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gmu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20
당문전생 (119)
마교주의 본존무학(本尊武學)
뭐라는 걸까?
의미를 알 수 없는 옹알이를 뱉으며 백발 소년이 양손을 오므렸다 펴기를 반복했다.
우우웅!
백발 소년의 머리가 허공으로 솟구치며 온몸에서 실과도 같은 기운이 뻗어 나왔다.
“조심하게! 드디어 저 악귀가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린 모양이야!”
백발 소년을 가리키며 대경하는 제갈진수와 달리 제갈청청이 상큼 눈을 빛냈다.
그녀는 보았다.
패도적인 기세를 뿜어내는 백발 소년에 맞선 당찬일의 여유로운 표정을. 필승의 자신감이 없으면 짓지 못할 자신만만한 미소를.
백발 소년의 하얀 기세가 무럭무럭 솟아나자 당찬일이 탈혼령을 번쩍 쳐들었다.
“난 너를 서른여섯 차례나 공격했다.”
쿠쿠쿠쿠!
천지를 가득 메우는 백발 소년의 기세!
“하지만 가격하진 않았지. 가격을 ‘예비’했을 뿐이다. 지금은 아무리 두드려 봐야 너는 조금의 타격도 입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터져 나오는 당찬일의 충격적인 진단.
“너는 지금 천마벽(天魔壁)으로 보호받고 있을 테지.”
쿵!
“처, 천마벽이라고!”
제갈진수의 눈이 커졌지만 당찬일은 백발 소년을 응시할 뿐이었다.
“하지만 천마벽이 만능은 아니야.”
반짝!
달빛을 받은 탈혼령이 영롱하게 빛났다.
“주인이 따로 있다면.”
짤랑!
당찬일이 탈혼령을 흔들자 백색의 기세가 삽시간에 걷히면서 ‘예비’되었던 기세가 마침내 백발 소년을 휩쓸고 지나갔다.
파바바박!
“끄어어어…….”
몸을 구부린 백발 소년이 입에서 왈칵 피를 토하자 한달음에 달려든 당찬일이 어깨로 그를 가격했다.
터엉!
뒤로 훌훌 날아간 백발 소년이 바닥에 처박혔다.
“끅!”
마침내 무너졌다!
어지간한 공격에는 눈도 깜빡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초열지옥탄이라는 희대의 폭약에도 멀쩡하던 백발 소년이 드디어 쓰러졌다!
“천마벽이라니? 정말로 저 소악귀가 천마벽을 익혔다는 건가?”
제갈진수가 벌떡 일어섰다.
“그건 말이 안 되네!”
문사건을 고쳐 쓰며 제갈진수가 진중한 어조로 단언했다.
힐끗.
제갈진수를 살핀 당찬일이 백발 소년에게로 다가섰다.
“천마벽은 제아무리 뛰어난 오성(悟性)을 지닌 자라도 십 년 이상 수련하지 않으면 체득할 수 없다는 희대의 절학이지요.”
나뭇등걸에 등을 기대어 혼절한 백발 소년을 내려다보면서 당찬일이 덧붙였다.
“그래서 주인이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짤랑.
탈혼령을 갈무리한 당찬일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천마벽도 천마벽이려니와 천마악 또한 이 나이대의 아이가 익히기엔 난망하니까요.”
천마벽 하나만 해도 물경 십 년 이상을 공들여야 배울 수 있다. 거기다 천마악이라는 희대의 절학까지 더불어 익히려면?
아무리 못해도 십오 년 이상을 수련해야만 한다!
“가주님이라면 들어 보였을 거예요.”
당찬일이 입술을 달싹거렸다.
“천마요(天魔要)에 관해서.”
당찬일의 말을 듣자마자 제갈진수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그렇다면 저 아이가 천마요의 조종을 받는 천마왜(天魔娃)라는 건가?”
“아마도요.”
두 사람이 심도 있는 대화를 이어 가자 다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제갈청청이 끼어들었다.
“지금 무슨 말씀들을 하시는 거예요?”
천마악, 천마벽, 천마요. 그리고 천마왜.
당찬일과 제갈진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하지만 이것들은 실상 강호에서 영원히 퇴출당한 이름들이 아니겠는가.
“그건…….”
제갈청청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부르짖었다.
“마교주만 익힐 수 있다는 직전무학(直傳武學)이잖아요!”
