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04
104
공격 계획이라고 할 것도 없이 앞뒤 순서가 쫙 짜였다.
그런데도 공격해 들어가지 못했다.
츠츠츠츠……
기분 나쁜 기류가 흐른다.
나무에서 뛰어내리기만 기다리는 어떤 자가 있는 것 같다. 감각을 최대한 높여서 탐지해봤지만 드러나는 건 없다. 그러면서도 공격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들은 그런 예감을 믿었다.
그들에게는 통천오방진의 감응이 있다.
제 방위를 제대로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감지되는 느낌이 있다.
‘치면 당한다.’
느낌이 왔으니 주위를 살핀다.
보이는 게 없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풀잎을 건드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아니,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
만약 어떤 자가 숨어있다면, 그야말로 굉장한 자다.
아! 그가 있구나! 성하!
놈을 발견할 수 없으니 공격을 시작한다. 언제까지나 노려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대신 방비책을 철저하게 세워둔다.
찌릿!
눈짓이 오고 갔다.
일(一), 이(二), 이(二).
한 사람이 백살겸을 공격한다. 지응서가 나타나면 두 명이 뒤를 친다. 그 뒤를 노리고 성하가 나타나면 마지막 두 명이 공격한다.
이 모든 공격은 단숨에 끝날 게다.
관건은 첫 공격에 달렸다.
찌리릿!
마지막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쒜엑!
드디어 나무를 박차고 뛰어내렸다.
쫘짝! 쫙!
유엽도가 허공을 가르는데 도끼로 장작을 패는 듯 거친 파공음이 들린다.
쒜엑! 촤라라락!
백살겸도 겸공을 전개했다.
날아오는 무인을 향해 한 자루의 낫이 팽그르르 회전을 하면서 날아갔다.
까앙!
무인을 낫을 쳐냈다. 그 순간, 낫이 생명이 있는 생물체처럼 빙글 회전하면서 목을 노렸다.
낫 끝에 매달린 줄로 조정을 한다.
쒜엑! 사각!
무인은 건곤연환탈백도를 전개했다.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늘로 이어지면서 혼을 빼앗는다.
낫자루가 잘려나갔다. 순간,
푸우악!
땅이 좌우로 쫙 갈라지면서 지응서가 튀어나왔다. 아니, 새까만 손가락 열 개가 그의 양 다리를 낚아챌 듯이 달려들었다.
“우하하하하!”
무인 두 명이 나무를 박차고 뛰어내렸다.
모든 게 계획대로다.
첫 번째 공격한 무인은 예정대로 백살겸을 벤다. 그는 병기까지 잘렸고, 다리는 쓰지 못하는 상태이니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말 그대로 얌전히 앉아서 죽음을 맞이하는 수밖에 없다.
지응서는 공격을 거두었다.
자신을 향해서 칼 두 자루가 날아오고 있으니 계속 공격을 이어갈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돌아서서 상대해야 할 것이고…… 자, 그럼 이제 성하만 튀어나오면 되나? 그런데!
팟!
백살겸이 한 다리를 굴러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재빨리 뇌려타곤(懶驢陀坤)을 펼쳐서 데굴데굴 구르더니 지응서가 파놓은 구덩이 속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지응서도 마찬가지다. 그가 공격을 거두기는 했다. 하지만 칼 두 자루를 향해서 돌아선 게 아니다. 자신이 빠져나왔던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밝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세 무인은 엉거주춤 설 수밖에 없었다. 그때,
파라라라라락!
갑자기 사방에서 콩 튀기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벌떼가 새까맣게 일어났다.
쒜에에에에엑!
땅에서 피어난 벌떼는 아름다운 호선을 그리면서 허공으로 솟구쳤다. 한 없이 높게, 빠르게, 아름답게, 우아하게…… 그러다가 어느 한 군간, 뚝 멈춘다 싶더니 이내 방향을 돌려서 아래로 내리꽂혔다.
쒜에엑! ��! 쒜에엑!
벌떼들은 올라갈 때에 비해서 서너 배는 빠르게 쏟아져 내렸다.
“피햇!”
누가 경고를 발할 처지가 아니다. 모두가 위험하다.
그들은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쏟아져 내리는 벌떼…… 아니, 화살더미를 피해서 공격권 밖으로 쏘아져 나갔다.
하북 팽가에서 가장 빠른 신법, 어기신풍을 펼쳤다.
그런데 기분 나쁜 소리는 숲에서도 터져 나왔다.
촤라락! 촤라락! 촤라라락!
마치 주판알을 연속적으로 퉁기는 듯한 소리!
“연노(連弩)!”
“제길!”
그들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연환풍(連環風)!”
유엽도로 빙글빙글 원을 그리면서 떨어져 내리는 화살을 쳐나갔다. 그러면서 안전하게 은신할 만한 곳을 찾았다.
