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49)
먼치킨 길들이기 49화
* * *
솜사탕값을 치르고 거리를 누비면서 키네미아는 훈계를 시작했다.
“물건을 사면 값을 치르란 말이야.”
유치원 선생이 된 기분이다. 협박, 공갈 금지. 이런 기본적인 도덕을 가르쳐야 하다니.
“그냥 준다고 해도?”
“그냥이 아니잖아. 뭔가 한 거잖아.”
“누가?”
“너! 네가!”
모르쇠를 고수하는 에이얀에게 키네미아가 빽 소리를 지르며 돌아섰다.
이 자식, 그냥 내가 난처해하는 걸 즐기는 거 아냐? 그럴 법한데?
그때 생글거리는 에이얀 너머로 무언가가 키네미아의 시야에 잡혔다.
호오오오오! 여기에도 놀이 기구가……!
아이들을 태우고 좌우로 왔다 갔다 움직이는 마력 기구였다.
‘이 세계의 바이킹인가?’
조금 특이하게 생기긴 했지만.
이 세계에서는 바이킹이 배 모양이 아니라 문어 마물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마력 기구에 흥미를 가진 건 키네미아뿐만이 아니었는지, 그 앞으로 아이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저거 탈까?”
“응응.”
에이얀의 물음에 키네미아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음, 그럼.”
긴 줄을 본 에이얀이 무언가 준비하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사회가 공유하는 선을 지키라고!
그렇게 키네미아가 에이얀을 끌고 줄을 서기 위해 뽀르르 뛰어갈 때였다. 줄을 선 아이들이 키네미아를 발견하고는 귓속말을 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엥?
설마 나보고 그러는 건가.
날? 왜?
‘자의식 과잉 때문인가?’
키네미아가 머쓱하게 웃으며 얼굴을 돌리는데-
착각이 아니다. 분명 손가락질을 하면서 키네미아를 가리키기도 하고, 자신을 힐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진다.
‘아…….’
문득 짚이는 곳이 있었던 키네미아가 어깨를 늘어트렸다.
‘그건가…….’
일면식 없는 이들이 자신을 향해 수군거리는 이유는 딱 하나일 터였다.
‘내가 리온의 악녀란 걸 알고 있나.’
일전에도 종종 겪어 봤던 일이었다. 지금껏 대공 성 밖으로 아예 나가지 않았던 건 아니니까.
그 까닭에 이제 피해망상이 수준급까지 오른 키네미아가 불안스레 눈을 굴렸다.
‘그냥 가야겠다.’
“미아, 안 타?”
“응, 재미없어 보여. 다른 데 갈래.”
그러나 아이들의 수군거림은 점점 더 거세지는 중이었다. 키네미아가 입을 삐죽였다.
‘하! 리온의 악녀를 직접 보니 놀랐나 보지?!’
그걸 무심히 지켜보던 에이얀이 입을 열었다.
“저기 저 애들, 너보고-”
“괜찮아, 말 안 해도 돼.”
굳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서 상처받을 필요 있나.
‘나만 당당하면 돼!’
이제 이런 시선에 익숙해질 때가 됐다. 언제까지 대공 성 안에 콕 틀어박혀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
‘울지 마, 키네미아! 으으른이 되자!’
단두대만 피하면 되지. 또래 아이들의 수군거림쯤이야, 코웃음으로 넘길 수 있다.
‘그래! 괜찮아! 친구 따위 없어도 된다고!’
키네미아는 이유 없이 눈가에 고이는 땀을 소매로 슥 닦아 냈다. 고된 시련을 거치고 어른이 되는 길목 앞에서 흐르는 땀이었다.
이 땀이 메마르는 순간, 더 단단하고 강해지리라.
주먹을 붕붕 휘두른 키네미아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음…….’
한편 에이얀은 수군거리는 아이들에게 힐긋 눈길을 주었다.
줄을 서고 있던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면서 키네미아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저 사람, 슬라임 마스터야……!”
대체 슬라임 마스터란 건 뭘 뜻하는 걸까.
그 뭉글뭉글한 몬스터의 대장 같다고? 새로운 모욕인가? 아니면 귀엽다는 건가? 귀여운 건 맞지만 슬라임을 닮지는 않았는데.
에이얀이 고민하는 사이, 아이들이 말을 이어 갔다.
“진짜 박스에 있는 그림이랑 똑같아. 예쁘다.”
“베일린, 저기 봐. 슬라임 마스터야.”
“와, 진짜네……. 엄청 예쁘다.”
