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5)
먼치킨 길들이기 5화
맹한 표정으로 가신들을 돌아본 키네미아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게 아닌데…….’
머릿속에서는 완벽했는데!
가신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머리끝까지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그냥 지금 죽고 다시 환생할까?’
무릎이 너무 아파서 찔끔 나온 눈물까지 눈가에 그렁그렁 매달려 있었다.
일어나지도 못하고 무슨 말도 못 하는 대치 상태에서, 그렁그렁 매달려 있던 눈물이 톡, 하고 떨어졌다.
그러자 가신들이 맹렬하게 두 팔과 고개를 젓기 시작했다.
“아니, 괜찮습니다! 대공녀……!”
“그래요. 저흰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대공녀!”
“정말입니다. 저흰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진정한 대공으로 성장하려는 아이의 기를 죽이지 않기 위해, 가신들이 최선을 다해 방금 있었던 사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키네미아는 손등으로 얼른 눈물을 훔쳤다.
“……정말인가?”
“예, 예.”
다시 시작할까?
그래도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키네미아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참 나, 권력이란!
그렇게 키네미아가 권력에 취해 일어서려던 그때였다. 어느새 에이얀이 슬그머니 다가와 그녀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번쩍 들어 올렸다.
“……?!”
키네미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에이얀은 다른 이들이 놀라든 말든 키네미아를 의자 위에 사뿐히 앉혀 주었다. 그러고는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혼자서는 못 올라가실 것 같기에.”
“아…….”
가신들 사이에서 다시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키네미아는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그러자 키네미아의 절망을 느낀 가신들이 겁 없이 에이얀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대공녀께서는 혼자 앉을 수 있으셨다!”
“대공녀께서는 넘어지지 않으셨다! 주저앉았을 뿐이야!”
“맞아! 다리가 조금 짧으셨을 뿐이다!”
“이놈! 저 무례한 놈! 육시럴 놈! 대공녀께서 지금은 쥐똥만 하지만, 우유를 더 드시고 무럭무럭 커서 너보다 더 커질 게다!”
“대공녀께 쥐똥이 무슨 망발이란 말이오! 대공녀께서는 요오오오정이라 그러십니다! 아직 인간으로 탈피가 덜 되었기 때문에 저렇게 평균치보다 짧은 것뿐이란 말이오!”
“아무리 대공녀가 귀엽고 깜찍해도 그렇지, 요오오오정이 뭐요! 주책없이!”
“요오오오오정님의 날개는 마음이 착한 자밖에 보지 못하니 모르는 거요!”
“아니, 그래서 지금 내가 못돼 처먹었단 뜻이야?!”
“당연하지 않소! 요오오오오정님의 날개가 안 보인다는데!”
물론 더 수치스러울 뿐이었다.
가신들이 그렇게 왁자지껄하는 사이에 키네미아는 조금 울었다.
* * *
“……그다음 사안입니다. 해안 근방에서 마물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비행체 3구가 발견됐습니다.”
키네미아와 가신들이 진정하게 된 건 그로부터 15분이 지난 후였다.
그 시간 동안 ‘죽고 싶다.’, ‘여기서 뛰어내릴까.’, ‘내가 그렇게 짧은가.’ 따위를 생각하던 키네미아는 곧 제정신을 차리고 다시 엄한 목소리로 앉으라 말했고, 가신들이 모두 자리에 착석한 뒤에야 회의를 시작했다.
“그래?”
“예. 비행체들은 발견 즉시 대기하던 궁사들에 의해 사살됐습니다. 그런 이유로 다행히 부상자는 없고 마을의 피해도 없다고 합니다. 현재는 근방에 새로운 던전이 출몰했는지에 대해서 조사 중에 있습니다.”
마물이라……. 키네미아가 생각에 잠겼다.
마물은 정령이나 신수가 변이한 것으로, 본능적으로 마을을 습격하고 사람을 해치는 존재였다.
그러나 힘이 있는 자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기도 하다.
마물의 부산물은 돈과 무기, 방어구가 되니까.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는 마물을 제작 재료로 사용하지 않던가. 원작에서 그걸 사용하는 건 몇 년 뒤…….’
그때 생각에 잠긴 키네미아를 본 데니스 백작이 로메오 남작에게 매서운 시선을 날렸다. 이에 로메오 남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체란 이렇게 날아다니는 겁니다, 대공녀.”
로메오 남작은 진지한 얼굴로 팔을 펼쳐 날개처럼 퍼덕거렸다.
