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82)
먼치킨 길들이기 82화
“부장님. 그런데 얼굴마담이라면 이번 모의 공성전에 내보내실 생각이세요?”
“맞아!”
‘모의 공성전’은 마탑 전역에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마탑 3대 축제 중 하나로, 본성을 지키고 다른 팀의 요새를 파괴하여 승리를 차지하는 게임이었다.
마법사들은 소속 부서에 관계없이 어느 팀에나 자유롭게 참가가 가능하다.
뭐, 원칙적으로는 그랬으나, 실제로는 소속 부서와 팀을 짜는 편이었다.
연말은 마탑에 신입이 들어오는 시기. 제 부서에 어떤 마법사들이 속해 있으며, 어떤 마법을 쓰는지 알릴 기회이기도 했으니까.
어쨌든 각 부서들은 저마다 얼굴마담이 될 만한 마법사들을 하나씩 데려와 팀원의 사기를 올리기 위한 공약을 거는 것이 주 볼거리 중 하나였다.
쥬디스의 말마따나 금발 예쁜이는 마탑 전역에 송출되는 이벤트의 얼굴마담이 되기 딱 좋아 보이긴 했으나…….
‘쥬디스니까.’
한마음 한뜻으로 이를 떠올린 부원들이 눈을 마주쳤다.
쥬디스는 좋게 말하면 미래 지향적이며 긍정적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앞뒤 안 가리는 조증 걸린 망아지 같았다.
쥬디스의 막무가내를 알고 있던 부원이 손을 들었다.
“부장님,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건데 저 예쁜 신입이랑은 아는 사이인 거죠?”
“아니! 그냥 지나가다 봤어!”
“혹시 기술 개발부에 오겠다고 한 건가요?”
“아니! 관심은 있어 보이던데!”
“정말요? 그런데 왜 안 데려오셨어요?”
“탑주님이랑 용무가 있어서인지 얘기를 오래 못 해 봤거든!”
발랄한 대답과 함께 부원들이 고개를 저었다.
“일이나 하자.”
“이야- 바쁘다, 바빠…….”
이내 그들은 일이나 하자며 다들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믿어 줘! 이번에는 진짜라니까? 기다려! 우리 얼굴마담이 기개부에 신입을 모조리 끌어 올 테니까!”
“예…….”
“너희 나 못 믿는 거야? 이봐! 나 계약 건다? 나 좀 보라고!”
부원들이 못 본 척하자 쒸익거리던 쥬디스가 홧김에 제 팔목에 계약의 마법을 걸었다.
“엑?!”
기개부 부원들이 모두 경악한 얼굴로 그녀를 응시했다.
“부장님, 지금 뭘 하신 거예요!”
“어떡해……. 저거 풀지도 못할 텐데.”
“탑주님께 말씀드리면 풀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부원들이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쥬디스는 빙긋 웃을 뿐이었다.
“나만 믿어. 난 후회 따위 하지 않는 여자야.”
“제약은 뭘로 거셨어요?”
“설마 마력은 아니죠?”
“맞아! 마력이야!”
부원들에게서 ‘너 정말 미래 없이 사는구나?’라는 눈빛을 받자 쥬디스가 입꼬리를 축 늘어트렸다.
계약 마법은 무조건 대가를 걸어야 한다.
시전자가 이행할 계약 내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빼앗기는 대가가 필요한 것이다.
그 대가는 목숨부터 재물까지 다양하게 걸 수 있는데, 대가를 따로 정하지 않을 시에는 자동적으로 마력이 지정된다.
다시 말해, 쥬디스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시 그녀의 마력은 영영 묶여 버리는 것이다.
마력이 없는 마법사라니, 부원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번 모의 공성전에 금발 예쁜이를 내보내지 못하면, 그녀는 평생 마력을 봉인당한 채 살게 될 터.
“빨리 누가 탑주님께 말씀 좀 드려…….”
“내가 할게.”
부원 중 하나가 탑주에게 사역마를 날렸다.
* * *
며칠이 지난 후, 울프만은 장로들과의 회의에서 교역에 대한 의제를 꺼내 들었다.
마탑의 장로들은 교역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의외의 결과는 아니었다. 그간 초대의 의지를 따르고는 있었지만, 장로들도 내심 주술사들이 마법사의 지위를 침범하는 것 같아 불만스러워했다는 것을 울프만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간 체면 차린다며 이만 갈고 있었다는 것도.
키네미아는 적절한 방법으로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준 셈이었다.
울프만은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장로들을 보며 미소를 띠었다.
‘그동안 참 많이 앓았었나 보군.’
수월하게 이야기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는 울프만에게 장로 중 하나가 은근슬쩍 말을 걸었다.
“탑주께서 리온의 대공녀를 그리 예뻐하시더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셨나 봅니다. 이리 탁월한 방책을 다 짜내고 말이에요.”
울프만은 정말 제 친손녀가 칭찬을 받은 것처럼 기쁘게 웃어 보였다.
“그 때문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예뻐할 만한 아이이긴 하네.”
“저희도 한번 보여 주시지요.”
“저도 어떤 아이인지 궁금합니다, 탑주님.”
장로들이 하나둘씩 관심을 표하자 울프만이 중재하듯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들 원하니 내 시간이 되면 자리를 마련해 보도록 하겠네.”
