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65)
먼치킨 길들이기 65화
“…….”
“…….”
역시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요구였는지 잠시간 침묵이 감돌았다.
‘한 번의 만남으로 주 고객까지는 어려운 걸까.’
지클린에게 저주를 건 이도 그와 거래하던 주 고객이었다. 경계하는 것은 십분 이해가 된다. 키네미아는 지클린과 눈을 마주치며 나는 아주 무해한 사람이라는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곧이어 지클린에게서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가 걸렸다.
“거래를 일회성으로 허비하지 않다니, 총명하시군요.”
칭찬은 언제 들어도 나쁘지 않아 키네미아가 빙긋 웃었다.
지클린은 입안 가득 넣은 푸딩을 우물거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먼저 저희에게 필요한 정보를 대공녀께서 건네주셨으면 합니다. 민감한 정보일 수도 있지만, 원하시는 분이 계시거든요. 정 싫으시다면 답하지 않으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이쪽의 정보를? 키네미아가 눈을 내리깔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 누군가가 원하는 정보라…….
몇 가지 떠오르는 것들이 있긴 했다. 대공 성의 비밀통로부터 다음에 투자할 던전 이름까지.
‘……아무래도 던전인가?’
그의 주 고객은 대부분 서대륙의 큰손일 터. 그들의 관심사를 유추해 보면 아마 돈벌이와 관련된 정보일 가능성이 컸다.
던전 관리국에서 홍보지에 키네미아의 이름을 운운할 정도였으니, 다음에 투자할 던전에 대한 정보를 바랄 가능성이 높다.
‘으음…….’
아깝긴 하지만 지클린을 얻기 위해서 몇 개의 던전을 내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지클린과 지금 연을 터 두지 않으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일단 들어 볼게.”
그러자 지클린이 우아하게 손을 들어 입을 막고는 큼, 목을 가다듬었다.
긴장한 키네미아가 눈에 힘을 주고 손을 모아 잡았다.
던전? 아니면 혜민원일지도…….
그러나 지클린이 우아하게 물은 질문은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대공녀께서 좋아하시는 음식은 무엇입니까?”
“…….”
키네미아가 두 손을 모으고 눈을 데구르륵 굴렸다. 내가 잘못 들었나?
“……뭐라고?”
“어떤 종류의 음식을 좋아하십니까?”
키네미아의 얼굴이 짙은 경계로 일그러졌다.
“그런 걸 누가 원해? 정말?”
“예. 종종.”
미간을 찌푸린 키네미아가 눈을 굴렸다.
시종일관 무슨 로봇처럼 얘기해서 장난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뭐 하는 사람인데?”
설마 원한을 가진 사람이라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에 독이라도 타려는 건가?
“어떤 걱정을 하고 계신지 알고 있습니다만, 제 주 고객께서는 대공녀를 위험에 빠트릴 분이 아니십니다. 그보다는 대공녀를 어두운 곳에서 응원하는 분이십니다.”
왜 굳이 어두운 곳에서 응원하는데……?
“……그래도 왜 그런 걸 알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안 돼.”
지클린이 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스테이크를 삼켰다.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에 대해 알려고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요?”
나랑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어둠 속에서 날 응원하고 있다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답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으으으…… 키네미아가 신음성을 내며 고개를 숙였다.
머릿속에서 양팔 저울이 삐거덕삐거덕 움직였다.
지클린과 주 고객이 원하는 내 소소한 개인 정보.
달아 보지 않아도 뻔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두 손을 잡고 꼬물거린 키네미아가 자그맣게 말했다.
“닭가슴살 푸딩.”
키네미아에게서 근본 없는 이름이 튀어나오자 처음으로 지클린의 로봇 같은 얼굴에 금이 갔다. 네 입맛이 내게 퍽 모욕적이라는 표정이었다.
“정말-”
“응.”
이래서 말하고 싶지 않았어. 나도 내 입맛이 이상하다는 건 알고 있다고! 늘 대공 성의 주방장이 저런 표정이었던 터라 싫어도 알게 됐다.
“좋아하는 색깔은 어떻게 되십니까.”
“파란색.”
키네미아는 몇 가지 시답잖은 질문에 대답을 해 주었다.
대부분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었지만…….
“무인도에 딱 3가지 물건을 가져가실 수 있다면 뭘 가져가고 싶으십니까.”
무슨 심리 테스트야? 그게 대체 왜 궁금한 건데? 게다가 답하기도 어려워!
