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83)
먼치킨 길들이기 83화
그때 어느새 다가온 로우가 머리 위로 허리를 굽히고는 말을 걸었다.
“요정님!”
키네미아는 고개를 바짝 들었다.
“로우!”
키네미아와 로우가 꺅, 꺅 소리를 지르며 부둥켜안았다.
새로운 마정석을 위해서 던전 뺑뺑이를 잔뜩 돌린 탓에 로우와는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로우도 무척 반가웠던지 키네미아를 번쩍 안고 뱅글뱅글 돌다가 쉔 티엔이 그만 내려 두라고 호통을 치고서야 놓아주었다.
‘잠깐 죽는 줄 알았다.’
뱅글뱅글 돌다가 영혼이 반쯤 저승에 다녀온 키네미아가 식은땀을 닦아 냈다.
“로우, 그동안 많이 바빴지! 미안해.”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야 검 쓸 일이 많아서 좋기만 한데요.”
“그래도…….”
좀 쉬엄쉬엄하라고 말하려던 키네미아는 정말 혈색이 더 좋아지고 피부가 반질반질해진 로우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빈말이 아니라 솔직한 거였구나.’
로우는 키네미아를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오늘도 귀엽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우십니다.”
오랜만에 듣는 로우식 칭찬에 키네미아가 웃음을 흘렸다.
“로우도 멋지고 잘생기고…… 응?”
문득 말을 멈춘 그녀가 눈을 깜빡였다.
“왜 그러십니까?”
“로우, 방금 나한테 한 말 다시 해 줘.”
“요정님, 오늘도 귀엽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우십니다.”
키네미아는 로우가 다정한 투로 다시 말해 주는 것을 아주 열심히 귀담아들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아니…….”
그녀가 주걱을 꽉 쥐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왜 안 설레지?’
누구든 내게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소리를 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키네미아 리온 설렘 메커니즘은 완벽했는데.
왜지? 로우도 젊고 잘생겼지, 몸매도 흐뭇…… 키네미아가 고개를 붕붕 저었다.
‘로우는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가?’
하긴, 로우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내 그랬으니까.
‘이제 와서 설레는 게 더 웃겨.’
맞아. 로우는 계속 함께였지만 에이얀은 아니잖아. 당연히 같은 말을 해도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겠지.
그녀가 그렇게 합리화하며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저기, 웬 종달새가 창문을 두드리는데요?”
로우가 창을 가리켰다.
“어, 종달새?”
귀를 쫑긋 세운 키네미아가 창으로 달려가 창문을 열었다.
종달새라면 분명 마탑주의 사역마였다.
‘벌써 결과가 나왔나?’
설마 바로 기각당한 건 아니겠지…….
그사이 열린 창문 틈새로 들어온 종달새가 뾰로롱, 울며 한 바퀴 돌더니 키네미아의 귓가에 속닥거렸다.
마탑 장로들의 전면 동의로 마탑과의 교역이 허용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세상에! 맙소사! 세상에!’
키네미아가 입을 벙긋거리며 두 손을 붕붕 젓자 로우와 쉔 티엔이 다가왔다.
기쁨에 겨운 키네미아는 그들을 끌어안으며 외쳤다.
“성공했어!”
“예?”
“혹 마탑과의 교역권을 말하는 겐가?”
기뻐서 말도 못 꺼내는 키네미아 대신 쉔 티엔이 어리둥절해하는 로우의 의문점을 해결해 주었다.
“정말입니까?!”
로우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도 키네미아가 마탑과 교역하려 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 그 때문에 그녀가 지금 새로운 마정석 채취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도.
그러나 마탑의 폐쇄적인 성향을 익히 알고 있던 그는 사실 비관적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
“마탑과의 교역이라니, 상상도 못 했습니다…….”
로우가 중얼거리자 쉔 티엔이 흐뭇하게 웃었고, 키네미아는 종달새가 가져다준 소식에 기뻐했다.
그때 종달새가 날아가는 궤적 뒤로 하늘하늘한 종이가 떨어졌다.
종달새가 남긴 쪽지를 보면서 키네미아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
* * *
울프만은 찻잔 3개에 차를 따랐다. 조르륵 차가 들어차자 따스한 김이 피어올랐다.
어여쁜 손녀인지, 손주 며느리인지를 돕기 위해 특별히 마련한 자리였다.
에이얀이 향긋한 차의 향을 맡았다. 울프만은 또라이의 공격력을 상쇄하기 위해 맹수들도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강한 진정 성분이 있는 차를 준비했다.
어엿한 성인 마법사들답게 아주 이성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을 보기 위함이었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는지 에이얀이 나른한 투로 말했다.
“죽여 보죠.”
아무래도 차를 잘못 가져온 모양이다. 혜민원의 주인장이 말하기를, 분명 맹수도 진정한다고 했는데…… 맹수과가 아니어서인지, 아니면 진정한 상태가 이런 건지 울프만은 의아했다.
