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81)
먼치킨 길들이기 81화
“무슨 오해?”
하지만 에이얀은 답 없이 화제를 돌릴 뿐이었다.
“미아, 나랑 약속 하나 해.”
“무슨 약속?”
“나가서 그런 말 함부로 하면 벌 받기.”
“누가?”
“네 말을 들은 새…… 들은 분이.”
“방금 욕-”
“그러니까 내 앞에서만 해. 알겠지?”
“방금 새끼라고-”
“미아, 지금 내 앞에서 욕하는 거야?”
“네가 한 거잖아!”
“과격한 면이 있어, 우리 미아는.”
키네미아가 주먹으로 에이얀을 가볍게 때렸다.
에이얀이 아프다는 시늉을 하다가 키네미아의 손목을 잡았다.
“못 본 지 얼마나 됐다고 더 말랐어. 걱정되게.”
“요즘 못 자서 그런가.”
요즘 따라 바쁘다며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에이얀은 엄지로 키네미아의 손목 안쪽을 느릿하게 비볐다.
“……?”
키네미아가 자신이 하는 양을 내려다보자 에이얀이 예쁘게 미소를 지었다.
그날 이후로 감정에 동요가 있었던 건 분명한데, 다시 괜찮아졌다는 말에 기분이 널을 뛰었다.
‘할 수 없나. 아직은.’
어쨌건 간에 그의 접근이 키네미아에게 거리낄 정도로 싫지 않았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이번에는 어느 정도까지 해야 네가 날 다시 의식할까.
“손은 언제 다쳤어?”
“응? 아까 책에 베였나 보다.”
허둥지둥 숨을 곳을 찾다 보니 베인 줄도 모르고 있었던 키네미아가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 에이얀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들고 혀를 내밀었다.
키네미아가 어떻게 반응할 새도 없이 혀가 다친 손끝을 핥았다.
“……!”
움찔한 키네미아는 제 손을 빼앗아 가슴께에서 붙잡았다.
에이얀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키네미아를 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성공했나. 에이얀이 흔들리는 새파란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애교스럽게 말했다.
“빨리 나으라고.”
말문이 막힌 키네미아가 입을 벌렸다.
* * *
그 시각, 에이얀의 뒤처리를 하러 허링 후작령으로 대신 내려온 이는 울프만이었다.
이미 에이얀이 방으로 들어가 버렸으니 키네미아와는 만났을 테고, 방해를 하느니 복구나 하러 내려오는 게 최선이리라는 판단에서였다.
허링 후작은 울면서 울프만에게 감사하다고 매달렸으나 매몰차게 뿌리친 그는 아주 난장판이 된 영지를 복구하기 시작했다.
‘작작 좀 할 것이지…….’
그때 그의 곁으로 홀쭉해진 벤자민이 다가왔다.
“탑주님, 에이얀 님께서 지금 방에 결계를 5개나 치고 마력을 뿜어 놔서 근처에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원에 시달린 그가 초췌한 얼굴로 얼굴을 숙였다. 오늘 에이얀 지수는 다 채웠는데, 왜 아직도 자신이 고통받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가서 좀 말려 주십시오.”
“지금 내버려 두지 않으면 이번에야말로 마탑이 부서질 게야.”
“예?”
“지금 키네미아와 방에 함께 있거든.”
담담히 말한 울프만이 걸음을 뗄 때마다 영지의 울창한 숲과 움푹 파였던 땅이 복원됐다.
울프만은 멀쩡하다 못해 예쁘기까지 한 연못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여긴 왜 그런 거지?”
“에친놈이 사랑의 염병을…… 죄송합니다. 실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데이트의 추억을 곱씹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그 봄이 왔던 산꼭대기를 떠올린 울프만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런 염병을…… 아차.”
실언을, 울프만이 입을 다물었다. 이내 그가 다시 걸음을 옮기면서 복원을 시작했다.
17장 자강두천
‘대체 어디 있는 거지?’
쥬디스 콘웰은 기술 개발부가 있는 마탑의 동관으로 터덜터덜 들어서면서 오만상을 구겼다.
‘그렇게 예쁜 애가 눈에 안 띌 수가 없는데.’
마탑주가 직접 데려간 금발 예쁜이와 짧지만 강렬한 만남이 있은 후, 쥬디스는 부서를 비운 채 며칠 동안 사역마를 풀어 마탑 곳곳을 뒤졌다.
하지만 금발 예쁜이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가공할 만한 친화력으로 발이 넓은 쥬디스가 실마리조차 잡지 못할 정도였다.
