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7)
먼치킨 길들이기 7화
그러자 웅성대던 사람들 사이에서 풉, 하는 비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몇몇은 ‘얼굴을 보니 진짜 아빠가 아닌가 보다.’며 수군거렸다.
이에 남자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제기랄……!”
남자가 욕설을 내뱉은 것과 키네미아의 시야가 위로 붕 오르기 시작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
남자는 키네미아를 제 어깨에 메고서는 누군가 말릴 새도 없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엥?!”
납치?! 이렇게? 막무가내로?
“에이얀-!”
리카샤! 에이얀 크로츠! 내 호위는 지금 어디 갔냐고!
* * *
‘그아아아아아!’
키네미아가 갑작스러운 납치 시도에 경악하는 사이, 배경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빠른데!’
‘에이얀은 어디에 간 거지?’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검은 머리칼은 조금도 보이질 않았다.
‘설마 날 버리는 건 아니겠지?’
‘아냐, 그럴 수도……!’
순간 섬뜩한 느낌에 손발이 차갑게 식었다.
원한 없다는 거, 사실 거짓말 아냐?
할아버지라든가, 엄마라든가, 아빠와 뭔가 일이 있어서 아무도 모르게 원한을 품고 있었던 거 아니냐고!
아니, 그래도 사람을 길바닥에 버리고 가는 일은 없어야지!
키네미아는 짜증스럽게 팔과 다리를 세차게 내저었다. 그러나 남자에게는 아무런 타격도 가지 않는지 그는 태연하게 키네미아를 든 채 뛰고 있었다.
‘……이거라도 쓰는 수밖에.’
키네미아가 눈물을 머금고 손목을 걷었다. 손목 주위에 그려진 기다란 주술진이 드러나자 그녀는 곧장 주술을 발동시켰다.
파직!
“으악!”
전기로 감전된 둣한 충격이 몸을 덮치자 남자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넘어졌다.
남자에게서 떨어진 키네미아는 데굴데굴 굴러 벽에 등을 대고 울상을 지었다.
“……아야야.”
키네미아가 엉덩이를 문지르는데 그사이 정신을 차린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너야말로! 주술 새기는 데 얼마나 아픈지 알기나 해?”
보통 고위 귀족들은 몸을 지키기 위해 주술 하나둘쯤은 새기고 다녔다. 어마어마하게 비싸고 어마어마하게 아픈데도 그만큼의 효율은 안 나오기 때문에 요즘은 사장되는 중이긴 하지만, 급할 때는 나름 유용했다.
지금처럼.
“이게 자기 주제를 모르고. 이 건방진 계집애가……!”
성이 난 남자가 팔을 걷기 시작했다.
쯧! 그런 남자를 쏘아보던 키네미아는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 구석에 있던 긴 막대를 주웠다.
‘뭐야, 빗자루잖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은 키네미아가 빗자루 대를 쥐고 벌떡 일어났다.
“얌전히 있으라고!”
사내가 소리를 지르자 키네미아는 그의 팔 아래로 슬쩍 빠져나온 후 빗자루를 빙글 돌려 남자의 명치에 댔다.
“얌전히 있어야 할 건 너야.”
아까와는 달리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에 사내가 긴장한 듯 몸을 움츠렸다.
“가만히 있어. 명치에 찔리면 많이 아플 테니까.”
“하하…… 거참…… 어린 게 골 때리게 구네.”
하지만 그러한 말과 달리 사내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키네미아는 사내의 눈과 팔의 근육에 집중했다. 고작 빗자루를 든 정도에, 근력 차이가 상당해 잡히면 끝이니까.
“얌전히 좀 가자. 엉?”
남자가 휙 손으로 빗자루를 낚아채려고 하자 키네미아가 손을 가볍게 비틀어 남자의 안쪽 손목을 세게 내리쳤다.
퍽-!
“악!”
그러고는 다시 명치에 빗자루 대를 들이밀었다.
“너……!”
키네미아가 웃었다.
“우리 엄마는 그냥 검사가 아니셨거든.”
제국의 영웅에게서 직접 사사받은 검술이었다.
‘엄청난 조기 교육이었지…….’
아이리아는 우리 딸은 마력이 없으니 검술이라도 배워야 한다면서, 걸음마를 시작하기도 전에 검 잡는 법을 가르친 사람이었다.
“너 설마, 귀족……?”
“그럼 내가 어떻게 보였는데?”
“어쩐지, 옷감이 지나치게 좋더라니…….”
욕설을 지껄인 그가 망설이기 시작했다.
반응을 보아하니 조직은 아닌가 보네. 조직이었다면 귀족인 걸 안 순간 제 동료를 부르거나 연락할 수단을 찾았으리라.
‘나한테는 다행인 건가.’
일개 개인이 귀족을 함부로 건드린다는 건 자살 시도나 마찬가지였다.
저치는 포기하고 가야 할지, 아니면 계속 납치 시도를 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을 터.
