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gmu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31
당문전생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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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당문은 혈해지사를…….”
당인이 자신의 말을 사뿐히 즈려밟자 매국동이 신경질적인 음성으로 항의했다.
“그런 일은 무림맹한테 일임하시라고요!”
매국동이 또다시 끼어들자 당인이 고개를 돌려 그를 직시했다.
“매국동 소협이라고 하셨지요?”
“그렇소이다!”
칠 테면 쳐 봐라, 하는 심정으로 매국동이 지르자 당인이 그를 가볍게 외면했다.
“나중에 발언 기회를 드릴 테니 일단은 내 말을 경청해 주시오.”
위압감 있는 말투가 아니었다. 목소리를 내리깔지도 않았다.
하지만 매국동은 꿀 먹은 벙어리 신세로 전락했다.
“이, 이익!”
매국동이 주먹을 쥐는데 그의 귓전으로 매국은의 전음이 파고들었다.
―너무 무리하지 마라.
―무슨 말씀이세요, 형님? 여기서 제대로 시빗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요!
―아무리 지부이고, 본가에서 관여하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당문은 무시해서는 안 돼!
―누가 당문을 무시한다고 그러세요! 당문이 꺼림칙하니까 본문의 어르신들도 우리에게 각별히 부탁하신 것 아니겠어요?
본문의 어르신들이라면 혹시?
―자꾸 잊으시나 본데, 별 영향력도 없던 우리 창룡무관이 일약 섬서 제일의 무관으로 거듭난 건 어디까지나 이십사수매화검법의 전반부 팔초 때문이라고요!
쿵!
그렇다!
창룡무관이 섬서에서 가장 강력한 무관으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창룡팔초라고 명명된, 매국은 형제가 지닌 여덟 초식의 검초 때문이었다.
이 창룡팔초가 이십사수매화검법의 전반부 팔초를 변형한 것이었다니.
―이번 일만 잘 되어서 이십사수매화검법의 중반부 팔초를 얻는다면 우리 창룡무관은 섬서를 넘어 중앙 무대로 진출할 수도 있다고요!
매국동의 달뜬 전음을 들은 매국은이 입을 다물었다.
지방의 무관에게 있어서 중앙 무대로의 진출은 일평생 염원과도 같은 일이었으니까.
매국은이 한발 뒤로 빠지자 매국동이 본격적으로 분란을 야기하려 들었다.
그러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으니 다탁에 놓인 책자를 펼쳐 주시지요.”
매국동이 나서기 전에 당인이 선수를 치듯 입을 열었다.
촤라락!
당인의 말에 따라 군웅들이 다탁에 놓인 책자를 넘겨서 매국동은 끼어들 기회를 놓쳐야만 했다.
“그것이 우리 당문에서 여러 영웅들과 교류하고픈 무학이외다.”
“오.”
초식을 훑어보던 군웅들의 사이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이것이 당문의 절학!”
“육백 년 당문의 정수가 이것이었구려!”
……라고 감탄을 건성으로 늘어놨지만 모두의 얼굴엔 실망감이 가득 떠올랐다.
‘암기술이 아니네?’
그런 눈으로 강만호가 주변을 둘러보자.
‘독도 아니로군요.’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민종구가 어깨를 늘어트렸다.
기껏 권각술이라니.
당문이 불렀기에 의당 독이나 암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군웅들이 허탈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지만 입으로는 연신 덕담을 늘어놨다.
“당문의 권각술이라면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
“그럼요, 형님. 비록 당문이 독과 암기로 일가를 이루었다지만 권각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그러한 명성을 얻진 못했겠지요!”
칭찬인지, 비꼼인지.
군웅들이 부지런히 입방아를 찧자 살짝 궁금해진 매국동이 자신의 곁에 있던 민종구에게 고개를 돌렸다.
“민 대협, 저도 좀 봅시다.”
“어허, 안 되네.”
민종구가 책자를 자기 쪽으로 와락 당겼다.
‘좀 보자니까 치사하게.’
입을 오리 주둥이처럼 내민 매국동이 이번에는 강만호의 곁으로 다가섰다.
“강 대협, 저도 조금…….”
“알 만한 사람이 왜 이러나? 자네 걸 보게.”
글쎄, 내 것이 없다니까!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은 매국동이 탁자를 돌아다니면서 군웅들에게 다과를 제공하는 당찬일을 불렀다.
“이보시오, 어전호위.”
매국동도 사천성에서 탄생한 최연소 어전호위에 대한 전설을 익히 들었다.