무림의 역사를 논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마땅한 단체는 소림이 아니고, 무당도 아니다.
바로 마교다.
마교는 그 자체가 무림이자 강호였다. 마교가 태동하면서 비로소 무의 숲[武林]이 생겨났고, 강호라는 너른 공간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무림을 선도하는 구파일방도 마교가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에서 태동했다.
인의를 중시하는 구파일방, 힘을 숭상하는 마교.
강호 무림은 자연스레 구파와 마교로 양분되었고 정도와 마도는 이렇게 굳어졌다.
불안하게 이어지던 정도와 마도의 대립은 마교가 지나치게 힘을 숭상한 나머지 인륜을 저버리는 무학까지 만들어 내면서 결국 충돌하게 되었다.
“자네의 말처럼 천마악과 천마벽 그리고 천마요는 마교주의 본존무학(本尊武學)이자 전무림이 합심해서 영원히 금지시킨 무공이지.”
제갈진수가 눈살을 찌푸리는데 백발 소년을 내려다보던 당찬일이 눈동자를 아래로 모았다.
이 아이가 천마왜라면 근처에 조종자가 있을 거다.
‘천마의 아이’라는 이름처럼 천마왜는 오로지 마교주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인간 병기라서 개별적인 행동을 못 한다고 알려졌으니까.
그렇다면 근방에 마교주가 왕림하기라도 했다는 건가?
“분명 어딘가에 있을 텐데…….”
순간 어디선가 한 줄기의 빛살이 솟아나서 당찬일에게로 떨어졌다.
쾅!
간신히 하얀 벼락을 막아 냈지만 팔목으로 전해지는 충격 때문에 당찬일이 뒤로 네 걸음이나 물러섰다.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또 하나의 천마왜!’
나뭇등걸에 기대어 혼절한 백발 소년을 안아 든 인영은 그와 꼭 닮은 백발의 아이였다.
‘쌍둥이?’
아니다. 둘은 판박이처럼 일치했지만 미묘한 차이를 보였으니 그것은 바로 표정이다.
먼저의 아이는 이따금 머금던 비웃음 이외에는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았지만 지금 등장한 아이는 허무함을 가득 담은 얼굴로 전방을 주시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첫 번째 아이를 옆구리에 낀 두 번째 아이가 뒤로 껑충 물러서자 당찬일이 그를 막아섰다.
“내려놔라.”
당찬일이 명하자 두 번째의 아이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고 생각한 순간!
쾅!
당찬일에게 벼락처럼 다가선 두 번째 아이가 어깨로 그를 들이받았다.
‘크흑!’
피하고 말고 할 계제도 없었다!
두 번째 아이의 공격을 속수무책으로 허용한 당찬일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속도 하나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는데.
‘이건 차원이 달라!’
두 번째 아이의 투로는 단순했다. 상대방과의 거리를 빠르게 좁히고 몸통으로 들이받는 것이 전부였으니 어찌 투로라고 부를까.
하지만 빨라도 너무 빨랐다.
알고도 당할 정도로.
‘첫 번째의 천마왜는 손이고, 두 번째의 천마왜는 발이라는 건가?’
두 번째 아이를 주시하며 당찬일이 발목을 풀었다.
이때…….
“이곳인가?”
“서둘러 찾아라!”
무림맹 서안지부장인 작랑이 무인들을 이끌고 구류소로 몰려오는 소리가 들리자 두 번째 아이가 지붕으로 솟구쳐 올랐다.
파!
눈에서 실과도 같은 기세를 흘리며 두 번째 아이가 하늘을 우러르자 기다렸다는 듯 구름이 걷혔다.
천천히 드러난 하얀 빛무리.
두 번째 아이가 둥실 떠올라서 천천히 모습을 감추었지만 당찬일은 빛무리에 정신이 팔려서 그를 막아설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뭐지?
두 아이가 빛무리 사이로 몸을 숨기는 순간 당찬일은 어렴풋이나마 볼 수 있었다.
하얀 빛무리 속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는 무언가를.
적당히 친숙하기에 적당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어떤 대상을.
‘이건…….’
당찬일이 콧등에 주름을 잡는 순간, 구류소로 무림맹의 무인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뭐, 뭐야!”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사람들이 경악했지만 당찬일은 백발의 사내가 사라진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당 공자님? 제갈 가주님? 대체 이 무슨……!”
