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51)
먼치킨 길들이기 51화
“그래서 남작이 여기에 어떻게 들어왔지? 후원은 외부인 출입 금지야.”
미모를 믿고 이리 건방진가? 그럴 만한 외모이긴 한데.
예쁜 잡역부는 대답을 기다리면서 호미를 능란한 손길로 휙 돌려 잡았다. 여차하면 호미로 정수리를 깨 주기라도 할 것인 양.
‘말해.’라는 듯 소녀가 턱짓하자 남자는 손을 내저었다.
“아,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길을 잘못 들었을 뿐-”
“아가, 실험은 잘되어 가고 있는고?”
어떻게든 변명을 해 보려던 차, 교각 위로 슬렁슬렁 나타나 말을 끊은 이는 여우 같은 인상의 미남자였다. 이국적인 가운을 느슨히 걸쳐 입고 연초를 문 그는 다리 중앙까지 올라와 밑을 내려다보았다.
쌍꺼풀 없이 기다란 눈이 남자를 향했다. 남자는 그를 곧장 알아보았다.
‘……!’
허리춤에 술병을 2개나 달고 있는 걸 보아하니, 저자가 바로 혜민원의 원장. 연금술사들의 정신적 지주. 쉔 티엔 싱하이일 것이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활짝 웃은 소녀가 옷을 탁탁 털고 일어섰다. 무심한 한량 같던 그의 표정은 소녀를 보고 한결 누그러졌다. 시선이 남자를 향하자 다시 굳어졌지만.
“한데 그쪽은?”
날카로운 말투였다.
“저는 혜민원에 포션을 사러 왔다가 길을 잃은-”
“침입자요.”
남자가 재차 변명을 늘어놓으려는데, 키네미아가 자르듯 말했다.
“……?!”
남자는 키네미아를 빠르게 돌아보았다.
“교단 쪽인 것 같아요.”
“아니, 저는 정말 길을 잃었을 뿐-”
“길을 잃었는데 다리 밑으로 숨을 이유가 뭐 있겠어요.”
키네미아가 어깨를 으쓱 들어 올렸다.
예리해! 급박한 나머지 아무렇게나 둘러대는 바람에……. 남자가 당혹스러워하는 와중에 쉔 티엔이 다리 밑으로 착지했다.
품에 손을 넣은 쉔 티엔은 후- 연기를 내뿜었다.
“변명해 보게.”
식은땀이 삐질삐질 흐르기 시작했다.
“사, 사실 이 아가씨께서 무척 아름다우셔서 말을 걸어 보려고…….”
쉔 티엔의 눈썹이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키네미아에게?”
“예?”
키네미아라면 연금술을 들여온 바로 그 대공녀가 아닌가…….
“그럼 저 아가씨가 대공녀……?”
남자의 목에 장침이 꽂힌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끅-”
숨넘어가는 신음과 함께 남자가 풀썩 쓰러졌다. 바로 정신을 잃지는 않은 건지 그는 거품을 물며 발작했다.
“끄극, 끄으으윽!”
“차라리 교단이라고 솔직히 불었어야지.”
후- 연기를 내뿜은 쉔 티엔이 발로 남자를 밀며 중얼거렸다.
교단이라고 했으면 바로 기절시켜 주었을 것을. 왜 키네미아를 들먹여서 괜한 화를 부르고 그러나.
* * *
연금술사들이 쓰러진 남자의 목덜미를 질질 끌고 어딘가로 향했다.
호미를 들고 선 키네미아는 대체 저 습격자는 어디로 가서 어떤 취급을 받는 건지 궁금해하며 그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교단은 매일 지치지도 않나 보군.”
쉔 티엔이 연초를 물었다.
근래 혜민원에는 교단의 세작이 기승이었다. 불을 지르려다 들키기도 하고, 밤사이에 탕약기를 다 깨 놓기도 하면서 방해 공작을 심심찮게 벌여 왔는데,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바로 혜민원을 무너트리는 것.
쉔 티엔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키네미아가 혼잣말처럼 뇌까렸다.
“레드둠 사건의 영향이 그렇게 컸나…….”
교단의 이런 무모한 습격과 잠입이 시작된 건 5개월 전, 대공령이 전염병 ‘레드둠’ 창궐을 효과적으로 막은 이후부터였다.
전국적으로 발생해 아직도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는 전염병 레드둠을 대공령에서는 혜민원 덕분에 막을 수 있었다.
그런 상황을 알게 된 황제는 연금술사를 인정하고 혜민원을 치하했다.
흠, 신음을 내뱉은 키네미아가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그렇다고 신전이 이렇게까지 혜민원을 견제한다는 건 아귀에 맞지 않는다.
혜민원은 대공령에 있는 본점과 분점 두어 개가 전부.
혜민원이 대공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전국에 퍼져 있는 신전에 비하면 영향력이 극도로 한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레드둠 사건으로 연금술에 관심을 보이는 영주들이 있기는 했지만, 하나같이 신전과 그들의 뒷배인 로슬린 공작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굴긴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연금술에 흥미가 있어도 나와 손을 잡고 로슬린 공작과 척을 지고 싶지는 않겠지.’