이런 시골 장터에 귀족의 아이가 올 줄은 몰랐겠지. 그리고 그렇게 리스크가 큰일은 달갑지 않을 것이다.
“날 팔아넘길 곳은 아무 데도 없어. 귀족을 쉽게 받아 줄까? 우리 집안이 어떤 곳일 줄 알고?”
“넌 모르겠지만 귀족들을 받아 줄 시장도 있-”
“그렇게 큰 시장에 연줄은 있어?”
귀족들까지 매매하는 암시장에 뒷골목 양아치가 줄을 댄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믿지.
‘그보다 문제는 저놈이 생각보다 멍청해서 막무가내로 나를 잡으려 하는 건데……. 후환이 무서워 아예 나를 죽이려 한다거나.’
두 가지 상황 모두 그녀에겐 좋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 말은 통하는 것 같으니 구슬려 볼까?’
키네미아는 품 안에서 금화 1개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 금화를 받은 그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받아. 이대로 그냥 돌아가면 봐줄 수도 있어.”
자그마한 계집애에게서 나온 것치고는 큰돈에 남자는 양 주먹을 꽉 쥐었다.
‘이대로 돌아간다고……?’
힘으로 어떻게 해 보려던 것을 저지당한 이후로, 쉽게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음속에는 천불이 일 것처럼 화가 났지만, 저 단단한 눈이며 태도며- 그냥 귀족이 아닌 것 같다는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자칫하면 잘못될 것 같은.
젠장……! 젠장!
그렇게 사내의 고민이 점차 깊어지던 그때였다.
* * *
에이얀은 지붕 위에 앉아 금발의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흠.’
혹여나 마력을 숨기지 않았을까 싶어 구경하던 참이었는데.
마력을 꺼내기는커녕 검술이라니.
그것도 빗자루로.
정말 마력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건가? 그렇다면 어떻게 문양을 볼 수 있었던 거지?
이유를 알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짚이는 구석이 단 한 군데도 없는 현상이 잠잠하던 에이얀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대공녀 아가씨에 대해 더 알아야겠다는 결심이 굳어지는데, 어디선가 종달새가 날아와 에이얀의 어깨에 앉았다.
– 에이얀!
“오실 줄 알았습니다.”
– 스승의 통화를 멋대로 끊다니! 예의를 스튜에 말아 먹어도 정도가 있지!
거친 말과는 달리 쫑알쫑알 예쁜 목소리가 나오자 에이얀이 스윽 종달새를 응시했다.
“음, 종달새라니…… 슬슬 나잇값 하셔야죠, 스승님.”
그에 종달새는 화가 난 듯 날개로 에이얀의 볼을 꾹꾹 눌렀다.
– 내가 널 주워다 키운 건 내 인생 최대의 실책이었다. 이렇게 삐딱한 놈일 줄이야!
그가 7살에 버려진 에이얀을 데리고 왔을 때를 떠올리며 투덜거리자 에이얀이 입을 다물고 눈초리를 내렸다.
“스승님…… 이번엔 제법 아프게 말씀하시네요…….”
촘촘하게 박힌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 당장에라도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져 내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때 절 거두지 않는 게 좋으셨다면…… 지금이라도…….”
그러자 종달새가 입을 벙긋거렸다.
– 큼, 얀.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스승에게서 우물쭈물 변명이 이어지자 에이얀이 빙긋 웃었다.
“농입니다.”
– …….
“왜 매번 당하십니까? 똑같은 수법에. 제가 그런 말에 상처받을 사람입니까?”
이게! 종달새가 부리로 에이얀의 귀를 쪼았다. 아픕니다, 간지럽다는 듯이 에이얀이 손을 휘휘 저었다.
종달새는 그 손을 피하면서 날갯짓을 했다.
– 언젠가 널 호되게 궁지로 밀어 넣을 사람을 만날 거다. 이 자식아.
에이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 들어 올렸다.
“그럴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요?”
– 그런데 여기서 뭘 하는 거냐? 뭘 자꾸 힐끔힐끔 보고…….
“저기요.”
에이얀이 가리킨 곳에는 한 사내와 조그만 소녀가 대치하고 있었다. 소녀는 빗자루를 쥐고 사내의 명치 끝을 겨눈 채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그를 주시하는 중이었다.
– 저게 누군데. 저 꼬마, 위험한 게 아니냐?
“그러게요, 위험해 보이네요.”
에이얀은 그러거나 말거나 태평한 기색이었다.
이 녀석은 원래 그런 녀석이지 싶으면서도 스승은 입 안이 썼다.
– 그래서 저게 누군데?
“제가 호위하는 대공녀 아가씨인데요.”
– ……?!
이상하죠? 에이얀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 이 에친놈이! 뭐 해! 빨리 구하지 않고!
혼자 답답해 속이 터질 것만 같은 스승이 에이얀을 발로 밀었다.
– 어서!
“예.”
그러자 에이얀이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아래로 뛰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