마탑에서 연회라도 한번 여는 게 어떨까, 생각한 울프만이 장로들을 향해 뿌듯하게 말하던 그때였다.
– 탑주님.
코가 동그란 박쥐가 날아와 울프만 앞에서 날갯짓을 했다. 기술 개발부 소속 마법사의 사역마였다.
울프만이 다정하게 손을 내밀자 박쥐가 손끝에 앉았다.
“마침 잘됐군. 기술 개발부에 좋은 소식이 있는데-”
그러나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가 주저하며 말을 꺼냈다.
– 저, 탑주님…….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저희 부장님께서 또 일을 치셨어요.
“……음?!”
* * *
혜민원의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키네미아에게로 쉔 티엔이 다가왔다.
“아가, 셰넌벨에 분점을 낸다고?”
“네.”
“셰넌벨이면 저번 역류로 마물들이 득시글해진 곳이 아니냐.”
아, 손이 안 닿네. 키네미아가 낑낑거리자 그가 찬장에서 설탕을 꺼내 건네주었다.
“이거지?”
“네네! 대신 모험가들이 몰리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그쪽에 분점을 내려고요. 이참에 포션을 패키지로 판매하는 건 어떨까요?”
“패키지?”
“모험가들에게 잘나가는 외상 포션이랑 침술을 묶음으로 해서요.”
연금술사들의 주력 기술은 포션 제조 외에도 침술이 있다.
그러나 서대륙에선 침술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는 포션만을 주로 판매하는 중이었다.
“모험가들에게 시험해 보고 반응이 좋으면 시장을 넓혀도 좋을 것 같아요. 의학용 외에도 미용 분야라든가…….”
뭐, 정력이라든가……. 잘될 것 같지만 이건 말하지 말자. 키네미아가 입을 다물었다.
괜찮은 생각이었는지 쉔 티엔이 작게 탄성을 냈다.
“음, 기발한 생각이다. 이 몸이 셰넌벨로 내려갈 이들을 몇 명 추려 보마.”
“네!”
키네미아가 방긋 웃자 그가 웃으며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
“아가 덕에 한가로이 살고 싶던 내 일만 나날이 느는구나.”
에엥……. 그녀가 울상을 지으며 쉔 티엔을 끌어안았다. 쉔 티엔은 제게 매달리는 키네미아를 기꺼워하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오라버니도 어차피 자금이 더 필요하시잖아요. 혜민원 후원에 주지육림 만드실 거라면서요.”
“……!”
순간 제 발 저린 쉔 티엔이 눈을 부릅떴다.
“누, 누가 그런 돼먹지 못한 망발을 지껄여?!”
“다들…….”
만나는 연금술사마다 제발 아기 선녀님께서 쉔 티엔 님 좀 말려 달라며 붙드는 통에 모르려고 해도 모를 수가 없었다.
“아가, 상놈들 말은 믿지 마라. 다 거짓부렁이다.”
“이미 술로 연못 만드는 중이라던데…….”
“…….”
“…….”
쉔 티엔이 눈을 피하며 기침했다.
“콜록콜록! 이 몸도 늙었나. 요즘은 이렇게 안 아픈 곳이 없다…….”
키네미아가 흐린 눈으로 그의 등을 두드렸다.
‘지금 마시는 술을 넣는다면 독 연못일 텐데, 괜찮을까? 아, 보안에는 좋을지도.’
눈앞의 문제들이 잔뜩 산재해 있기 때문에 키네미아는 주지육림 문제는 일단 미뤄 두기로 했다.
셰넌벨을 정비하는 일은 벌써 시작했고, 분점을 낼 곳에 빈 건물도 몇 개 매입해 두었다.
‘이제 마탑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기만 하면 되나.’
마탑주의 마음에 들었으니 괜찮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은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
생각을 정리한 키네미아가 그릇에 설탕을 부었다. 그 외에도 재료를 넣고 반죽을 주물럭거리자 그녀가 하는 양을 지켜보던 쉔 티엔이 물었다.
“아가는 뭘 만드는 중인고?”
“아, 통밀 쿠키요.”
“혜민원에서?”
“대공 성에선 주방에 들어가기만 해도 다들 이런 곳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난리가 나길래 대피했어요.”
키네미아는 에헷, 웃으며 어깨를 으쓱 들어 올렸다.
귀한 몸으로 사는 게 딱히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좋다. 하루의 대부분을 느긋하고 호화롭게 영위할 수 있으니까.
영주라 해도 요즘은 일이 잘 풀려 대부분의 잡일은 관료들 몫인 데다, 원한이 무서워 사교 모임에 나가는 것도 아니니.
하지만-
‘심심해……!’
이런 소일거리라도 하지 않으면 대공녀로서의 삶은 정말이지 무료하다 못해 공허했다.
‘연말이니 지금쯤 수도에서는 이런저런 축제 준비로 성황이겠지.’
마상 시합, 사냥 대회, 뱃놀이 같은 볼거리들을 떠올려 본 키네미아가 눈물을 삼켰다.
‘아니야, 안 가도 돼. 보고 싶지 않아!’
나는 여기 남아서 돈이나 벌 거니까! 그녀가 주먹을 꾹 쥐었다.
이렇게 된 거, 돈으로 행복도 사고 말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