로슬린 공작은 제국에서 제일 큰 힘을 가진 귀족 중 하나였다. 제국 소속인 이상 그의 입김을 피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혜민원의 이름을 숨겨 달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까지 할 정도였으니……. 물론 단칼에 거절했지만.
그럼 뭐지? 키네미아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내가 지나치고 있는 게 있나.’
아니면 그냥 신전이 과민 반응하고 있다거나.
‘엥, 진짜 그건가.’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그거 외에는 달리 떠오르는 가정이 없었다.
‘참 나, 욕심도 많은데 예민하기까지.’
신전이 뭐 그래.
신전의 과민 반응으로 간단히 결론 내린 키네미아가 입을 열었다.
“혜민원의 이름값이 너무 높아졌나 봐요.”
“그게 다 네 탓 아니냐.”
쉔 티엔이 무심히 답했다.
시골 어귀에서 정체불명의 병이 돌고 있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키네미아는 연금술사를 파견해 치료 약을 개발하고 전염병을 옮기는 매개체인 멧돼지들을 사살하라 지시하는 한편, 근방 멧돼지에 현상금을 걸어 기존 영지민들의 피해를 극소화시켰다.
대공녀의 신속하고 적절한 상황 판단 덕에, 대공령은 레드둠에 의한 피해가 전혀 없는 지역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맞습니다. 다 아기 선녀님께서 정확히 지시해 주신 덕이지요.”
이야기에 끼어든 것은 갓 수련생을 졸업한 혜민원의 젊은 연금술사였다.
“에이, 그렇게 띄워 주지 않아도 돼.”
볼을 붉게 물들인 키네미아가 유순히 웃었다.
이에 저도 남자라고 연금술사의 볼이 화르륵 달아오르자, 쉔 티엔이 미간을 파삭 찌푸렸다.
‘어디서 감히.’
쉔 티엔은 키네미아를 품으로 끌고 연금술사를 향해 손을 휘휘 저었다.
“왜 일도 안 하고 여기서 노닥거리고 있는 게냐! 가서 싸게싸게 일해!”
“예에…….”
젊은 연금술사가 눈치를 보며 재개 다리를 놀렸다.
싱 카칸보다 더한 미친놈이 마탑으로 돌아간 이후로, 연금술사들은 키네미아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는데-
사내놈들이 문제였다. 갈수록 아름다워지는 키네미아만 보면 다들 시선을 떼지 못하고 말을 걸지 못해 안달이었으니까.
쉔 티엔은 변변찮은 놈들이 키네미아에게 치근덕거리는 모습이 영 못마땅해 연초를 뻑뻑 피워 댔다.
“아가, 내 저 사내놈들 앞에서 웃어 주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하지 않았느냐.”
그리 말하는 쉔 티엔이 인상을 잔뜩 쓰고 있었기에 키네미아가 웃으며 말했다.
“고작 한마디 나눴는 걸요.”
“사내놈들은 여자가 저를 보고 웃기만 해도, 머릿속에서 너랑 혼례를 올리고 짐, 샘, 톰이라는 애를 셋 낳고 손주를 6명 본 후에 노후를 준비하는 놈들이다.”
거기까지?! 키네미아는 그 찰나에 거기까지 상상할 수 있다니 엄청난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대단하네요. 그 잠깐 동안에.”
쉔 티엔은 키네미아의 영혼 없는 대꾸에 소리 없이 혀를 찼다.
제 말이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인 것을 언제 알게 될는지…….
이제 훌쩍 큰 키네미아는 올해로 벌써 17살이었다. 공식적으로 성인이 된 해인 데다가 대귀족이기까지 하니 슬슬 혼인도 생각할 나이가 아닌가.
“여하간 연금술사 놈들은 안 돼. 여자는 자기보다 돈 많고 잘난 놈을 만나야 뒤탈이 없다.”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연애라든가 혼인 생각은 없어요. 전혀. 하나도.”
의아해하는 쉔 티엔의 얼굴을 마주 보며 키네미아가 생긋 웃었다.
쉔 티엔은 모르겠지만, 키네미아는 원작에서도 구혼장 한 번을 못 받아 보았던 리온의 악녀였다.
평판 제로. 악명 최상. 원한 수두룩.
지금도 밖에 나가면 저를 보고 힐끔거리며 수군거리기 일쑤인데.(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악녀라고 욕을 하는 것이리라.)
원작에서보다 가진 건 많으니, 해 봤자 자신을 이용하려는 어중이떠중이나 접근하겠지.
이미 ‘영 앤 리치 앤 핸섬’한 남편은 포기한 지 오래!
대세는 비혼이다!
나 홀로 영주 노릇 하면서 잘 먹고 잘살고 잘 노는데, 남편이 뭐가 필요인가!
‘더구나 자발적 비혼이라고 생각하면 마음도 편해져……!’
키네미아 리온(17살/아직도 대공녀)은 괴로운 현실에 순응하는 정신 승리법을 이미 터득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