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59)
먼치킨 길들이기 59화
* * *
키네미아는 로슬린 공작에게 양해를 구한 후에 연회를 떠나려 했다.
하지만-
“저 잘생긴 리카샤님과 한 곡 추고 가시는 거죠?”
“네에?!”
로슬린 공작 부인이 소녀같이 웃었다.
왜죠. 제게 왜 그런 시련을 주려고 하시나요.
“어쩐지 아무한테도 눈길을 안 주시더라니, 저런 분이 있으실 줄이야. 직접 보니 이해가 되네요.”
저런 분이 있을 줄 몰랐던 건 키네미아도 마찬가지였다.
‘5년 만인가.’
뒤를 힐긋 보니 영애들 몇이 에이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에 공작 부인은 절대 뺏기면 안 된다면서 등을 밀어 댔다.
에이얀은 제게 모인 이들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다가, 키네미아가 자신을 쳐다보자 냉랭하던 표정을 곧장 풀었다. 다정히 웃던 그가 꼬리를 흔드는 것처럼 성큼 다가왔다.
“미아.”
“데뷔탕트의 꽃은 춤이잖아요, 대공녀. 이대로 넘기면 평생 후회하실지도 모른답니다.”
가까이서 보니 더 잘생겼다면서 감탄을 연발하던 공작 부인이 잘해 보라는 듯 윙크하며 멀어졌다.
‘엥!’
키네미아가 우리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변명할 새도 없었다.
왜 이렇게 된 거야! 당황과 혼란으로 눈앞이 캄캄했다.
눈 한 번 딱 감고 그냥 출까 싶다가도-
‘낯설어. 낯설다고.’
춤을 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에이얀인데 에이얀이 아니다. 얼굴도, 몸도 전부 낯설어져 있었다.
그렇게 키네미아가 주저하는 사이- 세상에서 제일 눈치 없는 척 뻔뻔히 굴지만, 사실 눈치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에이얀이 공작 부인의 속내를 파악하고 손을 내밀었다.
“한 곡 함께할 수 있을 영광을 청합니다, 대공녀.”
키네미아는 머뭇거리며 손을 올렸다. 손을 쫙 펴서 올려도 마디가 한참 남을 정도로 그의 손은 컸다.
“……기꺼이.”
그러자 에이얀이 다가와 허리를 잡았다. 힉! 키네미아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이내 스텝을 밟기 시작하니 따끔따끔한 시선이 몰려들었다.
원한 스킬이 발동된 것처럼 어그로가 끌리는 기분이었다.
“아까 그 사람들한테 친절하게 좀 대해 주지.”
내 원한이 불어나지 않게 말이야. 키네미아는 이 얼굴과 뒤통수의 따끔따끔함이 모두 원한일까 싶어 불안해졌다.
그에 에이얀이 둥글게 눈을 휘었다.
“친절했는데, 몰랐어?”
“그게?”
“지금 멀쩡히 걸어 다니잖아.”
그게 무슨 뜻인데?!
“오늘은 퍽 기분이 좋으니까. 너도 내 앞에 있고.”
에이얀이 허리를 안은 팔에 힘을 주며 즐겁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다 키네미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걸 발견하곤 음- 하고 말을 늘이더니 능청스레 덧붙였다.
“농이야.”
다분히 진심이지만, 네가 바라는 대답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뻔뻔한 얼굴이었다.
예전의 에이얀처럼.
작게 웃은 키네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정말 에이얀이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미아.”
“응.”
“미안한데, 내가 친절해질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선을 긋는 것처럼 진지한 투였다. 대번에 말문이 막혔다.
“……미안할 것까지야.”
왠지 목소리가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심장은 제멋대로 쿵쿵 뛰고 있다.
왜? 이해할 수가 없다. 아까는 긴장이었지만, 지금은 긴장할 이유가 없는데.
왜지? 긴장? 왜? 눈썹을 늘어트린 키네미아는 에이얀의 손에 이끌려 빙글 돌며 물음표를 띄웠다.
왜?!
“아.”
몸을 돌던 키네미아가 에이얀의 발을 쿡 밟았다.
“괜찮아. 안 아파.”
“……안 물어봤어.”
민망했던 키네미아가 쭈굴쭈굴해져서 대꾸했다.
그 모습에 에이얀이 낮은 웃음소리로 목을 울렸다.
“우리 미아는 내가 걱정도 안 돼? 왜 안 물어보지?”
“물어보기도 전에 말했잖아.”
“내 잘못이네.”
“응.”
불퉁하게 답한 키네미아가 미안한 기색을 완연하게 내보이며 눈을 굴리자, 에이얀은 올라가려는 제 입꼬리를 애써 가라앉혔다.
