧붙였다.
마음이 흔들리려고 하자 키네미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너, 너 또 불쌍한 척해도 안 통……!”
어떻게 13년 동안 친구가 없을 수가 있느냐고 말하려던 키네미아의 말이 돌연 뚝 멈췄다.
이윽고 키네미아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에이얀이 고개를 기울였지만, 키네미아는 순간 제 머리를 벼락처럼 때리고 간 사실에 어깨만 파르르 떨 뿐이었다.
나도다……!
이번 생에서는 나도 친구가 없었어!
그런 게 어디 있겠는가. 귀족들은 리온이라고 안 놀아 주고, 평민들은 귀족이라고 안 놀아 주는데!
그러니 인연절이란 걸 처음 들었겠지! 여태껏 친구가 없는 걸 다들 뻔히 알고 있을 텐데 누가 내게 그런 말을 해 줄 리가!
맙소사, 내가 12년 동안 친구 하나 없었다니…….
쿠궁! 머리 위로 천둥 번개가 내려치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밝고 착한 내가 반사회적 인격 장애 같은 인생이라니……!’
키네미아가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하자 에이얀이 되물었다.
“미아? 왜?”
“아니……. 우리…… 서로 첫 친구네…… 싶어서…….”
“내가 처음이야?”
“응…… 엄청 싫지만…….”
“난 좋은데.”
그가 사르르 녹을 듯한 눈웃음을 쳤다.
“그거 다행이구나…….”
키네미아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 생 처음이자 유일한 친구가 사악한 마법사라니, 차근차근 망길을 걷는 건가.
슬픈 일이다.
* * *
한동안 기둥 앞에서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던 키네미아와 에이얀은 점심을 먹으라고 부른 하녀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이동했다.
키네미아는 하녀에게 오늘 점심 메뉴에 대해 묻다가 에이얀에게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잘 걷던 에이얀이 돌연 팔을 한 번 빙빙 돌리면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왜 그래?”
“아니, 요즘 관절이 좀 삐거덕거려서.”
“그래? 성장통인가?”
“성장통?”
“키 클 때 아픈 거 있잖아.”
“아아…….”
비슷할지도, 라고 중얼거린 에이얀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자 키네미아가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이미 이렇게 커 놓고 또 혼자서 성장하려고?!
그녀가 못마땅한 얼굴로 팽 고개를 돌리는데, 시야 끝에 검은색의 무언가가 걸렸다.
‘……?’
나비의 날개처럼 보이는 것이 창 모서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키네미아는 눈을 비볐다. 방금 검은 나비를 본 것 같았는데.
‘잘못 봤나.’
그보다 이대로 멈춰 있을 수만은 없었다. 키네미아가 에이얀을 쏘아보았다.
둘의 키 차이는 벌써 상당하게 나기 시작하는 중이었다. 저 위에 달린 머리통을 보고 있자니 점차적으로 분노가 밀려 들어왔다.
뭔데!
한 살 차이인 주제에!
아직 같은 애인 주제에!
자기도 친구가 없었던 주제에!
‘성장 약이라도 먹어야겠어.’
* * *
‘한약 냄새…….’
굳이 따라오겠다는 에이얀을 버려 두고 키네미아가 혜민원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아유, 아기 선녀님. 오셨습니까.”
키네미아를 발견한 점원이 뛰어나와 합장을 했다.
‘또?!’
키네미아가 그에게 엉거주춤 고개를 숙였다. 위가의 인사는 서대륙과 마찬가지로 허리를 숙이는 모양이던데, 왜 나한테만 합장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기 선녀님.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쉔 티엔 님을 불러 드리겠습니다.”
“응응.”
점원은 키네미아를 응접실에 들이고 옆방의 문을 두드렸다.
“쉔 티엔 님! 술 그만 자시고 나와 보십시오! 아기 선녀님이 오셨습니다!”
또 마시고 있었어?! 대낮인데?
키네미아가 대낮의 빛을 응시하는데 쉔 티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아가?”
“여기요, 목련실에 계십니다.”
쉔 티엔이 실크 가운 같은 겉옷을 추스르며 한 손에는 술병을, 다른 한 손에는 연초를 든 채 느릿느릿 발을 끌고 나왔다.
‘……나태함의 절정이구나. 이런 게 바로 찐 한량인가.’
점원이 그를 끌고 키네미아가 있는 목련실로 인도하자 키네미아가 일어나 인사했다.
“저 왔어요, 오라버니.”