쥬디스 콘웰이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며 기술 개발부의 문을 연 그때였다.
“이런! 길을 잘못 들었네. 마탑의 주술사들 아니야?”
깔깔 웃는 남자를 보며 쥬디스가 눈썹을 추켜올렸다. 속성 마법 연구부의 부장 필립이었다.
쥬디스와는 마탑 수련원부터의 동기로, 각자 최연소 부장이 된 이후에도 지겨운 악연을 이어 가고 있었다.
‘이 새끼는 그렇게 할 일이 없나.’
수련원에서 제가 따야 할 천재 타이틀을 쥬디스가 가져갔다는 질투심이 화근이었는지, 그는 시시때때로 기술 개발부에 와서 시비를 걸어 댔다. 오늘은 또 어떤 걸로 시비를 걸러 왔을지.
“와, 필립! 오늘따라 근사하네!”
애써 밝은 목소리를 꾸며 낸 쥬디스가 필립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을 걸었다.
필립은 짜증스러움을 감추지 않은 채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쥬디스…….”
“얘들아. 오늘따라 주둥아리가 근사한 필립에게 박수 좀 쳐 줄까?”
인상을 쓴 필립이 빈정거리는 쥬디스의 팔을 쳐 냈다.
“연말인데 한가한가 봐?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또 우리 부서 애들을 괴롭히러 왔어?”
“우리야 연말이니 모의 공성전 준비로 바쁘지.”
이 얘기하러 왔네. 이 멍멍 새끼가. 모의 공성전 얘기가 나오자 쥬디스가 욕을 뇌까렸다.
그녀의 약점을 후벼 판 필립이 샐쭉 입꼬리를 올렸다.
“기개부는 공성전 준비 안 하나? 아! 어차피 만년 꼴찌라 할 필요가 없나?”
말문이 막힌 쥬디스가 입을 다물었다.
“힘들면 우리 애들이라도 빌려줄까? 고작 5명이서 무슨 공성전을 해.”
“됐어.”
“쥬디스, 굳이 사양할 필요 없어. 우리가 알고 지낸 지가 몇 년인데. 안 그래?”
“걱정 안 해도 돼, 근사한 주둥이 필립. 우리 이번에 아주 괜찮은 신입을 찾아냈거든.”
“아주 괜찮은 신입?”
“어!”
“어디? 안 보이는데?”
손차양을 댄 필립이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내자 쥬디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오고 있어.”
그 말에 필립이 낄낄거리며 손을 내저었다.
“그럼 그 괜찮은 신입이랑 자-알 해 보든가. 주술사들.”
이내 그가 쥬디스의 어깨를 다독인 후에 문을 쾅 닫고 떠났다.
“저 싹퉁 머리 없는 새끼! 가다 에친놈이나 만나라!”
쥬디스가 마탑에서 공공연히 통하는 저주를 내리고는 퉤퉤 침까지 뱉었다.
그사이 부원들이 쥬디스 주변으로 다가왔다.
“부장님, 오셨어요?”
그에 쥬디스는 왈칵 눈물을 쏟을 것처럼 눈시울을 붉혔다.
“우리 이쁜이들. 나 없는 사이에 고생 많았지?”
“고생은요……. 3번 정도 비웃음당하고, 5번 정도 방해받았을 뿐인걸요.”
“그걸 고생이 많았다고 하는 거야…….”
저 새끼는 꼭 가다가 에이얀을 만날 거라고 말해 준 쥬디스가 홀쭉해진 부원을 부둥부둥 끌어안았다.
“그런데 요즘 왜 안 나오셨어요? 또 신입 찾으러 가셨어요?”
“쓸 만한 신입은 좀 찾으셨어요?”
“아, 그게!”
순간 쥬디스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녀의 표정에서 무언가를 감지해 낸 부원들에게서 활기가 돋아났다.
“찾으셨어요?”
“응. 내가 우리 얼굴마담이 될 예쁜이를 찾아냈지.”
의기양양하게 말한 그녀가 영상구에 손을 올렸다. 자신의 기억을 옮겨 담으니 곧 영상구에서 새파란 눈동자를 가진 금발의 소녀가 떠올랐다.
“오오……!”
“와……!”
“엄청 예쁘다.”
부원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인사해! 우리 기개부의 얼굴마담이 될 신입이야!”
“와아-”
부원들 사이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쥬디스는 뿌듯한 표정으로 가슴을 내밀고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