키네미아를 괴롭히고 싶은 건 아니지만, 자극을 참기 어려웠다.
그는 부러 발을 내밀어 키네미아가 제 발을 몇 번이고 밟게 했다.
“읏.”
“엥.”
“에엥?!”
안절부절못한 키네미아가 결국 눈물을 그렁그렁할 때까지.
키네미아의 당황을 한껏 즐기던 에이얀은 저놈의 나쁜 성격은 숨겨지지도 않는다면서 스승이 전음으로 노발대발하자 그제야 그만두었다.
“괜찮다니까, 응?”
정말 괜찮다면서 다정하게 속삭이니 키네미아는 겨우 한시름 놓은 듯했다. 빙긋 웃은 에이얀은 굳이 따지자면 먼저 귀엽게 군 쪽이 잘못 아니겠냐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우리 미아. 나 없는 동안 잘 지냈어?”
말똥말똥한 눈을 한 키네미아가 빠르게 답했다.
“응. 완전.”
“말이라도 아니라고 해 줘야지. 서운하게.”
서운한 건 내 쪽이잖아. 키네미아가 입을 다물었다.
처음부터 에이얀은 늘 이런 식이었다. 갑자기 나타나고 갑자기 사라지고. 이렇다, 저렇다 내게 알려 주는 것 하나 없이.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에이얀은 너 없이 지내기 힘들었다며 연신 칭얼거렸다.
“그런데 아까 그 까마귀는 뭐였어?”
“내 사역마.”
“사역마? 종달새 아니었어?”
“종달새는 스승님의 사역마야.”
“아아, 까마귀구나…….”
키네미아는 문득 리온의 문양을 떠올렸다.
“응, 네 상징이니까.”
담담히 말한 에이얀의 말에 키네미아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내 상징이니까?’
그사이 홀을 가득 메우던 선율이 끝났다.
에이얀은 손을 놓기 싫다는 듯 꾹 잡았다가 놓았다.
의아해하던 키네미아는 치맛자락을 올려 그에게 인사했다.
14장 네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로슬린 공작의 영지에 네 번째 혜민원 분점을 내기로 하면서, 연금술에 관심을 보이던 귀족들이 속속들이 키네미아에게 서신을 보내기 시작했다.
데뷔탕트가 끝난 지 2주도 되지 않아 벌써 3개 지역이 확정된 상태였다. 혜민원의 연금술사들은 전부 기뻐했고.
“아기 선녀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님이신가 봅니다!”
가신들은 입이 마르게 찬양을 해 댔다.
“역시 우리 요오오오정님께서 해내지 못하는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소!”
키네미아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칭찬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제법 뿌듯한 나날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으니…….
‘교단.’
로슬린 공작과 손을 잡자 교단은 더더욱 집요하고 옹졸해지기 시작했다.
교단은 큰 골칫덩이지만 키네미아가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부류였다. 명확한 증거를 잡아서 중앙으로 보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나, 쉬이 꼬리가 잡히질 않았다.
교단이 바보 집단은 아니었으니, 인명 피해가 있을 정도의 선을 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줄곧 좀스럽고 구질구질하게 괴롭힐 뿐이지.
그러다 보니…….
“귀찮고 날쌘 파리 떼에게 괴롭힘당하는 것 같아.”
귀찮아! 엄청나게 귀찮아! 파리가 귀에서 윙윙대는데 잡지도 못하고 그저 허우적대는 기분이었다.
혜민원 문 앞에 시뻘건 글씨로 낙서를 해 놓는 바람에 여기 달라붙어 지우는 청소부들을 볼 때면-
‘아, 그냥 계급장 떼고 전면전으로 가자고!’
이렇게 교단 앞에서 소리치고 싶을 정도였다.
생각하니 또 열 받네. 울컥한 키네미아가 호미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파리는 잡으면 되잖아.”
그때 다정히 말한 에이얀이 눈을 맞춰 왔다.
지난 5년간 세상 혼자 컸는지, 무럭무럭 자란 에이얀은 혜민원 후원에 있는 교각 난간에 걸터앉은 채여도 키네미아와 시선이 맞았다.
‘마음에 안 들어.’
뚱한 얼굴로 팔짱을 낀 키네미아가 말을 받았다.
“그게 안 되니까 그렇지. 나같이 원한 많은 대귀족이 나섰다간 일이 더더더 커질걸. 그러니 그쪽에서도 내가 맞불을 놓길 기다리는 걸 테고. 혜민원에 피해가 갈 수도 있어.”
잠자코 듣고 있던 에이얀이 불쑥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그럴 필요 없이 부탁만 하면 되는데.”
“응?”
“부탁하면 되잖아. 나한테.”
에이얀이 친절히 미소 지었다. 네 바람이 뭐든 이뤄 줄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