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513)
EP.514)- 작은 임프들의 이야기 # 4
특별편 – 작은 임프들의 이야기 # 4
블랙 앙그마르 컴퍼니에서는 정기적으로 임프 사원들을 모아 세미나를 연다.
세상 각지에서 초청해온 강사들이 회사 강당에 모인 임프들을 향해 이런저런 강의를 해주는 것이다.
그 내용은 언제나 제각각.
멋지게 꼬리를 손질하는 법부터 시작해서 임프들의 맞춤 자산관리 법까지 임프 자매들에게는 항상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었다.
회사에서는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세미나를 위해 강사를 공들여 초청했고, 오늘의 강사는 옛 마왕군의 소간부였던 기르기르였다.
━기르기르가 누구인 것이야…? 이 모르모르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 것이야…!
━이 타르타르는 세미나 끝나고 판다는 마왕군 특별성장 패키지라는 것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벌꿀사탕과 꼬리손질 세트를 덤으로 받을 수 있다고 들은 것이다…!
━이 펀치노이는 꼬리가 없지만, 벌꿀사탕을 준다는 것은 무척 마음에 드는 것입니닷…!
강당에 와글와글 몰린 임프자매들이 한 마디씩만 해도 열 마디, 백 마디 가까이 되었다.
지금 각지의 크리스탈 수정 앞에 앉아 영상으로 이 광경을 시청하고 있는 임프들이 조잘거리고 있는 것까지 생각하면 머릿속이 그만 아찔해진다.
그때 무대 위에 나타난 것은 마르마르였다.
으뜸 임프 마르마르가 무대 위에 서자 방금까지 시끄럽게 굴고 있던 임프들 모두 두 손과 꼬리를 높이 들어 올리며 환영해주었다.
박수와 환호소리가 작아졌을 즈음 마르마르가 말했다.
“모두 잘 모여줬어! 오늘 수요일의 교양강의 시간에는 아까 말했던 것처럼 특별 강사인 기르기르 자매가 이것저것 설명해 줄 거야!”
그때 손을 슥 드는 모르모르.
“무엇을 설명해준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야…!”
그러자 여기저기서 모르모르의 이야기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세미나 강사를 불렀다고 해서 사원들을 모았는데 무슨 강의인지 설명을 해주지 않았으니 궁금할 만도 하지.
그때였다.
무대 위에 커다란 임프 한 명이 나타났다. 방금까지 조잘거리고 있었던 임프들의 시선이 무대 위를 뚜벅뚜벅 걷고 있는 임프 기르기르에게 향한다.
“정말 임프들이 가득 있네. 이렇게 많은 임프들이 모여 있는 건 제1 임프여단 창단식 이후로 처음 봤어.”
기르기르는 강당의 지붕 아래 바글바글 거리는 임프들이 신기한 듯했다.
매번 수요일의 세미나를 청강하는 나야 이 광경에 익숙해졌긴 하다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굉장한 장면이긴 했다.
기르기르가 말했다.
“나는, 제1 임프여단 소속 소간부 기르기르야. 이름을 들어서 알겠지만 나는 위대한 첫 번재 항렬의 임프고. 굉장한 사람이지.”
그때 누군가가 손을 번쩍 들었다. 녀석은 주황색 완장을 차고 있는 빨간머리의 임프 타르타르였다.
기르기르가 마르마르를 슬쩍 바라보자 마르마르가 “타르타르 자매, 발언해도 좋아!”라고 이야기를 허락해준다.
슥, 자리에서 일어나는 타르타르.
타르타르는 주변에서 넘겨받은 마이크를 손에 쥐고 물었다.
“이 몸은 주황색 완장의 임프 타르타르고, 기르기르 자매가 말하는 그 첫 번 째 항렬의 임프가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는 것이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타르타르의 이야기에 동조해주었다. 그 웅성거림에 기르기르는 정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쉰다.
