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9)
먼치킨 길들이기 9화
그렇게 에이얀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돌연 키네미아가 에이얀의 어깨를 가리켰다.
“어, 그건 뭐야?”
“응?”
돌아보자 어깨에 앉아 있던 종달새가 뾰로롱 소리를 내며 예쁘게 울었다.
“아, 이건 마탑-”
에이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종달새가 부리로 에이얀의 입을 쿡 쪼았다.
쪼았어?! 순하게 생겨서 왜 이렇게 공격적이야?! 키네미아가 입을 벌렸고 에이얀이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마탑에서부터 쫓아온 사역마야.”
“사역마아?”
제법 흥미가 있었는지 키네미아가 눈을 반짝거렸다.
“사역마란 거 처음 봐. 말을 잘 안 듣나 봐.”
“좀 건방져.”
종달새가 다시 입을 쪼아 버리려는 것을 에이얀이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피해 버렸다.
그사이 키네미아가 다가와 종달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종달새는 뾰로롱, 소리를 내며 키네미아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보송보송한 털의 느낌에 키네미아는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귀엽다.”
소녀의 손길에 얼굴을 비비는 종달새의 가증스러운 모습을 무심하게 지켜보던 에이얀은 키네미아의 손목을 잡아 들었다.
“만지지 마십시오. 닳아.”
“엥! 닳는다고?”
내가 좀 만졌기로서니, 어떻게 그런 말을! 키네미아가 어깨를 파르르 떨자 에이얀이 툭 내뱉듯 말했다.
“대공녀 아가씨한테 한 말이 아니야.”
“그럼?”
“이제 가자, 아가씨.”
별다른 대답 없이 에이얀이 키네미아를 이끌었다.
종달새는 참 별스럽게 군다는 듯한 얼굴로 둘의 뒤를 따랐다.
* * *
“세이어, 오늘도 허탕이야?”
베히모스의 라나 레드메인은 기다란 망치를 바닥에 쿵, 떨어트리듯 놓으며 물었다.
“그럼 뭔가 있어 보여?”
의자에 늘어지듯 앉아 있던 세이어 레드메인이 눈을 게슴츠레 뜬 채 답했다.
세이어는 잘빠진 다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채 한숨을 내쉬었고, 라나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능력 있는 여자가 둘이나 있는데 입에 풀칠을 못 하지?”
“브라이언, 그 새끼한테 가서 말하라니까. 그때는 미안했으니까 의뢰 좀 받게 해 달라고.”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피해자는 나인데!”
라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근근이 농기구나 무기를 만들면서 입에 풀칠을 하던 자매가 요즘 유독 어려워지게 된 건 다 브라이언 때문이었다.
브라이언은 이 지역 유지의 아들로, 미모가 뛰어난 세이어, 라나 자매를 보고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일이 벌어졌다. 목욕을 하려던 라나가 욕실에 들어갔다가 몰래 훔쳐보는 눈을 발견한 것이다.
“이 미친 새끼가!”
라나는 미친 듯이 망치를 휘둘렀고, 그 바람에 망치가 브라이언의 팔에 스쳐 버렸다.
“악! 이게 무슨 짓이야! 내 팔! 이거 어쩔 거야! 어?”
얼마 다치지도 않았으면서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아주 난리였다.
결국 욕실을 훔쳐본 것은 폭행죄를 무마해 주는 조건으로 은근슬쩍 넘어가게 되었다.
그것 자체로도 열 받는 일이지만, 더 큰 일은 그날 이후로 의뢰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브라이언의 부모는 이 거리의 건물을 5개나 가지고 있었고 베히모스의 건물마저도 그들 소유였다.
마을 유지의 아들에게 밉보여서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었던 사람들은 베히모스에 오던 발길을 뚝 끊었다.
“아, 짜증 나. 그리고 브라이언, 그 새끼는 나한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내 가슴에 관심이 있는 거라니까?”
라나가 가슴을 가리면서 말하자 세이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는 것 같더라.”
“그 새끼는 완전 미친 또라이야. 소름 끼쳐. 내가 이 동네 뜨기 전에 그 새끼 뒤통수에 망치 한 번 박고 간다.”
망치를 붕붕 휘두르니 오러가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물론 라나의 마음은 세이어도 충분히 공감했다. 그 새끼가 라나를 화장실 창문으로 엿보고 있었다는 걸 알자마자 망치를 들고 일어선 것도 세이어였으니까.
아마 동네를 뜨게 된다면 브라이언의 뒤통수에 망치를 박아 넣는 건 라나가 아니라 세이어일 것이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지…….”