그러나 소문이란 과장되고 부풀려지는 법이라서 흠차대인에게 잘 보인 당문의 꼬마가 출세한 정도로 넘겼다.
“나도 책 한 권만 주시구려.”
우뚝.
걸음을 멈춘 당찬일이 더없이 친절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까짓 책 한 권, 당장이라도 줄 기세로.
“초대장이 있으신가요?”
없다.
“그럼 곤란하군요.”
쌩―.
당찬일이 미련 없이 돌아서자 손을 들며 입을 뻥끗거리던 매국동이 볼을 부풀렸다.
‘이런 썩을!’
별것도 아닌 걸로 유세 떨기는.
초대를 받은 이나, 받지 않은 이들, 모두가 불만을 드러냈지만 당인은 태연했다.
“책의 이름은 《삼수삼보》라고 하오이다. 말 그대로 세 가지 보법과 세 가지 수법을 뜻하지요.”
“《삼수삼보》…….”
군웅들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면서 다시금 책장을 넘겼지만 그들의 손길엔 맥이 풀려 있었다.
―역시 사람들이 실망하는구나.
―아는 만큼 보이니까요.
여기 모인 사람들은 군소 방파의 주인들이다. 무관의 주인이지만 무공 실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소리다.
수가 낮은 이들에게 고절한 무학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별론가 봐요?”
민종구를 힐끔거리면서 매국동이 실실 쪼갰다.
“부푼 기대를 안고 오셨을 텐데 실망감이 크시겠어요?”
“어허험.”
매국동을 외면하면서 민종구가 헛기침을 연발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삽질이라는 겁니다.”
팔짱을 낀 매국동이 콧방귀를 날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고요. 당문이 미쳤다고 여러분에게 가전의 비기를 전수하겠어요? 나라도 그런 바보 같은 짓거리는 벌이지 않지.”
일리 있다.
언제 봤다고 당문에서 자신들에게 그런 은혜를 베풀겠는가?
“괜히 변죽만 울리고 쓰레기나 안겨 주다니. 사천은 우리 섬서 무인들을 너무 무시하는군.”
또다시 등장한 지역감정.
“이만 돌아들 가시자고요. 그딴 쓰레기는 던져 버리시고요.”
매국동이 민종구에게서 《삼수삼보》를 잡는 순간.
“쓰레기?”
탁자에 다과를 내려놓던 당찬일이 고개를 돌렸다.
“지금 쓰레기라고 하셨나요?”
옳거니!
드디어 입질이 외서 매국동이 쾌재를 불렀다.
“왜요?”
속내를 감춘 매국동이 양손을 벌렸다.
“쓰레기를 쓰레기라고 부르는데 무엇이 잘못되었소?”
매국동이 빈정거리자 당찬일이 조금 전처럼 아침 햇살을 얼굴에 머금었다.
“쓰레기에 한번 맞아 볼래요?”
“뭐라!”
입질이 생각보다 세게 와서 발작하려는 매국동에게 당찬일이 장렬한 한 방을 안겨 주었다.
“죽도록.”
“지금 당문의 이름으로 이 사람을 겁박하는 거요?!”
“쓰레기라면서요?”
당찬일이 태연하게 말했다.
“쓰레기라기에 쓰레기로 맞아 보겠냐고 묻는데 당문이 왜 나오나요?”
“그게 겁박이지!”
당찬일을 가리키며 매국동이 방방 뛰었다.
“우리 섬서의 무인들에게 쓰레기를 무학이랍시고 던져 주고 이에 항의하니까 힘으로 짓눌러? 역시 당문은 섬서 무림을 무시하고 있어!”
“섬서 무림을 무시한 적은 없어요.”
당찬일이 들고 있던 다과를 다탁에 내려놓았다.
“무학과 쓰레기를 구분 못 하는 얼치기라면 모를까.”
“아하, 내가 무학과 쓰레기도 구분 못 하는 얼치기란 말이지요?”
매국동이 야비한 표정으로 이죽거리자 당찬일이 그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아하, 때리려고?”
뚜벅뚜벅.
“쓰레기로?”
뚜벅뚜벅.
“죽도록?”
매국동이 계속해서 비꼬았지만 당찬일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에게 다가섰다.
마침내 매국동의 면전에 이른 당찬일이 차분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모두 책을 펼치세요.”
당찬일의 음성은 이해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군웅들이 무엇에라도 이끌린 듯 《삼수삼보》를 펼쳤다.
