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514)
EP.515)- 작은 임프들의 이야기 # 마무리
특별편 – 작은 임프들의 이야기 # 마무리
이곳은 모나크 시티의 근처에 위치한 숲.
나무와 숲이 많고 조용해서 고요의 숲이라 불리는 관광 산림업 명소 중 하나였다.
“동지, 여기야, 여기!”
파스슥.
고요의 숲에 도착한 마르마르는 매우 민첩하게 움직였다. 그 모습은 마치 이 숲에서 나고 자란 개다람쥐 같기도 했다.
“얼른 와!”
“기다려, 마르마르. 아까부터 계속 오르막길이라 숨 차.”
“얼른 와! 얼른! 얼마 안 남았어! 지금 가야 해!””
나는 수풀과 나무 사이로 살랑살랑 흔들리는 마르마르의 꼬리만을 겨우겨우 뒤쫓았다.
잠깐 기다렸다 가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마르마르가 너무나도 들떠있었기 때문에 나는 차마 멈춰 달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최근 마르마르의 기분이 저렇게 좋았던 적이 있었나?
마르마르는 항상 밝고 명랑하지만 오늘은 유난히 그 정도가 더 대단했다.
“여기야 여기!”
“그래.”
한참 뒤따라가다 마침내 겨우 마르마르를 따라잡을 수가 있었다. 이런 숲으로 날 인도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 했는데 말이야.
혹시 발광꼬리인가?
마르마르의 꼬리는 마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처음 그걸 내게 보여줬을 때는 정말 굉장히 감탄했었지. 또 그것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기대감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파스슥.
“와.”
수풀을 헤치고 마르마르를 향해 다가선 나는 그 아담한 임프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풍경에 그만 말을 멈추고 입을 헤-벌렸다.
멋지게 빛나는 오전의 태양. 그 아래로 초목이 무성해 반짝거리는 잎사귀들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이 고요의 숲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언덕 위 절경이라니.
마르마르가 말했다.
“봄날의 정오가 가까이 되면 가장 멋지게 빛나거든! 저기 호수 쪽 보이지? 저쪽!”
마르마르의 가느다란 손가락 끝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마르마르가 말한 것처럼 축구장의 반 정도 크기가 되는 호수가 햇볕에 빛나는 것이 보였다.
“멋지네. 진짜 멋진 풍경이야. 마르마르, 이걸 보여주려고 오늘 이 숲으로 날 데려온 거야?”
“아니.”
“…….”
그럼 대체 뭐지.
내가 살짝 의문을 느낄 때 마르마르가 손을 들어올린다.
“저기 호숫가에 내 집이 있어!”
기묘한 이야기였다.
“마르마르, 네 집?”
내가 되묻자 마르마르가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래, 내 집!”
“마르마르 네 집은 회사 본사 꼭대기 층에 있잖아. 가장 높고 멋진 방이라고 들었는데.”
낡고 초라한 폐허의 오두막에서 시작해 왕도에서도 가장 높은 건물의 꼭대기 층에 살게 된 마르마르의 이야기는 앙그마르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성공 스토리 중 하나였다.
마르마르를 모델로 한 자기계발 서적도 전국 곳곳의 서점에 잔뜩 꽂혀 있을 정도. 자수성가의 아이콘인 마르마르가 호수에 집이 있다니?
혹시 별장 같은 걸 말하는 건가?
그래, 그런 걸 테지.
별장.
햇볕을 반짝이는 호수와 고요한 숲은 무척이나 멋진 장소니까 마르마르 정도 되는 으뜸 임프라면 멋진 명소에 별장 한 채를 지어놨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얼른 가보자!”
파스슥.
마르마르는 내 손을 붙잡은 다음에 나를 어디론가 마구 끌고 가기 시작했다.
방금 막 언덕 꼭대기에 도착해서 숨이 차 있었으나, 마르마르의 별장으로 가본다고 생각하니 기대감이 몸의 피로를 잊게 만들어주었다.
* * *
킁킁.
한참 걷자 풀과 꽃들의 내음 사이로 호숫가 특유의 젖은 흙냄새가 진하게 느껴질 때였다. 수풀을 가르자 내 눈에는 작고 아담한 통나무집 하나가 보였다.
오두막이라 표현하는 게 좋을까? 그 크기는 원근법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유난히 작았다. 작은 마을의 입구에 건축되는 위병소초 정도가 딱 저만했던 것 같은데.
