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85)
먼치킨 길들이기 85화
“이제 시작하겠네요.”
오, 키네미아는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스크린에 필립과 쥬디스의 얼굴이 함께 떠올랐다.
“……?”
키네미아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자, 조셉은 저 둘이 신경전을 벌이면서 다투는 상황이 인기라 매년 이런 식으로 주목을 받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 지는 게 취미고 특기인 주술사 집단의 쥬디스 아니신가?
“필립! 교역 소식은 들었나? 속마연은 내년 우리 실적에 울지나 마시지.”
– 맞다. 교역 시작한다고 했지? 그래 봤자겠지만.
쥬디스와 필립이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지도는 실시간으로 뒤바뀌고 있었다. 팟, 팟 소리를 내며 각자의 팀원들이 표시됐다.
팀에 소속되어 전투하길 원하는 마법사들이 요새로 향하는 것이었다. 다른 팀에 비해 기술 개발팀의 깃발은 확연히 적어 보였다.
“음, 원래 팀에 이렇게 사람이 적어요?”
“매번 지는 팀이니까요.”
조셉이 풀이 죽어 대꾸했다.
그때 혀를 찬 필립이 이죽거리듯 말했다.
– 벌써부터 기개팀 탈탈 털리고 질질 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이번에 지는 팀은 이긴 팀 부서 아래에서 일주일 노예가 되는 게 어때? 공약 걸어?
“노예에?”
쥬디스가 입술을 뒤틀었다.
– 왜, 어차피 질 거라 무서워?
이 자식이 보자 보자 하니까. 쥬디스가 짜증스럽게 책상 상판을 내리쳤다.
“좋아! 해!”
곳곳에서 부원들이 쥬디스에게 또 조증이 왔다며 탄식을 내뱉었다.
저런 식으로 마력을 건 계약 마법도 해 버린 거구나. 안 봐도 뻔한 상황에 키네미아는 허탈한 웃음을 뱉었다.
– 아, 쥬디스. 저번에 말한 그 엄청난 신입은 어디에 있지? 안 보이는데? 투명 인간이야?
필립이 손차양을 대고 여기저기 살피는 시늉을 했다.
그에 부글부글 끓던 쥬디스가 키네미아를 확 끌어당겼다.
“여기 있다!”
“……?!”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으려던 키네미아가 얼결에 무인 전송구로 얼굴을 내비쳤다.
– ……!
마탑에 그녀의 얼굴이 드러난 순간 팟, 팟, 팟, 팟 소리를 내며 지도 위에 기술 개발팀의 깃발 표시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이 기술 개발팀에 참여한다는 표시였다.
엥!
필립이 벌레 씹은 표정을 짓는 사이, 쥬디스가 쾌재를 불렀다.
“이것 봐! 입만 산 필립 멍청이! 이 필청아! 봐라! 미모는 언제나 승리한다!”
필립이 이를 악물자 쥬디스는 기분이 최고조에 오른 듯 웃음을 터트렸다.
“핫하! 그럴 줄 알았지! 내가 말했잖아! 얼굴에 홀린 멍청이들이 두 다스는 몰려올 거라고!”
쥬디스가 주먹을 붕붕 흔들었고, 부원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 * *
“푸훕!”
스크린을 바라보던 울프만은 갑작스레 튀어나온 키네미아의 얼굴에 찻물을 뿜었다.
“……닦으십시오.”
옆에 서 있던 벤자민이 손수건을 건넸다.
울프만이 성마르게 입을 닦아 내며 말했다.
“쥬디스는 애를 데리고 대체 뭘 하는……!”
“…….”
입을 꾹 다문 벤자민은 자존심 강한 두 천재들의 대결을 가만히 응시했다.
키네미아가 얼굴을 내민 탓인지 기술 개발팀에 제법 사람이 몰려서, 예전과는 다르게 기술 개발팀의 요새가 꽤 선전하는 중이었다.
그보다 판은 이미 쥬디스와 필립의 공약 싸움으로 번져 가고 있었다.
필립은 제 팀의 미남을 내세워서 상의까지 벗기며 기세를 모았다.
– 나도 가슴은 있어!
이에 발끈한 쥬디스가 제 옷을 벗으려고 하자 키네미아가 필사적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저런!”
제 손녀딸 같은 아이가 스크린 너머에서 새파랗게 질려 있자, 보다 못한 울프만이 엉덩이를 들썩였다.
이를 기민하게 알아챈 벤자민이 휙 고개를 돌렸다.
“탑주님, 일단 진정하십시오. 탑주님께서는 규칙상 참여가 불가능하십니다.”
