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267)
EP.268)노래 # 5
268 – 매미의 노래 # 5
약속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약도를 따라, 우리가 만나기로 한 「요정의 바람」이라는 가게를 향했다.
여긴가?
마침내 도착한 그곳은 운치 좋은 고급 식당이었다.
오전과 정오에는 가벼운 런치 세트를 팔고, 저녁에는 와인과 함께 우아한 디너코스를 판매하는 훌륭한 가게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가게의 야외 테라스와 그곳에 심어져 있는 이국적 야자나무들이었다.
앙그마르 시내에서 야자나무를 보게 될 줄은 또 몰랐기 때문에 어딘가 어색하면서도, 동시에 기묘한 기시감을 느끼고야 만다.
처음 와보는 가게가 분명한데 묘하게 낯이 익다니. 단순한 기분 탓만은 아니리라.
슥.
나는 야외 테라스에 앉아 상대를 기다렸다.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다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곧 나타나겠지.
━야, 저기 봐. 저쪽.
━와, 누구지?
그렇게 몇 분 정도 기다렸을 때, 주변 사람들이 술렁거리는 것이 들렸다. 특히 남성들을 위주로 분위기가 들뜨는 것이 굉장한 미인이라도 나타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내 생각은 아주 딱 들어맞았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건강한 어깨와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빨간 원피스다.
높은 굽의 유리 구두와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반짝반짝 거리는 금발이 인상적인 아가씨가 나의 앞에 의자를 빼고 마주 앉는다.
그 눈과 볼에는 옅은 색조화장이 칠해져 있고, 입술은 정열적이면서도 매혹적인 붉은 립스틱이 칠해져 있었다.
원래 예쁜 사람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며칠 보지 못하다가 이렇게 한껏 예쁘게 꾸미고 온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도무지 진정이 되질 않았다.
예쁘고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것은 원래 남자의 마음을 어지럽게 현혹시키는 것이니까. 매력적인 여성을 눈앞에 두고 평온할 수 있는 남자는 아마 없겠지.
“약속 시간에 잘 나왔네. 겁쟁이처럼 도망칠 줄 알았더니.”
붉은 드레스의 엘가는 팔짱을 낀 뒤에 어딘가 새침한 느낌으로 흥-코웃음을 쳤다. 아직 나에게 화가 나 있다는 걸 어필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나는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엘가는 나에게 화를 낼 만 한 자격이 충분히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이렇게 나를 만나고자 불러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할 이야기가 있기 때문일 터.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엘가에게 할 말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나온 것이다.
“엘가 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왜, 나한테 말 안한 거짓말들이 아직 또 있어?”
엘가의 말에는 가시가 돋아나 있었다. 때마침 빨간 옷을 입었기 때문인지 꼭 가시를 내민 장미처럼 보이기도 했다. 새침한 장미를 마주한 어린 왕자의 기분이 이랬을까?
나는 기나긴 여행 끝에 장미에게 돌아갔던 어린 왕자처럼.
먼 이야기들의 끝에서 얻은 진심을 말하기로 했다.
“엘가 님, 지금까지 엘가 님을 속이고 있던 것. 죄송합니다. 여러 이유들이 있었지만 결국은 핑계일 거에요.”
“…….”
엘가는 미간을 좁혔다. 어디 더 말해보라는 듯한 태도다. 쌀쌀맞았지만. 적어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는 것이 다행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더욱 용기를 냈다.
“비록 많은 것이 거짓말이었지만.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엘가 님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 오고갔던 말과 이야기들은 전부 진심이었어요.”
“흐응….”
“물론 사과드린다고 지금까지의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겠죠. 잘못들을 만회할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요.”
“…….”
“그럼에도 말씀드릴게요. 제게 다시 기회를 주세요. 엘가 님, 제게 다시 기회를 주세요. 제 계획은…”
내 이야기는 엘가의 조소와 함께 끊긴다.
“계획, 계획. 그놈의 계획. 너는 항상 그런 식이더라. 네 잘난 계획이 대체 뭔데?”
내 계획.
내 머릿속에는 언제나 그럴듯한 계획이 있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
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위해 생각해둔 내 비장의 계획을 이 자리에서 선 보이기로 했다.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궁전에서, 모두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는 것. 무수한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내 대답에 엘가는 질렸다는 것처럼 입을 벌렸다.
