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gmu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30
당문전생 (129)
재종이 말한 그대로의 전개
자신을 외면하는 조훈에게 거침없이 다가선 매국동이 반갑다는 듯 그의 어깨를 두드렸는데…….
퍽!
매국동의 손길은 조훈의 어깨를 어루만지는 정도가 아니라 작정하고 격타하는 수준이었다.
휘청!
매국동에게 어깨를 얻어맞은 조훈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반가워, 정말 반가워!”
퍽! 퍽! 퍽!
매국동이 조훈의 어깨를 연이어 가격했다.
“이거 섭섭한걸. 난 이렇게 반가운데, 조 형은 그렇지 않은가 봐?”
퍽!
마무리로 매국동이 있는 힘껏 조훈의 등판을 내리쳤다.
두두둑―.
조훈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서너 걸음 밀려나자 조항탁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아이고, 조 대협도 계셨네요. 제가 조 형하고 이물이 없어서 반가움을 과하게 표시했어요.”
으드득.
백주에 자식이 망신당하는 걸 보면서 기꺼운 부모는 없다. 특히나 무가의 자식이 힘으로 억눌린다면 분노는 몇 곱절 더해진다.
조훈이 매국동에게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수모를 겪자 조항탁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무림은 힘이 곧 정의인 것을.
창룡무관은 비조문의 이름 가지고는 감히 넘볼 수조차 없는 무관이다.
그리고 매국동은 창룡무관에서 수위를 다투는 무인이고.
조항탁의 얼굴이 처참하게 무너졌지만 매국동은 그의 반응 따윈 아랑곳없이 제 할 말을 늘어놨다.
“어땠냐니까? 왜 이리 멍청하게 히죽거리고만 있나?”
퍽!
매국동이 다시 한 번 조훈의 어깨를 때리는데 어디선가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적당히 좀 해요.”
민여정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자 매국동이 실실 웃었다.
“아아, 민 누이도 있었구나. 이렇게 모이니까 불현듯 삼 년 전의 그날이 떠오르는데?”
매국동이 빈정거렸지만 민여정은 그를 무시하면서 조훈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귀신은 뭐 하나. 저런 인간 데려가지 않고.”
민여정이 톡 쏘자 조훈이 와락 눈을 감았다.
‘민 누이…….’
조훈과 민여정을 곁눈질한 매국동이 주변을 돌아보며 과장된 동작으로 양손을 들었다.
“섬서의 무가란 무가는 모조리 집결했군!”
입을 떡 벌리며 놀라움을 표한 매국동이 매국은에게 외쳤다.
“형님, 당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천천히 손을 내린 매국동이 씹어뱉듯 입을 열었다.
“이분들이 당문에서 보시하는 무공 한 초식 구하자고 모이지는 않았을 테고.”
쿵!
말은 구하자고지만 뜻은 구걸이다.
“에이, 아니겠지. 우리는 긍지 높은 섬서의 무인이거늘, 어찌 굴러 들어온 돌에게 무학을 갈구하겠어요?”
좌중을 쓱 훑은 매국동이 쐐기를 박았다.
“당문은 사천 토박이들인데.”
지역감정처럼 잘 먹히는 갈라치기는 없다.
특히나 자신의 지역에 자랑할 만한 문파가 있는 경우는 더더욱.
섬서 지방에는 정도를 대표하는 화산파가 있어서 이 지역의 무인들은 자긍심이 대단했다.
물론 당문 서안 지부에 모인 문주들은 화산파의 독선적인 행태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대다수였지만 자신들의 불만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이들은 소수였고 대부분의 섬서 무인들은 화산을 떠받들기에 바빴으니까.
군소 방파의 문주들이 자신을 외면하자 매국동이 그의 형인 매국은을 돌아보았다.
“아 참…… 형님, 그거 아세요?”
“음?”
“당문 서안 지부에서 혈해아를 감쌌다더라고요.”
“정말로? 금시초문이로구나.”
금시초문은 개뿔,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거늘.
“그러다 관리 소홀로 무림맹 서안 지부에 혈해아를 빼앗기자 책임이 돌아올까 두려워서 인근의 무가들에게 손을 내민다더군요.”
“동정 여론이라도 만들겠다는 건가?”
매국은이 시치미를 뚝 떼자 그의 연기가 마음에 들었기에 매국동의 음성이 올라갔다.
“그거지요!”
매국동이 콧방귀를 냉랭하게 날렸다.