가까이 다가가니 묘하게 조잡하고 어설프게 보였다.
건축 자제로 쓰인 통나무들은 사포질이 덜 되어서 그런지 겉부분이 뾰족뾰족하고 거칠게 튀어나와 있었고 창문은 대충 톱으로 썰어서 만든 후에 커튼을 안쪽으로 달아놓은 듯했다.
“어때…!?”
좌우로 다이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마르마르. 내게 감상평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떠냐니….”
순간 마르마르가 나를 놀리려 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초라한 오두막을 보여주고 반응을 보는 몰래 카메라 같은 거지.
아니, 그럴 리는 없나?
마르마르가 내게 그런 얄궂은 장난을 칠 리 없지. 그렇다면 굳이 임프 중에서 가장 성공한 마르마르가 이런 오두막을 내게 보여주는 이유는?
─님프비기, 마구 추리하기!
핑핑핑-.
한 동안 평화로웠던 세상이었기에 잘 사용하지 않았던 두뇌가 낡은 톱니바퀴처럼 삐걱이며 돌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조잡하게 만들어진 오두막.
그렇지만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지어진 지 얼마 안 됐어.
짧게 잡으면 한 1년, 길게 잡아봐야 3년 정도. 하지만 어느 시공사가 이렇게 미묘한 오두막을 지어준단 말인가?
마치 초보자가 만든 듯한 오두막이었다.
초보자.
그렇다는 말은….
번쩍.
내 머릿속에서 지혜의 빛이 감돈다.
“알겠다, 마르마르 네가 직접 지은 오두막이구나?”
“맞아!”
마르마르는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동시에 나는 오두막을 향해 낡았다거나 조잡하다거나 하는 평가를 입 밖으로 내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마르마르가 말했다.
“근처에 있는 나무들을 베어내서 오두막을 만들었어! 톱질하는 건 좀 어렵고, 도끼질 하는 것도 꽤 힘이 들어갔지만. 제법 그럴듯하지? 참고로 통나무는 고르고르가 옮겨줬고!”
“고르고르가 옮겨줬구나.”
나는 아크에서 박사학위를 준비 중인 오거 고르고르를 떠올렸다. 강의를 듣는 오거 고르고르를 알게 된 것도 마르마르 덕분이었지. 그때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그럼 오두막은 고르고르가 지어준 거야?”
“아니! 내가 직접 만들었어! 처음 만들어본 오두막인데, 제법 괜찮지? 솔직히 겉은 조금 이상하긴 한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나름 괜찮을 거야!”
기익.
마르마르가 오두막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에 달린 경첩에는 기름칠이 제법 잘 되어 있는 것인지 소리가 제법 듣기 좋다.
마르마르를 따라 오두막 안으로 들어서니 가장 먼저 침대가 보였다. 침대라고 해 봐야 지푸라기를 깔아놓고 그 위에 동물 가죽을 올려놓은 것이다. 사슴 가죽인가?
그런 것 같다. 벽에 걸려 있는 나뭇가지 모양의 뿔 트로피와 침대 위 가죽의 개체는 동일한 녀석이겠지.
“내가 직접 사냥했어! 굉장하지! 엄청 컸어!”
마르마르의 이야기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건 굉장하다. 어떻게 사냥했어?”
“개량 석궁으로! 벨호크 상회에서 파는 물건인데, 나 같은 임프들도 사용하기에 적당하더라구!”
구석을 보니 내 허리춤까지 오는 석궁이 하나 놓여있었다. 그 근처에는 낚싯대도 있고 작은 칼이나 식기를 담아둔 컵이나 그릇들도 보인다.
제법 생활감 있는 공간이었다. 마르마르가 단지 이곳을 만들어놓고 팽개쳐둔 것이 아닌, 나름대로 자신만의 공간으로 인테리어 하고 생활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푹신.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었다. 이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카펫만큼은 털실로 살뜰하게 짜여 있었는데, 아마도 마르마르가 직접 만든 털실 카펫이 아닐까 싶다.
“비밀 기지 같아서 멋지다.”
내 칭찬에 마르마르가 무척이나 기뻐했다.
“비밀기지! 역시 동지라면 알아줄 줄 알았어! 여기는 내 비밀기지거든! 동지에게만 처음으로 알려준 거야! 아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기다려 봐!”
