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8)
먼치킨 길들이기 8화
* * *
‘포기하려는 걸까?’
키네미아는 고민하는 듯한 사내의 움직임을 보며 빗자루를 든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혹여나 그가 덮쳐들 상황을 대비해, 뒤로 뺀 왼발 뒤꿈치를 담벼락에 댄 채 몸을 단단히 굳히던 순간이었다.
딱-
어디선가 손을 튕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키네미아가 귀를 쫑긋 세웠고.
“컥!”
신음성을 낸 남자가 목을 부여잡았다.
털썩.
이윽고 힘이 빠진 듯 남자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뭐지? 키네미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에이얀? 아니면…….’
키네미아가 남자에게 다가가려는 찰나, 앞을 막아서듯 한 인영이 키네미아 앞으로 착지했다.
새카만 머리카락에 새카만 눈동자. 생글생글 웃는 낯의 소년.
“너……!”
“대공녀 아가씨, 나 기다렸어?”
“너! 어, 어디 갔다 온 거야!”
에이얀이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개구리 간판을 찾아야 한다고 했잖아. 그걸 찾으러 갔었지.”
개구리? 개구리 간파안? 키네미아가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그걸 찾으러 갔다고?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되는 동안에?!
“음? 화났어?”
에이얀이 낑낑대는 강아지처럼 시무룩한 얼굴로 키네미아를 응시했다. 머리끝까지 올랐던 화도 스르륵 풀릴 만한 외모였으나, 키네미아는 머릿속에서 변연계가 부산히 경고등을 울리는 걸 느끼고 있었다.
어디서 지켜보고 있었던 거 아냐? 이 소시오패스 같으니.
그때, 에이얀이 키네미아의 그런 생각을 읽어 낸 듯 말했다.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이젠 정말 안 놓칠게.”
여러 가지 할 말은 많다만…… 키네미아는 조용히 이를 악물었다. 에이얀과는 좋게 헤어지고 싶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원한 살인의 미래만 아니었어도, 리카샤만 아니었어도…….
복잡한 생각에 잠긴 채 키네미아가 빗자루를 내던지고 발로 밀었다. 벽 끝까지 밀린 빗자루를 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너 말이야…….”
“응.”
“대체 내게 원하는 게 뭐야?”
키네미아가 고개를 들어 에이얀과 눈을 마주쳤다. 에이얀은 키네미아의 새파란 눈동자를 응시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대공녀 아가씨의 호위잖아.”
“그뿐이야?”
“그럼?”
“정말 내 호위가 되고 싶은 것뿐이야?”
에이얀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 키네미아를 보다 눈을 내리깔고 시야를 바닥으로 기울였다.
‘이런, 감이 좋은 아가씨네.’
그는 키네미아가 말을 잇기 전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대공녀 아가씨 옆이 아니면 갈 곳이 없어…….”
에이얀이 시선을 살짝 들어 키네미아와 눈을 마주쳤다. 키네미아가 담담히 대꾸했다.
“……마탑으로 가면 되잖아.”
“그때 옆구리 뚫린 거 봤잖아.”
“다 낫지 않았어?”
“만져 봐.”
“힉!”
옆구리에 남은 상처로 손을 갖다 대자 키네미아가 기겁을 하며 손을 뺐다.
그에 에이얀이 옷을 들어 올렸다.
“봐.”
“……?!”
얼기설기 감긴 붕대에는 피가 질척일 정도로 스며들어 있었다.
옆구리가 뚫린 채로 다니는 거였어?!
“왜, 왜, 왜 치료 안 해!”
키네미아가 허둥지둥 손을 떨었다. 에이얀은 그 모습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웃었다.
“불쌍해?”
커다란 눈에 걱정이 그득한데도 키네미아는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에이얀을 쏘아보는 중이었다.
귀여운 아가씨. 에이얀이 반듯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마탑의 마법사들이 한 짓이야. 현 리카샤가 죽어 버리면 다음 리카샤가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까지?”
“12살짜리가 리카샤가 된 것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재능 있는 사람이 평생을 수련해도 원로가 될까 말까인데, 현 리카샤가 2차 각성도 안 한 12살짜리라니. 좋게 볼 순 없겠지.”
“…….”
12살짜리가 쉴 새 없이 목숨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니. 키네미아는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동정하지 않으려고 해도 동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키네미아의 경계심이 흔들리는 것을 본 에이얀이 다시 시무룩한 얼굴을 꾸며 냈다.
“그러니 이대로 대공 성을 떠났다가는 노상에서 쓸쓸하게 죽어 버리게 될지도…….”
안 죽고 복수하러 올 거잖아! 차라리 죽어 버리면 걱정은 덜 됐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건 좀 너무한가.
작게 한숨을 내쉰 키네미아의 머릿속에 지금 그를 보냈을 때의 위험도가 어른거렸다.
