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106)
EP.107)# 3
107 – 밀실 # 3
아이라나 엘가의 몸을 마사지했던 적은 꽤 있었다.
특히 엘가는 틈만 나면 자신의 어깨나 목을 주무르라고 시켰기 때문에 귀찮을 정도였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점이었지만, 여성의 몸은 투박하고 단단한 남성의 몸에 비해 확실히 가냘프게 만들어졌구나 생각하게 됐다.
마치 뭐라고 해야 할까.
잘못 건드리면 깨져버릴 것 같은 백자(白磁)를 만지고 있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여러 단련으로 탄탄한 엘가의 몸도 그런 느낌이 느껴졌을 정도니, 햇볕을 쐬지 않고 얌전히 생활하는 미르나야 물어볼 것도 없었다.
스륵.
내게 등과 어깨를 내민 미르나 드레이코가 자신의 머리칼을 앞으로 치웠다.
그것으로 그녀의 하얀 목과 어깨가 내게 드러나게 됐는데, 그것은 마치 하얀 백조처럼 가느다래서 내가 손을 얹으면 부상이라도 입을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용기를 내서 미르나의 목과 어깨를 붙잡았다. 그 근육과 살결은 무척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서 내 손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느껴질 정도.
“으흐응.”
“기분 좋으신가요?”
“생각보다 그럭저럭 잘 하네요.”
깐깐한 엘가에게 꿀밤을 맞아가며 배운 마사지법이니까 당연히 기분이 좋겠지.
실제로 내 손 끝에 느껴지는 미르나의 목덜미 어깨가 따끈따끈히 달아올라 땀이 베어 나오는 게 느껴졌다.
혈액순환이 증진되어 혈류가 가속화되었기 때문에 체온이 상승한 것이리라.
그녀의 정신 상태도 상당히 안정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나는 엘가에게 그랬던 것처럼 정성들여서 미르나를 안마해줬다.
그러자 미르나는 마치 졸린 고양이가 양지 좋은 곳에 눕는 것처럼 바닥에 나의 로브를 깔고 엎드렸다.
“어깨랑 목만 하지 말고 허리와 등도 좀 누르도록 하세요.”
내 정성들인 마사지가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엘가는 가슴이 커서 엎드리는 건 잘 안했었는데, 미르나는 엎드리는 것도 괜찮은가?
나는 그런 미르나의 등과 허리를 꾸우욱 눌러 밀어 올려주었다.
“…느으응.”
그러자 미르나가 기묘한 소리를 냈다.
“으흠.”
곧 자신의 실수라는 것처럼 헛기침하는 미르나.
다만 내가 손으로 다시금 기립근을 꾹꾹 눌러주자 미르나는 계속해서 “흑, 힛.”하고 괴상한 효과음을 냈다.
그야말로 악기로구만.
“느으응-!”
그래도 반응이 바로바로 나타나서 좀 웃기다. 몸의 감각이 예민한가? 마사지를 받는 걸 좋아한다는 말은 과연 거짓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으흠, 손이 멈췄네요. 얼른 계속하도록 하세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단 둘만의 밀실.
어딘가 마음이 온전하지 못한 미르나 드레이코
어렵게 허락한 마사지.
드레이코 가문의 영애를 함락시키기에 이것보다 더 훌륭한 조건이 또 있을까?
동네 또래와 누나들의 순결을 모조리 훔쳐간 대도둑 금태오라면, 이런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므흐흐….”
「매우 님프다운 웃음입니닷…!
직업 : 반요정의 레벨이 상승합니닷…!
반요정 Lv. 7 → Lv. 8」
「직업 ‘반요정’ 8레벨의 달성 특전으로 재능 《도랑눈》을 획득합니닷…!」
「재능 《도랑눈》 : 바라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맑은 눈입니닷…!」
아니 내가 웃은 것으로 경험치가 올라서 재능마저 생긴다고?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도 없었는데 미르나가 화들짝 놀란 것처럼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뭐죠? 방금 굉장히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렸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묘한 웃음이 흘러나오고 말았는데 그걸 들은 미르나가 몽롱했던 정신을 부여잡은 모양이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계속 엎드려 계세요.”
