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46)
EP.47)방법 # 4
047 – 올바른 방법 # 4
압박 면접이라는 게 꼭 이럴까?
많은 사람들이 의자에 앉은 나를 동그랗게 둘러 싼 채 팔짱을 끼고 흠-하고 무게를 잡고 있었다.
비좁은 방에서 수염 난 간달프들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하얀 로브를 입은 늙은 마법사가 나를 향해 질문을 해왔다.
“그러니까 이 글자를 읽었다고? 여기 주문진에 적힌 글자가 아가레스라고?”
노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요. 문제 있습니까?”
“아가레스. 과연, 아가레스였구만. 그럼 여기 적힌 이 글자는 혹시 읽을 수가 있나? 여기 이 벽돌.”
노인이 내게 내민 벽돌에는 공장의 상표처럼 글자가 도장 형태로 찍혀 있었다. 거기에 적힌 것은 할파스라고 적힌 알파벳이었다.
“할파스네요.”
「세상의 신비에 한 발짝 나아갑니다.
‘마법사’의 직업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50 」
「놀라운 마술!
직업 : 마법사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마법사 Lv. 1 → Lv. 2
당신도 이제 초보 마법사!」
글자를 읽는 것으로 경험치를 얻고 마법사 레벨이 올랐다.
동시에 나의 손끝부터 발 끝에 이르기까지 무언가 찌리릿한 전류 같은 게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썩 나쁜 감각은 아니었다.
내가 시선을 돌리자 영감들이 수군덕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세상에-. 할파스였어.”
“그래, 어쩐지 해주 주술이 먹히지 않는다 싶더라니. 계산부터가 틀리고 있었군!”
“정확한 이름을 아는 게 중요하니 말이지. 이거 장벽의 순찰자들이 좋아하겠어.”
늙은 노인들이 나를 둘러싸고 어허, 쯧쯧-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리 썩 유쾌한 광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미간만 잔뜩 찌푸려 질 뿐.
“대체 무슨 일입니까? 뭔데 그러는 건지 누가 설명해줄 수 없습니까? 제게는 그런 설명을 들을 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자 갈색 로브의 고깔모자 영감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앙그마르의 서기관, 태오 가스펠 경. 이런 일은 처음이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소. 이건 본디 읽을 수 없는 글자요. 죽은 자들의 언어, 사어(死語)라고 하거든.”
“사어라면 죽은 언어를 뜻하는 겁니까?”
“망자들의 글자지. 언데드들 말이야.”
언데드의 글자라는 말에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건 며칠 전에 만났던 드레이코 가문의 영애 미르나와 그녀를 따르는 언데드 용아병들이다.
그때 언데드 리치는 입을 열어 무어라 이야기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언어였기 때문에 그냥 주문이구나 싶었는데. 지금와서 보니 그것은 죽은 자들의 언어인 사어(死語)라는 것인 모양이다.
“원래 이건 살아있는 자들로서는 읽을 수가 없는 글자요. 읽어서도 안 되고.”
죽은 자들의 글자를 본다니. 이건 공포 영화의 흔한 클리셰 같은 거 아닐까? 읽어선 안 될 걸 읽고. 봐서는 안 될 걸 보고.
혹시 나 저주 같은 거 받는 거 아니겠지?
나는 두려움과 불안을 떨쳐내며 영감들에게 물었다.
“이걸 제가 왜 읽을 수 있는 겁니까? 이걸 읽으면 어떻게 되는 거죠?”
“우리도 그걸 알고 싶소. 우리 5위계의 대마법사 협회인 그라시아 산악회는 태오 가스펠 경과 함께 이런저런 연구를 진행해볼까 싶소만.”
“저는 연구회가 아니라 아크의 학생이 되려고 왔는데요.”
“입학 시켜줄 수 있소. 우리들은 산악회 겸 아크의 이사회거든. 대신 우리 모임에 껴서 일 주일에 한 번은 그라시아의 영산인 하이로드를 등산해야 하오.”
“영산을 등산? 어째서죠?”
“그게 건강에 좋아. 연구실에서 책만 읽다보면 건강이 나빠지지. 우리 같은 마법사들의 최악의 적은 건강이고. 그래서 우리는 산악회도 겸하고 있지.”
뭐야, 등산은 안 해도 되는 거구나.
그렇지만 특별 전형으로 입학시켜주는 것은 꽤 좋은 이야기였다. 나는 체력도 마법실력도 지금 모두 학교 문턱을 밟는 것조차 불가능한 미달.
이상한 글자를 읽는 것으로 우연치 않게 아크로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니. 나쁠 것 없는 이야기다.
갈색 로브의 영감이 말했다.
“태오 경은 아마도 특별한 눈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닌가 싶소. 남들보다 이것저것 잘 보이는 눈 말이오. 가끔 있긴 하지.”