“하지만 늦어도 한참 늦었습니다. 이미 화산에선 사태가 엄중하다고 판단해서 이름 높으신 진인들이 곧 진상 파악에 나선다고 하더라고요.”
쿵!
이것이었다!
매국동, 매국은 형제가 당문 서안 지부로 몰려와서 난장을 부리는 이유가!
―화산은 당문을 매개로 혈해지사에 개입하려 드는구먼.
모인 사람들 가운데 연장자라서 문주들의 신임을 받는 강만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게요. 이번 기회에 화산은 두 가지 문제를 몰아서 처리하려나 봅니다.
낙천적인 민종구의 안색마저 새까매졌다.
강호는 명문 싸움이다. 특히나 구파일방 같은 정도 문파는 명분을 더욱 따진다.
화산도 마찬가지라서 무림맹 서안 지부 때문에 속세로 나설 수 없었다.
섬서의 지배자가 화산이고, 서안부가 화산파의 영지와도 같은 지역이라지만 무림맹 서안 지부가 떡 버티고 있는 한 속세로 나설 명분이 없다.
그래서 혈해지사가 벌어져도, 당문이 서안부에 지부를 설립해도, 화산파는 의견 한 줄 내지 못했다.
그러다 당문에서 섬서 지방의 군소 방파들에게 무학을 공유하겠는 제안을 돌리자 이것을 기회로 모습을 드러내려는 것이었다.
“사천성의 패자라는 당문이 뜬금없이 우리 섬서의 무가에 자비를 베풀 리가 없잖아요? 당문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는데.”
그놈의 찔러도 피 한 방울 타령.
“이건 어디까지나 혈해아를 관리 못한 비난을 피하려는 당문의 얕은 수작에 불과하다고요!”
매국동이 웅변하듯 외치며 눈동자를 스리슬쩍 굴렸다.
이쯤이면 입질이 와야 할 텐데?
당문을 이 정도로 깠으니 혈기왕성한 놈 하나가 나와서 발광해야 정상이다.
또 그래야만 하고.
아니나 다를까, 연무장 뒤편에 모여 있던 젊은 교관들 사이에 소요가 일었다.
“대장을 말려!”
“절대로 저자들의 격장지계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당문의 젊은이들이 성격깨나 있어 보이는 장신의 청년을 붙잡고 늘어졌다.
‘아하, 저놈이로군.’
당쾌풍이라고 했던가?
성격 급한 젊은 교관들의 우두머리.
‘저놈을 긁으면 되겠군.’
매국동의 눈가에 쾌재의 빛이 흘렀다.
“천하제일가라더니 잔재주나 부리고 말이야.”
당쾌풍 쪽을 힐끔거리며 매국동이 노골적으로 빈정거렸다.
얼른 당쾌풍이 폭발하길 바라면서.
그러나…….
“다들 왜 이래?”
자신을 붙잡는 청년들을 돌아보는 당쾌풍의 표정은 너무나 평온했다.
“더우니까 좀 떨어지자고.”
당쾌풍이 자신들을 물리치자 청년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괘, 괜찮아?”
“열받은 거 아니야?”
청년들이 묻자 당쾌풍이 콧방귀를 날렸다.
“당연히 열이야 받지.”
구겨진 소매를 툭툭 털면서 당쾌풍이 입을 비죽 내밀었다.
“그렇다고 천지 분간 못 하고 날뛰진 않아.”
태연하게 이야기했지만 당쾌풍은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재종이 말한 그대로 전개가 되잖아.’
당진을 배웅하러 나가면서 당찬일이 당쾌풍과 당호민에게 신신당부했다.
불청객이 들이닥치더라도 동요하지 말라고.
설사 그들이 가문을 욕보이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하라고.
불청객은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가끔은 재종이 무섭다니까.’
당쾌풍이 정문을 보면서 상념에 잠기자 자신의 도발이 안 먹힌다고 판단한 매국동이 전략을 바꾸었다.
‘아무리 지부라도 당문이니까 더 이상 자극할 수는 없지.’
당문이다. 천하제일가란 말이다.
지금까지의 언행만으로도 위험수위를 한참 벗어났는데, 여기서 더 나갔다간 당문의 진정한 분노를 살 수 있다.
당문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전략은 버리자.
“얼마나 고매한 무학을 배우러 오셨을까?”
만만한 조훈에게 다가선 매국동이 고개를 불쑥 들이밀었다.
“말해 봐, 응?”
“아무리 친구지간이라도 좀 과하구먼.”
보다 못한 민종구가 나섰지만 매국동은 그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원래 우리 때는 투닥거리면서 친해지는 겁니다.”