호다닥 움직이더니 선반을 뒤적이는 마르마르. 곧 마르마르는 주전자를 하나 꺼내더니 근처의 물병에 담긴 물을 간이 램프에 팔팔 끓이기 시작했다.
“숲에서 딴 꽃으로 우려낸 꽃차야!”
“오.”
매우 향긋했다. 그래서 당연히 설탕처럼 달 것이라 생각했는데 맛은 조금 씁쓰름했다. 그래도 입이 개운해서 마실만 했다.
이렇게 오두막에서 마르마르에게 차를 받아 마시니 예전 아크에 있었을 때가 떠올랐다. 마르마르가 아크의 숲에서 노숙하고 있을 때도 이런 비슷한 일이….
혹시 마르마르도 그때의 일을 기억해서 이런 생활을 하는 걸까?
이에 대해서 내가 묻자 마르마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엄청 바쁘고 힘든 시간들이었는데 꽤 재미있었거든. 혼자서 이것저것 한다는 것이 두근두근 거리기도 했고.”
“그런가.”
“지금은 큰 건물의 주인이 되었지만. 사실 내가 내 힘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은 잘 안 들거든. 그래서, 이렇게 내 스스로 만든 것들 사이에 있으면 조금 가슴이 뜨거워져!”
마르마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독립적인 친구였다. 마르마르가 으뜸 임프가 된 것은 마르마르의 능력이니 조금 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텐데 말이야.
그러나 마르마르의 기분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호화로운 왕궁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지만, 내 스스로의 힘으로 만든 것은 벽돌 한 장도 없었다.
“어디서든 혼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굉장히 멋진 것 같아.”
“그치!”
마르마르는 날이 따뜻할 때면 종종 이곳에 와서 생활한다고 했다.
혼자서 토끼덫을 만들고, 덩굴로 그물을 짜서 호수의 물고기들을 잡고, 버섯과 약초를 채집하고. 나도 마르마르를 따라서 이것저것 직접 체험해보았다.
“동지, 이거 봐! 물고기야! 잔뜩 잡았다!”
“생각보다 고기들이 크네.”
마법도 없고, 님프비기도 없다. 그저 나의 힘으로 자연과 싸워나가 생존했다고 생각을 하니 굉장한 충실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살다보니 어느덧 저녁이 찾아왔다.
하늘과 호수에 달이 떠오르고 무수한 별빛이 반짝이는 와중에 우리는 오두막 앞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생선을 구웠다.
“이렇게, 내장을 슥-빼내고 살만 막대에 꽂아서 구우면 돼. 아까 전에 암염에서 얻은 소금도 뿌려주면 좋고.”
“마르마르, 완전 달인이네.”
“흐흐, 그래? 스텔라 교수에게 배웠거든!”
내가 직접 잡은 물고기와 직접 채집한 버섯, 열매를 먹으니 별 것 아닌 것도 더 맛있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땀을 잔뜩 흘렸기 때문에 간을 하기 위해 뿌린 소금이 혀에 사무친다.
그렇게 나름의 여유로운 식사가 끝났을 때 마르마르가 모닥불에 마른 장작들을 더 집어넣었다. 나뭇가지를 받아먹으며 화르르-타오르는 불꽃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사아아-. 스스스스-.
바람이 불어 호숫가의 나무들이 서로 가지를 부딪치며 흔들린다.
살짝 서늘한 느낌이 들 때 따뜻한 꽃차를 마시며 불을 쬐니 온몸에 젖은 진흙처럼 달라붙어 있던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동시에.
어딘가 쓸쓸해졌다.
“마르마르, 혹시 왕도를 떠나려고 생각하고 있어?”
무심코 입술에서 툭-말이 내던져졌다. 오늘 하루 종일 묻고 싶은 말이었지만, 차마 꺼낼 틈이 없어서 묻지 못했던 말이었다.
그에 마르마르가 답한다.
“응? 왜 그렇게 생각해?”
“아니, 그냥.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혼자 살아가는 법을 단련하고 있잖아. 조만간 마르마르, 네가 훌쩍 혼자 여행을 떠날 것처럼 느껴져서.”
분명 혼자 멀리 떠날 생각인 것이겠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는 여행일 터.
