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84)
먼치킨 길들이기 84화
게다가…….
‘재밌겠다!’
두 손을 모아 쥔 키네미아가 눈을 빛냈다.
황실에서 열리는 그 수많은 볼거리를 눈물을 머금고 모른 척하던 지난날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마침 할 것도 없어 무료하던 차가 아닌가. 한동안은 소일거리를 찾아 헤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키네미아, 우리는 네 의견을 따를 거다.”
“저는 좋아요!”
“안 됩니다.”
합창하듯 말한 키네미아와 에이얀이 서로 눈을 마주했다. 키네미아는 앙칼진 표정으로, 에이얀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다시금 동시에 입을 열었다.
“에이얀.”
“미아.”
그러자 울프만이 중재하듯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래, 키네미아. 정말 괜찮겠니?”
“그럼요. 저 사실 그런 큰 행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기대돼요.”
“한 번도? 황실에서 매년 열 텐데?”
“그건 그럴 텐데…… 저는 가 본 적이 없거든요. 수도에는 리온을 꺼리는 사람이 많잖아요.”
두려움에 떨며 데뷔탕트도 겨우 다녀오지 않았던가. 키네미아는 잠깐의 즐거움에 제 안전을 팔아넘기는 타입은 아니었다.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녀가 활짝 웃으며 말하자 울프만이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 그랬구나…….”
그가 에이얀을 흘긋거렸다. 턱을 괴고 키네미아의 머리카락만 만지작대는 꼴이, 영 불만스럽긴 해도 차마 기대하는 키네미아를 말릴 엄두가 안 나는 모양이었다.
혹 무슨 다른 꿍꿍이라도 있는 건 아니겠지…… 울프만은 불안감을 지우고 쥬디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쥬디스, 키네미아는 일반인이니 그저 본성 안에서 안전하게 구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쥬디스가 눈을 빛냈다.
“예! 당연하죠! 대공녀께서는 본성 안에서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하시면 됩니다. 아-무런 위험이 없어요.”
그녀가 확언하듯 말하는데 에이얀이 대신 다정하게 대꾸했다.
“그래야겠지. 되레 기개부가 위험해지지 않으려면.”
‘……!’
쥬디스도 이번에는 그의 경고를 눈치챘는지 눈을 홉떴다.
키네미아는 괜히 제 포켓몬에게 겁을 주는 에이얀의 어깨를 찰싹 때렸다. 이에 에이얀이 시무룩해져서 입을 다물었다.
반면 그 모습을 본 쥬디스는 아까 그 경고보다 몇 배는 더 놀란 얼굴로 입을 벌렸다.
‘……?’
키네미아는 그녀의 반응에 의아해하면서 입을 열었다.
“대신 쥬디스에게 몇 가지 제안할 게 있는데, 괜찮을까요?”
“이의 없습니다!”
쥬디스가 씩씩하게 답했다.
“그럼 이따 둘이서 천천히 이야기해요.”
나긋하게 말한 키네미아가 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뒤에 서서 조마조마하게 대화를 지켜보던 벤자민은 숨을 깊게 내뱉었다.
‘한고비는 넘었나.’
키네미아가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여 줘서 다행이었다.
이야기를 나눌 자리를 만들기는 했지만, 울프만은 키네미아가 원치 않아 한다면 쥬디스가 마력을 잃더라도 개의치 않았으리라.
쥬디스를 잃는 건 큰 손해였을 텐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제는 저 둘이 문제긴 한데…….’
벤자민은 마탑주와 리카샤를 응시했다. 혹여나 키네미아가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라도 하면 마탑을 부술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위험인물들이었다.
‘별일은 안 생기겠지.’
치열한 싸움은 본성을 둘러싼 요새들에서만 벌어지며, 본성에 들어가 있다면 다칠 일은 거의 없었다.
수성을 하는 이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상대 팀들과 스크린으로 신경전을 벌이는 것뿐이었다.
화려한 전투 외에도 팀 간의 신경전은 꽤 시선을 끄는 콘텐츠라, 이번에도 여과 없이 송출될 것이다. 특히 쥬디스와 필립의 신경전은 마탑에서 매년 즐기는 연례행사였다.
‘설마 대공녀께서 신경전 사이에 낄 일은 없으실 테지?’
벤자민은 살짝 걱정스럽기는 했으나 별일 없으리라 자신을 달랬다.
‘요새 쪽으로만 나가지 않는다면야.’
아무리 조증 걸린 쥬디스라 해도 일반인인 키네미아를 데리고 본성 밖으로 나가진 않을 테니까.
성안에 얌전히만 있는다면 키네미아의 안전은 보장될 터. 그러니 저 대공녀라면 죽고 못 사는 마탑주와 리카샤가 폭주할 일도 없을 것이다.
벤자민은 대공녀가 성안에만 있으면 모든 것이 평화롭게 끝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모의 공성전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 * *
시간이 흘러 연말이 되자 마탑에서는 모의 공성전 준비를 전부 끝마쳤다.