“…….”
나는 수상쩍고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미르나의 등을 눌러 그녀를 다시 엎드리도록 만들었다.
그리고는 아까 그랬던 것처럼 그 등과 허리를 눌러주며 몸의 긴장을 풀게 해준다.
“흐으응….”
다행히 미르나는 불판 위에 올려둔 치즈처럼 녹아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나는 그런 미르나의 어깨와 등 옆구리와 허리를 타고 내려오며 골반을 엄지로 꾹 눌러주었다.
미르나가 의심하지 않도록, 정성들여서, 대략 십 여분에서 삼 십분 가량을 정성들이는 것이다.
뚝, 뚝.
덕분에 내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흘러 바닥에 떨어져 내릴 정도였다. 마사지라는 것은 상당히 힘든 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성과는 있었다. 미르나의 몸은 이제 긴장이라고 할 것이 전혀 없이 축 쳐져서 느물느물한 상태.
“이제 다른 곳을 주물러도 되겠습니까?”
“…….”
미르나는 딱히 답이 없었다. 어쩌면 너무 기분이 나른하고 노곤해서 대답할 여력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거절 한 건 아니라 이거지?
나는 그런 미르나의 하반신으로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그녀의 얇은 치마에 가려져 있는 볼록한 엉덩이로 손을 뻗은 것이다.
아주 천천히,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 느긋하게.
─꿀꺽.
긴장이 됐다.
엉덩이는 사람의 몸에서도 근육이 많은 부위에 속하는 곳.
그래서 마사지를 좋아하는 미르나 역시 엉덩이를 눌러지는 것을 좋아할 게 분명했지만.
사람이 타인의 엉덩이를 만진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선’이라는 것을 넘는 일일 확률이 높았다. 특히 남성이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는 것은 더욱 의미가 다르겠지!
슥.
나의 손이 달에 착륙한 우주인처럼 당당히 미르나의 동그란 엉덩이에 착지했을 때였다.
“지금 뭐하는 거죠?”
방금까지 느물느물하게 녹아있었던 미르나가 나의 손목을 휙 붙잡았다. 생각보다 강한 악력으로 꽉 조여 오는 덕분에 나는 그만 찔끔 눈물을 흘릴 뻔 했다.
“어딜 만지는 거죠?”
미르나의 계속되는 물음에는 약간의 서늘한 매도를 담고 있었다. 이대로 내 팔을 뽑아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황급히 변명을 둘러댔다.
“엉덩이 마사지는 중요합니다. 아까 미르나 아가씨에게 사용했던 주문의 해주가 잘 됐는지 확인하려면, 꼭 엉덩이를 쓰다듬어 볼 필요가 있어요.”
“…거짓말 하지 말아요! 무슨 그런 말 도 안 되는 소릴!”
“제 눈을 보세요. 제가 거짓말을 하는 사람처럼 보입니까?”
나는 진실보다 더욱 진실과도 같이 연기했다. 반요정 8레벨을 달성하며 획득한 재능인 《도랑눈》이 발동하는 것이 요정적 본능으로 느껴졌다.
“크으읏….”
내 눈을 마주한 미르나는 어째선지 매우 힘들어진 것처럼 고개를 휙 돌렸다. 나는 그런 미르나를 향해 내 마음을 호소했다.
“중요한 단계입니다.”
“…….”
미르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대로 끝나버리고 마는 걸까? 역시 신실한 교도는 어렵구나. 엘가가 너무 쉬운 것이었다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랬던 것도 잠시.
“…당신이 제게 쓸데없는 마법을 사용해서 이렇게 된 거잖아요. 이곳에서 나가기만 하면, 제가 손수 문책을 할 테니 그리 아셔요.”