아이들은 시종일관 키네미아를 가리키면서 저기에 슬라임 마스터가 있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아, 그 슬라임 때문인가.’
리온 상단주인 미카엘라가 슬라임 장난감을 팔아먹으면서 박스에 키네미아를 모델로 그려 놓았다는 건 에이얀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슬라임은 영지 내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었기에 평소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들이 키네미아를 알아본 모양이다.
이 사실을 알아채고 말해 주려던 에이얀은 키네미아가 왜 듣지 않으려 하는지 몰라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낌새 같았는데.
어느새 멀찍이 떨어진 키네미아는 우울한 기색을 잊어버리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있었다.
에이얀이 뒤를 바짝 따라잡자 조금 풀이 죽은 투로 키네미아가 입을 열었다.
“……에이얀.”
“응.”
“……너는 계속 내 친구지?”
“그럼. 당연하지.”
에이얀이 빙긋 웃었다. 그는 지금 그녀가 무슨 오해를 하는진 몰라도, 이대로 내버려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 *
둘은 왁자지껄한 거리를 구경하고 연주가들의 공연을 보며 동전을 던졌다.
키네미아가 금화를 던지는 바람에 소동이 일고 에이얀이 가판을 털다가 키네미아에게 훈계를 듣는 사이, 어느새 주위가 완연한 어둠으로 물들었다.
펑- 펑-
축제의 마지막. 클라이맥스인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우르르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던 둘은 가만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불꽃이 거대한 꽃 모양으로 하늘을 수놓다가 사라졌다.
“벌써 터져? 결국 좋은 자리는 못 잡았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불꽃이 잘 보이는 명당은 다 놓쳐 버렸다.
“어딜 가는가 했더니…….”
“음?”
에이얀이 피식 웃더니 키네미아를 잡고 손을 튕겼다.
딱-
순식간에 눈앞의 풍경이 달라졌다. 둘은 근방에서 제일 높은 첨탑 위에 앉아 있었다. 아래로는 붉은 지붕들이 보였고, 불꽃은 두 사람의 바로 정면에서 터지는 중이었다.
엥!
휭- 바람이 불자 치맛자락이 펄럭였다.
이를 가다듬다가 발밑이 까마득하다는 것을 실감한 키네미아가 에이얀의 옷깃을 잡았다.
안 떨어지겠지? 조금 불안하네. 그녀가 꾸물거리며 불안해하니 에이얀이 허리를 잡아 옆으로 끌었다.
“잡아. 안 떨어지게.”
그가 손을 내밀며 생글생글 웃자, 키네미아가 손을 맞잡고 그의 옆에 바투 달라붙었다.
펑- 펑- 퍼펑-!
마침 불꽃들이 연이어 터졌다.
주홍빛 불꽃들이 민들레 솜털이 날리듯 동그랗게 퍼졌다.
“불꽃놀이는 성에서 보는 것보다 여기서 보는 게 더 예쁘다.”
키네미아가 눈에 불꽃의 반짝이는 빛을 담았다.
“있잖아, 에이얀. 해변 쪽에 보면 작은 섬 하나가 있거든? 바다 축제가 열릴 때마다 그 섬에서 어른들만 뭐 하는 것 같던데, 다음에 우리 거기 가 보자. 마법으로.”
마법으로는 금세 오갈 수 있잖아. 그녀가 들뜬 어조로 말하자 에이얀이 난처한 듯 웃었다.
“거기는 같이 못 갈 것 같은데.”
“응? 왜?”
“이제 헤어질 시간이니까.”
엥?!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어디 가?”
“마탑에.”
“아아…… 마탑.”
역시 돌아가는구나.
지금껏 팽팽 노는 모습만 봤지만, 일단 에이얀은 리카샤니까 뭔가 해야 하겠지. 수련이라든가, 연구라든가, 의뢰라든가…… 뭐든.
“서운하시겠네요.”
유모가 한 말이 문득 머릿속을 맴돌았다.
‘……진짜인가 봐.’
괜스레 헛헛한 마음이 들어 키네미아가 눈을 내리깔았다.
어쩐지 진 기분이다. 에이얀이 떠나도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젠장.
섭섭한 기분이라는 걸 들키지만 말자. 창피하니까.
그녀가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너도 이제 슬슬 돌아갈 때가 됐지. 리카샤잖아.”
퍼엉-
지금까지 중에 제일 거대한 불꽃이 터졌다. 이제 고층에 익숙해진 키네미아가 다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줄곧 조용하던 에이얀이 불쑥 말했다.
“네가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