“…너는, 미쳤어. 너는 미친놈이야. 네가 하려는 일들, 전부 미친 짓이야. 알아? 네가 계획하고 있는 것, 꿈꾸고 있는 것들. 다 미친 이야기들이라고.”
“알아.”
“안다고…?”
엘가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가 계획해 왔던 것은 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 뿐이었다. 다른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 거. 나도 알아. 지금까지 그랬었고. 앞으로도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는 좀 알겠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데?”
“이제는 우리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면 돼.”
내게 있어서 이제 이 세계는 소설 빌런 사냥꾼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건 나의 이야기다.
나와 우리의 이야기.
어쩌면 깨닫지 못했을 뿐.
처음부터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깨달은 지금, 나는 내 진심을 다시금 부딪치기로 결심해 무거운 입술을 열었다.
“각본도, 무대도, 배우들도 널 위해 내가 준비할 수 있어. 너는 있는 모습 그대로 내 옆에 있어주기만 해. 그거면 돼.”
“….”
“앞으로 증명해볼게. 분명 재미있을 거야. 그러니까, 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줘.”
“…….”
엘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딘가 불만이 있는 것처럼,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리기라도 할 것처럼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작게 말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했으면 좋았잖아. 이제 와서는 너무 늦었어.”
“아직 늦지 않았어.”
“아냐…, 너무 늦었어. 너와 나의 시간은, 같지 않아….”
역시 연습 같은 건 할게 못된다. 멋진 고백과 사죄의 이야기를 단 한 마디도 꺼낼 수가 없었다. 엘가의 미간은 점점 구겨지더니 이윽고 눈물을 흘렸다.
주르륵.
번지는 색조화장.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 마음에도 여러 감정들이 따라서 함께 번진다. 다만 이 광경을 나는 어딘가에서 본 적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초연할 수가 있었다.
“…엘가, 주변에 있는 남자들, 전부 리오네스의 사람이지? 이게 네가 내린 결정이었던 것이고.”
흠칫.
눈물을 흘리던 엘가는 내 이야기에 가벼이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입술을 열고 무어라 중얼중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치만, 이 방법밖에 없어. 이렇게 안 하면, 너 죽는다고 그러잖아. 이 방법밖에…. 그런데 너,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도 자리에….”
“그야, 엘가, 널 보고 싶었으니까. 그러니까 울지마.”
휘리릭.
그때 무언가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올가미라고 부르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것이 나의 목에 걸쳐져 호흡기를 꽉 막는다.
“그에엑…! 켁…!”
목이 단박에 졸려지면서 머릿속이 까마득하게 물 든다.
━고위 주문 사용자다. 영창하지 못하도록 입부터 막아! 주문을 떠들지 못하게 해!
━팔 다리를 묶어!
“너, 너무 험하게는 대하지 마!”
━아가씨, 위험합니다! 일단 멀리 물러나주세요!
우당탕, 쿠당.
사람들이 내 몸을 우악스럽게 짓누르는 느낌이 났다. 마치 야생 동물처럼 포획되는 와중에, 나는 이러한 기분을 꿈속에서 먼저 느껴본 적이 있다는 걸 떠올리고 있었다.
기가 막힌 예지몽이구나.
예언의 주문 바사고를 획득했기 때문일까? 내가 진짜 예언가와도 같은 꿈을 꾸게 될 줄이야. 꿈속에서의 나는 분명 이 다음 이렇게 소리쳤었지.
─엘가, 네가 기어코 나를 팔았구나!
하지만 꿈이라는 것은 역시 현실과 다른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현실의 나는 그런 말로 엘가에게 죄책감을 주고 싶진 않았다.
그보다, 이제 슬슬 때가 됐을 텐데!
━규이잉!
━아악-! 이, 이 녀석 뭐야!
그때 내 몸이 비교적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목을 조이고 있던 올가미가 느슨해지는 가 싶더니, 이윽고 콜록콜록 기침을 내뱉으며 숨을 고를 수가 있었다.
그런 내 귀에는 제법 화가 난 듯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리오네스 영애, 태오 경을 죄인처럼 붙잡아 끌고 가려고 한다니.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건 너무한 것 아닌가요?”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검과 지팡이를 양 손에 하나씩 쥔 미르나 드레이코의 모습이 보였다. 덕분에 방금까지 까마득했었던 머리가 환하게 트이는 듯하다.
