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gmu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69
당문전생 (69)
왜 나를 쫓느냐?
―폐하께선 동창이 너무 비대해지는 걸 저어하시는 눈치였다. 그래서 내가 임명되었고.
―금의위의 고수들이 곁을 지키는데 사천성에도 도착 못 하시고 습격당하신 겁니까?
―그 문제는 나중에 말하자꾸나.
어느새 전칠과 반효의 집을 수색했던 관원들도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관원들은 한결같이 등에 큰 짐을 지고 있었는데, 금은을 비롯해 각종 보화는 기본이고, 각종 노리개 틈으로 오색 창연하게 빛나는 작은 광물들도 있었다.
“오석산이로군.”
당찬일의 말에 이혁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어떻소?”
비척거리던 전칠이 무릎을 꿇자 그에게 다가선 당찬일이 나지막이 소곤거렸다.
“이제 제대로 판결할 마음이 생겼소?”
“그, 그게…….”
“하지만 더 이상 당신에게 기회가 없다오. 들어오시지요, 만 지부 대인.”
만공량이 들어서다 전칠의 등을 발로 걷어찼다.
“이런 놈들이 관직에 있다니, 퉷! 여봐라, 먼저 이 꼴도 보시 싫은 두 놈을 하옥하라!”
일망타진!
조용히 묻힐 수 있었던 성도부의 오석산 사건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그 결과 전칠과 반효 등 성도부의 통판 두 명과 추관 세 명, 성도부의 옆 주에서 판관과 이목을 포함 총 스물다섯 명의 관리가 연관된 범죄를 적발했다.
역시 직함이 중요하다.
* * *
“아깝다!”
차 한 잔을 입에 머금은 중년인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번 일이 잘 되었더라면 당문의 외부 활동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는데.”
문사건을 쓴 사내가 이를 갈았다.
“죄송해요, 아버지.”
같이 차를 들던 소녀, 제갈청청이 고개를 숙이자 중년인, 제갈진수(諸葛辰守)가 손을 내저었다.
“하필이면 당문군주가 나타나서는.”
당연히 당문군주는 당문대사저를 말함이고 이 두 호칭 모두 당숙정을 일컫는다.
“제가 방비를 못한 책임이…….”
“그만 자책하고 들어가서 쉬어라.”
딸을 내보낸 제갈진수가 신경질적으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빌어먹을. 잘만 풀렸더라면 꼴 보기 싫었던 남궁천이 자식도 함께 묶어서 보내 버릴 수 있었는데.”
고개를 앞으로 숙인 제갈진수가 무엇에라도 홀린 사람처럼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되면 오가제전에서 수를 내야 하나?”
* * *
당찬일은 조금의 시간도 허비하지 않고 천소애를 찾았다.
숲이 깊고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절벽들이 즐비했지만 그의 움직임엔 망설임이 없었다.
절벽을 기어오른 당찬일이 한 지점을 주시했다.
“이쯤인가?”
품에서 종이를 꺼낸 당찬일이 적무연이 말했던 장소와 자신의 주목하는 곳이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과연 저곳이…….’
오석산의 재료를 채굴하는 장소일까, 아니면 다른 용도로 누군가가 사용하는 곳일까?
동굴에선 대략 스무 명 남짓한 인부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인부들은 동굴 내부에서 출토된 흙 따위를 밖으로 내다 버렸는데, 하나같이 헐렁한 옷을 입고 있었다.
“단순히 오석산을 캐기만 하는 일꾼들이 아닌 건가?”
인부들의 꼴이 아무리 봐도 오석산에 중독된 자들과 흡사했다.
‘가만?’
혹시 인부들을 부리는 자는 인부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 오석산을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이행행은 저 인부들을 진료하다가 자연스럽게 오석산에 빠져들었고, 남종석은 그중 자투리를 매입해 외부에 판매했다고 보면 대충 맞아떨어진다.
그렇다면 저들이 동굴에서 정말로 하려는 건 무엇일까?
‘금 채광 따위는 아니겠지.’
일단 확인해 보는 거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당문과 무척 가깝군.’
당찬일의 생각처럼 천소애의 동굴은 당문의 후원과 직선거리로 백이십 장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우연이겠지.’