연락도 안 될 확률 또한 있으리라.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혼자서 생존하는 법을 연마하고 있을 리가 없지. 언제 돌아오는 걸까?
모른다.
문득 마르마르가 없는 내 일상을 떠올려보았다. 요즘은 다들 거기에 당연한 듯이 있는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하지만 마르마르가 떠나면 내 삶은 지금보다 더 빛을 바랠지도 모른다.
마르마르가 말했다.
“아니! 내가 여길 왜 떠나!”
“…….”
아니었구나.
“그냥 이렇게 있으면 재밌어! 옛날에 수도원에서 살던 기억도 나고 말이야. 동지도 보육원이라는 곳에서 자랐다고 했었지?”
“그래.”
“기왕 그런 시설에서 자랐다면,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어도 재밌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내가 그 보육원에 있거나, 동지가 내가 자라났던 수도원에 있거나!”
마르마르의 이야기에 나는 오랜 옛날 일들을 떠올렸다. 내가 보육원에서 자라날 때 마르마르가 옆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동지! 뭐하고 있어! 얼른 나와서 이거 봐봐! 발광 꼬리야!
내가 혼자서 쓸쓸하게 창문을 보는 시간도 훨씬 줄어들었겠지. 무엇이 되었든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이 늘어났을 것 같다.
━동지, 이거 봐! 올해에만 벌써 5cm나 자랐어!
━나도 그래. 아직 서로 비슷하네. 그래도 조금 더 있으면 내가 더 커질걸? 나는 남자니까.
━아앗-! 그런 게 어디있어! 얼마 전까진 나보다 작았으면서!
이렇게 서로 얼마나 자랐는지 키를 재보기도 했으려나?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으려니 몹시도 기분이 좋아졌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건 마르마르 역시 마찬가지였을까?
마르마르의 꼬리가 물음표 모양으로 구부러진다. 임프들이 상상에 잠길 때 저렇게 끝 부분이 휘어진다는 걸 지금의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그래서 마르마르, 오늘 하루는 어땠어. 임프들의 마음에 있는 불이라는 것이 조금 커진 것 같아?”
“글쎄, 모르겠어! 조금 더 뜨뜻해진 것 같기도 하고. 한 번 동지가 손을 얹어서 확인 해볼래? 내 불꽃이 커졌는지!”
“내가? 앗.”
슥-. 마르마르가 내 손을 잡아 끌더니 자신의 가슴팍 위에 얹었다. 마르마르가 즐겨 입는 얇은 수녀복 위로 따뜻한 온기가 확 느껴진다. 작은 모닥불 같은 온기였다.
어쩐지 부끄러워져서 나는 휙-손을 뺐다.
“뭐, 뭐야 갑자기. 당황했잖아.”
“응? 뭘 그렇게 당황해?”
“…그야, 가슴 쪽으로 손을 끌고 가니까 그렇지.”
내 뒷말은 거의 기어들어가다시피 했다. 어째선지 마르마르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몹시도 어색하고 부끄러웠으니까. 다만 그런 내가 마르마르는 무척 우스웠던 모양이다.
“뭐야, 결혼해서 아이도 있으면서. 겨우 이런 것에도 부끄러워한다니, 이제 보니까 동지는 허접이었구나!”
“뭐? 그게 무슨 말이야.”
“허-접!”
“그…그런 거 아니거든!?”
마르마르가 나를 놀리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무척 당황스러웠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서 허둥거리고 있으려니 곧 마르마르가 깔깔 웃는다.
나도 갑자기 우스워져서 그냥 깔깔 웃었다.
별은 반짝이고 반딧불도 반짝반짝.
“이거 봐, 동지! 발광꼬리 두 번째 단계, 샤이닝 꼬리야…! 좌우로 흔들면 다섯 가지 색깔로 빛날 수 있어!”
“와. 크리스마스 트리같네.”
마르마르의 꼬리도 반짝반짝거렸다. 밤이 된 호숫가는 무척이나 고요하고 적막했으나, 귀를 기울여보면 자그마한 생물들이 깨어나 수풀을 울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느으읏─!”
그때 마르마르가 쭉 기지개를 켰다.
“이제 슬슬 졸리다. 나는 여기 모닥불 근처에서 자려고 하는데. 동지는 어떻게 할래?”
“나? 나는 조금 더 있다 자지 뭐.”
“그래!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내일 아침이 되면 한 5cm는 더 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얼굴도 화끈화끈해!”
