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46)
먼치킨 길들이기 46화
“뭐?”
“하하하!”
되묻는 에이얀의 모습에 라이언이 배를 잡고 미친 듯이 낄낄거렸다.
“내가 가만히 뒀을 것 같아? 그 애는 널 원망하면서 죽어 갔다고!”
이를 지켜보는 에이얀의 얼굴이 더욱 냉랭하게 가라앉았다.
헛소리를. 키네미아가 죽었을 리가.
감히 키네미아의 죽음을 입에 올리는 저 얼굴을 이제 한시라도 더 보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말하지 않을 낌새였다.
에이얀이 손을 튕겼다.
그와 동시에 퍽, 퍽, 무언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무심히 몸을 돌렸다.
“미아!”
혹여나 이 방 어딘가에 숨어 있을까 싶어 그가 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답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사역마를 부를 수만 있었어도…….’
에이얀이 이마를 짚었다.
사역마를 불러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스승이 꾸준히 사역마를 권했을 때, 그런 거 따위 필요 없다며 거절했던 게 후회스러웠다.
어딘가에 키네미아가 있는 이상은 이 아공간을 깨 버릴 수도 없고…….
“미아!”
에이얀이 다시금 키네미아를 찾아 나섰다. 그때 발끝에 라이언의 손목이 치였다.
“죽었어!”
거짓말이다. 제 이성은 그리 말했다. 안다. 도망쳤을 것이다. 여기 아공간 어딘가에 키네미아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껏 느껴 본 적 없던 기묘한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에이얀은 서둘러 방을 나섰다.
“내가 죽였어!”
다시금 귓전에 달라붙은 저주 같은 말에 쿵, 심장이 떨어졌다. 일말의 불안감이 정신을 자꾸만 뒤흔들었다.
미친 듯이 분노가 치밀었다.
라이언을 살려 내서 몇 번이고 다시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저절로 키네미아를 찾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어떤 곳도 다치지 않고 무사한 키네미아를 만나야 했다. 지금 당장.
에이얀이 옆방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옆방과 옆방으로.
연이어 빈방을 보자 혀끝까지 욕설이 치밀었다.
“미아!”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급속도로 이성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에이얀의 공포와 함께 그의 주변이 어둠으로 잠식되어 갔다.
* * *
갑작스럽게 찾아온 어둠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마법사들이었다.
이미 해가 진 이후여서 일반인들은 어둠을 느끼지 못한 채로 일상을 지속하는 중이었다. 하나 마법사들은 알 수 없는 힘에 압박감을 느끼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보좌 벤자민이 마탑주가 있는 서재로 들어섰다.
“탑주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이건 마법이 아니다.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힘. 절로 등골을 쭈뼛하게 만드는 공포를 동반한 힘이었다.
“나도 느끼고 있네.”
창문 앞에 서 있던 울프만은 때마침 돌아온 사역마를 손끝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벤자민, 잠깐 나갔다 올 동안 성을 좀 봐주게.”
“어딜 가십니까?”
“에이얀에게 좀 다녀와야겠어.”
“에친…… 에이얀은 성에 있는 게 아니었습니까?”
“그런가 보더군……. 아, 그리고 근방에 죽은 마법사들의 사체도 수습해 주게. 위치는 내 사역마가 인도할 테니.”
사역마가 벤자민에게로 날아갔다.
“금방 돌아오겠네.”
그리 말한 울프만이 왼발로 땅을 짚자 아공간으로 통하는 입구가 생성됐다. 입구 안으로는 끝없는 복도가 보였다.
그곳으로 들어서면서 그가 침음성을 흘렸다.
‘이 어둠…….’
울프만은 처음 에이얀을 데려왔을 때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제자가 이성을 잃은 모양이었다.
* * *
‘갑자기 왜 이렇게 어두워졌지?’
출구를 찾아 돌아다니던 키네미아가 문고리를 잡으며 시선을 좌우로 돌렸다.
