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62)
먼치킨 길들이기 62화
* * *
떠들썩한 음식점 내부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가득 풍겨 왔다.
음식점 구석 모퉁이에 앉은 키네미아는 음식을 기다리며 무언가를 읽었다.
로우가 던전의 유물과 함께 가져다준 던전 관리국의 광고지였다.
[키네미아 리온이 강력 추천하는 던전 구매!] [17세에서 87세까지. 완벽한 노후 보장!] [키네미아 리온처럼 던전 구입해서, 키네미아 리온처럼 마정석 터트리자!]광고 슬로건을 빤히 응시하던 키네미아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대놓고 이름까지 쓰는데 로열티는 주겠지?’
“역시 요정님께는 신의 축복이 따라다니는 게 아닐까요? 던전 관리국에서도 그걸 아나 봅니다.”
로우가 빙긋 웃으며 말하자 키네미아가 흐뭇하게 마주 웃어 주었다.
음, 역시 로열티를 받아야겠다.
“그런데 이건 어디에 쓰실 생각이십니까?”
로우는 키네미아가 부탁했던 던전의 유물을 가리켰다.
“함스 온천 부지를 찾는 데 쓸 거야.”
겸사겸사 교단의 기세를 꺾을 방법도 찾고.
황제에게 교단의 방해 공작을 중재해 달라는 요청을 보내긴 했지만, 어차피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리온에서 태어난 이상, 해결책은 혼자 찾아내는 수밖에 없지. 키네미아가 우울한 얼굴로 광고지를 내려 두었다.
로우는 이런 유물로 어떻게 함스 온천 부지를 찾을지 의아한 모양이었다.
“이걸로 말입니까?”
“응응.”
정확히는 이 유물로 낚을 내 포켓몬에게서지만.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점원이 스튜와 음료를 내왔다. 로우가 음식을 키네미아 앞으로 옮겼다.
“그럼 맛있게 드십시오.”
키네미아와 로우가 찾은 식당은 ‘은의 노래’라는 간판이 달린 작은 음식점이었다. 용병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인지 험악한 인상의 사내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키네미아가 이러한 은의 노래를 찾은 이유는 2가지였다.
첫 번째로는…….
원작 주인공의 단골 음식점!
원작 주인공이 틈만 나면 은의 노래에 와서 스튜를 먹는 묘사가 나와서였다.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궁금증이 일 수밖에 없었다.
키네미아는 스튜를 한술 떠서 맛을 음미했다.
성에서 먹는 음식과는 확실히 다르다.
‘웬 익숙한 조미료 맛이…….’
고향의 맛 따위를 떠올리며 키네미아가 스튜를 떠먹었다.
그때 종업원이 양손 가득 음식을 들고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차 스푼을 들던 키네미아의 시선이 그녀를 좇았다.
종업원은 주방 근처에 홀로 앉은 남자에게로 음식을 서빙하는 중이었다.
‘저 사람이구나.’
자리에는 음식을 어마어마하게 쌓아 놓은 미남자가 앉아 있었다. 20대 초중반, 먹는 양답지 않게 마르고 적당한 근육이 있는 체형.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는 어떻게 봐도 이런 음식점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는 주위에서 힐긋거리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내 무료한 눈으로 가득 쌓인 음식을 쉴 새 없이 먹어 치우고 있었다.
주위의 시선은 이런 골목 음식점에서 쉬이 볼 수 없는 잘생긴 얼굴이 있어서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의 먹성 때문이었다.
종업원과 단골들은 이미 그의 기행에 익숙해진 듯 보였고, 그를 처음 본 손님들만 놀란 눈으로 구경하는 중이었다.
타깃을 찾은 키네미아가 이내 몸을 일으켰다.
“로우, 나 잠깐 일이 있어서. 여기서 좀 기다려 줘.”
“그렇게 하겠습니다.”
키네미아는 로우에게 살랑살랑 손을 흔들고는 곧장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남자는 누군가 다가오는데도 별 관심이 없는지 그저 음식만 입에 떠넣고 있었다. 키네미아는 그런 남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
“…….”
남자가 고개를 들어 그녀와 빤히 눈을 마주쳤다. 감흥 없는 얼굴의 그가 조용히 입을 닦았다.
“보시다시피 합석할 만한 테이블은 아닙니다.”
고저 없는 남자의 목소리는 제법 우아하게 들렸다.
“예상했다시피 나는 다른 이유로 합석한 터라.”
키네미아가 장갑을 벗고 예쁘게 웃었다.
무표정을 고수하던 그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아시다시피 아무나 제 고객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건 키네미아도 익히 알고 있는 바였다. 때문에 로우에게 부탁해 사전 작업을 거친 거고.
“이대로 날 되돌려 보냈다가는 후회할 텐데, 지클린.”
그는 제 이름까지 알고 있는 소녀에게 설핏 놀랐지만, 표정은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분히 귀족적인 대답이시군요.”
“……?”
귀족적? 키네미아가 제 답을 곱씹다가 핫! 숨을 들이켰다.
순간 제가 무슨 평민 총각에게 찝쩍대다가 거절당한 엑스트라 귀족인 양 말했다는 것을 깨닫고 볼을 붉혔다. 미친 거 아냐?
“……그으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야.”
“그러십니까.”
“……응.”