“미르나 아가씨…!”
“태오 경, 괜찮나요? 봐요, 제가 불안하다고 했잖아요.”
엘가를 마주한 미르나. 그리고 주변에 쓰러져 신음을 내고 있는 남자들. 그들의 모습을 보니 방금 내가 기절해가는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었던 건지 대강 이해가 됐다.
“미르나 님, 제 부탁을 들어주셨네요…!”
내가 전 날 미르나에게 부탁한 대로 그녀는 제법 거리가 있는 곳에서 나와 엘가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구나.
“뭐야, 미르나, 너! 방해하지 마! 이 방법밖에 없다고!”
엘가는 잔뜩 화를 냈다.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머리에 비녀처럼 꽂혀 있던 막대를 꺼내 길게 늘어뜨렸다.
주우욱.
그러자 그것은 거대한 전투도끼 할버드 분쇄자의 형상으로 변모해 흉흉한 기백을 숨길 것 없이 사방으로 뿌렸다.
“저리 꺼져!”
엘가는 자신의 몸만큼 거대한 도끼를 높이 치켜 올린 후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미르나를 향해 내리 그었다.
쇄애애엑-!
쇄도하는 일격. 그 무시무시한 위용에 미르나 역시 당황한 것처럼 커다랗게 눈을 떴다만.
“진심인가요, 리오네스 영애!?”
곧 재빠르게 뒷걸음질을 쳐 엘가와 거리를 벌린다.
투카앙!
결국 바닥을 때린 엘가의 도끼가 가게 안에 움푹 구멍을 냈다. 작은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 같은 모습이다.
━도, 도망쳐!
━빠져나가야 해!
그 모습에 이 갑작스러운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손님들이 혼비백산. 시끄러운 비명과 달아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게 뒤섞여 혼란을 만들어냈다.
“태오 경, 여기는 제가 맡을 테니 어서 도망치세요!”
먼지 구름 사이로 미르나가 외쳤다.
* * *
━저기다! 뒤쫓아!
현재, 리오네스의 권세는 국왕 못지않다.
그들의 영향력은 앙그마르 온 지상부터 지하 그리고 하늘까지 뻗어 있어서 어딜 가도 그들의 용맹스러운 사자 깃발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였다.
덕분에 나는 멈출 수 없이 온 골목을 뛰어다녀야 했다. 벌써 십 수분은 달린 것 같은데. 나를 뒤쫓아 오고 있는 병사들은 지친 기색이 하나도 없다.
아무리 제압해도 끝없이 몰려드는 물량이라니. 이대로 놈들과 소모전을 펼치는 건 그림이 좋질 못했다.
놈들이 날 쫓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가야 해…!
━잡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누군가가 내 발꿈치를 붙잡았다. 힘껏 달리고 있던 나로서는 앞으로 기우뚱할 수밖에 없다.
쿠당탕-!
포장되지 않은 도로의 진흙탕에 넘어지며 얼굴이 쓸리고 입에 진흙이 들어간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 없이 나는 재빠르게 영창을 외워야했다.
─파이몬!
━으악!
━다시 도망친다! 포위해! 절대 놓쳐선 안 돼!
━왕궁으로 향하는 걸 막아야한다! 병력을 배치해!
내가 왕궁으로 도망치고 있다는 걸 눈치 챘나? 역시 리오네스 가문의 병사들은 유능하다.
실제로 나는 여기저기 배치되어 검문하고 있는 병사들과 그 방진 그리고 순식간에 높이 쌓아올린 바리게이트들을 피하기 위해 분주히 내달렸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고 입에서는 철분의 향이 잔뜩 났지만 조금이라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나의 귀는 내 뒤에서 들려오는 병사들의 외침을 예민하게 감지했다.
━이대로 막다른 길로 몰아넣어! 레벤더스 거리는 곧 끊기니까!
역시.
이들은 날 막다른 길로 몰아 포획하려는 것이구나. 어쩐지 골목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도록 유인하고 있더라니. 궁지에 몰린 다람쥐의 기분이 딱 이럴까?
그러나 그들이 간과한 점이 있다면 내가 단순한 쥐새끼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나는 따지고 보면 박쥐에 가까웠다.
