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236)
EP.237)여름 방학 # 2
237 – 각자의 여름 방학 # 2
축제가 끝난 뒤 방학을 맞이한 아크는 한껏 을씨년스러웠다.
━어이, 너는 동부지방으로 간다고 했지?
━그래, 고향에 미츄리 떼가 극성이라는 것 같아서 도와주러 가야 해. 너는 장벽으로 간다고 했나?
━그렇지. 장벽에는 언제나 인력이 부족하니까. 기말 시험 망쳐서 장벽에 가 실적이라도 올려야 지원금이 나와.
간간히 보이는 사람들 모두 짐을 싸 고향과 각자의 전장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 모습이 꼭 대학로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기말 시험이 끝난 후의 대학로가 이렇게 한적했지. 내가 대학로 근처 원룸에서 혼자 방을 얻어 살아봤기 때문에 그 느낌을 잘 안다.
친구와 연인들이 모여 산책을 즐기던 공원도. 더위를 피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있던 연못 주변의 벤치도. 늘 학생들이 바글바글 몰려 있었던 학생식당도 오늘은 텅텅 빈 상태.
“조용하구만, 조용해.”
넓은 학교가 마치 나만의 세상이 된 기분이다. 동시에 마치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울적함이 감돈다. 나만 뒤쳐진 것 같네.
살짝 감상에 젖었던 나는 쏟아지는 뙤약볕을 밀짚모자로 가리며 걸음을 옮겼다.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있는지 볼까?
그리하여 내가 찾아간 곳은 마르마르의 집 「요정의 낙원」. 가벼운 마음으로 익숙한 길을 산책삼아 걷고 있으려니 제법 놀라운 광경이 나의 눈에 닿았다.
“뭐야?”
덕분에 당황이 무심코 입 밖으로 소리가 되어 나왔다. 다만 생각에 빠질 순간도 없이 누군가 나를 향해 으르렁 거리듯 말했다.
“아앗! 누군지는 몰라도 새치기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닷…! 어서 맨 뒤로 가는 것입니닷…!”
“그래! 새치기는 안 되는 것이야! 모두들 더위를 참고 줄을 서 있는 것이야!”
그것은 님프들이었다.
그렇다.
님프.
12세에서 15세 전후의 소녀적 외향을 가진 요정 족들이 어째선지 마르마르가 운영하는 임프들의 기숙사 주변에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이다.
마르마르의 돈까스가 대박이 났나?
아니, 아냐. 보아하니 돈까스를 먹는 줄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조잘조잘 시끄럽게 굴고 있는 님프들의 사이를 지나쳤다. 맨 앞줄로 향하자 누군가가 종이에 번호를 적어 님프들에게 건네고 있다.
빨간 머리 임프 타르타르였다.
“타르타르,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웬 님프들이 이렇게 많아?”
“아앗! 너는 동지인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설명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전향자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간략히 말해주는 것이다!”
전향자?
웬 전향자.
“마르마르는 어디있어?”
“으뜸 동지 마르마르라면 저기, 안쪽에서 님프들과 상담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군.
나는 뙤약볕이 이글거리는 마당에서 서늘한 그늘이 진 「요정의 낙원」 안으로 들어섰다. 이제보니 건물 안에도 님프들이 바글바글하다.
━아앗-! 거기, 새치기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감히 새치기라니! 이 달콤주먹 펀치노이의 허니 피스트맛좀 봐야하는 것입니까…!?
하나같이 다 내가 새치기 하는 줄 아는 모양이네.
그런 님프들의 틈을 비집고 마르마르의 방으로 들어선다.
곧 나의 눈에는 환하게 열려 있는 창문과 그 빛이 새어 들어오는 바닥에 앉아 무어라 조잘거리고 있는 주황빛 머리칼의 임프가 보였다.
마르마르다.
“마르마르, 이게 다 뭐야? 웬 님프들이 이렇게 많아?”
그러자 님프와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던 마르마르가 나를 바라보고는 자리에서 펄쩍 일어나 손과 꼬리를 붕붕 흔들었다.
“아앗-! 동지 왔구나!”
곧 녀석은 주변 님프들을 향해 짝짝 손뼉을 쳤다.
“잠깐 휴식! 전향식은 30분 뒤에 다시 시작될 거니까, 너희들도 쉬고 와!”
━이제 곧 있으면 나 피아노이의 차례인데 휴식이라니…, 아쉬운 것이다….
━그늘에서 쉬고 오는 것이야-!
