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60)
먼치킨 길들이기 60화
이에 키네미아가 마땅찮다는 듯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마탑이 교단과 맞붙겠다는 거야?”
마탑에는 상대도 안 될 테니 맞붙는다는 말은 어폐가 있을 수 있겠다.
“음, 아니. 그게 아니라-”
에이얀이 꽃을 피우듯 해사하게 웃었다.
“내가 교단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거지.”
……인간 청소?
순간 사제들로 이루어진 시체의 산을 떠올린 키네미아가 흐린 눈을 했다.
“안 돼.”
그러자 에이얀이 낑, 소리를 내는 강아지처럼 어깨를 늘어뜨렸다. 키가 크고 관능적인 미모를 가진 남자의 귀여운 척을 보면서 키네미아는 눈매를 좁혔다.
아이러니한 모습에도 어색함이 없다. 뭐든 얼굴이 완성이라 이건가.
“불편하면 변장하고 갈게. 그럼 되지?”
에이얀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 것처럼 눈을 빛냈다.
그 모습을 보며 키네미아는 이대로 에이얀과 함께 있다가는 죽어서도 좋은 곳에 가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되겠어?”
키네미아가 눈매를 좁혔다.
에이얀이 나서기 전에 교단의 횡포를 막아야겠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녀가 머리를 굴리던 때였다.
잠시 시선을 옆으로 돌렸던 에이얀이 슬쩍 키네미아의 손목을 잡아 제 품으로 당겼다.
“미아, 잠깐 나 좀 봐.”
“왜. 뭔데?”
“벌레 붙었어. 엄청 큰데.”
“힉!”
“내가 쫓아 줄게.”
낮게 웃은 에이얀이 키네미아가 제 어깨를 잡도록 이끌었다.
바짝 언 키네미아는 에이얀의 어깨에 손을 얹고 몸을 가까이 기울였다.
“어디? 어디 있어?”
“잠깐만. 가만히 있어 봐.”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한 에이얀이 눈동자를 옆으로 돌려 젊은 연금술사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가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다.
에이얀은 그를 가늠하듯 훑었다. 방금까지 키네미아를 향하던 눈빛과 가벼운 발걸음, 그리고 손에 든 분홍색 꽃다발까지.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샤덴위?
5년 전만 해도 어린 수련생이었던 소년은 이제 어엿한 성인 남성으로 자라 있었다.
언제부터일까. 키네미아가 성인이 된 이후에? 아니면 5년 전부터?
에이얀은 소리 없이 혀를 찼다.
5년 전에는 미처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는데. 제 부재 동안에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어야 했는데.
돌연 에이얀의 사나운 마력이 단숨에 영역을 넓혀 퍼져 나갔다.
순간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압도적인 마력이 샤덴위의 앞을 막아섰다.
그도 에이얀의 노골적인 경계를 알아차렸으리라. 긴장된 공기가 스산한 새벽의 안개처럼 자욱해졌다. 마른침을 삼킨 연금술사의 목울대가 옴짝거렸다.
이윽고 힘이 풀린 듯 연금술사의 손에서 꽃다발이 떨어졌다.
키네미아의 긴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리던 에이얀은 샐쭉 입꼬리를 올렸다.
“에이얀, 벌레 갔어?”
“갈 것 같아.”
오만한 투로 말한 에이얀이 터덜터덜 돌아가는 연금술사를 흘겼다.
내심 저 남자와 자신을 비교했다. 무의식이 키네미아에게 그보다 자신이 더 나은 선택지라는 걸 판단한다. 그를 같잖은 남자라 평하고 안도하면서도, 이렇게 구는 스스로가 어처구니없어 실소가 나올 정도였다.
그가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이것저것 신경 좀 써야겠네.”
“응?”
“아무것도 아니야. 오늘 뭐 해야 한다고 했지?”
“자령초 키우러 갈 거야.”
‘정성과 마음으로 자령초 키우기’는 요즘 키네미아의 매일 일과 중 하나였다.
성과는 없었지만.
왜 안 크는 거지? 첫날에는 분명히 되는 것 같았는데. 정성이 모자랐나? 키네미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자령초? 물을 구했어?”
에이얀이 의외라는 기색으로 물었다.
“물을 구하다니?”
“자령초는 함스 온천수로만 자라잖아.”
“……응?”
“응?”
되묻는 에이얀을 향해 키네미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이 아니라, 방금 자령초를 키우려면 함스 뭐라고 하지 않았어?”
“함스 온천수. 자령초를 던전 밖에서 키우려면 그 물로 재배하는 수밖에 없잖아.”
키네미아가 입을 벌렸다.
“뭐?! 정성과 마음으로 키우는 거 아니었어?!”
그러자 에이얀이 웬 정성과 마음이냐는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지금까지 어떻게 키우고 있었는데?”
……어떻게 키웠냐고? 키네미아가 눈을 도르륵 굴렸다.
그러니까 정성과 마음으로……!
“어, 그게…… 자령초야, 미안해? 하면서…….”
그녀가 자령초를 아기처럼 안고 쓰다듬는 시늉을 보였다.
키네미아의 눈동자가 불안으로 격하게 흔들리자 에이얀은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써야만 했다. 그가 기다란 손으로 입매를 가린 채 물었다.
“……왜 미안한데?”
“같은 약초를 학살하는…… 혜민원 앞에서 키우니까…….”
