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78)
먼치킨 길들이기 78화
그가 놀람 반, 의아함 반이 담긴 눈으로 키네미아를 응시했다.
제법 격한 반응에 키네미아는 입꼬리만 올려 빙긋 웃었다.
“이번에 새로운 마정석이 발견됐다는 건 알고 계시죠?”
“이걸 말하는 게로구나.”
울프만이 손을 펼치자 어느새 그의 손 위에는 새로운 마정석이 올려져 있었다.
호오오오오오…… 키네미아가 눈을 빛냈다.
“네, 이거요.”
아직은 시중에 풀린 게 없을 텐데. 역시 마탑.
“이거면 깰 수 있거든요. 주술사들이 가진 독점권을.”
“오……!”
울프만이 어서 말해 보라는 듯 눈으로 재촉했다.
일반적으로 마력을 측정할 때는 ‘엘르’라는 단위를 쓰는데, 때문에 기존 마정석의 정의는 ‘직경 3cm에 1엘르를 담을 수 있는 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오기 시작한 새로운 마정석은 직경 1cm에 5엘르까지 담을 수 있거든요.”
일종의 말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마정석의 정의는 꽤 중요하다. 독점권에 옥새를 꽝꽝 찍은 그 부분에 쓰여 있는 거니까.
그제야 키네미아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울프만이 눈을 빛냈다.
“기존 마정석과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광물이라는 뜻이구나.”
“네. 주술사들은 기존의 마정석을 이용한 마력 기계를 개발하는 권리를 가진 거니까요.”
“그러면 이 새로운 광물은 주술사 협회가 가진 독점권에 영향을 받지 않을 테고.”
“주술사들의 마력 기계 생산 독점 권리는 깨지는 거죠.”
역시 이 정도만 운을 띄워도 다 꿰뚫어 보시네. 키네미아가 방긋 웃었다.
“허, 그렇군…….”
감탄을 내뱉은 울프만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금껏 키네미아가 이뤄 왔던 일들에 대해 울프만도 잘 알고 있었다. 기실 키네미아에게 괜찮은 행운이 따라 준다고 여겼건만, 오늘 직접 마주해 보니 그저 요행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울프만은 긴장된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앳된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주술사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텐데.”
음…… 키네미아는 차를 호호 불어 마셨다.
마력 기계 생산 독점권 덕에 주술사들의 위치며 덩치가 어마어마해졌으니, 제 밥그릇 뺏기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은 당연지사.
울프만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주술사들의 원한이 무섭다고 이 황금 맥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어차피 언젠가는 누군가가 독점권의 허점을 노리고 마탑과 교역을 뚫을 것이다. 그때가 되어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제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나았다.
“최대한 공생해 보려고요…….”
눈을 흐리게 뜬 키네미아가 자그맣게 말했다.
연금술사들을 들여왔다가 교단과 개싸움을 벌였던 전적도 있으니까…… 이번에는 조심해야지.
그리고 주술사들의 반발도 큰 문제이긴 하지만, 더 걸림돌이 되리라 생각했던 건 사실 마탑 쪽이었다.
“저는 주술사들이 아니라, 마탑의 운영 기조가 걱정이었어요.”
마탑이라면 독점권 따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닌가.
당장 지금이라도 울프만이 황제와 독대 자리를 만들어서 독점권을 풀어 달라 압박을 넣어도 제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을지 모른다.
“아아-”
울프만은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탑은 세계의 항상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초대의 말씀을 지키는 중이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지.”
마탑처럼 힘이 있는 조직일수록 기존 질서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초대의 지론이었다.
그 까닭에 마탑은 대체로 그 시대의 법이나 관행에 반하지 않는 형태로 운영됐고, 제일 혁신적인 인물들을 데리고 제일 더디게 움직이는 조직이 되었다.
“주술사들이 가진 독점권이 유지되는 한 우리가 먼저 권리를 깨려고 움직이지는 않았을 게다.”
“그러면 독점권이 무용지물이 된 지금은 교역이 가능하다는 말씀이신가요?”
키네미아가 눈을 빛냈다.
음, 울프만은 소파의 팔걸이를 피아노 치듯 두드렸다.
키네미아의 말대로라면 충분한 명분은 있다. 마탑의 기조와 어긋나지도 않고.