아까보다 어두워진 탓인지 기묘한 냉기까지 느껴졌다. 몸이 떨리고 어깨가 쭈뼛할 정도였다.
‘마법인가?’
그럴지도.
여긴 라이언이 만든 아공간인 것 같으니.
이곳이 아공간이라는 것은 방금 전에 확신했다. 어느 순간부터 계속 같은 곳을 맴돌고 있었으니까.
‘다시 돌아갈까?’
키네미아가 자신이 도망쳐 나왔던 곳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돌아가서 좀 패 주면 말을 들을지도.
사람에게 칼을 쓰는 게 껄끄러워 그냥 내버려 둔 게 실책이었을까.
‘이러다 아공간에 갇히기라도 하면…….’
출구가 없는 저택에서 죽을 때까지 헤매는 미아라니, 상상하기도 싫다.
‘방법이 없나.’
몇 번 더 문을 거쳐도 출구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을 찾아 헤매는 듯한 검은 나비는 이제 사라진 듯하지만, 이래서야 도망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그래서 사역마를 수거했나.’
어차피 도망갈 수 없다는 걸 알아서?
‘……힝.’
이 나쁜 놈. 가만 안 둔다. 울컥 차오르는 눈물을 삼킨 키네미아가 벽에 이마를 비볐다.
‘이럴 바에야 단두대가…… 아니, 그거나 그거나잖아!’
빠져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누군가 찾으러 오지 않는 이상에는…….
키네미아는 잠깐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검은 머리카락의 소년을 지워 냈다.
‘절교야, 절교라고!’
머릿속에서 저울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계속 돌아다니면서 체력을 소모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정면 승부가 낫겠지.
‘아니, 후면 승부로……!’
그래, 뒤에서 덮치자!
찰칵-
토끼 귀를 누르자 잘 손질된 나이프의 날이 섰다.
키네미아는 능숙한 손길로 나이프를 돌려 쥐었다. 그리고 라이언이 있던 방 쪽으로 몸을 돌렸다.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은 채 그녀는 몇 개의 방을 거쳐 복도를 돌았다.
슬슬 익숙한 풍경이 시야에 안기는데, 비스듬하게 진 그림자 너머로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라이언인가?’
침을 삼킨 키네미아가 숨을 죽였다. 발소리를 낮추고 사냥꾼처럼 조심스럽게 뒤를 덮치려던 찰나였다.
‘검은 머리?’
일순 그가 몸을 돌렸다.
‘……!’
인영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키네미아가 나이프를 쥔 손에서 힘을 뺐다.
“에이얀?”
놀람 반, 화색 반. 저절로 그를 반기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이에 키네미아가 입을 핫, 하고 닫아 버렸다.
반기는 기색을 보이면 안 되지. 화를 내도 모자랄 판에!
“…….”
“…….”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마주 선 채 키네미아가 입을 꾹 다물었다. 너 때문에 이 모양, 이 꼴이 됐다고 쏟아부으려고 했는데…….
에이얀의 굳은 얼굴을 보자 도저히 그런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왜, 왜 저런 표정이야…….’
뒤에서 칼 들고 있어서? 그건 좀 무서웠을 것 같긴 하다. 사과할까? 왠지 어색해진 키네미아가 눈을 굴리던 그때였다.
“……미아.”
잠긴 목소리로 입을 뗀 에이얀의 눈에서 눈물이 톡 떨어져 내렸다.
엥!
눈을 크게 뜬 키네미아가 당황한 채로 빽 소리를 높였다.
“왜, 왜 울어!”
네가 왜 울어! 여러모로 봐도 내가 울어야 할 상황인데!
‘혹시 선공인가?’
먼저 선빵을 쳐서 내 공격을 방어하겠다는 셈?
어처구니가 없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에이얀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줄곧 키네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깜빡이는 찰나에 키네미아가 사라질 일을 걱정하는 것처럼.
그 집요하기까지 한 시선을 받으며 키네미아가 주춤주춤 다가갔다. 다시 기다란 눈 밑으로 토독, 눈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