작랑이 허둥지둥 외쳤지만 당찬일도, 제갈진수도 아무런 응대를 하지 않았다.
두 사람에겐 오늘 밤의 일을 복기할 시간이 필요했다.
* * *
당찬일과 제갈진수 부녀는 무림맹 서안 지부로 가서 구류소의 사건을 증언했다.
일단 피살당한 사람들이 제갈세가의 무인들이었기에 제갈진수 부녀는 용의선상에서 자유로웠다.
미치지 않고서야 공공장소에서 십수 명에 달하는 자신의 세가원을 도륙할 리가 없었으니까.
당찬일 역시 제갈진수 부녀가 무고함을 증언해 주어서 의심받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그날의 일을 진술했다.
“백의(白衣)의 사내들이라굽쇼?”
작랑이 머리를 짚었다.
“그렇다네.”
작랑과 제갈진수는 구면이었다. 그래서 서로의 성향을 훤히 알고 있었기에 돌려 말할 것 없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가주님께서 무엇을 걱정하시는지 잘 압니다. 그러니 사실대로 말씀해 주시지요.”
“있는 그대로일세.”
제갈진수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들은 참으로 무서웠다네. 순식간에 우리 세가원들을 그 지경으로 만들었으니까.”
“아, 뭐, 좋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흉수는 모두 몇 명이었습니까?”
작랑을 주시하던 제갈진수가 툭 내뱉었다.
“기억나지 않아.”
제갈진수가 답하자 작랑이 또다시 머리를 짚었다.
“가주님처럼 영민하신 분께서 어찌 살인자의 수를 기억하지 못하신다는 겁니까?”
“경황이 없었다네.”
제갈진수가 인상을 구기자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던 작랑이 헛기침했다.
제갈세가의 가주라는 신분만 아니었으면 흠씬 두들겨 패서라도 쓸 만한 진술을 얻어 낼 텐데.
입술을 우그러트린 작랑이 숨을 골랐다.
“흉수가 사용한 무기는 무엇이었습니까?”
“무기?”
“그렇습니다. 흉기 말이지요.”
“음…….”
턱을 쓰다듬던 제갈진수가 곧 고개를 저었다.
“주먹? 발? 장력? 아, 모르겠어. 아무튼 그들이 폭풍처럼 몰아치자 우리 세가원들은…….”
진술 끝.
졸지에 세가원을 잃은 가주를 더는 들볶을 수 없어서 작랑이 어깨를 늘어트렸다.
“백의를 칭칭 감은 사내들이라고 했나?”
“그래요.”
“흉수는 모두 몇이었나?”
“기억나지 않아요.”
진술은 같은 양상으로 흘러갔다.
작랑의 물음에 당찬일은 제갈진수와 거의 동일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당연히 흉수가 사용한 무기도 기억할 수 없겠지?”
작랑이 비꼬았지만 당찬일은 진지했다.
“경황이 없어서.”
잠시 숨을 고른 작랑이 눈을 번뜩였다.
“야심한 시간에 우리 구류소를 방문한 이유가 무엇인가?”
“소운이가 갑자기 종적을 감추었거든요.”
“일초반식의 무학도 모르는 꼬마가 당문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서 탈출했다는 걸 누가 믿겠나?”
이 정도로 몰아붙이면 당찬일의 입에서 쓸 만한 답변이 나오리라 기대했지만 작랑의 바람은 무위에 그쳤다.
그 정도로 입을 열만큼 당찬일은 허술하지 않았으니까.
“방심했어요.”
머엉.
“소운이가 제 발로 빠져나가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경계가 느슨했나 봐요.”
“천하의 당문이 어린아이 하나 막지 못할 정도로 경비를 허술하게 했다고? 그게 말이 되는가?”
“열 장정이 도둑 하나 막지 못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 점에 관해서는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어요.”
“끄응.”
별 성과를 얻지 못한 작랑이 투덜거렸다.
분명 뭔가 더 있는데.
“그래서 진소운이란 아이를 찾으러 구류소를 들렀는데 마침 제갈진수 대협과 영애가 공격받고 있었다?”
“예.”
“백의인들에게?”
“그렇지요.”
진술 끝.
결국 작랑은 이들을 방면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참고인들이 워낙에 거물들이라서 밴댕이 소갈머리를 자랑하는 작랑에겐 이들을 더 이상 붙잡아 둘 담량(膽量)이 없어서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