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gmu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68
당문전생 (68)
이 정도면 자격이 됩니까?
“저자한테 구입하지 않았는데요?”
“저도 저 사람에게 구입한 게 아닙니다. 이름만 같은…….”
분명 남종석에게서 오석산을 구입했다던 호족의 자제들이 일제히 발뺌을 시작했다.
그것에 불을 붙인 건 관의 상층부였다.
“아니라잖아.”
“남경만 대인이 우리 마을에 얼마나 공이 큰데. 그 자제분이 마약에 손을 댈 리가 없지!”
이러면서 남종석을 두둔하기 시작했다.
“현행범인 종길이 자백한 내용입니다. 어찌 그리 판단하신단 말입니까!”
이혁이 주장했지만 성도부(城都府)의 통판(通判)과 추관(推官)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가!”
“종길이란 녀석이 남경만 대인에게 앙심을 품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혹 누명을 씌우는 것 아니겠는가?”
“통판 대인!”
“시끄럽고, 판결을 기다려라! 남경만 대인의 자제는…… 험험, 금옥(金獄)에 가두게!”
금옥이라니…….
금옥은 얼마 전에 당문의 식구들이 잠시 묵었던 옥을 말한다. 뇌옥에 비해서 더할 나위 없이 깨끗했으며 음식도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알겠……습니다.”
“예상대로 흘러갑니다, 형님.”
장삼은 관아의 뒷구멍으로 빠져나온 지 오래였다.
또한 종길은 오석산을 중간에서 남몰래 착복하여 장삼과 거래하려고 들었기에 산넙치에서는 그와 종길의 내통 관계를 알 수 없었다.
“관계는 그렇다 치고, 오석산을 먹은 건 빼박이었는데 이제는 그것까지 부정합니다.”
“그렇군.”
“오래지 않아 판결은 내려지겠지만 통판이나 추관 모두 남종석에게 오석산을 상납받은 눈치입니다. 이래서야 판결이…….”
“그렇겠지.”
“애먼 힘없는 집안의 자식들만 피해를 보게 생겼습니다.”
“피해라니.”
당찬일이 표정을 굳힌 채 덧붙였다.
“그놈들도 마약을 한 건 마찬가지다. 아주 더러운 짓이지.”
당찬일에게서 범접하기 어려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장삼이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무, 물론입니다! 물론이고요!”
“그자들도 마찬가지다.”
“예. 예.”
역시 형님은 변했다.
이전엔 오로지 당문과 자신에게 주어진 청부에만 관심이 있을 뿐, 남의 문제에 추호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통판 대인과 추관 대인이 나 몰라라 들면 뾰족한 방법이 없잖습니까?”
장삼이 묻자 당찬일이 굳었던 표정을 풀었다.
“방법을 찾아야지.”
잠시 고심하던 당찬일이 고개를 돌렸다.
“호족의 자제들이 모두 금옥에 투옥되었다고 했지?”
“예.”
“금옥 지기들은 이혁의 동료들이고?”
“그 친구들이 근자에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나졸들이니까요.”
“그럼 말이야…….”
당찬일이 장삼에게 뭐라고 속닥거렸다.
“그, 그런 방법이!”
“모르긴 몰라도 꽤 곤란해질 거야.”
* * *
왕치는 이곳의 동지(同知)를 지낸 왕헌의 셋째 아들로서 그 위세만큼이나 패악질도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다 결국 오석산까지 손을 댔던 거다.
“아, 젠장. 아버지는 언제 손을 쓰시려나?”
툴툴거리던 왕치가 자신의 앞에 놓은 접시를 보고 콧방귀를 꼈다.
“이런 꿀꿀이죽을 누가 먹어?”
홱!
왕치가 접시를 내동댕이치자 옥을 지키던 나졸이 고리눈을 떴다.
“아까운 음식을 왜 버리시오?”
“음식은 개뿔. 이게 돼지나 먹는 사료지, 음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이런……!”
“자네가 참게나. 괜히 나서 봐야 곤란해지는 건 우리야.”
발끈한 젊은 나졸이 나서려고 들자 중년의 나졸이 그를 막아섰다.
“저 양반도 딱하지, 뭐. 다른 치들은 대부분 풀려날 판인데 혼자 똥고집을 부리니, 원.”
