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61)
먼치킨 길들이기 61화
* * *
현재 교단의 주축 세력인 장로회 본산.
대사제의 파벌인 장로들이 그를 둘러싸고 원형 탁자 앞에 둥글게 앉았다.
사사로운 인사치레 끝에 장로 하나가 본론을 꺼냈다.
“대공녀가 황실로 중재 요청서를 보냈다고 합니다.”
계속되는 방해 공작에 대공녀도 더 이상 참을 수만은 없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그래서 뭐라 하셨습니까?”
“별수 있습니까. 그저 교단에서는 모르는 일이라 했지요.”
“폐하께서는 믿으십니까?”
“글쎄요…….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 잘 해결하라 말씀하셨을 뿐인지라.”
“황제도 참 간교하죠. 대공녀의 작위도 여태 인허하지 않았으면서, 챙겨 주는 척은. 쯧.”
대공녀의 가신들이 붕 떠 버린 대공 작위 탓에 몇 번이나 알현을 청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유명했다. 예전 같았다면 그대로 작위를 몰수하는 게 아니냐, 우스갯소리를 했겠지만-
“이제 리온을 품 안에 넣으려는 생각일지도 모르지요.”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는가.
그럴 가능성은 다분했다. 그 로슬린 공작마저 대공녀 쪽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그 때문에 귀족들은 대공녀의 수완에 혀를 내두르며 주시하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로서는 곤란하게 됐습니다. 참, 그 어린 소녀에게 그런 재간이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연금술사들로 혜민원을 만들어 교단을 견제하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그러자 누군가 통탄하듯 말했다.
“처음부터 대공령에 사제 파견을 끊지 않았어야 했는데.”
장로들 사이에서 침음이 들려왔다. 일이 이렇게 꼬이기 시작한 건 전부 대공령의 신전을 폐쇄한 이후부터가 아니던가.
당시에는 모두가 동의한 일이었으나, 장로들은 누군가 탓할 사람을 찾기 위해 부산스레 눈을 굴렸다.
그러자 제일 처음 폐쇄 이야기를 꺼냈던 장로가 제 발 저린 얼굴로 운을 띄웠다.
“이게 다 대사제님께서 뒤에서 사사롭게 하고 계시는 일 때문 아닙니까. 교단 내에 그런 소문이 자자하게 퍼져 있으니 저희 장로회의 위신이 떨어져서…….”
“갑자기 대사제님께 그게 무슨 망발입니까!”
“큼, 대사제님께서 몰래 재물을 탐하고 있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시면서…….”
대사제가 교단의 보물을 팔아 제 사리사욕을 취하고 있다는 풍문이 도는 중이었다. 애써 쉬쉬하고 있지만 증거만 있다면 대사제는 바로 실각될 터.
몇몇 장로들은 대사제를 감싸며 성을 냈지만 몇몇 장로들은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눈을 굴렸다.
“그만, 그만! 내 더 이상의 무례를 듣고 있지만은 않을 거요!”
잠자코 듣고 있던 대사제가 노성을 내질렀다. 그러자 성을 내며 떠들던 장로들이 입을 다물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니 화제를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근거 없는 뜬소문으로 날 헐뜯기 전에, 혜민원 얘기로 돌아갑시다.”
“그보다 언제까지 이렇게 혜민원을 찔끔찔끔 건드릴 요량이십니까. 로슬린 공작도 이미 대공녀에게 넘어갔고, 다른 교파에서 우리 장로회를 노리고 있는 이 시국에 말입니다.”
“늦기 전에 혜민원과 함께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주신도 원하시는 방향일 수 있어요. 이번 전염병이 아둔한 우리를 꾸짖는 주신의 엄벌일지도 모르지요.”
“그럴지도요…….”
장로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대공령에 사제를 파견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거 좋은 생각이십니다. 신자들이 예배할 때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할 텐데, 얼마나 가엾은 일입니까.”
그에 대사제는 이를 악물었다. 장로회는 교단 내에서 제일 보수적인 자들이었다. 그런데 적을 앞두고 이 모양 이 꼴이어서야……!
주먹을 꾹 쥔 대사제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크게 걱정하실 필요 없으니 진정들 하세요. 로슬린 공작이 떠난 빈자리는 이미 새로운 기부자께서 충당해 주시기로 얘기가 되었습니다.”
