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41)
먼치킨 길들이기 41화
식은땀을 흘린 쉔 티엔이 벌떡 일어나 지나가던 연금술사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자네, 당과 좀 챙겨 오게. 빨리!”
“예에? 갑자기 당과는 왜 찾으십니까?”
“토 달지 말고! 어서!”
그가 손짓하자 연금술사가 제 주머니에 챙겨 두었던 당과를 꺼냈다.
당과를 건네는 연금술사는 당분 충전이 새로운 알코올 중독 증세인가 고민하는 눈치였다.
이 몸이 지금 혜민원을 수호하고 있거늘! 에잇!
연금술사의 경멸 반, 걱정 반의 눈빛을 힘들게 모른 척한 쉔 티엔은 당과를 받아 에이얀의 가죽 주머니에 담아 주었다.
“눈치가 빠르네, 연금술사.”
빙긋 웃은 에이얀이 흘리듯 말하자 쉔 티엔이 눈을 홉떴다.
* * *
“요정님!”
혜민원을 돌며 연금술사들에게 당과를 받고 있던 두 사람에게 다가온 이는 로우였다.
“로우!”
로우는 흑야 길드를 부활시킨 이후에도 혜민원에 거처를 잡았다. 키네미아는 원한다면 길드 본부를 따로 차려 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그간 지내 온 혜민원이 편하다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흑야 길드는 혜민원으로 들어가 함께 생활하는 중이었다.
부지가 워낙 컸기에 지금도 남는 방이 많아 그간 지내기에 불편한 점은 없을 터였다.
물론 사사건건 제 음주 타임을 방해하는 자칭 제자를 쫓아내지 못한 쉔 티엔은 무척 못마땅해했지만.
그러나 당사자가 눌어붙어 있겠다는데 어쩌겠는가. 쉔 티엔으로서도 별수 없는 노릇이었던 모양이다.
“요정님, 오늘은 평소보다 수백 배 귀여우십니다!”
“로우도 오늘 수백 배 더 멋있어!”
꺄! 꺄아! 오랜만에 만난 키네미아와 로우가 방방 뛰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그 순간이었다.
쉔 티엔을 협박해 당과를 갈취해 온 에이얀이 손을 든 것은. 엄지와 중지는 서로 맞댄 채였다.
이에 잽싸게 반응한 로우가 키네미아를 놓고 물러섰다.
촤아아아악-
로우는 바닥을 긁으며 옆으로 빠졌고, 키네미아가 물음표를 띄우며 돌아보았다.
“아, 또 실수할 뻔했네.”
에이얀이 생긋 웃었다.
“그러셨군요. 다시 숲으로 가는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자 로우가 순하게 웃으며 식은땀을 닦았다. 그는 리카샤가 자신을 견제할 이유는 하등 없다고 생각했기에 지금껏 일어난 모든 심술을 그저 실수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실수라니. 키네미아만 미심쩍은 눈으로 에이얀을 응시했다.
“응? 왜?”
그러나 에이얀은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키네미아는 다시 간식 사냥을 시작했다.
“크와아아앙! 간식을 주지 않으면 잡아먹겠다!”
키네미아의 귀가 쫑긋쫑긋 움직이는 걸 본 로우가 웃으며 검지를 들었다.
“살쾡이!”
“고양이보단 낫네.”
살쾡이가 고양이보다는 맹수과일 테니까. 키네미아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요정님도 오늘 축제에 참가하신 건가요?”
“응, 간식 받으러 왔어. 간식이 없으면 잡아먹히는 거야.”
“아하!”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에이얀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간식은 안 받을 테니 그냥 죽어.”
“……?!”
“왜?!”
당황한 로우와 키네미아가 에이얀을 향해 눈을 돌렸다.
“오늘 유령선의 선장은 이미 사탕을 많이 받아서 한 명쯤 죽이고 싶은 마음이 됐거든.”
갑자기?!
키네미아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으나 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그런 컨셉이셨군요.”
이해하는 거야?!
이에 에이얀은 달콤하게 웃으며 답했다.
“응.”
응이라고 하지 마!
“……너, 무서운 소리 좀 하지 마.”
키네미아의 타박에 에이얀이 시무룩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로우는 그러면서도 저를 형형한 눈빛으로 쏘아보는 사악한 마법사의 시선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받아들였다.
“아,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요정님, 리카샤님. 간식을 좀 갖다 드리겠습니다.”
“응응.”
키네미아의 대답과 동시에 로우가 근엄한 목소리로 제 수하들을 불렀다.
“마렌, 비주.”
“예, 수장.”
“예, 수장.”
그의 뒤에서 가면과 베일을 쓴 두 크샨이 나타났다.
“시내에서 간식거리를 좀 사 오도록.”
고개를 끄덕인 마렌과 비주가 스르륵 사라졌다.
호오오오오오오!
수장을 따르는 그림자들, 뭐 그런 건가?
‘판타지 영화 같아……!’
두 손으로 입을 막은 키네미아가 눈을 반짝였다.
“그런데 로우. 크샨들은 다 저렇게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거야?”
“수줍음이 많아서요.”
수줍음 때문이었어?!
“그럼 그동안 아르바이트는 어떻게 한 거야?”
가면도 못 쓰고 그림자처럼 움직이지도 못했을 게 아닌가. 그러자 로우가 아련하게 말했다.
“생계가 걸리면 뭐든 하게 되니까요.”
“아아…….”
이 부분만은 묘하게 현실적이었다.