입꼬리를 늘어트린 키네미아의 말끝이 수그러들었다. 에이얀의 눈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급작스레 수치심이 이는 터라 눈물까지 그렁그렁 차올랐다.
에이얀은 한 손으로 얼굴을 전부 가린 채 어깨를 떨었다.
“웃지 마. 웃으면 당장 여기서 혀를 깨물어 버릴 거야. 진짜야……!”
“아니야. 안, 안 웃었어.”
“웃고 있잖아! 참는 것뿐이잖아!”
“큼, 안 웃었다니까. 미아, 식물은 그렇게 자라는 게 아니야.”
“그건 나도 알아! 그런데 그때는 그럴 만한 분위기였다고! 그때는 정말 다들 같이했는데 막 싹이 날랑 말랑 하고 그래서……!”
키네미아가 손짓, 발짓으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려고 애썼다.
“응응. 다 알아. 그랬겠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은 에이얀이 달래듯 답하니 키네미아가 진저리를 쳤다.
싫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예절과 상식을 다 팔아먹은 에이얀한테 그런 소리를 듣다니!
키네미아가 두 팔로 얼굴을 가리고 스스슥 몸을 무너트린 후에 제자리에서 쪼그려 앉았다.
그에 에이얀이 키네미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동정하지 마.”
“그게 아니라, 그냥 우리 미아가 귀여워서.”
키네미아가 눈을 질끈 감고 소리를 높였다.
“귀엽다고도 하지 마!”
“사랑스러워서.”
“사랑스럽다고도 하지 마! 놀리지 말란 말이야! 바보야!”
키네미아가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치자 에이얀이 잘못했다며 한참 동안 어르고 달랬다.
“……그런데, 함스 뭐시기는 어떻게 알았어?”
“책에서 본 적이 있어. 던전 식물학 쪽.”
“그런 책도 읽어?”
“응, 마탑 서고에 있는 책은 다 외우고 있어.”
에이얀이 예쁘게 웃었다.
“그걸 다……?”
“응. 뭐 궁금한 거 있어?”
“아니.”
아, 얘 천재였지……. 또 기분이 싱숭생숭해졌다. 세상 불공평한 것 좀 봐.
키네미아가 세상에 침을 뱉는 동안, 에이얀의 하얀 손이 키네미아의 손목을 잡고 내려와 손끝을 부드럽게 쥐었다.
“알려 줬으니 칭찬해 줘.”
“칭찬?”
에이얀이 눈을 곱게 접어 웃었다.
“상을 줘야 앞으로도 말을 잘 듣지.”
“안 들으면?”
그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궁금해?”
“……아니. 정말 하나도 안 궁금해.”
흐린 눈으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낸 키네미아가 딱 잘라 대답했다. 잘 모르겠지만 지난날을 떠올려 봤을 때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상 줘, 미아.”
빙긋 웃는 에이얀이 재차 졸라 댔다. 무슨 상을 달라는 건지 이미 생각해 두고 있는 얼굴이었다.
키네미아는 그에게 말려 들어가지 않도록 잠시 고심하다가 손을 뻗었다.
“응. 착하다, 에이얀. 앞으로도 내 말 잘 들어야 돼.”
키네미아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이얀은 정수리에서 귓가로 내려오는 손길을 느끼며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상이 이거야?”
“대공 성에는 못 들어와. 혜민원에서 지내.”
2주 전, 키네미아는 갑작스레 나타나서는 당당하게 대공 성으로 쫓아오려던 에이얀을 막아 세웠다. 그리고 네 숙박은 혜민원이 책임질 거라면서, 떠넘기듯 보내 버렸다.
에이얀은 무척 불만스러워했으나 키네미아가 기를 쓰고 반대하니 다른 방법이 있을 리가.
‘들켰네.’라고 나지막이 중얼거린 에이얀이 이윽고 애교스러운 투로 말했다.
“사고 안 치고 얌전히 있을게. 응?”
원하던 게 그거일 줄 알았지. 키네미아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안 돼. 혜민원이 싫으면 마탑으로 돌아가든가.”
제법 매정하게 말하자 에이얀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며 상심한 얼굴이었다.
이에 입을 뾰족하게 세운 키네미아가 에이얀의 머리를 꾹 누르고는 재차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감겨들었다.
“이걸로 만족해.”
“응.”
이것도 좋다면서 에이얀이 또 생글생글 웃는다.
“바보.”
키네미아가 볼멘소리를 내며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쓸었다. 따로 관리라도 하는 걸까? 그럴 것 같아 보이진 않는데. 그러고 보니 피부도 도자기처럼 하얗고 매끄럽고…….
그때, 에이얀이 귓전으로 내려온 키네미아의 손바닥에 얼굴을 깊게 묻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뜨거운 숨이 손에 닿자 순간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자, 잠깐만. 에이얀.”
“응?”
볼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키네미아가 손을 빼서 다른 손으로 움켜잡았다.
“왜? 벌써 끝이야?”
“응!”
순식간에 에이얀의 보이지 않는 귀가 축 늘어졌다.
“잘했다고 칭찬해 준다면서.”
키네미아가 열이 나는 것처럼 뜨거운 숨이 닿았던 손을 만지작거렸다.
“더 이상은 안 돼. 아까 나 비웃었잖아.”
“비웃은 거 아니라니까.”
“몰라, 안 돼.”
정신 차리자, 키네미아! 눈에 좋은 건 마음과 몸과 재산에 좋지 않다고! 그녀가 양손으로 제 얼굴을 찰싹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