모의 공성전은 이를 주관하는 5명의 장로들이 연 거대한 아공간에서 열린다.
마탑 내에서는 곳곳에 달린 스크린에서 아공간 내의 상황이 송출되는 중이었다.
키네미아는 기술 개발부에서 부원들에게 몇 가지 유의 사항을 들으며 아공간으로 향했다.
“이,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대공녀.”
기개부의 부원들은 키네미아가 대공녀임을 전해 들었는지 깍듯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죄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누군가가 저희 조증 걸린 망아지 때문에 죄송하다고 속삭이자 키네미아가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다.
아공간에 들어서니 눈앞에는 투박한 돌로 쌓은 듯한 아담한 성이 서 있었다. 성문 좌우로는 기술 개발부의 깃발이 휘날리는 중이었다.
“여기가 본성입니다.”
오, 두근두근해. 키네미아가 눈을 반짝거렸다.
‘소풍 온 기분이네.’
본성의 홀로 들어선 그녀는 연신 두리번거리며 감탄을 내뱉었다.
‘와…… 히터가 이렇게 작다니. 근데 더 따뜻해.’
그녀도 대공녀였으니 이런저런 마력 기계를 대공 성에 들여놨지만, 이곳에 있는 건 전부 몇 단계는 업그레이드된 듯한 기술이었다.
“이건 다 기술 개발부에서 만든 거예요?”
키네미아가 눈을 빛내며 손을 모았다.
자신을 조셉이라 소개한 마법사는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초대형 영상구부터, 팀원의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지도까지. 이런 게 정말 가능하단 말이야? 싶은 기술들이었다.
이런 기술을 마탑에만 썩히고 있었던 거야? 고작 초대가 세운 방침 때문에?!
그런 아까운 짓을!
“대단해요……! 엄청나! 짜릿해!”
키네미아가 한 발짝, 한 발짝 바짝 다가서며 말하자 조셉이 얼굴을 붉혔다.
“그, 그런가요?”
“그럼요! 특히 이 초대형 영상구는 수요가 엄청나겠는데요. 지금 시중에는 반 정도 크기밖에 재생이 안 되거든요. 와, 세상에. 이건 새로운 마정석을 사용하나요?”
“아뇨, 그렇지만 조금만 수정하면 가능할 거예요.”
“호오오오! 그럼 저것도요?”
“예, 지금까지는 전부 기존의 마정석을 사용하고 있지만, 새 마정석 기반으로 설계를 바꾸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어쩜!”
여긴 정말 천국인가 봐. 키네미아가 신문물에 감탄하며 다람쥐처럼 쏘다니는 동안, 마법사들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간 마법사들 사이에서 무시만 당한 터라, 점점 위축이 되어 가던 차였다. 그런 시기에 이렇게 순수하게 놀라며 인정해 주는 외부인을 만나니 쑥스럽고 멋쩍은 마음이 들었다.
이를 흐뭇하게 지켜보던 쥬디스는 키네미아를 한 팔로 끌어안았다.
“예쁜 대공녀, 이건 보셨어요?”
“뭘요?”
“무인 영상 송출 기계!”
드론처럼 날아다니는 무인 영상 송출 기계를 보며 키네미아가 꺅 소리를 질렀다.
“이걸 통해서 전 마탑에 영상 송출이 가능하죠.”
“맙소사. 쥬디스, 여긴 천국인가요?”
그 말에 기분이 좋았던지 쥬디스가 깔깔깔 웃어 젖혔다.
“평생 함께합시다, 대공녀.”
“무덤까지 같이 가요.”
쥬디스와 키네미아가 전우처럼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쥬디스는 품 안에 꼭 안기는 작은 소녀를 붕붕 들어 올렸다가 내려 주었다.
“아유, 예뻐 죽겠네.”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의 우애를 다지는 사이, 본성 주위로 요새들이 생겨나는 게 지도에 보이기 시작했다.
‘전략 게임 같아……!’
키네미아가 눈을 반짝였다.
쥬디스의 설명에 따르면 모의 공성전의 규칙은 간단했다.
본성을 지키는 요새들을 전부 부수어서 제 팀의 요새로 만들거나, 혹은 요새를 부수지 않고 바로 본성의 코어를 부수면 승리.
마법사들은 부서에 관계없이 각자 소속 팀을 정할 수 있으며, 막대한 상금도 팀 내에서 나눠 가졌다.
오늘 기술 개발부는 키네미아가 있는 탓에 안전하게 코어가 있는 본성에서 관전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그나저나 상금이 1,000플라티나야? ……목숨 걸고 임해야 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상금이 어마어마해서 키네미아가 본성 밖으로 나가 봐야 하는 게 아니냐 물으니, 조셉은 머쓱하게 웃으며 ‘저희는 언제나 지는걸요.’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