“후, 타르타르면, 들어본 적도 없는 항렬이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임프들의 기본을 모르면 어떻게 하니? 나는 기르기르고, 굉장히 높은 임프야.”
다시 손을 드는 타르타르.
“첫 번째 항렬의 임프는 이 타르타르가 갖고 있는 멋진 주황색 완장보다 혜택이 있는 건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다른 임프들이 동조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황색 완장이란 임프들 중에서도 컴퍼니 마일리지를 잔뜩 쌓은 임프들만이 가질 수 있는 으뜸소유 아이템이었으니까.
참고로 컴퍼니 마일리지는 한 해 동안 매일 지각하지 않아 개근상을 받거나, 다른 사원 임프들의 모범이 되어 우수 임프로 뽑히거나 할 때마다 차곡차곡 쌓인다.
다만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기르기르는 오히려 이해가지 않는다는 것처럼 되물었다.
“주황색…뭐라구? 완장? 그건 뭔데?”
“주황색 완장은 멋진 것이다…! 주황색 완장의 임프가 되면, 기존의 임프 사원들보다 봉급도 2배 상승하고, 매달 바시키르 벌꿀 사탕이 10개 들어있는 프리미엄 상자도 받는 것이다…!”
주황색 완장의 임프 타르타르의 말에 주변에서 여러 임프들이 숨을 집어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봉급 상승과 바시키르 벌꿀 사탕 상자가 무척이나 굉장한 혜택이었기 때문이리라.
남부의 바시키르 벌은 정말로 흉폭하고 사나운 벌이다. 하지만 그 꿀은 그 어떠한 세상의 설탕이나 감미료보다 달고 맛있었다.
바시키르 꿀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은 왕족이나 고위 귀족정도. 아니, 왕족이나 고위 귀족들도 마음껏 먹지는 못했다.
바시키르 꿀벌은 엄청난 희소개체라서 그 꿀의 생산량이 한정되어 있었으니까.
나도 레오노이도, 여왕인 아이라도 마음껏 먹지 못하는 꿀.
엄청나게 희소한 재물.
그것은 기르기르에게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뭣? 바시키르 벌꿀이라고? 그, 그런 건 대간부들이나 축제 때 먹을 수 있었던 건데…. 첫 번째 항렬인 나 기르기르도 병뚜껑에 남아있던 것밖에 못 핥아 봤다구….”
그러나 타르타르의 이야기는 끝이 아니었다.
“또 주황색 완장의 임프가 되면 매달 3일의 휴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부득이한 사정으로 휴가를 사용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연말에 사용 못한 휴가 하루당 한 박스의 아이스크림 상자를 받는 것이다…! 맛은 31가지 중에서 선택인 것이다…!”
주황색 완장의 임프 타르타르의 이야기에 강당은 크게 술렁거렸다.
“호에에, 이 신입사원 호르호르도 꼭 주황색 완장이 되고 싶은 것에요…!”
“이 펀치노이는 임프가 아니지만…, 주황색 완장이라는 것은 탐이 나는 것입니닷…!”
“이 레오노이도 드디어 진로를 정했습니닷…! 그것은 바로 슈퍼주황색 완장의 레오노이가 되는 것입니닷…! 세상은 이 레오노이의 완장 아래 영원히 통치될 것입니닷…!”
“레오노이, 너 또 땡땡이쳤구나 여기서 뭐해!”
“히에엑…!”
완전히 주황색 완장의 임프를 소개하는 세미나가 되어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이번 행사의 목적과 취지가 어긋나게 될 것이라 생각한 내가 으흠-헛기침을 할 때였다.
“그, 주황색 완장의 임프라는 건 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 무, 물론 첫 번째 항렬의 임프보다는 별 것 아니지만…!”
기르기르가 타르타르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타르타르는 아까 내가 생각했던 컴퍼니 마일리지라는 것을 사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컴퍼니 마일리지를 열심히 모아 1000점을 달성하면 주황색 완장의 임프로 승급할 수가 있는 것이다…! 컴퍼니 마일리지는 개근상을 받거나 할 때 100점을 받아서….”