“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십니까? 새로운 기부자라니요……?”
“새로운 기부자께서 교단의 방향을 지지하신다며 거금을 기부하셨습니다.”
“그게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대사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신분을 밝히고 싶지 않다는 기부자의 청 때문이었다.
“지난 일을 되돌아볼 필요는 없습니다. 어찌 되었건 대공령의 신전은 폐쇄시켰고, 로슬린 공작도 돌아섰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란 뜻이에요.”
“그럼 앞으로 어쩔 요량이십니까. 계속 혜민원에 좀스러운 방해 공작이나 하시렵니까?”
“물론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생각은 없습니다.”
자애로운 미소를 띤 대사제가 두 손을 모았다.
“조만간 혜민원에 신의 늑대를 파견할 겁니다.”
“예?!”
“신의 늑대를요?!”
“그, 그렇게까지…….”
신의 늑대는 성기사들 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가진 소수의 정예 부대였다. 그것도 교단의 더러운 일을 맡기기 위해 만들어진.
그들은 모두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거나, 그에 준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
반면 연금술사들은 그 수는 많으나 별다른 무력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혜민원의 연금술사들이 아무리 잡기에 능하다 해도 신의 늑대까지 상대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심려하는 겁니다. 어찌하여 그런 무서운 일을 저지르려 하십니까.”
줄곧 조용하던 장로 하나가 조심스레 의견을 피력했으나 대사제는 여상히 대꾸할 뿐이었다.
“이교도들을 전부 도륙 내면 대공녀가 연금술사들을 또 어디서 데려오겠습니까.”
장로의 말문이 막히자 대사제가 인자하게 웃어 보였다.
“이런 일을 맡기기 위해 만든 신의 늑대 아닙니까.”
“하지만 지켜보는 눈이 많습니다, 대사제 님. 기도하며 재고해 보시는 건…….”
그의 말에 대사제가 혀를 찼다. 심약하기는.
“역사는 살아남은 승자가 쓰는 법입니다. 연금술사들을 모두 죽이면 승리의 기는 우리가 쥐는 거고요.”
연금술사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치유력을 가진 이들은 쓸모없는 의사들과 교단뿐.
가벼운 기침에도 벌벌 떠는 귀족들이 과연 신전에 맞서려고 할까? 천만에! 교단은 다시 막강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빌어먹을 연금술사들만 사라진다면!
“동대륙에서 죽은 우리의 순교자들을 생각하세요. 이교도의 수는 줄어야 마땅합니다. 성서를 따르세요. 1장 5절에 의하면 주신께서도 신의 이름을 드높이라 하셨습니다.”
성서를 들먹이는 대사제의 말에 장로들이 침묵했다.
“제 의견에 반대하는 장로들은 손을 들어 보십시오.”
잠시간의 침묵이 감돌았다. 눈치 싸움을 하는 것처럼 데굴데굴 눈동자들이 돌아갔으나 그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럼 그렇게 마무리하도록 합시다.”
대사제가 회의의 끝을 알리는 것처럼 상판을 쿵 두드렸다.
장로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빈 테이블에 앉은 대사제는 신경질적으로 테이블을 걷어찼다.
“뭐? 내가 사사로이 재물을 탐해?!”
제 앞에서 저리 대놓고 떠벌릴 정도라면 얼마나 대사제로서의 권위가 떨어져 있다는 뜻인가!
그가 욕설을 짓씹었다.
제 자리를 노리는 이들이 이렇게 많은 시기에, 더 이상 교단의 입지가 떨어지면 곤란하다.
저리 떠드는 입이 많은데, 제 비리가 밝혀지기까지 하면…….
대사제가 이를 갈았다.
무력으로라도 이 위기를 넘겨야 했다.
“안젤! 거기 있느냐!”
“예, 대사제님.”
장로들에게 이야기를 꺼내기 전부터 이미 준비는 해 두었다. 오늘은 통보였을 뿐, 설령 반대하는 이가 있다 하더라도 그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생각이었다.
“신의 늑대를 모아 혜민원으로 움직여라. 이교도들을 깨끗이 정화하고 돌아오너라.”
“주신의 뜻,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