악의로 똘똘 뭉친 너스레란 이런 것일까?
민종구를 힐끔거리면서 매국동이 일부러 조훈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갈겼다.
따악!
“그렇지, 조 형?”
아픔보다 쪽팔림 때문에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서 조훈이 이를 악물었다.
우연이었을까, 민여정과 조훈의 눈이 마주친 것은?
‘하아.’
입으로 터트리진 않았지만 민여정의 탄식이 비수처럼 조훈의 가슴에 꽂혔다.
으드득―.
어금니를 깨문 조훈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매국동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못 참겠다!
죽을 때 죽더라도 찍소리는 내야겠다!
조훈이 결심을 굳히는 순간, 누군가가 태연히 그를 지나쳤다.
‘뭐지?’
인영은 두 사람의 사이를 시의적절하게 지나쳐서 조훈은 매국동에게 발작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척! 척! 척!
조훈과 매국동을 갈라놓은 인영이 부지런히 탁자를 돌아다니면서 작은 책자를 내려놨다.
“뉘신가?”
문주들 중에서 연장자인 강만호가 묻자 책자를 내려놓던 인영이 환하게 웃었다.
“저는 당문의 당찬일이라고 합니다. 쾌도방의 강만호 방주님이시지요? 당문 서안 지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당찬일이 영기 발랄하게 포권하자 기분이 좋아진 강만호가 마주 포권했다.
“본래 당찬일 공자이셨구먼. 당찬일, 당찬…….”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이다.
‘당찬일이라…….’
순간 강만호가 특별한 관직 하나를 떠올렸다.
“설마 흠차 제삼 어전호위의 그 당찬일?”
“우리 가문에 당찬일은 저 하나니까요.”
당찬일이 별일 아니라는 듯 답변하며 돌아서자 강만호를 비롯한 군웅들이 입을 떡 벌렸다.
당찬일에 관한 소문은 섬서이룡이란 매국동, 매국은 형제들도 익히 들었던지라 그들도 눈을 빛냈다.
―저 소년이 당찬일?
―그냥 좀 생긴 녀석일 뿐인데요.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하지 않고 모든 탁자에 책자를 놓은 당찬일이 중앙으로 향했다.
“준비를 마쳤어요, 아버지.”
당찬일이 고하자 당인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지부장 부자가 돌아오지 않았느냐?
―그러라고 시간을 끌었지요.
매국동이 사악하게 웃었다.
―지부장 부자가 지부 내에 있었다면 우리 형제의 출입 자체를 막았을 거예요. 그러면 일을 벌일 수가 없잖아요? 해서 지부장 부자가 출타한 틈을 노린 거라고요.
―그럼?
―우리는 이미 지부 안으로 진입했으니 이제부터는 마음껏 시비를 틀 수 있는 거지요.
매국동 형제가 남몰래 전음을 주고받았지만 당인은 이를 의식하지 못한 듯 연설을 시작했다.
“우선 우리 당문의 초청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뭇 군웅들에게 일일이 포권으로 인사한 당인이 목청을 돋우었다.
“여러 영웅들을 모신 건 서안부에서 벌어지는 혈겁을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함입니다.”
“그런 건 무림맹에 맡기면 그만일 텐데요?”
매국동이 툭 나섰다.
“소협은 뉘신지?”
당인의 물음에 매국동이 춤을 추듯 포권했다.
“창룡무관의 매국동이라고 합니다!”
매국동이 본인을 소개하자 당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창룡무관에는 초청장을 발송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해가 동도이거늘 어찌 종이 쪼가리로 편을 나눌 수 있겠습니까?”
능글맞게 답하는 매국동을 담담하게 응시하던 당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려.”
수긍인지, 인정인지 모를 애매한 답변을 남긴 당인이 하던 얘기를 이으려 했다.
“그래서…….”
“무림맹에 맡기시라니까 그러네.”
또다시 치고 나온 매국동이 양손을 벌렸다.
“어차피 당문은 일초반식의 무학도 모르는 비(非)무림인들의 교육을 시키려는 목적으로 서안 지부를 창설하지 않았습니까?”
매국동의 눈이 기묘하게 번들거렸다.
“그러니 서안부의 대소사는 무림맹이 처리하도록 놔두시고 애당초의 취지대로 교육 사업에나 전념하시라니까요?”
매국동의 건방이 하늘을 찔렀지만 군웅들과 당인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군웅들은 후환 때문에.
그리고 당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