“나 혼자 결정할 수는 없는 사안이니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해 보아야겠구나.”
“네.”
긴장한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귀엽다는 듯 바라본 울프만이 자상하게 말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단다.”
그에 키네미아가 환호성을 내지르려던 입술을 꾹 닫았다.
마탑의 군주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90%는 됐다고 봐야지!
“혹시 잘 안 되더라도 개인적으로나마 구매하고 싶은 물품이 있어요. 그건 가능할까요?”
“그럼. 얼마든지 말해 보거라.”
“자경단 같은 기계가 필요해서요. 코어만 남아 있으면 다시 형태를 갖출 수 있는 걸로…….”
“아, 골렘을 말하는구나. 네가 말한 조건에 딱 들어맞는 기계란다.”
울프만이 단숨에 골렘을 떠올리자 키네미아가 홀린 듯 두 손을 모았다.
“네! 그거요……!”
핵과 모래만 있으면 다시 살아나고, 힘은 인간보다 수십 배는 뛰어나다. 자경단으로 운영하기엔 골렘만 한 게 없었다.
“재밌구나. 그걸 만든 게 방금 만난 쥬디스가 속해 있는 기술 개발부거든.”
울프만은 마탑은 몇 개의 부서로 나뉘어 있으며, 마력 기계의 개발은 기술 개발부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하-”
키네미아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울프만의 설명을 들으면서 원작을 떠올렸다.
원작의 표현에 따르면 기술 개발부는 마법사들 사이에서 ‘마탑의 주술사들’이라 괄시당하는 부서였다.
사실 마력 기계란 건 마법사들보다 일반인들에게 유용하다. 간단한 마법을 일반인들이 구현해 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도구니까.
그러나 주술사의 독점권 탓에 마력 기계는 마탑 내의 기술로만 남아 있었으니 마법사들 사이에서 내세울 만한 실적도 없고, 신입이 들어올 리 만무했다. 그로 인해 도출된 결과는 만년 예산 부족.
‘아까도 그래 보였지…….’
부장이 직접 발로 뛰며 신입을 구하러 다닌다니, 얼마나 열악한 환경이란 말인가.
원작에서 기술 개발부가 나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늘 기를 펴지 못하던 기술 개발부가 실적을 올려 보려다가 마력 기계가 폭주하는 바람에 제국을 위협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것도 역시 우리의 주인공이 멋지게 해결해 주지만!
그 이후에 마탑의 기술 개발부는 주인공을 위해 적재적소에 필요한 마력 기계를 만들어 주는 셔틀이 되었다…… 는 해피엔딩 이야기였다.
‘흠.’
여기까지 떠올린 키네미아는 발끝을 까딱거렸다.
기술 개발부에서는 실적을 올릴 기회였으니 외부와의 교역을 더없이 환영할 터.
얘기만 잘 통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계약할 수 있으리라.
“결과가 어떻게 되든 기술 개발부와는 자리를 한번 만들어 보마.”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울프만이 마주 웃었다.
키네미아가 이렇게 기뻐하는데 시도를 안 해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환하게 웃자 울프만이 마주 입꼬리를 올렸다.
목적을 얼추 달성한 키네미아가 울프만과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더 나누고 있을 때였다.
“키네미아, 에이얀과는 잘 지내고 있니?”
순간 키네미아는 뜨거운 차를 그대로 삼켜 버렸다.
큽.
뜨거! 얼얼한 혀에 눈물이 고이자 울프만이 더 당황해 새로운 잔을 밀어 주었다. 안에는 얼음물이 담겨 있었다.
“천천히 먹으렴.”
“……네.”
“내가 괜한 소릴 했나 보구나.”
“아뇨, 아뇨. 그게…….”
어떻게 아셨지? 키네미아가 울상을 지었다.
울프만을 할아버지라고 부르곤 있지만, 사실 따지자면 친구네 할아버지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렇기에 친구와 지금 잘 못 지낸다고 날름 답하기에는 꺼려지는 면이 있었다.
키네미아가 뜸을 들였다가 속삭이듯 말했다.
“평소에는 잘 지내거든요…….”
솔직한 아이라니까. 울프만이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내렸다.
“에이얀이 싫다면 바로 마탑에 가둬 두마. 그 정도야…….”
발투스1이면 되겠지. 그가 어딘지 착잡해 보이는 흐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