여기서 추론해 봐야 결국 공염불일 테니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 정확하다.
스르륵―.
절벽에서 몸을 뗀 당찬일이 동굴 입구로 다가간 뒤 빈틈을 노려서 동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특별한 것은 없는데…….’
곡괭이질, 삽질, 광물을 고르고, 걸러 내고, 필요 없는 토사물은 마대에 담고. 삼십여 인부가 같은 일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현장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던 중 반대편이 당찬일의 눈에 들어왔다.
‘저건?’
공터 뒤편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계단이 보였다.
거대한 자물쇠로 굳게 봉해 두어서 흡사 뇌옥(牢獄)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을씨년스런 공간이 그곳에 있었다.
당찬일은 조심스레 그쪽으로 이동했다.
슬쩍!
다행히 자물쇠는 채워져 있지 않았기에 문을 열고 들어선 당찬일이 기이한 광경을 목도해야만 했다.
‘이게 뭐야?’
수십 구가 넘는 시신에 모종의 실험을 가하는 사람들.
시신의 팔다리를 분리해서 특이한 액체에 담갔다가 빼기를 반복하기도 하고, 그것들을 다시 시신에 붙여 보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차갑게 두었던 시신을 꺼내서 불을 가하는가 하면 펄펄 끓는 물에 넣어 두었던 시신에 얼음을 붓는 사람도 있었다.
한쪽에서는 시신의 몸에 기이한 글자를 빽빽이 적어 두고 주술과도 같은 주문을 암송하는 자들과…….
‘움직여?’
주문을 암송하자 비록 느리고 어눌한 동작이지만 조금씩 움직이는 시신을 발견한 당찬일이 속으로 탄식했다.
‘강시?’
그렇다. 이 현장은 강시를 만드는 과정임이 분명했다.
불안정하지만 이미 걸음까지 가능하다는 건 상당한 진척이 있다는 소리다.
순간 당찬일은 이곳과 당문의 연관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 지리적으로 가까워서만은 아니었다.
―모월 모일. 목재 다수 입고. 건물 증축이나 개보수가 없으므로 다른 용도로 사용 예정.
얼마 전 자신이 알아낸 당문 내의 사정과 흠차관에게 전달되었다는 첩보.
―당문에서 도덕적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실험이 자행되고 있다.
딱 들어맞지 않는가!
정말로 당문이 강시 제조와 관련이 있는 걸까? 그렇다면 대체 강시를 만들어서 무엇을 하려는 걸까? 설마하니 무림일통 같은 어처구니없는 목적이 있는 건 아니겠지?
수많은 의혹이 구름처럼 피어올라서 당찬일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때…….
스르륵.
자신의 뒤편으로 누군가 다가왔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당찬일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방심해서 당한 것이 아니다.
상대는 그야말로 꿈과도 같이 접근했기에 당찬일로서는 방비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뒤편에 서 있는 자가 누구일지 당찬일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당찬일이 천천히 돌아서자 그가 미소를 지었다.
“호오?”
특징 없는 중년인!
그가 하얗게 웃자 당찬일은 무저갱으로 빨려 들어가는 착각에 빠져야만 했다.
“이제 보니 구면인 아이로구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년인이 하늘하늘 다가왔다.
“왜 나를 쫓느냐?”
쫓긴 누가 쫓아, 그냥 번번이 마주친 것뿐이지.
당찬일은 대답하지 않고 중년인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뭐, 그것도 오늘이면 끝이겠다만.”
슥.
특징 없는 중년인이 손을 든 순간 당찬일이 서 있던 지면에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쾅!
“호오?”
두 번째 호오.
이미 당찬일은 옆으로 두 걸음 이동한 상태였기에 중년인의 얼굴로 재미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과연 나를 두 번 대하고도 살 자격이 있다는 건가?”
‘두 번이라고?’
당찬일은 특징 없는 중년인과 지금껏 네 차례 만났다.
당숙정과 정체 모를 존재들을 미행하다 한 번. 그리고 당쾌풍과 관아에서 역병에 걸린 시신 한 구를 탈취하려다 지하 뇌옥에서 또 한 번.
세 번째로는 시전에서.