그에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푸른 로브의 영감이 수염을 쓰다듬는다.
“성녀님 이후로는 처음인가? 성녀님의 눈이 그렇게 되어버린 후로는, 영락없이 연구를 멈춰야 할 줄 알았는데. 이것은 신의 인도하심이 아닐지 싶구먼.”
성녀라면 프리가를 말하는 것이겠지.
그때였다.
지금까지 말을 아끼고 있던 검은 로브의 영감이 “흐으흠-.”하고 커다랗게 기침을 했다.
그러자 여기저기 한 마디씩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던 노인들이 말을 멈추고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펠토 경. 그대도 할 말이 있소?”
갈색 로브 영감의 질문에 검은 마법사는 천천히 입술을 뗀다.
“태오 가스펠. 부모. 가족. 형제. 살해! 교미!”
뭐야.
내가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자니 갈색 로브의 늙은 마법사가 그것을 대신 해석해서 이야기해주었다.
“태오 경, 그대에게 가족이나 부모 형제가 있냐고 물어보는 군.”
“제 귀에는 살해랑 교미라는 글자가 들렸는데요?”
“…그건 그냥 추임새요. 펠토 경에게는 약간의 틱이 있거든. 아무튼 가족이나 형제가 있소?”
나도 알고 싶다. 내게 가족이나 형제가 있는지.
“없습니다. 저는 고아출신의 가스펠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나의 눈은 검은 마법사 펠토 경이라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으흐흐.”
검은 마법사는 마약에 절은 사람처럼 눈이 몽롱하고 입가로 침을 질질 흘렸다.
노망이라도 난 걸까? 살해니 교미니 이상하게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것도 그렇고.
머리칼은 새까맣고 얼굴은 이들 중에서 가장 젊어 보이는데.
갈색 영감이 흐음-하고 침음하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해줬다.
“펠토 경은 6위계에 달할 때 진리의 심연에 너무 다가갔거든. 그래서 가끔 정신이 오락가락하지만. 그래도 나쁜 자는 아니오. 오히려 우리 중에서 가장 뛰어난 편이지.”
“마법 실력이 높아지면,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까?”
“대체로 그렇소. 인간의 몸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진리들을 몸에 담으려는 것이니까. 무거운 바위가 얹어진 그릇이 깨지는 것처럼 고장 나는 거지.”
“아.”
“이미 그대는 늘 보아왔을 것이라고 보는데 말이오. 7위계의 마녀를 매일 옆에서 봐 왔다고 들었소만.”
갈색 영감의 말에 내 머리에 한 여성이 떠올랐다.
그렇구만.
아이라가 어딘가 좀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것은 마법적인 소양이 너무나도 높기 때문이었구나.
역시 정신이 아픈 게 맞았어.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아무것도 모르는 왕녀였던 시절의 아이라는 디즈니 공주처럼 순박했다고 들었다.
그러다 왕좌에 오르고 마법실력이 나날이 일취월장하며 성격이 급격히 변했다고 했나.
어쩌면 아이라를 착하고 너그러운 소녀 시절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여기 있을지도 모르는 일.
나는 나름의 열망을 담아 말했다.
“그럼, 그걸 어떻게 조절할 수 없는 법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만약 비용이 필요하다면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도 그것을 연구 중이오. 그리고 태오 가스펠 경. 그대가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아까 그 글자들을 보는 것과 우리의 연구는 일맥상통하거든.”
내가 이 사어라는 글자를 읽는 것과 마법과 아이라의 정신치료에 대한 연구가 일맥 상통한다라니.
“크흠.”
“으흠.”
내가 설명을 요구하기도 전에 영감들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여기서야 뉴비 취급이지만 나도 궁정에서 수라장을 걸쳐온 몸.
그들이 지금 “이 얘기를 해도 되는 건가 아닌가-.”에 대해 빠른 논의를 거치고 있다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침착한 상황 판단!
재능 《침착한 사고》에 의해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모든 직업 경험치 + 5」
봐.
그러다가 마침내 결정을 내린 것처럼 갈색 로브에 코가 커다란 마법사가 말했다.
“아까 그 글자는 솔로몬 왕의 유산이오.”
“앙그마르 마왕을 말하는 것이군요.”
“그래, 그대는 앙그마르의 국민이지. 그럼 더 잘 알 거 아니오? 인간의 이지를 뛰어넘어 신에 달한 지혜의 산물이 바로 그 글자들이지.”
그에 옆에서 손톱을 다듬고 있던 푸른 마법사가 덧붙인다.
“유일하게 10위계에 달했던 그의 유산들을 해석하면. 자연스럽게 진리를 몸에 담는 법을 알게 되지 않겠는가 싶은 거지.”