조잘조잘.
그 내용은 열심히 모범적인 행동을 하다보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임프사원들의 애사심과 근로의욕이 고취되는 것 같이 보였다만 글쎄….
역시 내가 나서야겠다.
“자, 다들 조용.”
내가 앞으로 나서자 방금까지 신나서 떠들고 있던 임프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갑작스러운 적막과 함께 그들의 수많은 눈동자가 나를 향하는 모습은 조금 으스스하기까지 하다.
물론 그들의 눈에 담긴 것은 순진한 호의였다. 임프들은 전부 나의 친구니까. 그냥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한 것이겠지.
* * *
나는 분위기가 정돈된 틈을 타 말했다.
“오늘 기르기르가 앞에 나선 것은 임프자매들이 궁금해 하는 것. 바로 진화의 비밀 때문입니다. 여기서도 분명 나르나르나 기르기르 양처럼 크게 자라나고 싶은 임프들이 있을 테죠.”
기르기르는 옛 마왕군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임프. 그래서 오늘 특별히 강사로 세웠다.
임프는 여러모로 베일에 싸인 것이 많은 족속이라 잘 아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때마침 나타난 기르기르가 있어서 형편이 좋았다.
“이 토로토로의 키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거죠?”
“가르르르, 가르르르…!”
놀라운 이야기에 임프들 대부분 흥미를 보였다. 분위기가 대강 넘어왔다고 생각한 나는 다시 강사 기르기르에게 마법 수정 마이크를 넘겼다.
“음, 아.”하고 음량을 정돈한 기르기르가 말한다.
“그래, 사실이야. 모든 임프들은 다 나와 마찬가지로 크게 자라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 왜냐하면, 모든 임프들의 가슴에는 각각 불꽃이 타오르고 있거든.”
임프들의 가슴에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인가. 제법 추상적이면서도 그럴듯한 이야기에 내가 납득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 불은 혹시 뜨거운 것입니까? 너무 뜨거우면 꺼버려야 하는 것입니닷…! 자나깨나 불조심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입니닷…!”
“…아니, 뜨겁지는 않아. 그냥 상징적인 의미니까. 임프들의 마음속에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불꽃에 기름을 부어줄수록 불꽃은 점점 더 커지게 되는거야.”
그때 마르마르가 물었다.
“불꽃이 커지면 키도 커지는 거고?”
“그래, 그렇지. 그래서 문제는 이 불꽃을 어떻게 키우느냐야. 그건 각각의 임프들마다 달라.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을 하면 돼. 혁명, 반역, 전쟁…! 그런 게 효과가 좋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떠는 기르기르와 다르게 다른 임프들의 태도는 제법 심드렁했다. 기르기르가 살던 시대와 다르게 지금은 혁명이나 반역, 전쟁과 거리가 먼 세상이었으니까.
내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다.
생각보다 미묘한 반응에 기르기르가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슥-하고 누군가가 손을 들어올린다.
“저는 토로토로인데요. 저랑 같이 사는 바보 같은 남자애가 있는데. 아르민이라고. 그 애가 자꾸 바보 같고 멍청한 짓을 할 때마다 욕을 해주는데. 그럼 가슴이 뜨거워지거든요. 그것도 혹시 그 마음속의 불꽃이라는 것 때문인가요?”
“음…. 글쎄.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일단 무엇이든 해 봐. 아, 그리고 중요한 걸 말 안했는데 성장을 위해서는 사탕이나 단 것들을 끊어야 해. 그런 것들은 어른스러움과 거리가 머니까.”
기르기르가 멋지게 답을 내릴 때였다. 고오오오-. 나는 강당 전체가 기묘한 느낌으로 떨리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지진? 아니, 아니다. 이것은….
“감히 우리들에게서 사탕을 빼앗으려고 한다니…. 이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모두들 저 괴상한 협잡꾼 기르기르를 나무에 매달아두는 것이다…!”
