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71)
먼치킨 길들이기 71화
“알았어. 내가 잘못했으니까 손 놓지 마.”
에이얀이 마주 잡은 손을 추어올리고는 깍지를 꼈다.
“왜?”
“빠질까 봐 걱정이라면서. 옆에 있어야 위험할 때 바로 마법을 쓰지.”
흠? 키네미아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종종걸음으로 걷다가 물었다.
“그런데 있잖아, 에이얀.”
“응?”
“마법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이상해서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응.”
“멀리 떨어져 있는 로우를 이동시켰던 것도 그렇고, 워프 마법은 시전 대상과 밀착하는 거랑 상관없이 쓸 수 있는 거 아냐?”
물에 빠지려고 하면 로우 때처럼 이동시켜 주면 되잖아. 키네미아의 물음에 그가 눈을 내리깔았다.
“음…….”
“아니야? 뭐 다른 이유가 더 있어?”
“들켰네.”
“그럴 줄 알았어!”
그녀가 빽 소리를 높이자 에이얀이 웃으며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에 키네미아가 빠져나오려 하는데, 그가 다급하게 말했다.
“어어- 잠깐만, 미아. 얼음 깨질 것 같아.”
“……!”
순간 키네미아가 사색이 된 얼굴로 에이얀을 붙들었다.
“……장난이지?”
“장난이지.”
“너…… 복수한다.”
“언제?”
“곧. 기다려.”
“기대된다.”
“좋아하지 마.”
“무서워하는 중이었어.”
“이 거짓말쟁이가.”
키네미아는 불퉁한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에이얀의 팔을 꼭 붙든 채였다. 에이얀은 키네미아를 양껏 안은 후에 놓아주었다.
* * *
“작다.”
중앙에 도착한 두 사람이 고대 유물을 사이에 두고 쪼그려 앉았다. 고대 유물은 꼭 닫힌 꽃봉오리 같은 생김새였다.
“미아, 여기에 불을 붙이면 돼?”
“그렇대.”
에이얀이 고대 유물에 손을 올렸다.
화르륵-
곧 새파란 불이 올라왔다.
호오오오오! 언제 봐도 신기한 마법에 키네미아가 에이얀을 향해 눈을 반짝였다.
“왜 그렇게 봐. 부끄럽게.”
어디가. 전혀 그렇게 안 보여.
키네미아는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라는 어설픈 웃음을 보였다.
꼭 닫혀 있던 고대 유물은 불이 올라오자 꽃이 피어나듯 열렸다. 이내 훈훈한 온기가 훅 퍼지기 시작했다.
에이얀은 몸을 일으켜 고대 유물이 내는 힘의 흐름을 읽었다.
“거짓은 아니었나 보네.”
“그러게.”
이제 이 호수도 녹기 시작하리라.
힘내서 온천이 된 후에, 자령초를 키우고 사람들을 구하고 겸사겸사 내 돈줄이 되렴.
고대 유물을 다독인 키네미아가 몸을 일으키는데, 앙상한 나무로 둘러싸인 호숫가에 황량한 바람이 불었다.
“여기, 날이 풀리면 더 예쁘겠다.”
봄이 오면 또 와도 좋겠다. 키네미아가 배시시 웃자 에이얀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물어 왔다.
“보고 싶어?”
“응?”
“보여 줄까?”
“으응?”
뭘 어떻게 하려고?
그가 또 이상한 장난을 치는 게 아닐까 경계하던 순간이었다. 키네미아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두꺼운 얼음이 쩌저적 갈라지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호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한 키네미아가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물은 덮쳐 오지 않았다.
“……?”
키네미아는 고개를 빼꼼 들었다.
“……어떻게?”
눈앞에는 좀처럼 믿기지 않는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앙상하던 나뭇가지에서는 새파란 잎들이 움트고, 색색의 꽃잎이 산들거렸다.
눈이 닿는 곳마다 푸르렀다. 호숫가에만 단숨에 봄이 온 것처럼.
맙소사.
“와……!”
눈을 크게 뜬 키네미아가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어떻게 한 거야?!”
“마음에 들어?”
“응응.”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할 이가 있을까. 키네미아는 몸을 돌려 주위를 휘 둘러보았다.
새하얀 산맥 사이에서 호수 주위에만 봄이 와 있었다. 세찬 바람에 나무들이 산들거리며 숲 내음을 풍겼다.
