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8)
먼치킨 길들이기 38화
“저야 그저 영광이죠.”
입매를 굳힌 에이얀이 키네미아에게 잡힌 손을 내려다보는 동안, 손을 빼낸 키네미아가 로메오 남작에게 손짓했다.
“로메오, 묵으실 방으로 안내해 드려.”
에이얀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눈을 내리깔았다.
“예, 예. 탑주님, 제가 모시겠습니다. 이쪽으로.”
“고맙네.”
이 모든 걸 재미있다는 듯 지켜본 울프만이 히죽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앞장서서 가려던 로메오 남작은 고개를 까딱 기울였다.
아깐 꾀병이라더니? 갑자기 제자의 상태를 보겠다고?
“다른 마법사분들도 절 따라오시면 됩니다.”
“예.”
울프만을 수행하는 마법사들이 모두 일어섰다. 몸은 로메오 남작을 따랐지만 그들의 시선은 에친놈을 향해 있었다.
에친놈은 의자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대공녀와 눈을 맞춘 채 말하는 중이었다.
“내쫓자, 응?”
“스승님을 왜 내쫓으래.”
“오늘부터 스승님 안 할게. 그러면 되잖아.”
“바보 아냐?! 아무 말이나 하지 마.”
“너한테 이상한 짓 할까 봐 그래.”
“탑주님이 왜 나한테 이상한 짓을 해.”
“그냥 변태 영감탱이라니까. 미아아-”
에이얀이 고개를 모로 기울이며 대공녀를 올려다보았다.
이를 본 마법사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누군가는 다른 이의 팔을 꼬집기도 했고, 누군가는 제 뺨을 철썩 내려치기도 했다.
맙소사, 저 에친놈이 대공녀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다니.
마탑주의 수행원으로 따라온 마법사들은 모두 경험과 관록이 있는 자들이었다.
지금껏 어떤 숱한 위기에도 이렇게 놀라고 선뜩한 적이 없었는데, 등줄기에 소름이 일렬종대로 늘어섰다.
“보여? 봤어? 나만 본 거 아니지?”
“환상 아냐? 누가 환상 마법 썼어?”
“마법이 아니야. 진짜다, 저건……. 정신들 차려. 이건 현실이라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이런 일이……!”
에친놈이 그럴 리 없다고 여긴 마법사들의 생각은 단 한 가지로 귀결됐다.
대공녀를 구워삶아서 뭔가 하려는 꿍꿍이가 있는 것인가. 불쌍한 대공녀에게 경고를 해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아직 어린 소녀일 뿐인데…….
그러던 와중 에이얀과 눈이 마주친 마법사들이 깜짝 놀라 어깨를 튕겼다.
느른히 미소를 지으며 제 몸으로 키네미아를 가리고 있는 에이얀은 형형한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보는 중이었다. 마치 경고라도 하는 것처럼.
대체 왜?! 우리가 뭘 했다고?
생각만 했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마법사들은 억울했으나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그저 대공녀의 명복을 빌 뿐…….
* * *
그렇게 대공 성이 분주해진 사이, 길드 관리 본부의 데스크 업무를 맡고 있는 코리는 껌을 씹으며 신청서에 도장을 찍고 있었다.
쾅-
쾅-
오늘도 던전을 공략해 큰돈을 벌어 볼 심산으로 어중이떠중이들이 수십 팀이나 와서 신청을 하고 간 차였다.
‘태반은 던전 입구에서 매운맛을 보고 사라질 거면서.’
그때 로비에 앉아 있던 B급 길드원 조이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내 한 방에 그 자식, 완전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더라니까?”
그가 낄낄대며 말하자 조이와 함께 있던 길드원 몇 명이 다 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시끄럽게…….’
저들은 길드 관리 본부로 길드 등록을 하러 오는 신입들을 농락하는 못된 양아치들이었다.
내내 시끄럽게 떠들어 대며 떠나질 않아서 병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기도 했지만, B급 길드원은 병사들도 쉬이 손댈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뭐어? 대공녀?”
또 시작이네.
늘 듣게 되는 주 레퍼토리였다. 어디서 신입을 괴롭힌 이야기와 키네미아 리온 대공녀 욕하기.
“연금술이니 뭐니 하는 수상한 약을 싸게 팔면서 환심을 사려고 해 봤자지! 그 악랄한 태생이 어디 가나!”