“그래?”
나는 마르마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를 놀렸던 것이 재미있었던 것인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은 넉넉하게 장작을 먹인 모닥불 같았다.
“나를 놀리는 게 재밌어서 그런 거야?”
“그건….”
내 질문에 스르르. 가느다란 눈을 뜨는 마르마르. 달빛 아래 살짝 그늘진 마르마르의 얼굴은 어쩐지 소악마처럼 짓궂은 구석이 있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리라, 마르마르는 소악마니까.
“그건 비밀이야! 안 알려 줄래!”
“너와 내 사이에 비밀이 어디 있어? 너무하네.”
“흐흐, 그럼 내일 봐.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 좋으면 왜 그런지 알려줄게!”
파스슥.
마르마르는 오두막 안에서 가져온 사슴가죽을 몸에 둘둘 두르고는 바깥에 꼬리만 내놓은 채 잠들었다.
마르마르가 일정하게 새근, 새근 숨소리를 내는 것을 듣고 있으니 나도 슬슬 졸음이 오기 시작한다. 문득, 내일은 뭘 할지 정하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
막 잠들은 마르마르를 깨워 내일의 일정을 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가 아무런 계획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 그만 두기로 한다.
“세상은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게 잔뜩 있어.”
때로는 물음표로 남겨두는 게 있어도 좋을 것 같다.
내일은 무엇을 할지.
과연 마르마르의 말대로 내일은 키가 5cm정도 자라나게 될지.
대체 오늘 하루의 무엇이 마르마르의 마음 속 모닥불을 크게 피웠는지.
물음표라는 기대감으로 남겨두어서 내일의 내게 맡겨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나도 슬슬 오늘의 하루를 끝내 볼까?
“마르마르, 잠깐만 옆으로 가봐.”
“으므으을을.”
괴상한 잠꼬대를 하는 마르마르를 옆으로 밀어내고 나 역시 커다란 사슴가죽 아래로 들어갔다. 모닥불을 따뜻하게 쬐며 이불을 덮으니 피로가 사르르 녹는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최고의 날이 될 거야.”
아무런 증거도 이유도 없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나 역시 키가 한 5cm는 자랄지도 몰라. 어쩌면 나도 오늘의 나보다 더 어른이 될지도….
아니, 어쩌면 상상도 못한 일들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기뻐졌다.
마르마르의 구부러진 꼬리처럼 물음표 가득한 나날들이 내일도 계속 되리라 생각하니까 즐겁다.
얼른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얼른….
특별편 – 작은 임프들의 이야기 # 마무리
***
[BONUS] (후기) – 미츄리, 뜻밖의 여정
후기 – 미츄리, 뜻밖의 여정
독자님들 모두 안녕하신 것입니까…?
저는 한 해가 저물어가는 날의 미츄리입니닷…!!!
오랜만에 또 작품 완결의 후기를 작성하는 것입니닷…!!!
항상 작품을 쓸 때마다 ‘아, 이것은 후기로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 같은 것이다…!’라고 생각해두는 바가 잔뜩 있었던 바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막상 이렇게 후기를 쓰는 때가 오게 된다면 항상 이것저것 까먹고 마는 것입니닷….
그래서 여타의 후기들과 달리 두서없을지도 모르는 바…, 미리 양해를 구하도록 하는 것입니닷…!
무엇보다 이번 작품 ‘악당영애 길들이기’에 대해서는 저 미츄리조차 “벌써 완결이 나고 말았다는 것입니까…?”라는 얼떨떨함이 남아 있습니닷…!
아직도 눈을 감으면 4월에서 5월의 어느 달, 저 미츄리가 전전긍긍해하던 모습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고 있는 바….
그때의 저 미츄리는 “정산금이 줄어들고 있습니닷…! 어서 빨리 무엇이든 써서 노벨피아의 정산금을 탑승해야하는 것입니닷…!” 혹은 “다음 작품도 꼭 굉장한 작품을 써내야 하는 것입니닷…!”이라는 강박을 안고 있었습니닷….
그래서 비교적 빠른 느낌으로 작품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터 막연하게 지니고 있던 느낌인 “인물 빙의. 아카데미.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등의 컨셉들을 이것저것 섞어서….
마침내 5월의 어느 날 첫 연재를 시작했던 것입니닷…!