으름장을 놓긴 했다만 대화를 잘 들어보면 자신의 엉덩이를 만져도 된다는 것 비슷한 허락이 떨어졌다.
그래서 나는 대답하는 것 대신 미르나의 엉덩이에 손을 얹고 살짝 잡아봤다. 내 손가락이 미르나의 치마와 속옷 그리고 살결을 파고드는 감각이 생생했다.
“윽…. 진짜 주문을 해주하는 것이 맞나요?”
“예, 맞습니다. 지금 제대로 해주하지 않으면 또 몸이 움직이시지 않을 수가 있어요.”
나는 미르나를 겁줬다. 내 이야기가 잘 먹혀 들어간 것인지 미르나는 더 이상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바닥에 엎드린 채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것처럼 후-하고 한숨을 내쉴 뿐.
스륵, 스륵.
말랑, 말랑.
나는 그런 미르나의 엉덩이를 열심히 주물주물거렸다.
섬유 너머로도 미르나의 엉덩이가 얼마나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고 따스한 것인지 내 손바닥에 여실히 느껴졌다. 골반도 멋지구나.
“…….”
물론 미르나의 입에서는 더 이상 매도도 뭣도 나오질 않았다. 반응이 없으니까 조금 심심한 느낌인데. 마치 인형을 주무르는 느낌.
그러자 방금까지 달아올랐던 머리가 식고 차가운 이성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내가 지금 밀실에 갇혀서 뭘 하고 있는 거지?
탈출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옳지 않나?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이곳을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는지 자그마한 단서조차 없었다. 완전히 갇힌 몸이 아닌가.
그런 생각에 이르니 갑자기 내가 몹시도 바보같이 느껴졌다.
뭘 하고 있는 거지.
“평민, 손이 멈췄잖아요.”
그때 미르나 드레이코가 나를 재촉해왔다. 엉덩이 주무르지 말라고 할 때는 언제더니, 지금에 와서는 재촉하는 꼴이라니.
나는 그런 미르나의 엉덩이를 꾹꾹 누르며 방금 떠올랐던 바 하나를 말했다.
“저희가 만약, 누구에게도 구해지지 못하고 이대로 죽으면 어쩌죠?”
“왜 이제 와서 약한 소리죠? 거미 여왕이 저희를 구하러 올 것이라 하지 않았나요?”
“그건 그렇지만요.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미르나 님도 저도 삶의 마지막 부분을 서로와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좀 이상해서요.”
스르륵.
내 이성적인 대답에 미르나 드레이코는 스르륵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더니 뭐 불만이라도 있냐는 것처럼 묻는다.
“마지막을 저와 함께 있는 것이 불만인가요?”
“아뇨, 그런 건 아닌데요. 이대로 죽는다면 못해본 것도 많고 억울할 거 같지 않습니까?”
“무엇이 그리 억울하죠?”
무엇이 그리 억울하냐는 말에 내 머릿속에 파지직-하고 못된 꿍꿍이들이 번개처럼 스쳐지나가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것들 중에서도 가장 그럴듯하게 쓸 만 한 것을 골랐다.
“저는 교단의 시설에서 태어나 일생을 경건한 삶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것에 불만은 없지만, 이대로 눈을 감는다고 했을 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꼽으라면?”
미르나가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게 느껴졌다. 나와 그녀 둘 뿐이니까 어쩔 수 없겠지. 그래서 나는 미르나를 향해 내가 지니고 있던 속마음을 은근하게 털었다.
“이대로 여성의 온기를 알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매우 슬퍼집니다.”
“뭐, 뭐라구요?”
미르나 드레이코가 크게 당황한다. 당황이라는 것은 인간의 마음에 빈틈을 만들어내기 마련.
나는 좁은 틈 사이로 기어들어가는 작은 동물처럼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휘몰아치듯 말을 덧붙였다.