“흠…….”
다시 제자리에 앉은 울프만이 침음성을 흘렸다.
최상급 마법사는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규칙만 아니었어도 당장 아공간에 진입해서 뒤엎어 놓았을 텐데.
타다다닥, 타다다닥.
마음이 편치 않았던 그가 팔걸이를 부산스럽게 두드려 댔다.
“한데 에이얀은?”
“어……?”
벤자민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내내 에이얀이 보이질 않았다.
“설마.”
“혹시.”
울프만과 벤자민의 시선이 마주쳤다.
* * *
키네미아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스크린을 응시했다. 공성전은 점점 달아오르는 중이었다.
– 데이트다! 이번 공성전에서 활약한 에이스에게는 우리 속마연 마법사와의 하루 데이트권을 주겠어!
물론 공약으로.
필립이 상대 팀의 요새를 제일 많이 무너트린 MVP에게는 데이트권을 주겠다 소리치자, 미남 마법사는 부끄러워하며 하트를 날렸다.
‘핫!’
키네미아는 잠시 혹하려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난 마법사가 아니잖아.’
아쉬운 일이었다.
– 어때! 공약이 이 정도는 돼야지, 쥬디스 멍청아! 이 쥬청아!
필립이 다시금 도발을 시전했다.
성인들 맞아? 키네미아는 적어도 30대가량으로 보이는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유치한 말싸움에 아연해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때 쥬디스가 시동을 걸듯 으르렁거리며 입을 열었다.
부원들은 모두 불길한 예감에 미간을 좁혔다.
“말려!”
누군가가 외쳤다.
그러나 쥬디스의 미래가 없는 조증 걸린 입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기술 개발팀의 에이스는! 우리 신입의 키스를 받게 될 거야!”
엥?
갑자기 이게 무슨 헛소리예요! 졸지에 입술을 공약으로 내걸게 된 키네미아가 미간을 구겼다.
그 순간이었다.
팟, 팟, 팟, 팟, 팟. 연달아 나는 소리와 함께 지도에 기술 개발부의 깃발이 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돌연 스크린에 규칙이 바뀌었다는 안내 멘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모의 공성전 : 참가 제한 없음.]“참가 제한이 없다니?”
“이제 최상급 마법사들도 참가할 수 있다는 거야?”
전무후무한 상황에 부원들이 놀라워하는 순간이었다.
팟, 팟, 팟.
지도에 3개의 깃발이 동시에 나타났다.
* * *
“벤자민 님이 어떻게 여기에……!”
요새를 지키던 햇병아리 마법사 하나가 벤자민을 발견하고는 숨을 들이마셨다.
벤자민 클락.
마탑주의 오른팔이자 젊은 나이임에도 장로급까지 올라선 최상급 마법사가 아닌가.
“미안하네.”
짧게 사과한 벤자민은 빛의 화살로 마법사의 옷깃을 성벽에 대롱대롱 매단 후에 요새를 부쉈다.
우르릉.
요새가 가루가 되어 사라지자, 벤자민의 이름이 달린 깃발이 꽂히면서 기술 개발팀의 요새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는 제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탄식을 내뱉었다.
‘결국 이렇게 되다니.’
그는 조증 걸린 망아지가 키네미아의 입술을 걸자마자 아공간으로 들어선 참이었다.
쥬디스가 키네미아를 내건 순간 마탑의 평화가 위태로워졌으니까.
어차피 규칙을 바꾼 것도 에이얀일 테고, 지금도 미친 듯이 요새를 때려 부수고 있을 테지만- 굳이 그가 아공간으로 들어선 것은 혹시 모를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함이었다.
혹여나 에이얀이 사상자를 내서 규칙 위반으로 탈락해 버린다면 상상하기 싫은 일이 벌어질 테니까.
벤자민은 하늘로 고개를 들고는 지금쯤 한가롭게 정원 일을 하고 계실 부모님을 떠올렸다.
“우리 아들, 고생 많지? 아빠는 말 안 해도 네 마음 다 안다.”
벤자민은 부모님을 위해, 세계 평화를 위해 대공녀의 입술을 사수해야 했다.
그는 곧장 지도를 열어 현황을 확인했다.
이미 기술 개발팀 소속 깃발 하나가 6개의 요새를 거꾸러뜨린 채 파죽지세로 나아가는 중이었다.
아공간에 들어선 지 얼마나 됐다고……. 벤자민은 침음성을 흘리며 그가 누구일지 확신했다.
눈이 돌아간 에이얀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