“요정님 덕분에 크샨들이 다시 검을 잡게 돼서 다들 감사하고 있습니다.”
“내가 뭘 했다고.”
마정석이나 캐려던 음흉한 속내밖에 없었던 키네미아가 볼을 붉혔다. 남아 있는 줄도 몰랐던 양심이 살짝 아팠지만, 키네미아는 뻔뻔하게 이겨 내기로 했다.
마렌과 비주가 돌아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테니, 로우는 정원에서 앉아서 기다리자고 권했다.
“응응.”
그렇게 키네미아가 에이얀을 데리고 뒤를 따르려던 그때였다.
‘음?’
에이얀이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키네미아가 그의 시선을 쫓아 보았지만 보이는 건 하늘뿐이었다.
“에이얀? 뭐 봐?”
“아니야. 아무것도.”
그가 고개를 저었다.
* * *
마렌과 비주가 사 온 간식은 유명 과자점의 쿠키였다. 키네미아가 그들에게 인사를 표하면서 손을 잡자 그들은 어깨를 움찔거리더니 허둥지둥 사라졌다. 정말 수줍음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쿠키까지 받아 대공 성으로 돌아온 간식 레이드 파티는 정원의 오솔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셰인과 리리네에게 나눠 주고도 남겠는데.’
키네미아가 바구니 안에 있는 사탕과 젤리, 쿠키의 개수를 어림짐작해 보았다.
생애 첫 간식 레이드는 생각보다 성공적이었다.
‘이제 유모한테 가 볼까?’
키네미아가 기분 좋게 웃으며 총총걸음을 옮길 때였다.
‘앗!’
이번에 두 사람의 앞에 나타난 이들은 산책을 나온 마탑주 일행이었다.
마탑주를 발견한 에이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키네미아가 에이얀을 끌고 마탑주 앞으로 향했다.
“마탑의 지엄한 군주를 뵙습니다.”
“오, 키네미아구나.”
키네미아가 예의 바르게 인사한 데 반해, 에이얀은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마탑에는 언제 돌아가실 겁니까.”
“넌 언제 예의란 걸 배울 생각이냐, 이놈아! 너 때문에 내 속이 남아나질 않아.”
키네미아는 울프만이 앓는 소리를 내자 화제를 제 쪽으로 돌렸다.
“지, 지내시는 데 불편함은 없으신가요?”
“덕택에 잘 지내고 있단다.”
“다행이에요. 혹 지내시는 동안 필요한 게 있으시면 거리낌 없이 말씀해 주세요.”
그러고는 키네미아가 빙긋 웃으며 ‘그럼 저는 이만.’ 하고 몸을 돌리려는데 울프만이 턱, 어깨를 잡았다.
“……?”
“잠깐, 키네미아.”
“네?”
“하나 빠트린 게 있지 않니?”
울프만의 부드러운 말에 에이얀이 실소를 내뱉었다. 참 주책없다는 대꾸가 얼굴에 그대로 쓰여 있었다.
언젠가는 저걸 그냥……! 울프만이 다시 쓰려 오는 위를 매만졌다.
하지만 버르장머리 없는 제자를 교육시키는 일보다 급한 게 있었다.
“그거 말이다, 그거.”
울프만이 키네미아가 든 바구니를 가리켰다.
“아아…… 이거요…….”
말을 흐린 그녀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탑주 앞에서 하기에는 좀 창피한 마음이 드는데. 그래도 너무 기대하는 기색이라 차마 뺄 수가 없다.
‘탑주님 눈이 초롱초롱해…….’
할 수 없지.
큼, 목을 푼 키네미아가 앙칼지게 두 손을 들었다.
“크와아아앙! 간식을 주지 않으면 잡아먹겠다!”
“어이쿠, 저런! 무서운 호랑이님이 나타나셨군!”
“핫!”
울프만의 놀란 척에 키네미아는 진심으로 놀란 표정이 되었다.
호랑이란 걸 알아봐 줬어……!
감동한 키네미아가 눈을 반짝였다.
“호랑이인 줄 어떻게 아셨어요?”
이에 울프만이 흡족하게 웃었다.
“이렇게 무서운 짐승이 호랑이 말고 또 어디 있겠느냐.”
그리 대꾸한 울프만이 키네미아를 안아 들었다. 허벅지께를 팔로 받치자 자그마한 몸이 품 안에 쏙 들어갔다.
“이리 가벼워서야. 식사는 매끼 잘 하고 있고?”
“그럼요. 간식까지 다 챙겨 먹는걸요.”
“하면 이렇게 여기저기 다람쥐처럼 쏘다니는 바람에 살이 오르지 않는 모양이구나.”
웃음기 섞은 투로 말하던 울프만은 제 얼굴로 쏟아지는 냉랭한 기운에 눈을 돌렸다.
‘손녀 같은 아이 좀 안아 봤다고 저리 무섭게 노려보기는.’
키네미아는 얌전히 안겨 있는데, 저 못난 제자는 뭐가 그리 불만인지 계속 제 얼굴을 쏘아보는 중이었다.
“불만이면 더 크고 오려무나.”
“네?”
“네게 한 말이 아니란다, 키네미아.”
키네미아가 되묻자 자상하게 대답한 울프만이 에이얀의 서늘한 시선을 웃어넘겼다.
다 크지도 않았는데 벌써 저러니, 미래는 안 봐도 훤했다.
“어디 보자- 뭘 줘야 우리 호랑이님 마음에 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