“오야, 아가. 잘 왔다.”
저렇게 살면 일찍 죽는다고 해 주고 싶지만, 쉔 티엔 싱하이는 무시무시한 건강체였다. 저리 나태해도 전혀 건강에는 위협이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부럽다……! 저 건강체, 그로 인한 저 나태함!’
쉔 티엔이 잰걸음으로 다가와 병을 테이블 위에 탕 올리고는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혜민원 생활은 어떠세요? 불편한 건 없으시고요?”
뭐, 보기에는 아주 극락에 사는 한량…… 아니, 신선 같다만 그냥 인사차 물어봤다.
“별것 없다. 위가보다는 낫지. 그보다 마침 네게 할 말이 있었는데-”
“예? 어떤……?”
“그게 말이다-”
그때 커다란 손이 탁자 위의 술병을 빼앗아 들었다.
“또 드십니까, 사부님.”
“이, 이 상놈이 또 어떻게 알고……!”
로우였다.
“냥파파!”
“요정님, 오늘도 깜찍하십니다.”
“고마워, 냥파파도 오늘 정말 멋져!”
“야옹-”
“앗, 야옹이!”
로우가 야옹이를 건네자 키네미아가 품 안으로 받아 안아 들었다.
“어떻게 알기는요. 쉔 티엔 님이 대낮부터 방에서 술 드신다고 연금술사들이 수군거리던데요.”
이것들이…… 쉔 티엔이 이를 갈았다. 에잇! 누누이 내가 어디 있는지 얘기하지 말라고 했거늘.
“상놈은 가서 일이나 해!”
그가 빽 소리를 지르며 로우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로우는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듯했으나 이내 점원이 도움을 요청하자 성큼성큼 움직였다. 손에는 쉔 티엔의 술병을 든 채였다.
“그, 그건 놓고 가야 할 거 아니냐!”
쉔 티엔의 절망에 찬 목소리만이 우뚝 선 그의 뒷모습을 향해 메아리쳤다.
그사이 키네미아는 냥파파의 몸을 감상하듯 바라보았다.
‘움직이는 것도 표범 같네.’
냥파파는 매우 장신임에도 둔하거나 느려 보이지 않고, 선이 매끈한 야수 같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짐승미가…….’
키네미아가 흐뭇하게 입꼬리를 올리는데, 쉔 티엔이 입을 열었다.
“아까 하려던 말인데.”
“네?”
“아가가 저 녀석 좀 데려가 줄 수 없겠나? 무식하게 힘이 세니 이리저리 부려 먹어도 쓸 만할 게야.”
“혜민원에서 이리저리 부려 먹고 계신 거 아니었어요?”
키네미아가 고개를 까딱 기울였다.
냥파파가 쉔 티엔을 ‘사부님, 사부님.’ 하는 걸 보면 제자인 듯한데.
“그런데 오라버니와 냥파파는 정확히 어떤 사이신 거예요?”
“주웠지.”
아…… 오라버니가 냥파파를 주워서 사부님이 된 거구나. 보통 제자와 스승은 그런 사이지.
키네미아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쉔 티엔이 말을 이었다.
“저 상놈이 나를.”
주운 게 아니라 주워졌었어?!
“상놈이 나를 주웠지. 아무것도 모르고 서대륙으로 넘어와 잔인한 서대륙 놈들의 핍박 탓에 정처 없이 떠돌 때.”
불법 체류자라서가 아니고?
“그때 이 몸은 향토병 탓인지 가엾게 덜덜 떨며 더러운 서대륙의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지.”
알코올 충전을 못 해서가 아니고?
“먹여 주고 재워 준 은혜에 보답한다고 탕약을 좀 지어 주었더니- 사부로 모시겠다는 둥, 손을 씻었다는 둥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더군. 지 적성에 맞는 길을 다시 찾아가면 될 것을.”
“적성이요?”
“그래. 저 녀석, 크샨이니까.”
“……?”
엥? 키네미아가 눈을 깜빡였다.
“예? 크샨이요?”
“그래, 뭐 흑야인지 뭐인지 하는 길드를 운영했다고 하더니…… 갑자기 뭔 연금술사가 되겠다고 되지도 않는 생떼를 쓰는지 모르겠다, 이 말이지.”
흑야라고……?
“설마…… 흑야 길드의 크샨 로우?”
“아가도 알고 있었는고?”
에에에에엥?!
냥파파가 크샨 로우였어?! 키네미아가 두 손으로 볼을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