하얀 마법사가 이야기를 받는다.
“또 우리는 하이로드의 현자라고 불리고도 있거든. 우리들이 나이를 먹어온 120여 년의 세월도 폼은 아닌 법. 태오 가스펠 경. 자네가 아크에 찾아온 이유 정도야 간파할 수 있어.”
“시험하는 건 아니지만, 그게 뭔지 물어봐도 됩니까?”
“여왕 아이라는 이미 하나의 완성된 그릇이야. 솔직히 우리 교단에서도 더 이상 가르칠 게 없지. 만약 있다면 이것과-.”
톡톡-하고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던 하얀 영감이 이번에는 가슴을 엄지로 쿡 찌른다.
“이것 정도겠지. 지혜와 마음의 선량함 말이네. 그것을 여왕에게 가르쳐 지혜로운 현왕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닌가?”
“…….”
인간은 허를 찔리면 당황해 입을 다물게 된다.
나는 내 최선의 계획이 단박에 들통 난 것에 대해 당황하여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열심히 머리를 굴려 만든 것을 이렇게 금방 알아차린다니.
현자라고 자청할 만 하구만.
그때 하얀 현자 하이낙스가 계속해서 말했다.
“태오 경, 속세에 떠도는 소문만큼 자네가 악한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오히려 우리는 그대에게 경의를 표하네.”
경의라니. 그런 이야기를 코앞에서 들은 것은 처음이라 나는 엉덩이에 뜨거운 물이 닿은 것처럼 당황스러웠다.
“위대한 현자님들께서 제게 경의라니. 과찬이십니다.”
“이곳에 그 여왕을 데려온다니.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고 생각했더라도 쉽게 이뤄낼 수 없는 일이지. 그렇지만 자네는 결국 해냈어. 자네밖에 못하는 일이었을 걸세.”
“그래, 아이라 여왕은 우리가 매년 아크의 초대장을 보내도 입학은커녕 거들떠도 보지 않았거든.”
“어떻게 여기까지 데려올 수 있었는지 오히려 궁금할 정도라오.”
“증오!”
“펠토 경도 자네가 대단하다고 그러는군.”
네 명의 알록달록한 영감들이 나를 칭찬하고 격려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올바른 일이었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아서 나도 지금까지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 같았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듯했다.
스윽.
그때 푸른 고깔모자의 마법사 영감이 내게 무언가를 내밀어왔다. 그것은 아크의 남성 학생들이 입는 로브와 짙은 밤색 계열의 교복이었다.
“잘 어울릴 걸세. 님프들은 맵시가 좋으니까. 우리 이사회는 자네와 여왕 아이라의 입학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네.”
여러 가지 일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튼 이로서 나 역시 무사히 학생이 된 것이다!
* * *
“태오, 생각보다 늦었구나.”
이사 회의실 바깥으로 나서니 그곳의 문 앞에 아이라가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 여왕을 기다리게 만든다니. 이 불충은 벌을 받아야할 지도 모르겠어.”
“죄송합니다. 이게 사정이 있었거든요. 자칫하다간 입학하지 못할 뻔했습니다.”
“태오 널 떨어트린다고? 그렇다면 여기는 심미안이 없다는 소리겠지. 그런 곳에서는 배울 것도 없는 법. 나도 입학을 거부하겠어. 앙그마르로 돌아가는 게 났지.”
앙그마르로 돌아간다고?
끔찍한 소리를.
“아뇨, 돌아가실 필요 없습니다. 어떻게든 붙었거든요.”
“그렇겠지. 나 아이라는 태오 네가 합격하는 것을 단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다.”
아이라가 무심한 느낌으로 나를 격려했다.
아이라는 정말 한 순간도 나를 의심하지 않았겠지. 얘의 머릿속에 나는 굉장히 대단하고 충심 넘치는 신하 그 자체일 테니까.
내가 그것을 지금까지 연기해왔기 때문이겠지만.
가끔은 내가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는 게 들통나서 실망을 사게 되면 어떨지 겁이 나기도 했다.
━지금까지 나를 속여? 산 채로 피부를 벗겨서 가죽은 양탄자로, 손뼈는 님프 본 완드로 써주마-!
…….
에이, 아무리 아이라라고 해도 그 정도는 아니겠지.
바로 그때 이사 회의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고깔모자의 늙은 마법사들이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등산이나 가세.
━좋지. 계곡 물도 좀 떠오고. 아, 대수림의 마녀들은 온다고 그러나?
━그래. 오랜만에 마녀들과 노래도 좀 부르고 합세.
━하이낙스, 저기 봐.
그러다 그들은 복도에 앉아 있는 아이라를 보며 걸음을 멈춘다.