위험과 원한 사이에서 저울의 양쪽이 끼익끼익 움직인다. 위험과 원한이 팽팽하게 맞서던 중, 그 사이로 뿅 하고 튀어나온 건 인간적인 도의였다. 옆구리가 뚫린 12살짜리를 사지로 보내 버린다는 건 사람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니까.
“상처가, 다 나을 때까지만이야…….”
“역시 우리 대공녀 아가씨는 도량이 넓으시다니까.”
“처음 만났을 때는 인간 사냥하는 거 아니냐면서.”
“그건 당연히 농이지.”
“진심 같았는데.”
하지만 에이얀은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는 것처럼 조용히 웃을 뿐이었다.
에이얀에 대해서 이것저것 걸리는 건 많았지만 키네미아는 대충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제 놓치지 마.”
“안 놓칠게.”
우물거리듯 말하는 키네미아를 내려다보며 에이얀이 웃었다.
왜인지 입이 불퉁하게 튀어나온 키네미아는 그가 싫어 죽겠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였다.
‘왜 그렇게 날 싫어하는 거지?’
그것도 첫 만남부터.
착각일 리는 없다. 에이얀은 늘 누군가가 제게 품는 감정을 예민하게 알아차렸으니까.
그리고 에이얀은 자신의 외모가 누구에게나 호감을 살 만하다는 것, 그리고 리카샤라는 지위의 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 대공녀는 제 외모에도, 지위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 못해 진저리를 치기까지 했다.
왜지? 에이얀이 생각에 잠기던 차-
“손.”
“응?”
키네미아가 손을 내밀었다.
“저긴 사람 많잖아. 또 놓치면 곤란하고…… 그래서…… 뭐, 싫으면-”
“아, 그러네.”
에이얀이 빙그레 웃으며 키네미아의 말을 잘랐다. 그러고는 키네미아가 내민 손을 꽉 잡았다.
“여기까지만 잡아.”
손이 다 덮일 정도로 잡자, 화들짝 놀란 키네미아가 손을 빼서 에이얀이 손끝만 잡을 수 있도록 인도했다.
키네미아의 손톱 부근 정도만 겨우 잡을 수 있게 된 에이얀은 볼멘 어조로 말했다.
“아가씨 손이 너무 작아서 빠질 것 같은데.”
“안 빠질 수 있도록 노력해.”
“네에…….”
장난스레 대답하면서도 에이얀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아까의 기세는 어디 가고 새하얀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방금까지도 그렇게 떨고 있었을까.
별것도 아닌 그 사내 앞에서.
분명 마력을 숨기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이 작은 체구에 그런 단호한 기세는 어디서 나온 걸까.
골목으로 나오자 스리슬쩍 에이얀이 키네미아의 손을 고쳐 잡았다. 손이 너무 작아서 잘못하면 빠질 것 같았다.
문득, 에이얀은 새를 돌보던 수련원의 동기를 떠올렸다.
혹독한 시험을 거치는 마탑의 수련원에서 한 동기는 몰래 다친 새를 주워 와 애지중지 길렀다. 부목을 대고, 상처를 살피고, 먹이를 주고, 포식자를 쫓아냈다.
에이얀으로서는 저렇게 손이 가는 일을 왜 나서서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짓 말고도 할 일은 많고, 쉴 시간은 모자랐다.
그러나 동료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라도 새를 돌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듯이.
돌본다는 건 에이얀에겐 아주 낯선 일이었다.
그가 버려진 나이는 7살. 마탑주에게 거둬져 수련원으로 들어갈 때까지, 에이얀은 뒷골목에서 어른들의 눈을 피해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나날을 살아야만 했으니까.
‘이것 봐, 빠진다니까.’
에이얀은 흘러내리는 키네미아의 손을 고쳐 쥐었다.
돌본다는 건 정말이지 신경 쓸 일도, 할 일도 많은 번거로운 일이었다.
키네미아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멍청한 사내에게서 구해 주고,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게 막고, 손을 고쳐 잡고…….
그때 키네미아가 누군가에게 밀쳐진 듯 에이얀의 등에 머리를 부딪쳤다.
“아, 미안.”
그녀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매만졌다.
돌연 가슴께에서 쿵 소리가 났다.
“뒤에서 미는 바람에…….”
키네미아가 변명을 주워섬겼고, 에이얀은 설핏 미간을 찡그렸다.
‘뭐지.’
에이얀이 제 심장 소리에 의아함을 느끼며 멈춰 서 있는데.
“왜?”
키네미아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왜 그렇게 멈춰 서 있느냐는 뜻이었다.
“아니…….”
그가 심장께를 매만졌다.
얼마 전 다친 이후로 뭔가 이상이라도 생긴 걸까. 아니면 2차 각성 때라도 다가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