고개를 끄덕인 키네미아가 불만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지클린은 앙다문 입술과 붉어진 볼에 시선을 주었다가 키네미아가 손을 내밀자 눈을 내렸다.
“네가 원하는 걸 내가 가지고 있다면?”
짠, 키네미아가 오래된 팔찌를 꺼내 들었다.
“이제 좀 후회할 생각이 들 것 같아?”
팔찌를 확인한 그의 목석같이 냉랭한 얼굴에 놀라움이 깃들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혜민원.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뒷정리를 끝낸 수련생들이 꾸벅 머리를 숙였다.
“저희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어여 가 보게들.”
“명일에 봅세!”
연금술사들이 수련생들을 보내고 혜민원의 문을 닫았다.
“그럼 레나가 선제이 딸이라고?”
“아, 그렇다니까! 남자가 듣고서는 막 먹던 과즙을 뱉고 난리가 났잖아.”
“막장이네, 막장이야.”
혜민원의 문을 잠그면서 연금술사들이 떠드는 사이였다.
깔려 오는 어둠을 틈타 하나둘씩 나타난 신의 늑대들이 혜민원 앞에 도열했다.
자물쇠를 걸다 그들을 발견한 연금술사들은 눈을 크게 떴다.
“손님……?”
“오늘 장사는 이미 끝났는데…….”
안젤은 갸웃대는 연금술사들을 무시한 채 신의 늑대들을 두 조로 나누었다.
“혜민원은 두 관으로 나뉘어 있다. 나는 서쪽으로 갈 테니, 너희들은 동쪽으로 움직인다.”
“예!”
안젤이 검을 들어 올렸다.
“주신의 대지를 지키기 위하여!”
검을 든 성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들고 합창하듯 소리쳤다.
“미천한 종들이 검을 드나니!”
“미천한 종들이 검을 드나니!”
연금술사들은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뭐, 뭐시여!”
“스, 스, 스, 습격이다! 습격이야!”
“쉔 티엔 님!”
연금술사들이 황급히 몸을 돌려 건물 안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의 늑대들은 가만히 서서 기도를 마칠 뿐이었다.
부랴부랴 대비해 봤자 그들의 움직임을 막을 수는 없을 테니.
학살을 앞두고 늑대들의 피가 끓어올랐다.
이내 안젤이 검을 내렸다.
“움직인다.”
텅!
연금술사가 벽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흑!”
그는 밭은 숨을 내쉬며 벽에 어깨를 기댄 채 걸음을 옮겼다.
‘어서 쉔 티엔 님이 계신 곳으로 가야 하는데…….’
쉔 티엔은 현재 서관에 있을 터. 그에게 소식을 알려 습격자들을 제압하지 못하면 동관의 연금술사들은 모두 전멸이었다.
그때 얇은 목재로 이루어진 문이 그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뒤로 쓰러졌다.
끼이익!
쾅!
“큭!”
문과 함께 넘어지며 2차 타격을 받은 연금술사가 신음성을 뱉었다. 그러나 곧 제게로 향하는 살기에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팔이!’
침을 잡으려 했으나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골절인가.
‘젠장 할!’
하필 이런 때에 팔을 쓰지 못하게 되다니……!
마음이 급해진 연금술사가 침을 제 팔에 놓을 때였다.
“……!”
연금술사의 시야에 문득 새카만 머리카락이 잡혔다. 공교롭게도 에이얀이 지내는 방으로 쓰러진 것이다.
“에, 에이얀 님!”
연금술사의 표정이 곧장 환해졌다. 싱 카칸보다 미친놈이긴 해도 에이얀은 마탑의 리카샤였다.
앞으로 이만한 재능의 소유자는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으리라고까지 일컬어진다던 리카샤. 마법사로서 가진 능력은 가히 측정 불가능.
그런 에이얀이라면 이 습격자들과 맞설 수 있으리라!
“에이얀 님! 습격입니다!”
어디선가 갈취해 온 동대륙의 책을 읽고 있던 에이얀이 눈을 드는 사이, 연금술사가 다친 팔을 쥔 채 그에게로 달려갔다.
쌔액-
그와 동시에 연금술사가 있던 자리에서 검날이 허공을 갈랐다.
신의 늑대였다.
연금술사는 가쁜 숨을 내쉬며 에이얀의 뒤에 섰다.
“저, 저놈입니다! 저놈이 습격자입니다!”
연금술사가 신의 늑대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반면 칼자루를 쥔 손에 힘을 준 신의 늑대는 미간을 찌푸렸다. 연금술사가 얼굴을 펼 정도면 상당한 실력자인 모양이었다.
확실히 그는 자신을 마주하고도 여유로워 보였다. 아니, 아예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고 표현함이 옳을까.
하지만 연금술사가 살려 달라 매달린 이는 이제 18살쯤 되어 보였다. 겉보기에는 그저 반반한- 아니, 과하게 잘생겼을 뿐 애송이 같아 보이는데…….
괜스레 비위에 거슬린 신의 늑대가 마력을 끌어 올렸다. 순식간에 방 안에 팽팽한 긴장감이 일어났다.
“너도 이교도 놈들과 한패인가!”
신의 늑대가 으르렁거리는데,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에이얀이 여상하게 말했다.
“아니.”
“……!”
연금술사가 눈을 부릅뜨고 그를 응시했다. 에이얀은 다시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침묵 속에서 그가 무심히 말을 이었다.
“하던 거 계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