그때 당시에는 여러 재미있는 작품들이 잔뜩 혜성처럼 노벨피아에 등장해 독자님들께 임팩트를 주고 있었습니닷…. 엘프, 마녀 등등….
공통점이라고 한다면…빌런 같은 히로인들이 등장한다는 것…!
저 미츄리의 생각에 “노벨피아 독자님들은 이런 악당 느낌의 히로인을 좋아하는 것인가…? 그렇다면…!”같은 느낌으로 악당의 영애들이 하나하나 이야기에 들어 왔습니닷…!
그래서 기왕 악당 히로인들이 등장하는 것….
그 히로인들을 난폭하게 다루는 악당 같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써나가자, 19금 씬도 잔뜩 등장시키자─같은 독기어린 포부로 초반부를 시작했지만….
어느덧 이야기가 흘러가다보니 검은 먹구름 같았던 저 미츄리 속의 독기는 서서히 빠져나가고….
기묘하고 때때로 바보 같은 짓을 하는 주인공 태오와 그런 반요정 태오에게 서서히 정이 들고 마는 아가씨들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닷…!
이는 정말 뜻하지 않았던 일…!
어느 순간부터는 저 미츄리도 에라 모르겠다─같은 느낌으로 달렸던 것 같습니닷…!
그렇지만 독자님들께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 미츄리와 태오 그리고 아가씨들의 이야기를 응원해주시고 재미있게 봐주셔서 정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는 것입니닷…!
아무튼 여담이 길어졌습니닷…!
하고 싶었던 말은 아직도 저 미츄리는 이야기를 시작했던 그 때의 그 마음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어느덧 올해가 이렇게 훌쩍 지나가 버리고, 어느덧 이야기에 완결이 찾아왔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고, 아쉽기도 하고 그렇다는 것입니닷….
그 때문에 완결 이후의 외전이 길어졌던 것일지도 모르는 바…, 본디 11월에서 12월까지.
대략 15편 내지 30편을 계획하고 있었던 완결 후 외전도 50편이 훌쩍 넘어 이것저것 초과해버렸습니닷…!
그렇지만 아무리 시간을 막으려 해도 결국 한 해의 마지막 날이 와버린 것처럼.
태오와 가족들의 이야기도 어느덧 정해진 이야기는 마무리가 되었습니닷…!
하지만 그들의 삶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는 느낌으로, 특별 외전의 마무리는 아주 살짝의 옅은 열린 결말로 끝을 맺어봤는데 과연 독자님들께서 어떻게 읽어주셨을지는 모르겠습니닷….
또 언젠가, 분기 별로 한 화 정도는 ‘꿀수저 레오노이의 학원일기’ 같은 외전도 가끔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바…. 사실 온전한 마무리는 아닐지도 모릅니닷…!
그것은 먼 미래의 미츄리들에게, 내년의 미츄리들에게 기대해주시는 것입니닷…!
아무쪼록 이번 년도는 저 미츄리의 삶에 있어서 단연코 가장 평화롭고 감사하고 풍요로운 한 해가 되었습니닷…!
독자님들께서 늘 아낌없이 응원해 주시고 또 노벨피아 담당자 님프분들께서는 아주 귀여운 이모티콘 등등의 지원도 해주시는 바(아주 흥미로운 낭독회도 있었습니닷…!).
저 미츄리가 그 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이런저런 경험치를 이번 이야기 ‘악당영애 길들이기’를 통해 잔뜩 쌓았다는 생각이 듭니닷…!
또, 저 미츄리가 생각하기에도 나름의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닷…!!!
저 미츄리의 지난날의 노력과 경험치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 같아 기뻤습니닷…!
특히…!
올해 말의 인기작가 어워드는 저 미츄리에게 있어서 뜻하지 않았던 보물 상자 같은 선물이 되었던 바…!
노벨피아의 여러 쟁쟁한 작가님들과 저 미츄리가 같은 투표무대에 올라설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일이지만.
막바지, 독자님들의 응원이 담긴 투표율에는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닷…!
이것은 마치….
불과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뭇잎 수저 하급 닌자였던 미츄리가 호카게로…!? 같은 느낌인 것입니닷…!
겸손은 존귀의 길잡이라는 잠언의 구절이 있지만, 독자님들께서 응원해주신 것에 대한 결과이니 이에 대해서는 솔직히 기뻐하도록 하겠습니닷…!