세이어는 한숨을 내쉬며 자그맣게 말했다. 더럽고 치사해서 떠나고 싶어도 그 돈은 또 어떻게 구할 것이며, 다른 곳에 정착한다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 라나가 매섭게 소리쳤다.
“세이어, 너는 잘난 얼굴 뒀다 뭐 해! 나가서 호객 행위라도 할 것이지!”
“길드장한테 호객 행위를 하라는 길드원이 세상천지 어디에 있어?”
“여기.”
“내 미모는 평생 수납해서 아껴 두고 살 거다. 이 미친 것아.”
세이어가 명패를 던지자 라나가 턱, 잡아 다시 세이어에게 던졌다.
“지가 먼저 안 굶게 해 준다면서 꼬드기더니, 이제 와서 입 닦기야?”
“굶기 싫으면 네가 나가서 호객 행위라도 하든가! 인기는 지가 더 많으면서.”
“대체 언제 적 얘기를-”
딸랑.
그때 종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다. 둘의 시선이 진하게 맞닿았다.
“의뢰하시려고?”
라나가 반사적으로 물으며 몸을 일으키고 세이어가 다리를 내린 채 근엄한 표정을 짓는데, 둘의 시야에 새카만 눈동자를 가진 미소년이 들어왔다.
새카만 머리에 새카만 눈동자 탓인지 얼굴이 더 창백해 보이는 소년은 나른한 눈으로 그들을 응시했다.
‘아직 어린 게 잘생기긴 엄청 잘생겼네.’
아직 앳된 티가 나긴 했지만 조금 더 성장하면 외모로는 견줄 이가 없을 것 같은 생김새였다.
12살? 13살? 무의식중에 나이를 짐작하던 라나가 삐딱하게 서서 물었다.
“네가 의뢰하려고?”
“아닌데.”
“나인데.”
버르장머리없는 미소년과 누군가가 동시에 말했다.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
라나가 목소리의 주인을 찾으러 좌우로 고개를 돌리자 아래에서 손가락 몇 개가 훅훅 움직였다. 밑으로 시선을 내리니 예쁘게 생긴 작달막한 꼬마 하나가 말했다.
“손님은 나야.”
라나는 고개를 옆으로 까딱 기울였다.
‘뭐야, 이 귀여운 생물은.’
예쁘다, 귀엽다 소리는 매번 듣고 자라서 하염없이 눈이 높아진 자매였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저렇게 귀여운 아이는 생전 처음이라 놀란 표정으로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끽해 봐야 8살? 9살? 좀체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몇 살?”
“11살.”
이 쪼그만 게 11살이나 됐네. 그나저나 어른들은 어디 있는 거야? 매의 눈으로 아이들의 뒤를 살핀 라나가 허리를 굽혀 키네미아와 눈을 맞췄다.
“너희 둘뿐이야? 엄마는 어디 계셔?”
“엄마는 왜? 어디 가셨는데.”
“그야…… 하여튼 어디 가셨는데? 이 근처에 계셔?”
“돌아가셨어.”
당황한 라나가 키네미아에게로 눈을 도르륵 굴렸다.
“어……?”
“돌아가셨어.”
키네미아가 착각이 아니라는 듯 단호하게 덧붙였다.
“아? 아…….”
도, 뭐?! 돌아가셨어? 갑자기? 보통 그런 건 어디 가셨다고 하지는 않잖아! 의도치 않게 아이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게 된 라나가 식은땀을 흘리며 세이어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세이어가 안절부절못하며 일어섰다.
“음, 꼬마야. 아빠는 어디 계시니?”
“돌아가셨어.”
“아…….”
뒤따라 세이어도 멈칫 굳어 버렸다. 그들 사이로 불편한 침묵이 감돌았다.
‘이 꼬마, 강하다…….’
라나가 이대로는 질 수 없다는 것처럼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그럼 할아버지는…….”
“돌아가셨-”
“알았어. 물어봐서 미안해.”
세이어가 검지로 키네미아의 입술을 막으며 말을 끊었다.
그러자 멀뚱히 서 있던 에이얀이 세이어의 손목을 잡아서 떼어 냈다.
“손대지 마.”
이에 라나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허, 얜 뭐야?”
“내 호위.”
키네미아가 답했다.
“호위도 있어?”
“여긴 손님을 이렇게 받아?”
라나와 키네미아가 동시에 말했다.
세이아는 그런 둘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가야. 무슨 생각으로 온 건지는 모르겠는데, 여긴 네가 생각하는 그런 길드가 아니야.”
“맞아, 애들은 가.”
라나가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키네미아가 꾸물꾸물 목에서 무언가를 빼내더니 인장이 새겨진 목걸이를 보여 주었다.
“애가 아니라 키네미아 리온이야. 이러면 받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