곧 산악회의 대표인 하얀 마법사 하이낙스가 고깔 모자를 벗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앙그마르의 마녀왕님 아니십니까. 저는 하이낙스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안티에크 공의회에서 마지막으로 뵌 적이 있죠.”
“아-. 그렇구나. 너희들은 알록달록한 할아버지들이었지. 이제 기억이 난다. 내게 이것저것 질문해왔었어.”
“그렇습니다. 그래서 마녀왕 폐하. 8위계로의 진전은 조금 있으십니까?”
그들은 마법사로서 뛰어난 마녀인 아이라의 경지가 궁금해진 듯했다. 그러나 아이라는 흐응-하고 긴 콧소리를 낼 뿐.
“거짓말쟁이들에게 답해줄 의리는 없어.”
“하하, 과연, 그렇군요.”
150세에 달한 노인들이 이제 겨우 10대를 벗어난 아이라에게 쩔쩔 매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딘가 조금 서글퍼진다.
이게 사회 생활?
“나는 태오와 할 이야기가 있으니 어서 썩 물러나라.”
“예, 그러지요.”
아크의 이사들은 아이라의 축객령에 토를 달거나 항의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띄운 채 웅성웅성 복도를 벗어났다.
━마녀왕은 갈수록 아름다워지는군.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어머니를 닮는 것이겠지.
━성품은 아비인 타란테라 7세를 닮은 느낌이지만.
이제 썰렁한 복도에 남은 것은 나와 아이라 뿐.
아이라가 방금 만났던 이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태오, 어서 짐을 챙기거라.”
“짐요?”
“그래, 내 개인실로 널 들여야 하니. 네 짐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않느냐?”
역시 아이라는 개인실인가.
이제 보니 아이라의 어깨에는 로마자로 2를 뜻하는 브로치가 달려 있는 게 보였다. 아이라의 석차가 입학과 동시에 2등이 되었다는 뜻이리라.
당연하다면 당연하고 놀랍다면 놀라운 일이다.
“벌써 차석을 달성하셨습니까? 대단하십니다.”
“진심을 발휘했다면 수석도 쉬웠을 거야.”
그렇구만.
아이라가 2등이라면 1등은 누구지?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그런데, 폐하. 개인실이라는 것은 개인의 공간이라는 뜻일 텐데. 아이라 님과 제가 어떻게 같은 방을 쓸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이곳은 교단의 시설이라 남녀의 혼숙은 절대 안 될 텐데요.”
내 물음에 아이라가 스륵 미소를 지었다. 아이라는 미인이지만 웃으면 더욱 미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녀를 잘 알고 있는 나라고 해도 조금은 가슴이 설렜다.
“태오, 네가 모르는 게 다 있다니 오랜만이로구나.”
“제가 모르는 것이 있습니까?”
“그래. 내가 친히 알아보니 개인실에 머무는 자에게는 여러 혜택이 주어지더구나. 여기 보면 그것이 자세히 나와 있다.”
아이라는 무언가를 내게 내밀었다.
그건 작은 두루마리였다.
‘기숙사 프리미엄룸 서비스 안내.’
거기에는 개인실을 이용하는 방법이 나와 있었는데. 마치 초호화의 호텔서비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들이 적혀 있었다.
개인 수영장 제공?
로열 단련실 입장 가능?
그러나 그런 글자들 사이로 아이라의 까맣게 칠해진 손톱이 가리키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반려동물 등록 시 상담 후 입장 및 육성 가능…? 이걸 말하는 겁니까?”
“그래. 관리처에 가서 태오 너를 나의 반려동물로 등록 해 놓으면 같은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가 있을 거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안 될 것 같은데.
실제로 안 됐다.
“뭐라구요? 아이라 폐하. 지금 사람을 반려동물로 지정해달라는 뜻인가요?”
어이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는 기숙사 관리처 여자직원. 당황한 것처럼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꼭 “지금 날 놀리는 거냐?”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물론 아이라 역시 물러나지 않았다.
“나는 여왕이다. 내 말을 듣지 않겠다는 건가? 앙그마르 왕국은 교단의 가장 큰 후원자라는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렇지만 규정은 규정이에요. 반려 짐승은 어디까지나 네 발 짐승에 한해서에요. 두 발 짐승의 경우는 날개가 달린 경우만 포함하구요.”
“그거라면 문제없다. 태오는 무엇이든 잘하니까. 네 발로도 잘 걸어 다닌다.”
━들었어? 네 발로 다닌데.
━뭐야, 무서워. 대체 여왕이랑 무슨 짓을 했던 거야?
━평범하게 생겼다했더니. 역시 요승이라는 소문이 진짜인가 봐.
나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일단 아이라를 학교에 입학시키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부터 시작이구나라는 걸 절절히 느끼게 됐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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