쫑긋!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풀려날 판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아닌 척하면서도 자신들의 말에 모든 신경을 세우는 왕치의 연기가 가소로웠지만 이를 내색하지 않고 중년의 나졸이 중얼거렸다.
“건너편의 주경 공자와 이저 공자는 남가 놈에게서 오석산을 구입했다고 실토했거든.”
중년 나졸의 말에 왕치가 주먹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빌어먹을! 이 자식들이 오석산에 관해서는 시치미를 떼기로 말을 맞춰 놓고 뒤에서…….’
왕치가 동요하자 중년 나졸은 속으로 환호작약했지만 모르는 체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뒤편 뇌옥의 강 공자와 석 공자도 곧장 이 대장을 찾더군. 그러면 뭐 하나, 이미 이 대장은 출타 중인데…….”
왕치가 버럭 고함을 쳤다.
“대장님이 언제 돌아오신다고 하오?”
“왕 공자, 갑자기 왜 그러시오? 남 공자와 아무런 관련도 없다 하지 않았소?”
“내, 내 말 좀 들어 보시오. 주가나 이가, 강가나 석가의 이야기는 전부 영양가가 없소이다! 오직 이 왕치만이 남종석과의 관계를 명확히 말할 수가 있지!”
왕치가 절규하듯 외쳤다.
“오직 나만이 남종석이한테 주었던 전표의 발행 전장과 액수를 안다니까!”
슬쩍.
젊은 나졸과 늙은 나졸이 그제야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돌리자 왕치가 감옥의 창살을 부여잡고 소리 질렀다.
“못 믿겠으면 대조해 보시오!”
왕치의 증언과 남종석에게서 압수한 전표는 정확히 일치했다.
그러나 통판과 추관은 남종석을 처벌하는 데 여전히 미온적이었다.
“남경만 대인이 우리 마을에 얼마나 공이…….”
“종석이란 녀석이 남경만 대인에게 앙심을 품고…….”
이런 타령이나 늘어놓는데 관아로 누군가 찾아왔다.
“당문? 당문에서 이 시간엔 어인 일로?”
당찬일이 들어서자 통판 전칠과 추관 반효가 머리를 긁었다.
‘이 작자들 여전하구나.’
전칠은 십삼 년 전엔 주부(主簿)였다. 그렇지만 사람이 약고 행동이 빨라서 아부 하나만큼은 사천에서 으뜸이란 소리를 들었다.
‘결국 성도부의 통판까지 올랐군.’
다음으로 반효.
이 작자는 십삼 년 전에 전칠 밑에서 아무런 급수 없이 전사(典史)로 일하던 작자였는데 높은 사람들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리는 것 하난 선수였다.
‘무급이었는데 십 년 만에 종칠품으로 승격이라.’
역시 출세엔 아부만 한 것이 없던가.
예전을 회상하는 당찬일에게 통판 전칠이 물었다.
“귀하디귀한 당문의 자제께서 무엇을 고하려고 이리 발걸음을 하셨는가?”
전칠은 당문 내에서 당찬일의 위치를 고려하여 그가 어떤 증언을 하든 계산을 끝낸 상태였다.
‘비록 적자라곤 해도 저 아이의 아비인 당인은 당문의 후계 구도에서 멀어졌으니, 잘 구슬려 돌려보내면 되겠군.’
마음을 굳힌 전질이 통판 반효에게 눈짓했다.
―들어주는 척이나 하세.
―예, 대인.
둘이 하는 양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이를 모르는 것처럼 당찬일은 짐짓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성도는 이웃 간에 정이 두텁고, 사고도 적은 살기 좋은 고장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모두 관리들의 노고 덕분이겠죠.”
“어험험. 뭘 그렇게까지 말하는가.”
“하지만…….”
전칠과 반효의 말을 자른 당찬일이 탄식했다.
“근자에 남종석이 오석산이란 마약을 시중에 유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 뭐, 오석산이 마약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잖은가. 학사들도 풍류와 함께 많이 사용하는…….”
“거기다 오석산에 우리 당문을 엮으려는 노력도 발견되었더군요.”
깨갱.
둘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자칫 남종석을 두둔하다간 당문과 척을 지게 생긴 둘이 마른침을 삼켰다.
“무, 문제가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이게 심증만으로 뭘 하기가…….”
“심증이라.”
당찬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미 남종석에게서 오석산을 구입했다는 자백이 나온다고 들었는데요?”