그리고 지금을 더하면 전부 네 번이다. 그런데 중년인은 자신과 두 번 만났단다, 지금을 포함해서 말이다.
‘착각?’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런 착각이 가당키나 한가?
당찬일은 괜히 머리가 아파지는 기분이었다.
“몸이 제법 날래구나.”
쾅! 쾅! 쾅!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축을 흔드는 굉음이 터지면서 당찬일의 주변으로 다섯 개의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정말로 기오막측한 공세!
그런데…….
‘다르다!’
특징 없는 중년인의 지금 공세는 관아의 동굴에서 상대했을 때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때는 분명 루강을 사용했었는데.’
정중동.
당시 특징 없는 중년인의 공격은 차분하면서도 격렬했고, 더없이 격렬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분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다르다.
지금의 특징 없는 중년인의 공격은 차가운 가운데 격렬하고, 더없이 격렬하지만 직접 맞닥트리면 얼음장보다도 더욱 차가운 방식이다.
그렇다!
그때의 그가 호수처럼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면 지금의 중년인은 인간미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냉정하다.
‘언젠가의 나처럼.’
꿀꺽.
잊고 싶은 언젠가의 자신과 조우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특징 없는 중년인에게서 불쾌한 어느 날을 떠올린 당찬일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도망칠 곳은 없다, 아이야.”
여유를 부리며 다가오던 특징 없는 중년인이 목을 살짝 위로 올렸다.
쾅! 쾅!
자신의 양옆에서 두 개의 불기둥이 솟아나자 손으로 불꽃을 가린 당찬일이 무릎을 살짝 숙였다.
“호오?”
세 번째 호오.
이 점도 관아에서 만났던 중년인과 다른 점이다.
당시의 그는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멸시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눈앞의 중년인은 다르다.
이자는 자신을 하등한 벌레 정도로 보고 있다.
과연 이 둘은 같은 사람일까?
굽혔던 무릎을 쭉 펴면서 앞으로 치고 나간 당찬일이 엽전 두 개를 날리자 특징 없는 중년인이 희미하게 웃었다.
화르륵!
중년인이 발을 구르자 그의 앞으로 거대한 불기둥 하나가 솟아올라서 엽전을 집어삼켰다.
‘이때다!’
특징 없는 중년인의 수를 예상한 당찬일이 암기만큼이나 빠르게 들이닥쳤다.
“호…….”
쾅!
중년인이 네 번째 감탄사를 뱉기도 전에 당찬일이 그의 어깨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파바바바박!
무려 열여덟 차례의 공방(攻防)!
순식간에 열여덟 번의 주먹을 내지른 당찬일이 조금 떨어지자 특징 없는 중년인이 팔을 올리려 들었다.
“어딜!”
다시금 당찬일이 달려들자 중년인의 얼굴에 낭패의 기색이 어렸다.
“이놈!”
당찬일의 진격을 피해서 중년인이 물러서려고 들었지만 그는 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따라붙었다.
당찬일은 결코 그를 놓칠 수 없었다.
떨어지면 죽는다!
관아의 동혈에서 만났던 중년인과 저자가 동일한 인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저자와 반 장 이상 떨어지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높다.
중년인의 주된 공격 수단은 원거리에서 폭발적인 위력의 열양장력을 지면으로 분사하여 목적한 곳에서 터트리는 방식이다. 결국 최대한 붙는 것이 중년인의 공세에서 안전을 보장받는다.
다닥!
당찬일이 귀찮은 정도로 달라붙자 서서히 짜증이 치민 중년인이 열 손가락을 활짝 폈다.
“십지겁화수(十指劫火手).”
쾅! 쾅! 쾅!
자신의 주변에 열 개의 불기둥을 불러 모아서 당찬일의 접근을 막으려는 중년인의 의도는 나름 훌륭했다.
그렇지만 당찬일은 첫 번째 불기둥이 솟구치기도 전에 하단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와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쾅!
“크흑!!”
창졸간에 당한 기습이었고, 당찬일의 공세가 기발하기 짝이 없던지라 특징 없는 중년인조차 쉬이 막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입꼬리만큼은 여전히 비웃음을 머금고 있었기에 중년인의 기괴함이 더욱 커졌다.
산전수전 다 겪은 당찬일마저 질릴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