그러자 여기저기서 아우성거리며 우르르 빠져나가는 님프들. 그 모습에 다시금 놀란 나는 마르마르를 향해 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전향식을 하고 있어! 굉장하지!”
흐흐흐-하고 웃는 마르마르. 다만 나로서는 그 ‘전향식’이라는 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내 의문을 요령 좋게 알아차렸는지 마르마르는 설명을 덧붙였다.
“전향식이 뭐냐면-, 말로 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게 빠르겠다.”
기이익, 탁-.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치는 마르마르. 덕분에 밀실처럼 변한 방은 여름의 대낮임에도 깜깜해졌다. 갑자기 녀석이 뭘 하는가 싶어서 의아함을 느낄 즈음.
“흐응…, 이것도 너무 밝은 것 같은데.”
파스슥.
마르마르는 침대에 놓인 자신의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 모습이 꼭 톱밥을 파고 들어가는 개다람쥐 컹컹이를 떠오르게 만들어서 웃음이 나올 것 같다.
“동지, 얼른 들어와 봐…!”
마르마르가 고개를 이불 바깥으로 빼꼼 내밀고는 나 역시 자신의 이불 안으로 들어오도록 종용했다. 갑자기 한 이불을 덮자니?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나는 퍽 당황스러웠다.
“얼른!”
그러나 마르마르가 설마 내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나 역시 이불 속으로 파스슥 파고 들었을 때였다.
“이거 봐─.”
화아아아-.
“─발광 꼬리야!”
“와.”
마르마르의 다이아몬드 꼬리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화아아아-.
그 밝기가 마치 형광등 같아서 눈이 부실 정도. 어째서 이런 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굉장해 보여서 나도 덩달아 놀란다.
“마르마르, 네 꼬리가 빛나고 있는데?”
“그래! 내 꼬리는 빛나!”
파스슥.
마침내 마르마르는 여름철의 답답한 이불을 힘차게 걷었다. 덕분인지 모르겠는데 마르마르의 꼬리는 이제 서서히 빛을 잃었다. 아쉽네.
“또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자신의 꼬리를 잡아당기는 마르마르. 나는 혹 마르마르가 이번에도 꼬리를 뽑아내려는 건 아닌지 덜컥 걱정이 들었다.
임프들의 꼬리는 다시 자라나긴 하지만, 그 과정에 매우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그랬던 걸 들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마르마르의 꼬리는 마치 고무줄처럼 주우욱 늘어난다.
“꼬리가 늘어나잖아?”
“맞아! 발광 꼬리에, 늘어나는 꼬리! 이건 내가 으뜸 임프가 되었다는 증거야!”
넓적한 가슴을 펴며 당당하게 말하는 마르마르였다.
그보다 으뜸 임프라니?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르마르가 복권에 당첨된 사람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분명 좋은 것이 분명했다.
“대단하네.”
“그래! 참고로 으뜸 임프가 뭐냐면. 마왕군의 간부들로, 임프들을 통괄하고 또 이것저것 심부름을 하거나 전령이 되었던 고위 직책이야!”
마왕군의 간부? 고위 직책?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으나 쉽사리 파악하는 법이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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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마르마르 마르노이 lv. 7 → 21
직업 : 소악마 lv. 3 → 10
전도사 lv. 2 → 5
혁명가 lv. 2 → 6
재능 : 《눈에 띄는 목소리》 《발광 꼬리》 《늘어나는 꼬리》
성향 : 혼돈-선.
요정이 타락하여 만들어진 소악마입니다.
당신에게 큰 호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청소와 빨래, 요리를 비롯한 가사 전반의 달인입니다. – New !
[잠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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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리안으로 마르마르의 정보를 살펴보니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때부터 많은 변화가 있었다.
레벨도 경천동지 수준으로 올라가 있는 걸 보니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가장 놀라운 점을 꼽자면 소악마의 레벨이 무려 10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 10레벨은 직업의 끝. 혹은 다른 직업으로 전직 가능한 한계 레벨일 터.
어쩌면 마르마르의 새로운 재능 《발광 꼬리》와 《늘어나는 꼬리》는 이 소악마 10레벨의 특전으로 얻은 재능일 수도 있겠다.
신기한 호기심에 나는 각각의 항목들을 눌러봤다.
「재능 《발광 꼬리》 : 꼬리로 최대 125마르만큼의 빛을 뿜어낼 수가 있다. 모두의 주목을 끄는 신묘한 힘이 있다.」
「재능 《늘어나는 꼬리》 : 꼬리의 길이가 최대 210마르만큼 늘어날 수가 있다. 채찍처럼 공격에 사용할 수가 있다.」
마르는 뭐하는 단위지.