“허어, 어찌 자백만으로 사건을 결론 내릴 수 있겠나?”
당찬일이 가만히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전표를 주고받았다 하더군요. 이건 어떻습니까?”
순간 전칠과 반효의 얼굴이 벌게졌다.
어느 놈이야! 내부 정보를 흘리는 작자가!
“아하하하! 그 전표? 아, 맞아! 나도 들었네. 그렇지, 반 추관?”
“물론 들었습지요, 통판 대인.”
반효가 일어서서 전칠에게 포권했다.
“하지만 전표도 한쪽의 일방적인 증거일 뿐이겠지요. 그래서 사건을 조금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려 합니다.”
“험험! 그렇군.”
입을 툭 내민 전칠이 당찬일에게 들으라는 듯 외쳤다.
“무엇들 하느냐? 어서 황금전장의 관리인과 전주들을 모두 조사해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명령을 내린 전칠이 됐냐는 표정으로 당찬일을 응시했다.
“이제 만족하시겠는가?”
전칠의 자신만만한 얼굴은 당찬일의 한마디에 철저히 썩어 문드러져야만 했다.
“무엇을 만족해야만 합니까?”
“뭐라?”
“명확해진 것이 없는데 뭘 만족해야만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그러니까 이제부터…….”
“차일피일 처벌을 미루기만 하는 것에 만족을 해야 하는 것인지요?”
당찬일이 날카롭게 따져 묻자 전칠과 반효가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그, 그건 형평성을 고려해서…….”
“이보시게. 자네가 당문의 자제이기에 우리도 배려하고 있잖은가. 그러니 이쯤에서…….”
“반효 추관이라고 하셨지요?”
“그, 그러네만?”
당찬일의 물음은 무척이나 도발적이라서 지레 겁을 먹은 반효가 말을 더듬었다.
“어차피 이제 기회가 없으실 테니 이번 일이라도 잘 처리하지 그러십니까?”
“그, 그게 무슨 말인가?”
“지금 반효 추관의 자택을 나졸들이 이 잡듯 털고 있을 것입니다. 아, 지금쯤이면 거의 끝났겠군요.”
“뭐라고?”
전칠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보자 보자 하니까 끝도 없이 나대는구나! 뭐, 반효 추관의 집을 수색해?”
역정을 부리는 전칠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으면서 당찬일이 조소했다.
“진정하십시오, 전칠 통판. 통판의 집 역시 수색 중이니 말입니다.”
“이, 이 어린놈이!”
발을 구른 전칠이 엄명을 내렸다.
“네까짓 게 무슨 수로 우리 집을 수색한단 말이냐! 여봐라! 당장 이 꼬마를 포박하라!”
하지만 나졸들이 선뜻 나서지 못했다.
당찬일의 자세가 워낙 확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너무 나가긴 했다. 당문이 무림에서 엄청난 세를 과시하는 거파(巨派)라지만 그래 봐야 일개 강호의 세가가 아닌가?
“뭐 하고 있어? 어서 이 꼬마를 붙잡으래도!”
전칠이 길길이 날뛰자 하는 수 없이 나졸, 이혁이 당찬일에게 다가갔다.
그때 당찬일이 얇은 동판을 내밀었다.
“이건……?”
이혁이 영패를 읽다가 돌연 오체투지했다.
“마, 마, 만세! 만세! 만만세!”
영패를 받쳐 든 이혁이 만세 삼창을 내지르자 그의 주변에 있던 나졸들이 내용을 확인했다.
“헉!”
흠차제삼 어전호위(欽差第三 御前護衛)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흠차대인을 황궁에서 착검(着劍)한 채로 호위할 수 있는 장수만이 지니는 징표가 바로 어전호위 영패다.
“고, 공자가 어전호위?”
충격을 받아 비틀거리는 전칠을 향해서 당찬일이 물었다.
“이 정도면 자격이 됩니까?”
금의위(錦衣衛)가 들이닥친 것도 그 순간이었다.
“속하들이 제삼 어전호위를 모시기 위해 왔습니다!”
관아의 대문이 박살 날 듯 열리면서 가슴에 금(錦) 자를 선명히 새긴 비어복(飛魚服) 차림의 관원들이 들이닥쳤다.
설명할 필요도 없이 비어복은 금의위의 고유 의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