“……아름답다.”
풍광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던 키네미아가 호숫가로 발을 내디디려다가 대번에 사색이 되었다.
“에이얀…….”
“응.”
“나 물 위에 서 있는데?”
“그래? 나돈데.”
그건 나도 알아! 붙어 있는 것과 워프 마법이 관련 없다는 걸 알면서도 두 손은 필사적으로 에이얀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잘 잡고 있어.”
“잡는 거랑 상관없잖아!”
“뭐든 마음의 문제잖아.”
“하! 내가 곤란하면 마음이 즐거워서?”
“우리 미아는 참 똑똑해.”
키네미아가 짜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아예 품에 얼굴을 묻었다.
“미아, 화났어?”
에이얀이 등을 토닥거리듯 두드렸다.
“……누구 때문에 불안해서 잡고 있는 것뿐이야. 싫어도 참아.”
이건 이거대로 곤란하네. 그가 웃음을 흘리다 키네미아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미아, 저기 봐. 새도 있네.”
“산인데 있겠지…….”
불퉁하게 대꾸한 그녀가 눈매를 좁혔다. 무슨 3살짜리 애들 꾀는 것처럼 말해서 어이가 없었다.
“손 놔도 안 빠트릴게.”
“진짜지?”
“응.”
키네미아는 조심스럽게 몸을 떨어트렸다. 동그란 부츠가 물 위를 단단히 밟고 있었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는 사람처럼 에이얀을 잡고 몇 걸음 떼어 보던 키네미아가 손을 뗐다.
“에이얀! 나 물 위에 섰어!”
활짝 웃은 그녀가 두 팔을 쫙 펴자 에이얀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신기해……! 새하얀 얼굴에 들뜬 기색이 완연하게 떠올랐다.
“대단하다. 나도 마법 배우고 싶어.”
나도 마력이 있었으면 좋았을걸. 엄마, 아빠, 왜 절 예쁜 쓰레기로 낳으셨어요.
그러자 에이얀이 측은하다는 표정으로 키네미아의 머리를 쓸었다.
“우리 미아, 다음 생에는 꼭 할 수 있을 거야.”
꼭 그렇게 얄밉게 얘기하지. 키네미아가 예쁘게 웃었다.
“에이얀, 그거 알아?”
“뭘?”
“내가 너 싫어하는 거.”
“왜에에에…… 안 되는 걸 할 수 있다고 해 주는 것보단 낫잖아.”
“아닌데? 난 평생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살 건데?”
키네미아가 뾰로통하게 답하니 에이얀이 입술을 쓸었다.
“음…….”
“……?”
이내 그가 키네미아의 뒤에 서서 품에 안듯 그녀의 오른쪽 손등을 감싸 잡았다. 그러고는 한 바위를 조준하듯 가리켰다.
“빵 해 봐, 미아.”
이번엔 뭘 하려고. 눈썹을 치켜올린 키네미아가 맥 빠진 목소리를 냈다.
“……빵.”
퍽!
“……?!”
조준한 바위가 엄청난 소리와 함께 깨졌다.
“빵, 빵, 빵.”
“…….”
에이얀이 손을 이리저리 겨누면서 바위들을 연이어 터트렸다.
“미아 마법 썼다. 어때?”
“……굴욕적이야.”
“이렇게 힘내는데 한 번을 예뻐해 주질 않네.”
“그러니까 힘을 왜 날 놀리는 데 써?”
“내가 잘못했네. 더 큰 스케일로 썼어야 했는데.”
시무룩하게 말한 그가 다른 방향으로 키네미아의 손을 들어 올렸다.
미쳤어?! 눈을 동그랗게 뜬 키네미아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잠깐만!”
“예뻐해 주려고?”
“어. 무지하게 예쁘다, 진짜.”
“상 줘야지.”
“예쁘다, 에이얀.”
제 신세를 한탄하면서 키네미아가 에이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음, 잠시 고민하던 에이얀이 허리를 숙여 키네미아와 눈을 맞췄다.
숨결이 닿을 정도로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자 키네미아는 손을 멈칫 굳혔다. 새파란 눈동자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그를 담았다.
그 모습에 에이얀은 목 안으로 삼키듯 웃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전에 말했잖아. 이제 이걸로 안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