“……?”
“퍼덕이. 새 많이 보셨죠? 새 같은데 훨씬 크고 나쁜 겁니다.”
그는 굳은 키네미아를 보고 더 힘차게 날개를 퍼덕거리다가 키네미아에게서 반응이 없자 다른 가신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모두가 날개를 퍼덕거렸다.
모두 하나같이 잘생긴 미중년들이었으나, 중년 남자 넷이 전위 예술가처럼 팔을 퍼덕이는 걸 보는 건 그다지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
당황한 키네미아가 흐린 눈을 하는데,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에이얀이 귓속말을 했다.
“아무래도 다들 미친 것 같은데, 죽일까?”
“오, 오해야.”
가신 아저씨들은 미친 게 아니라 일을 열심히 하는 것뿐이었다. 아마도…….
“그럼 그…… 잡은 퍼덕이들은 어떻게 하지?”
“마물의 사체는 상단에 판매하게 됩니다.”
“로메오, 이제 그만 날아도 돼.”
“예, 하강하겠습니다.”
로메오 남작이 팔을 내렸다.
“그러고 보니 이제 병장기를 갈 때가 되었지 않나?”
데니스 백작의 물음에 로메오 남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곧 예산안을 올리겠습니다.”
“마물의 독 때문에 예산이 크게 나가는군.”
“별수 없지. 철도 녹이는 독이니.”
브륀 백작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시도 때도 없이 마을을 습격하는 마물들의 피는 전부 독이다. 그리고 그 독은 철을 쉽게 녹여 버려서 무기와 방어구들을 빠른 주기로 교체해야만 했다.
흠, 키네미아는 침음성을 흘리는 가신들을 바라보면서 눈을 도르륵 굴렸다.
돌아가신 아빠가 돈은 꽤 모아 두셨다만- 이런 식으로 예산이 줄줄 흘러나가기 시작하면 영지는 빈곤해질 테고, 병장기를 새로 구비할 수 없게 되고, 마물에 대응할 수 없어질 테고.
머릿속에 어두운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화가 난 영지민들.’
‘리온의 악녀.’
‘원한.’
‘단두대.’
뎅겅-
핫! 키네미아가 주먹을 꾹 쥐었다.
‘업그레이드해야 해……!’
보통 무기가 아니라 마물을 잡는 병장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원작의 기억에 의하면 마물의 사체를 가공할 수 있는 힘과 기술을 가진 이들은 추후에 등장했다.
‘일단 마물을 재단하려면 오러가 필요하니.’
각고의 노력 끝에 오러를 만들 수 있게 되더라도 보통은 기사의 길을 걷지, 대장장이의 길을 걷지는 않는다.
게다가 상등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름의 기술도 필요하고.
그렇지만.
‘베히모스가 있다면……!’
베히모스는 2년 뒤 있을 북부의 전쟁터를 전전하던 두 명의 무기상을 뜻했다.
작중에서는 베히모스가 다룰 수 없는 광물은 이 세상에 없다고 표현될 만큼 최고의 실력자들로, 주인공 일행에게 검을 만들어 준 것도 그녀들이었다.
그렇게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던 베히모스가 직접 전장을 전전하는 무기상이 된 이유는 누명 때문이었다고 했다.
시골 어귀에서 의뢰를 받아 근근이 살아가다가 살인 누명을 쓰고 제국 북부 경계에 있는 설원으로 도망쳐 정착했다고 하는데…….
‘이참에 데려와야겠어.’
누명을 쓰기 전에 베히모스를 데려올 수만 있다면 좋은 병장기로 영지는 안전해질 테고, 예산도 줄줄 새어 나가지 않을 테고.
‘원한 살인의 미래도 안녕이겠지!’
이내 결심한 키네미아가 빙긋 웃는 얼굴로 가신들과 눈을 맞췄다.
“……음.”
그러다가 다시 눈을 도르륵 굴렸다.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내가 정체불명의 여자 둘을 데려와서 무기를 좀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물으면, ‘그건 말이야, 내가 전생에 읽었던 책에서 나온 여자들이거든.’은 당연히 안 되겠고.
“으음…….”
키네미아가 무언가 말할 듯 말 듯 입을 벙긋거리자 가신들이 힘을 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핫!’
아니야! 그러지 않아도 돼. 부담스러우니까!
그러나 가신들은 키네미아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얼굴로 두 주먹을 붕붕 휘두르기까지 했다.
‘……정신 사나우니까 그만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