사람들이 책을 연 것을 확인한 당찬일이 매국동과 마주했다.
“준비됐습니까?”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판단한 매국동이 목검을 쥐며 외쳤다.
“무슨 준비?!”
군웅들과 매국동을 번갈아 바라보던 당찬일이 짧게 뇌까렸다.
“쓰레기로 맞을 준비.”
팍!
당찬일이 탄력적으로 치고 나오자 매국동이 검을 중단으로 세우며 그의 공세에 대비했다……고 생각한 순간!
파팍!
중간에 한 박자 쉬는 듯했던 당찬일이 그대로 한 번을 더 도약하자 이를 예상하지 못했던 매국동이 목검을 횡으로 길게 그었다.
매화노방(梅花路傍)!
이십사수매화검법의 전반부 여덟 초식 중에서 첫 번째 검초!
이것은 초식이라기보다 일종의 기수식으로서 검사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용도로 쓰인다.
그 사실을 알았을까?
매국동에게 섬전처럼 다가서던 당찬일이 그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한 번 쉬고.”
“뭐?”
“예의는 다했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가 볼까요?”
“그게 무슨 개소……!”
매국동이 나불거렸지만 이를 무시한 당찬일이 그와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어, 어?”
당황한 매국동이 미친 듯이 목검을 휘두르자 나비가 춤을 추는 듯한 검적(劍跡)이 만들어졌다.
매화접무(梅花蝶舞)!
이것부터가 매화검법의 진정한 전반부 초식으로서 현란한 변초가 인상적인 검법이었다.
그러나 당찬일에게 매화접무는 너무 현란했다.
아니, 현란하기만 했다.
스르륵―.
순간적으로 발을 바꾸어 매화접무가 불러온 검의 궤적을 유연하게 거스른 당찬일이 매국동을 스치며 그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거세게 두드렸다.
조금 전에 매국동이 조훈을 격타했던 것처럼.
퍽!
“크흑!”
너무 아파서 매국동이 뒤로 펄쩍 물러서자 냉엄한 눈으로 그를 따라붙으며 당찬일이 중얼거렸다.
“일보(一步), 공성벽(空城壁).”
파박!
당찬일이 발을 구르자 그의 신형이 매국동의 주위를 빈틈없이 에워싸았다.
“이런 미친!”
화들짝 놀란 매국동이 목검을 마구 휘둘렀지만 자신을 둘러싼 형체들은 당찬일이 만들어 낸 잔상이라서 그는 헛손질만 해 댔다.
공성벽!
《삼수삼보》의 첫 번째 보법!
위기의 순간에서 잠력을 끌어내어 적의 주변을 자신의 잔상으로 둘러치는 공격형 수비 보법!
상대방은 시전자의 반격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공성벽이 발동하면 공격의 흐름이 끊겨서 허둥대기 마련이다.
과연 공성벽의 효과는 놀라워서 애먼 곳에 힘을 쏟던 매국동이 반쯤 정신을 놨다.
그 순간을 노렸을까?
당찬일이 크게 한 발 떼면서 중얼거렸다.
“일수(一手), 유능일초.”
아직까지 목검을 휘두르는 데 여념이 없는 매국동의 전면으로 다가선 당찬일이 팔을 휘둘렀다.
파라락!
나비들이 떨어진다!
당찬일의 손짓에 따라 매국동이 불러온 나비들이 힘을 잃고 지면으로 하나둘 추락했다.
“마, 말도 안 돼!”
설명할 필요도 없이 유능일초는 변설자 조손이 건넨 서책에서 얻은 초식을 당찬일이 재해석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 무학이다.
자신이 일으킨 매화접무의 기세가 유능일초의 강력한 이화접목 기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힘을 잃자 매국동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이건 말이 안 된다.
화산의 상징과도 같은 이십사수매화검법이 수양버들처럼 낭창낭창한 손짓에 의해서 파훼당하다니.
‘이럴 수는 없어!’
발작적으로 손을 놀리며 매국동이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당찬일은 야속하게도 그가 물러선 그만큼만 따라붙으며 중얼거렸다.
“우리 지부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뭐라고?”
매국동이 반문하기도 전에 당찬일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퍽!
“환영합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퍽! 퍽! 퍽!
당찬일이 매국동의 어깨를 작정하고 가격했다.
“이거 섭섭한데요. 난 이렇게 반가운데 매국동 소협은 그렇지 않은가 봐요?”
마무리로 당찬일이 부드럽게 매국동의 등판을 어루만졌다.
뻐―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