아무쪼록 올해는 저 미츄리에게 나름대로 의미 있는 한 해였습니닷…! 그리고, 저 미츄리가 겪은 응원과 행운이 내년에도 꼭 독자님들과 함께하기를 바라겠습니닷…!
호카게가 된 저 미츄리의 꿈은….
모든 독자님들께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서, 또 잔뜩 부자가 되어서 저 미츄리의 글을 영원토록 봐주시는 것…! 그야말로 평생의 반려작가…!
(그리고 가끔 1코인, 100원씩 저 미츄리에게 후원해주는 것입니닷…!
만약 만 명의 독자님들이 계시다면 100원 곱하기 만…. 100만원….
그럼 저 미츄리는 잔뜩 부자가 되는 것입니닷…!)
이것이 저 미츄리의 야망.
그러니 얼른 독자님들께서 건강하고 부유한 삶을 잔뜩 누리게 되셨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닷…! 그때까지 저 미츄리는 아낌없는 부두술을 지원해드리도록 하는 것입니닷…!
이것은 순수하고 무구한 진심…!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이 길고 긴 바이러스와의 싸움도 어떻게든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닷…!
다들 지치고 힘들어가는 시기.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 언젠가 먼 옛날처럼 되돌아보게 되기를 소망합니닷…!
그리고 분명 그렇게 될 것입니닷…!
그때까지 저 미츄리는 독자님들의 소중한 하루의 시간, 5분, 10분을 웃음으로 면역력을 기를 수 있도록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위해 실력을 연마하고 단련 하겠습니닷…!
하고 싶은 말은 이제 이것으로 끝…!
사실 끝이 아니라 정말 왕왕 있었지만….
막상 자리가 만들어지니 여러모로 잘 쓰여지지 않는 것 같습니닷….
이제 슬슬 후기를 마무리하기에 앞서서.
지금까지 함께해주셨던 독자님들, 늘 응원해주셨던 독자님들, 후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주셨던 독자님들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때때로 더욱 재치 있는 댓글을 달아주신 독자님들과.
바쁜 일상과 피곤한 하루 속에서도 저 미츄리를 위해 시간을 써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큰 감사함을 느낍니다.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과분할 정도로 저를 아껴주신 독자님들 덕분.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또 좋은 장소와 좋은 때를 마련해주신 노벨피아 분들과 또 바쁜 일정 속에서도 멋진 그림을 그려주신 진로노이님.
또, 제가 미처 알지 못하는 곳에서 노력하고 계실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서 실망하시거나 슬퍼하시지 않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향상심을 지니고 나아가겠습니다.
계속 나아가는 것입니다.
계속.
계속…!
만족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것입니닷…!
그런 의미에서 저 미츄리의 앞날에 대한 자그마한 광고…!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이 거의 다 완성되고 있습니닷…!
여러모로 도전적인 이야기면서 동시에 저 미츄리의 장점들을 살린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닷…!
일러스트도 미리 구비해둔 바…!
귀엽고 예쁜 히로인들과 주인공의 이야기….
얼른 독자님들께 보여드릴 그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닷…!
아마도 1월 초, 늦어도 중반 정도에는 연재가 시작되지 않을까…생각합니닷…!
제목은.
「OO학원에서 나만 OO합니다」같은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닷…!」
OO에 무엇이 들어갈지는….
저 미츄리를 다시 만날 날까지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닷…!
아무쪼록 두서없고 복잡한 후기였습니닷…!
변명을 하나 하자면….
후기를 쓰는 지금도 아직 이 모든 것이 실감이 나지 않고 있는 바. 이 모든 것이 한 편으로는 꿈이나 요정들의 장난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닷….
아마,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계속 그럴 것 같습니닷…!
그런 의미에서 저 미츄리.
오늘은 독자님들께 악당영애 길들이기의 부두술…!!!
걸어드립니닷…!!!
독자님들께서 이야기 「악당영애 길들이기」를 재미있게 읽어주셨던 시간들만큼 올해 혹은 내년의 언젠가 더욱 즐거운 나날이 찾아오게 되는 부두술입니닷…!
그럼, 모두들 잠시만 안녕입니닷…!
지금은 비록 작별 인사를 해야하지만…
저 미츄리를 기억해주는 것입니닷…!!!
리멤버 미츄리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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