“안 돼.”
엄하게 만류한 울프만이 에이얀의 맞은편에 앉은 쥬디스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찻잔을 든 쥬디스는 있는 힘껏 에이얀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중이었다. 당신들이 내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기색이 완연했다.
‘……?’
그녀는 마탑주와 리카샤가 자신에게 주목하는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금발 예쁜이가 어떤 사람이길래 마탑에 군림하는 인간들과 독대하는 상황이 된 거지?
아니, 마탑주는 그럴 수 있다. 자신은 기술 개발부의 부장이니까. 그런데 이 자리에 왜 저 악마가 끼어 있단 말인가.
‘설마 필립한테 걸었던 저주가 되돌아왔나?’
이럴 줄 알았다면 가다 에이얀이나 만나라는 저주는 걸지 않았을 텐데.
“쥬디스, 어쩌다 그런 짓을 한 게야.”
어색한 상황을 깨듯 말을 걸어온 울프만에 쥬디스가 표정을 폈다.
“아- 그것참.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탑주님! 어떻게든 되겠죠!”
조증 걸린 망아지가 해맑게 미소 지었다.
“그렇구나.”
울프만은 침음성을 흘렸다. 그녀 자신은 마력을 잃어도 괜찮을지 몰라도, 키네미아를 끌어들인 순간 세계 평화에는 지대한 위협이 생긴 셈이었다.
“괜찮다는데요, 스승님.”
에이얀이 퍽 마음에 들었다는 투로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당사자가 괜찮다고 하니 죽여 보자는 뜻이었다.
이를 받은 것은 쥬디스였다.
“예! 정말 괜찮습니다!”
울프만은 쥬디스가 눈치를 방에 놓고 다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에이얀이 저렇게 날카롭게 반응하는 이유는, 모의 공성전의 규칙 때문이었다. 모의 공성전에 참여할 수 있는 마법사는 최상급 미만으로 제한되어 있으니까.
즉, 에이얀은 모의 공성전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나마 에이얀이 키네미아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던지, 그 나름대로 행실을 자중하고 있는 상태여서 다행이었다.
그때 응접실에 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벤자민의 뒤로 들어선 이는 짙은 남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였다.
“키네미아, 어서 오거라.”
반색한 울프만이 키네미아를 맞이했다.
키네미아는 울프만을 향해 배시시 웃다가 에이얀과 눈을 마주쳤다.
순간 웃고 있는 키네미아와 마주하게 된 에이얀이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가볍게 주먹을 쥐어 입을 가리던 그는 눈을 곱게 접어 눈웃음을 쳤다.
서로 마주 웃어 주고 있는 모양새가 되자 화들짝 놀란 키네미아가 제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에 에이얀은 입꼬리를 늘어트려 서운하다는 기색을 보였다.
키네미아는 고개를 팽 돌려 버린 후, 울프만 앞에 서서 치맛자락을 잡고 무릎을 굽혔다.
“마탑의 지엄한 군주를 뵙습니다.”
“그래, 키네미아. 이리 와 앉으렴.”
쥬디스는 마탑주가 저리 반기는 것이 의아하다는 기색으로 키네미아를 훑었다.
“쥬디스. 이번에 마탑에서 마력 기계 유통 계약을 맺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예! 그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이쪽은 마탑과 교역을 맺은 키네미아 리온 대공녀라네.”
“……?”
쥬디스가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한 얼굴로 눈을 끔뻑거렸다.
“그럼 정말 마력이 없다는…….”
그럴 리가 없는데…… 그녀가 중얼거렸고, 홀로 영문을 모르는 키네미아만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그 모습에 깊게 한숨을 내쉰 울프만이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 * *
“마력을 건 계약 마법…….”
키네미아가 중얼거리자 울프만이 네 마음 다 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입으로는 괜찮다, 괜찮다 해도 걱정이 되긴 했는지 쥬디스가 큰 눈을 굴리며 키네미아의 눈치를 살폈다.
키네미아는 그런 쥬디스를 보면서 주판을 튕겼다.
‘뭘 얻어 내지?’
이건 기회다. 마법사가 마력을 걸었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니 그만큼 크게 뜯어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주도적으로 뭘 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그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서 구경만 하다 오면 쥬디스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쥬디스를 얻으면 기술 개발부가 따라오고, 마력 기계도 따라오겠지!
‘우선 골렘을 무료로 받아야겠어.’
계약 조건도 조금 더 수정해도 될 것 같은데. 이건 일단 얘기를 해 봐야겠지.
키네미아가 사악하게 웃자 쥬디스는 마주 웃으면서도 머리 위에 물음표를 잔뜩 띄웠다. 본능적으로 키네미아에게 영혼까지 털리게 되리란 사실을 직감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