날개 있는 짐승 박쥐.
“와라!”
나는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어디선가 날아온 까마득한 날개들이 나의 어깨를 붙잡는다.
푸드더덕-!
근처에 살고 있는 새들을 불러 하늘을 날아 도망치는 것. 그게 내 계획이었으니까.
━저, 저놈이 하늘을 난다!
━요승이 사술을 부린다…!
나를 잡기 위해 올가미와 그물을 쥐고 있었던 병사들이 닭 쫓던 개처럼 지붕을 올려다보는 것이 꽤 통쾌했다.
“잘 있어라, 멍청이들아! 쓸모없이 세금만 잡아먹는 놈들!”
그렇게 아래쪽을 향해 통쾌한 한 마디 욕설을 내뱉을 때. 무언가가 나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콰아앙-!
그것이 내 몸에 격돌한다.
“으앗, 뜨거!”
뜨거운 불길에 내가 버둥버둥거리는 사이에, 내 몸을 붙잡고 있던 새들은 다 저 멀리 날아 가버렸다.
━됐다! 화염구를 맞췄어!
━멍청아!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
━대마법사가 화염구 정도에 죽을 거 같냐? 마법에 적중했으니 멀리 가지 못할 거다! 모두 옥상으로 올라가! 지붕으로 올라가서 놈을 잡아!
━4번 포획조 투입해!
“그으으-.”
일단 몸에 붙은 불을 황급히 껐다. 내가 입은 앙그마르 로브 덕분에 충격은 없다시피 했다만 새들이 날아가 버린 것은 치명적인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떠올랐던 높이가 그다지 높지 않아 지붕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다는 것 정도.
━저기 있다!
━우리보고 세금만 잡아먹는 놈들이라고!?
그때 내 뒤에서 우렁찬 외침이 들렸다.
어느새 지붕 위로 올라온 병사들이 나를 쫓기 위해 뛰어오는 모습을 본 나는 머리칼이 곤두설 것 같은 충격을 느끼며 힘차게 내달렸다.
“…아까 말은 취소!”
━너 쥐방울 만한 반요정 새끼! 거기 서!
━이 자식, 생각보다 재빨라서 잡히질 않네!
아니, 언제까지 쫓아오는 거야.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곧잘 달렸다는 점이다.
아크에서 엘가와 단련을 했던 성과가 있는 건지, 나는 내가 생각해도 제법 잘 달리고 있었다.
지붕과 지붕 사이를 날아다니는 것처럼 넘나들다니. 내게 파쿠르의 재능이 있을 줄은 또 처음 알았다.
이렇게 도망칠 수 있는 것도, 다 미리 꾸었던 꿈과 그 내용들로 대비를 해두었기 때문이겠지. 진짜 엘가가 나를 밀고했을 줄이야.
대체 나를 붙잡아 뭘 하려는 속셈이지? 죽이려는 건가?
아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그렇게 추측한 것은 리오네스 가문 병사들의 무장 때문이다.
그들은 손에 올가미와 그물을 붙잡고 있었다. 나를 죽이려고 했으면 칼과 창 같은 날붙이를 들고 공격해댔겠지.
만약 그들이 나를 죽이려 했다면 도망치기는커녕 화살에 꽂혀 고슴도치가 되었을 확률이 높을 터.
「침착한 상황 판단!
재능 《침착한 사고》에 의해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모든 직업 경험치 + 5」
아무튼 나는 힘차게 달려 왕궁 앞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왕궁의 문에 도달한 나를 보며 병사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머뭇머뭇 거리는 상황.
━어쩌지? 결국 여기까지 와버렸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붙잡아야 한다고 그랬는데.
“후, 좋아.”
제 아무리 리오네스의 군대라도 왕성에 멋대로 침입하는 건 힘든 모양이지. 내 생각이 맞아서 다행이었다.
저벅, 저벅.
하지만 여유롭게 숨을 돌리고 있는 나의 뒤로 무언가 거대한 기척이 느껴졌다.
━소란이 벌어져서 낮잠에서 깨어났지 않니.
고개를 돌려보니 풍성한 드레스를 입은 여왕 아이라가 미간을 찌푸린 채 왕성 입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것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나의 궁정 마법사를 야생 짐승처럼 올가미로 붙잡으려고 한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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