알 수 없는 바가 많았지만 내가 의아해 하는 것을 깨달았는지 마르마르가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으뜸 임프들은, 님프와 비슷한 요정들을 전향시킬 수 있어! 우리의 동지로 만드는 거지!”
“요정들의 전향이면….”
“님프들을 임프로 만드는 거야!”
“오.”
님프와 임프 사이의 새로운 관계성 적립에 내 머리 속에 번개가 파지직 튀는 것 같았다. 임프들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니.
그러고 보면 요즘 아크에 임프들의 숫자가 부쩍 늘었다는 말을 듣긴 했었다. 그냥 하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마르마르가 전향시킨 님프들이었던 모양이다.
“대체 어떤 방법으로?”
“므흐흐, 그건 비밀이야!”
그렇군.
무척 궁금했다만 마르마르에게 추궁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나는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때로는 모르고 있는 게 좋은 것도 있는 법.
“아무튼, 요새 전향하겠다는 님프들이 너무 많아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이대로 임프들이 잔뜩 늘어나면 우리들도 이제 임프 군단이 될지도 모르겠어.”
임프 군단.
멋진 울림이군.
“그런데, 으뜸 임프들은 원래 마왕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임프들만 될 수 있는 건데. 마왕님도 계시지 않는 내가 어떻게 으뜸 임프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어.”
“그래?”
마르마르는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만 나는 한 가지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예전에 마르마르에게 나의 피를 먹인 적이 있었는데. 혹시 어쩌면 그것 때문이 아닐까 싶었던 것.
「침착한 상황 판단!
재능 《침착한 사고》에 의해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모든 직업 경험치 + 5」
그렇구만.
당장 효과가 없어서 까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그 씨앗이 발아하는 데까지 시간이 꽤 필요했었던 것 같다.
다만 그것을 사실대로 말해줄 수는 없고 그냥 적당히 마르마르를 칭찬하며 둘러대기로 했다.
“마르마르, 네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보답을 받는 거야.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면 언젠가 다 보상을 받게 되어 있는 거지.”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래. 마르마르, 너는 으뜸 임프가 될 자격이 충분해.”
“그렇구나!”
결국 마르마르는 와락 두 팔을 들어 올리고 기뻐했다.
“나는 자격이 충분해!”
이제 보니 묘하게 기분이 산만하게 좋아 보이는 것이 어쩌면 여름이란 요정들을 들뜨게 만드는 계절이 아닐까 싶어진다.
“아무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네. 마르마르. 이제 방학인데 어디 가거나 할 생각은 없어? 계속 아크에 있을 거야?”
“응! 동지는 혹시 이 아크를 벗어나게? 무슨 비무제인가 하는 폭력적인 행사를 진행하게 될 거라고 그러던 거 같은데.”
역시 마르마르도 비무제 소식을 들었구나.
“음, 나는 아마도 비무제 때문에 벨호….”
내가 무언가 답을 하려 할 때였다. 정원에서 뛰놀고 있던 님프들이 갑자기 부산을 떨며 와들와들 소리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앗-! 깐깐한 엘프들…, 깐프들이 온 것입니닷…!
━여기는, 님프, 아니, 이제 임프들의 구역입니닷…! 깐프들은 이 말랑주먹 펀치노이의 허니 피스트 맛을 보기 싫으면 어서 물러나는 것입니닷…!
고개를 돌려보니 팔다리가 길쭉하고 늘씬한 요정, 엘프들이 님프들에게 둘러싸여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 보였다.
━웬 님프들이 이렇게나 많이? 그보다 깐프는 올해 교단에서 혐오단어로 지정되었어요. 사용하면 안 되는 거 모르나요?
━깐프!
━깐프들이 물러날 때까지 땅고르기…! 하는 것입니닷…!
뭔 일이래.
대체 어떤 일인가 싶어서 나는 고개를 문 바깥으로 내밀었고, 얇은 안경태 너머로 금빛 눈동자를 빛내는 엘프와 눈이 마주쳤다.
단정한 오피스 정장에 잿빛 트위기 단발. 어딘가에서 한 번 봤던 얼굴인데. 누구였더라.
“태오 경. 저를 기억 하시나요?”
“아, 혹시 엘븐디너 상회의 데네브 씨라고 하셨었나요?”
“맞아요. 태오 경,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약조했던 대로 저희와 좀 함께 가주셨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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