“맞아, 맞아!”
조이가 제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을 보며 입을 샐쭉 틀어 올렸다. 제 말이라면 사슴이 늑대라고 해도 그렇다고 할 잔챙이 녀석들이었다. 그는 우월감에 취해 맥주잔을 테이블 위에 올리면서 빈정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제까짓 게 대공녀는 무슨. 집안 좀 잘 타고났다고- 아니지, 잘못 타고난 거 아닌가? 그 악녀도 곧 가족들을 따라갈 것 같으니 말이야!”
조이의 말에 일행들이 와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그가 잔챙이들의 웃음을 끌어내며 제 말재간에 우쭐하던 순간이었다.
“그 악녀가-”
웃음소리를 파고든 저음에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
시선이 모인 곳에는 소리 없이 나타난 장신의 사내가 서 있었다.
“-누굴 말하는 거지?”
어느새……!
이 내가, 문이 열린 줄도 모르다니.
실력자인가?
조이가 표정을 굳혔고, 이를 알아챈 떨거지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동요하기는!’
얼굴을 일그러트린 조이는 맥주잔을 꽉 쥐었다.
“당연히…… 당연히! 키네미아 대공녀를 말하는 거지! 그 유명한 제국의 악녀도 모르나?”
“그랬군.”
남자가 짧게 답하는 것과 거의 동시였다.
서걱-
동강 난 테이블이 서서히 양옆으로 쪼개지고 있었다.
“……?!”
조이는 제 무릎과 1mm도 채 떨어지지 않았을 절단면을 멍하니 응시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칼을 꺼내는 낌새조차 몰랐는데, 베어 내기까지 했다고?!’
그렇게 조이는 물론 잔챙이들까지 모두 사색이 된 가운데, 표범 같은 인상의 남자가 태연하게 말했다.
“나는 지금 내 주군을 욕되게 한 너의 목숨을 취하려고 한다. 괜찮겠지?”
괜찮을 리가!
조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뻐끔거렸다.
그런데 주군이라니. 이런 사내가 대공녀를 섬긴다고?!
‘뭐 그런 개 같은 상황이!’
조이는 슬그머니 몸을 뒤로 물렸다. 자신은 이 남자를 당해 낼 수 없다는 걸 붙어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더군다나 상대는 자신을 죽이겠다 선포까지 하지 않았던가.
‘도망쳐야 돼.’
도망치는 것이 꼴사납긴 해도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조이!”
“어?! 조이!”
“어딜, 어딜 가는 거야! 혼자서!”
“시끄러워!”
조이는 제 뒤로 들려오는 잔챙이들의 목소리에 일갈하고는 냅다 달려 길드 관리 본부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잔챙이들은 사색이 된 채 표범 같은 인상의 사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사내는 조이를 쫓는 대신 제 수하의 이름을 불렀다.
“마렌.”
“예, 수장.”
어디선가 나타난 가면과 베일을 쓴 자가 허리를 숙였다.
“저 무뢰한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데려가 마무리하도록.”
마렌이 고개를 끄덕인 후에 사라졌다.
길드 관리 본부는 돌풍처럼 등장해 B급 길드원을 도망치게 만든 사내에게로 모든 시선이 쏠려 있었다.
“소란을 피워 미안하게 됐군.”
로우는 주변에 가볍게 인사를 한 뒤에 곧장 데스크로 향했다.
사람들의 얼굴이 그의 움직임을 따라 돌아갔다.
데스크에 앉아 도장을 들고 굳어 있던 코리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여긴…… 무…… 슨 일로…….”
“길드 등록을 하러 왔습니다.”
길드 등록?! 어딜 봐도 신입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성함이…….”
“크샨 로우.”
그 이름이 튀어나오자 주변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코리도 마찬가지였다.
크샨 로우라면 그 흑야 길드의 수장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이건 그 전설로 남겨졌던 흑야 길드의 부활?
‘대박이다! 대사건이다!’
흑야 길드의 부활을 목도하게 되다니. 이건 누구에게 말해도 주목받을 만한 이야깃거리였다.
흥분으로 손에 땀을 쥔 코리가 침을 삼키고는 진지하게 되물었다.
“크샨 로우 님. 등록하실 길드의 이름을 말씀해 주세요.”
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부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입에서 나올 말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그에 응하듯 로우는 아주 근엄하게 말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요정 키네미아 리온을 따르는 흑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