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40)
먼치킨 길들이기 40화
‘그런데 얘만 자꾸 키가 크네.’
눈으로 어림잡아 에이얀의 키를 재 보던 키네미아는 손을 들어 올렸다. 제 머리끝에서 움직인 손은 에이얀의 턱 밑으로 가서 닿았다.
‘왜지……?’
좋은 건 내가 더 챙겨 먹고 있는 것 같은데.
흠, 키네미아가 이 탐탁지 않은 상황에 목을 울리다가 에이얀이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걸 보고 물음표를 띄웠다.
“넌 왜 바구니가 없어?”
“여기 있잖아.”
에이얀이 허리춤에 매단 가죽 주머니를 열었다.
이것마저 디테일하잖아! 나는 그냥 바구니인데!
이 사람들이……! 돈 주는 사람을 착각한 거 아냐?!
키네미아가 바구니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내년에는 꼭 설정만 한 페이지쯤 되는 컨셉으로 잡을 테다.
굳게 결심한 그녀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걸었다. 이를 따라 에이얀의 시선이 왔다 갔다 움직였다.
그런 에이얀을 눈매를 좁힌 채 지켜보던 키네미아가 돌연 물었다.
“근데 에이얀. 동물 귀 다는 마법이 있어?”
“그런 마법은 없지.”
쓸모없는 마법사들. 들릴 듯 말 듯 덧붙인 에이얀이 쯧 혀를 찼다.
뭐? 키네미아가 눈을 떨었다.
* * *
키네미아와 에이얀이 제일 처음으로 향한 곳은 베히모스의 작업장이었다.
“어머어머어머!”
“어머나!”
자매는 변장한 두 사람을 보며 눈과 입을 크게 벌렸다.
“…….”
“…….”
반면 좋아하는 기색을 여실히 드러내는 자매와는 다르게 작업장 안으로 들어선 둘은 차렷 자세로 멀뚱히 서 있었다.
뭔가 해야 하긴 할 것 같은데…….
키네미아가 조용히 물었다.
“……어떻게 하는 거야?”
“글쎄, 나도 처음이라.”
‘트릭 오어 트릿’이라고 외쳐야 하나? 그런데 그건 이 세계 말이 아니잖아. 키네미아의 눈이 핑글핑글 돌아갔다.
“우리도 이렇게 변장하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그러니까 말이야. 옛날 생각난다.”
회상에 잠긴 자매 앞에서 키네미아와 에이얀이 서로 힐긋거리며 눈치를 보던 그때였다.
에이얀이 먼저 나섰다.
“내가 해 볼게.”
“응.”
앞으로 한 걸음 나선 그가 허리춤에서 가죽 주머니의 매듭을 풀어 앞으로 벌렸다. 자매의 눈에 기대가 가득 찼다. 에이얀은 그녀들 앞에서 사르르 눈웃음을 치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간식을 주지 않으면 이 작업장에 있는 모두를 죽일 거야.”
뭐?!
에이얀의 표정에서 진심을 읽은 키네미아가 입을 벌렸다.
그러나 자매는 미소년의 미소에 홀린 건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두 주먹에 사탕을 가득 쥐었다.
“꺄- 무서워!”
“꺄! 라나, 빨리 간식을 드려!”
‘아니야! 둘 다 착각하고 있어! 장난 아니야! 쟤 진심이었다고!’
키네미아가 당황하는 동안 에이얀이 웃으며 주머니를 흔들었다. 이렇게 하면 된다는 듯이.
‘그냥 협박과 갈취 아냐?!’
이제 기대로 가득 찬 자매의 시선이 키네미아에게로 향했다.
“……!”
키네미아는 눈을 데구루루 굴렸다.
축제라고 신나서 나왔는데 막상 하려니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왜, 왜 그렇게 기대하면서 보고 있는 거야!’
더군다나 키네미아 리온의 간식 갈취 기대자 리스트에는 에이얀까지 가담하는 중이었다.
“미아, 안 해?”
에이얀이 재촉하듯 물었다. 쭈뼛 어깨를 세운 키네미아가 붉게 얼굴을 달궜다.
“하, 할 거야…….”
“응.”
될 대로 되라지! 새빨개진 채로 그녀가 두 손을 들어 올리면서 열 손가락의 중간 마디를 굽혔다.
“크, 크와아앙! 간식을 주지 않으면 잡아먹겠다!”
키네미아가 눈을 매섭게 뜨고 손을 살랑살랑 움직이자, 귀와 꼬리가 함께 움직였다. 자매가 숨을 들이켰다.
“라나, 나 가슴이 아파.”
“나도, 세이어…….”
“귀여워어어어어!”
“언니가 많이 사랑해에에에!”
자매가 소리를 지르며 키네미아를 끌어안았다.
켁! 부끄러움이 가시기도 전에 끌어안긴 키네미아는 자매 사이에 끼어 호흡 곤란을 겪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매가 전부 가져가라면서 바구니에 이것저것 담아 주는데, 그사이 에이얀이 제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키네미아의 바구니에 담아 주었다.
“넌 왜 줘!”
“귀여우면 주는 거 아냐?”
“아니야!”
키네미아가 한 번만 더 해 달라는 자매의 부탁을 들어주며, 세 번은 더 호랑이 흉내를 내던 차였다. 세이어가 말했다.
“아, 대공녀. 잠시만요.”
“응?”
“검을 만들고 미스릴이 조금 남아서요. 검 하나를 더 만들 정도는 안 되고, 어떻게 할까 하다가 만들어 봤어요.”
그녀가 건넨 것은 토끼 머리가 달린 나무 조각상이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조각을 보면서 키네미아가 물었다.
“이게 뭐야?”
그러자 라나가 토끼 귀를 뒤로 잡아당겼다.