“마구 매달아두는 것입니닷…!”
“가르르르, 가르르르…!”
타르타르가 우렁차게 소리치자 여러 임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위로 달려들었다. 마치 몰려드는 파도 같았다.
임프들은 “앗! 뭐야, 이거!”라고 몸부림치는 기르기르를 꽁꽁 묶어서 강당 근처의 나무에 매달았다.
이게 갑자기 뭔 일이래.
임프들에게 사탕을 먹지 말라 말한다니. 그런 말을 함부로 꺼냈으니 이렇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세미나가 그렇게 얼렁뚱땅 끝나고.
“윈드커터.”
사삭.
밧줄을 풀어주자 기르기르가 자신의 손목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나는, 일단 사실대로 말해준 거야. 너희들 부탁 들어줬으니까 나도 그 회사의 임프 자매단이라는 것에 들여보내주는 거지, 으뜸 임프 마르마르?”
“그래! 자매단은 언제나 새로운 임프들을 환영해! 나르나르에게 부탁해놓을 테니까, 일단 개인실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나르나르랑 같은 방을 사용해도 좋아!”
마르마르가 손뼉을 짝-치자 옆에서 이 모든 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나르나르가 이제 자매회에 가입하게 된 임프 기르기르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저기.”
그러다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아보며 말하는 나르나르.
“역시 이상한 세미나였어요. 이렇게 될 것 같아서 이번 세미나는 추천 안 한다고 했잖아요. 오늘 사건은 마법 크리스탈로 전국에 송출되었을 거에요.”
“끄응….”
나는 뭐라 변명할 수가 없었다. 나르나르는 이번 세미나에 회의적이었다. 애초에 나르나르는 임프들이 어른이 되는 걸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다만 마르마르는 뜻이 달랐던 모양이다.
“나는 재미있었어! 그리고, 이상하게 끝난 세미나기는 했지만 분명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을 거야.”
“흐응.”
나르나르는 적당히 콧소리를 내며 우리들의 시야에서 아주 사라져버렸다.
그들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나와 마르마르 정도. 오늘 세미나가 엉망으로 끝난 것에 어쩐지 머쓱해진 나는 마르마르에게 말했다.
“나는 분명 좋은 생각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마음의 불을 키우라니.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버렸네. 사탕을 끊으라 해서 괜히 임프들 화만 돋구었나 봐.”
그러자 마르마르는 고개를 저었다.
“꼭 그렇지만도 않을 거야! 임프들 마음속에 불꽃이 있다니. 나는 오늘 처음 알았거든! 그 불꽃을 키우면 더욱 자라나게 된다는 것도!”
“그건 나도 처음 알았어. 나는 임프가 아니라 무슨 느낌인지 확 와 닿지는 않지만. 마르마르 네 생각은 어때?”
“혹시 내 안에도 불꽃이 타오르고 있나 묻는 거야? 가슴이 막 뜨거워지는?”
“그런 느낌 없어?”
“음, 글쎄….”
자신의 가슴팍에 손을 얹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르마르였다.
“잘 모르겠는데!”
마르마르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흐흐…하고 멋쩍게 웃었다만, 나는 마르마르에게 누구보다 따뜻한 온기가 피어오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오래전의 내게 이 세상은 차가운 겨울날 바깥에 내두었던 모루처럼 서늘할 뿐이었지만, 마르마르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그 차가운 것들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마르마르는 비록 크고 화려하지는 않아도 세상 누구보다 따뜻한 불꽃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는 그 불꽃을 더욱 키워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따스함을 나만이 알고 있는 건 아까운 일이잖아.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 동안 “음….” 고민하고 있는 듯이 입을 다물고 있었던 마르마르가 마침내 소리쳤다.
“아! 그러고 보면, 가끔 가슴이 확 따뜻해질 때가 있었어. 혹시 그게 내 불꽃이 커져가는 것이였으려나?”
마르마르의 주황빛 눈동자가 촛불처럼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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