“이대로 죽게 된다면, 남자와 여자, 그 두 역할을 분리해놓으신 조물주님의 섭리를 끝내 이해하지 못하게 될 까 두렵다는 것입니다.”
“…….”
미르나 드레이코는 스르륵-하고 자신의 몸을 로브로 가렸다. 그리고는 벽에 등을 기대고 나를 경계하듯 노려봤다.
내가 더 말했다.
“비좁은 방. 미르나 님과 저. 이렇게 이 상황에 둘만 남은 것에서 어떠한 섭리가 느껴지지 않으시는 겁니까? 저는-.”
“당신의 저열한 뜻은 알겠어요, 평민.
내가 무어라 더 말할 것도 없이 미르나가 내 말을 끊었다.
“결국 이런저런 핑계를 대더니, 제 몸을 탐하려는 것으로 욕망을 드러내는군요!”
눈치가 빠르구만.
“하지만 이해해요. 완벽한 창조물인 저 미르나와 한 방에 있으면, 남성분들의 마음에 음욕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하물며 몸을 만진다면 더더욱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미르나의 태도는 여전히 오만하고 자기애가 넘치기 짝이 없었다. 그렇지만 나를 향해 화를 내거나 꾸짖지는 않아서 그럭저럭 들어줄만 했다.
그래서 나는 여세를 몰아 미르나 드레이코를 향해 열연했다.
“그래서 미르나 님께 부탁드립니다. 제 삶의 마지막에 있어서 여자를 알 기회를 주시지 않겠습니까? 미르나 님의 아름다운 몸을 만지고 있으니, 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느껴보니 빙빙 돌리는 것은 에너지 소모가 지나치다. 이제 지금의 미르나에게는 단도직입적으로 정면을 돌파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이건 따지고 보면 미르나 님 잘못인 것입니다.”
“제, 제 잘못이 뭐 어째요? 당신 정말 미쳤군요? 역시 이 밀실에 갇혀 있다 보니 머리가 돌아버렸나요?”
물론 미르나의 가드는 말랑말랑했던 엘가에 비해 단단하기 그지없었다. 그야말로 보물상자와도 같은 단단함. 하지만 상자에도 조금의 틈이 있기 마련이다.
“그럼, 하다못해 가슴이라도 만지게 해주시면….”
큰 것을 보인 후에 작은 것을 내민다-. 협상의 기본기다.
미르나의 머릿속에 섹스는 안 되도 불쌍하니까 가슴 정도는 만지게 해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을 심게 만드는 작전이라고 해도 좋다.
물론 정상적인 여성이라면 내 뺨을 때렸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밀실에 갇혀있는 상황에서, 나는 미르나 드레이코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30분이 넘도록 그녀의 몸을 마사지한 상황.
내 손길에 대해 그녀에게 진한 각인을 시켜놓은 이 특수한 상황이라면 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 직업 중 하나인 ‘호색한’의 레벨은 ‘lv. 6’. 레벨이 올라갈수록 이성과 야릇하고 음란한 일을 하게 될 확률을 보정해준다고 하니.
나로서는 이 상황들이 시너지를 일으키길 기다릴 수 밖에 없다.
“…….”
자 미르나 드레이코는 이제 어떻게 말할까.
내가 새로 얻은 스킬 《도랑눈》으로 간절히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후-하고 한숨을 내쉬는 미르나 드레이코.
“이성을 알지 못하고 죽은 자들의 원혼이 강하기는 합니다. 몽달 유령과 처녀의 원혼들이야 유명한 이야기이니….”
“……?”
“이곳은 망자의 원념이 서린 드레이코 가문의 저택, 그리고 솔로몬의 유적. 저희가 이대로 죽는다면 천국에 당도하지 못하고 이승을 떠돌지도 모르죠.”
“그 말은…?”
“…눈을 감는 순간, 저 미르나 드레이코의 자비에 감사하도록 하세요.”
내 머리에 피가 삽시간으로 들끓는 듯했다. 미르나는 생각보다 착한 여자애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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