키네미아가 끙끙거리면서 십여 가지의 질문에 답하자 지클린이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으로라면, 또?! 키네미아가 찝찝한 얼굴로 눈을 굴렸다.
“아, 이거.”
키네미아가 지클린에게 팔찌를 건넸다.
팔찌를 받자 지클린의 표정에 살짝 금이 갔다.
“지긋지긋한 조미료 맛도 이제 끝이로군요…….”
왜인지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왜?! 키네미아는 어깨를 굳혔다.
설마 이제 조미료에 완전히 조련된 건…….
막상 팔찌를 받으니 망설임이 생겼는지 지클린은 팔찌를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이를 망연히 바라보던 키네미아가 몸을 일으켰다. 이만 돌아가야겠다.
“로우…….”
왠지 기력이 다 빠진 키네미아가 흐늘흐늘하게 로우를 부르자, 멀지 않은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던 로우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일은 다 끝나신 건가요?”
“응…….”
역시 대공 성 밖은 무서워. 돌아가자…….
그녀가 일어서서 로우의 뒤를 따르려던 참이었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힐끔거리던 붉은 머리 용병이 벌떡 일어나 키네미아 곁으로 다가왔다.
“……?”
“이봐, 아가씨. 누가 식당 안에서 그렇게 챙이 큰 모자를 써? 뭐 얼마나 귀한 몸이시라고.”
테이블에서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아하니 키네미아를 가지고 저질스러운 내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검을 뽑으려는 로우를 막은 키네미아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예를 표해. 많이 귀한 몸이시니까.”
그러자 용병이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뭐? 크하하하하!”
“하하하하! 저 꼬맹이, 말하는 것 좀 보게!”
용병의 주위로 웃음이 번져 나갔다.
“그래, 얼마나 귀한 몸이신지 한번 보여 줘 보든가.”
“손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어느새 다가온 종업원이 그를 만류했지만, 곰처럼 덩치가 큰 용병의 거친 손놀림에는 당해 낼 수 없었던지 몸이 테이블 끝으로 밀려났다.
과히 보기 좋지 않은 행태에 키네미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좀 보자니까?”
남자의 손이 키네미아가 쓴 모자의 챙 끝에 닿을 때였다.
로우와 지클린이 동시에 일어선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툭, 모자가 바닥으로 떨어짐과 함께 용병이 신음성을 흘렸다. 로우가 용병의 목을 쥐고, 지클린이 용병의 손목을 잡은 채로 그를 제압하고 있었다.
한편 키네미아의 얼굴이 완연히 드러나자 용병들은 단숨에 말을 잃은 채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
제압당한 붉은 머리의 용병조차 키네미아를 보며 잠시간 말을 잃을 정도였다.
이내 정신을 차린 용병이 두 남자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 용을 썼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자 이를 악물었다.
키네미아는 끙끙거리는 그의 앞에서 팔짱을 꼈다.
“예를 표해야지.”
그 말에 로우가 용병의 목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으그그으윽!”
목이 졸린 용병이 로우의 손에 이끌려 키네미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곰 같은 덩치라 힘으로는 자신이 있었던지, 자괴감에 빠진 표정이 꽤 볼만했다.
키네미아가 붉은 머리 용병의 일행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그쪽에서도 예를 표하고 싶은 것 같아 보였는데.”
로우가 붉은 머리의 용병을 손쉽게 제압한 모습에 일행들은 재차 말을 잃은 채 고개를 돌렸다.
싫으면 말고. 키네미아가 어깨를 으쓱 들어 올렸다.
그사이 용병을 로우에게 맡긴 지클린이 곁으로 다가왔다.
“마차까지 배웅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보는 눈이 많다 보니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키네미아는 생긋 웃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그럴 필요 없어. 로우.”
“예, 주군.”
로우의 답과 함께 베일을 두른 이십여 명의 크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곧장 키네미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흐, 흑야?!”
“흑야다……!”
“진짜 흑야야?!”
대부분이 용병들이라 흑야를 알아보는 모양이네.
식당 내에서는 흑야의 등장에 연신 감탄성을 연발했고, 키네미아는 모자를 다시 씌워 주는 로우의 손에 얌전히 몸을 맡겼다.
그는 모자의 리본까지 꼼꼼하게 묶어 준 뒤에 물었다.
“바로 대공 성으로 가시려고요?”
“혜민원으로 가자.”
“예.”
고개를 돌리자, 지클린도 흑야를 보는 건 처음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키네미아가 커다란 챙 아래로 예쁘게 웃었다.
“그럼 지클린. 보내 줄 자료 기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