“이렇게 뒤로 넘기면요-”
찰칵!
토끼의 머리 부분을 가르며 자그마한 검이 튀어나왔다.
“……!”
“짠!”
“소형 나이프예요!”
호오오오오오!
푸르스름한 미스릴로 만들어진 날이 빛을 반사했다.
“평소 목에 걸고 다니시면 유용할 거예요.”
라나가 키네미아의 목에 나이프를 걸어 주었다.
“유사시에 토끼 가죽을 벗겨야 한다- 그럴 때 아주 쓸 만하죠.”
“맞아요, 곰을 잡아서 내장을 손질해야 할 때라든가.”
……그런 잔혹한 용도였어?
아니, 그보다 토끼 가죽을 벗기고 곰의 내장을 손질해야 될 때가 올까? 굳이?
“……그래서 토끼 모양이야?”
유사시에 토끼 가죽 손질할 때 쓰는 용도라서……?
“그냥 토끼가 귀여워서요.”
“귀엽죠?”
세이어와 라나가 연달아 말했다.
“으응…….”
그녀들이 말하는 그 귀여운 토끼는 주화입마라도 온 것 같았다.
베히모스의 길드 마크처럼 토끼는 리얼 100%였다. 귀여운 놈이 아니라, 주둥이가 길고 얼굴이 얄쌍한 주화입마 걸린 놈. 더군다나 찢어진 눈을 희번덕 뜬 채였다.
‘어딜 봐야 귀여운 거지…….’
아무리 봐도 센스가 저세상에 가 있는데……. 키네미아가 마음의 눈을 뜨고 주화입마가 온 토끼의 귀여움을 착즙해 보려는데 에이얀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곰은 내가 손질해 줄게. 미아는 가만히 보고 있어.”
아니, 갑자기 왜 곰을 손질할 일이 생기는 거냐고…….
가죽을 소파에 얹으려고? 그런 저세상 인테리어 때문에?
그러나 그 근본적인 의문에 관심이 없는 자매는 에이얀이 역시 믿음직한 호위답다며 치켜세웠다.
이들 중에 자신만이 왜 곰을 손질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여하간 자매에게 감사 인사를 표한 둘은 작업장을 나왔다.
* * *
베히모스 외에도 몇 곳을 거치자 둘은 축제를 즐기는 데 제법 익숙해졌다. 이번에 두 사람이 간식 레이드를 뛰기 위해 향한 곳은 혜민원이었다.
둘은 뒷문으로 들어가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복도를 지나서, 소운방으로 살금살금 들어갔다.
‘역시 여기 계시는군.’
오늘도 쉔 티엔은 창문 앞 테이블에 앉아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예쁘게 가꾼 정원이 비쳤다. 혜민원 안에 위가식 정원을 만든 건 다 술을 마시며 경치를 즐기기 위함이었던 모양이다.
“쉿.”
키네미아는 검지를 들어 에이얀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발끝으로 몰래 다가가서 외쳤다.
“크와아아앙! 간식을 주지 않으면 잡아먹겠다!”
“……?!”
쉔 티엔이 술잔을 내려놓다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귀와 꼬리를 쫑긋거리는 키네미아가 ‘크앙-!’ 소리를 내며 두 손을 앙칼지게 모아 허우적대고 있었다.
동물 흉내인 것 같기는 한데, 대체 무슨 동물인고.
키네미아의 행색을 지켜보던 쉔 티엔은 턱을 쓸다가 짝! 박수를 쳤다.
“고양이?”
“호랑이예요.”
키네미아가 심히 불만스럽다는 듯 입을 삐죽였다.
언제부터 호랑이가 이렇게 귀여웠지. 쉔 티엔이 픽 바람 빠지는 웃음을 터트렸다.
“애초에 고양이는 무섭지 않은 동물이잖아요. 일단.”
“아가가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인데, 고양이는 무서운 요물이다. 상 위로 올라와 꼬리를 퍼덕거리면서 술이나 쏟고, 밤이 되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진열해 둔 술병을 앞발로 콕콕 밀어서 쓰러트리고…….”
왜 다 술이죠? 그가 구시렁거리는 동안 키네미아가 눈을 흐리게 떴다.
“그나저나 서대륙에서는 오늘이 무슨 축제 날이라고 하더니, 그걸 하는 게로구나.”
혜민원에도 부모님의 손을 잡고 변장을 한 아이들이 간간이 방문했다.
이에 눈치 빠른 연금술사들이 자그만 젤리나 사탕을 구비해 놓았다가 아이들에게 나눠 주는 중이었다.
“네, 간식을 주지 않으면 호랑이가 잡아먹을 거예요.”
키네미아가 귀를 쫑긋거리자 쉔 티엔이 미소를 지었다.
“아가. 저어기 저치들에게 가 보련. 저기서 간식을 줄 테니.”
쉔 티엔은 술병의 뚜껑을 닫으면서 반대편에 있는 연금술사 무리를 가리켰다.
“네에-”
도도도 달려간 키네미아가 다른 연금술사들에게 호랑이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연금술사들이 국어책 읽듯 살려 달라고 말하면서 합장을 했다. 얼결에 키네미아도 같이 허리를 숙였다.
연초를 입에 문 쉔 티엔이 이를 흐뭇하게 지켜보던 그때였다.
‘왜 갑자기 소름이…….’
그가 옆으로 또르륵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검은 머리카락을 살랑이는 에이얀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쉔 티엔은 어깨를 흠칫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지?!’
에이얀이 당황한 쉔 티엔과 눈을 똑바로 마주친 채로 말했다.
“간식을 주지 않으면 혜민원의 연금술사들을 모두 죽일 거야.”
그러자 쉔 티엔의 입에서 연초가 툭 떨어졌다.
‘얘는 진심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