나무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무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은 앞선 세 사람보다 더 빨리 연노 세례를 받았다.
쒸익! 쒸이익!
두 사람은 화살을 피해서 땅으로 내려섰다. 허나 그곳은 이미 화살더미가 거센 폭우가 되어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도벽(刀壁)!”
“제길! 우슬강(雨蝨崗)!”
각기 자신이 알고 있는 절초 중에서 가장 강한 도막(刀幕)을 펼쳐냈다.
타타타탁! 쒜에엑! 타타탁!
화살이 소낙비처럼 쏟아졌다.
“크윽!”
“끅! 빌어먹을!”
그들은 옅은 비명을 쏟아냈다.
많은 화살을 쳐냈지만…… 칼 한 자루로 쳐내기에는 너무 많은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피할 곳이 없다. 사방이 막혔다. 숲으로 들어서면 연노가 쏘아지고, 공지로 나오면 화살 비가 내린다.
턱!
등이 커다란 나무에 닿았다.
백살겸이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던 바로 그 나무다.
그곳에 다섯 명이 등을 기대고 선채 사방을 노려봤다.
두 명은 화살을 맞았다. 한 명은 화살 한 대가 허벅지에 꽂혀있고, 다른 한 명은 왼팔 상완(上腕)에 맞았다.
다른 세 명도 무사하지는 못하다.
화살이 스치고 지나가면서 할퀸 자국과 찢어낸 자국이 전신을 뒤덮는다.
“활을 이렇게 잘 쓰는 문파라면…… 노궁문(弩弓門)인가.”
“그놈들…… 예전에도 사총 편에 서더니 기어이!”
“후후! 그래서 마인이란 놈들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니까. 괜히 사정을 봐주면 꼭 이렇게 뒤통수를 쳐요.”
팽가오도는 바싹 긴장한 듯 경계를 늦추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아니다. 겉으로는 긴장하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진기를 조절하고 있었다.
큰 싸움일수록 차분해야 한다. 흥분하면 진다.
제30장 착각이 부른 죽음
1
무림에 궁술로 이름을 얻은 문파는 드물다.
무림사에 밑줄을 그어가며 뒤져봐도 기껏해야 한두 문파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반면에 궁술로 이름을 떨친 무인은 많다.
당금 무림에도 뛰어난 궁사가 많다. 그들을 일일이 거론하자면 열 손가락을 모두 써도 모자란다.
뛰어난 궁사는 많은데, 뛰어난 문파는 없다.
활이란 그런 것이다.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근접전에서 발생한다.
물론 궁문(弓門)에도 기본적인 무공이 있다. 검이나 칼 대신에 시위를 병기로 쓰기도 한다. 시위를 강철로 만들면 막고 찌르기에 탁월한 성능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싸움에서는 이런 방법들이 통용된다.
그럼 초절정고수와의 싸움에서는 어떤가?
원거리 공격에서는 단연 활이다. 검이나 칼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위협적인 무기를 날려 오면 어떻게든 피하거나 막아야 한다. 무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뛰어난 궁사의 진가가 여기서 드러난다.
가장 멀리서 살상을 할 수 있는 자, 뛰어난 궁사다. 원거리에서 막을 수 없는 화살을 쏘아대는 자, 뛰어나다. 속사(速射)를 할 수 있는 자, 당연히 뛰어나다.
이런 자들은 무림사에 뛰어난 궁사로 기록된다.
문파가 무림사에 이름을 올리려면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한다.
지근거리에서 싸울 수 있는 진신무공!
여기에서 궁문의 존립기반이 흔들린다.
절정고수를 상대할 만한 무공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검이나 칼 같은 여타의 병기들을 쓰면 안 된다. 오로지 활과 화살로만 이루어진 무공을 창출해야 한다. 검문이나 도문이 아니라 궁문을 말하고 있으니 당연히 그래야 한다.
세 번째도 있다.
이렇게 만든 무공을 전 문도가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비인부전(非人不傳)은 문파의 성립 요건이 아니다. 문파의 무공은 모든 사람에게 고루 전수되어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 무공의 질에 따라서 한두 무공만 선택할 수는 있지만, 어떤 무공을 선택해도 수련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 모든 요건을 충족시켰던 궁문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노궁문이라는 문파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어둠 속에 숨어서 활만 쏜다. 마치 암기를 날리듯이 활만 쏘고는 사라진다.
그런데 그것으로 충분하다.
어떤 자도 그들이 날린 화살세례를 견뎌낸 자가 없다. 화살 비를 뚫고 들어서야 지근 공격을 할 수 있는데, 그런 경우를 얻어낸 자가 없다.
오직 한 사람, 검치만이 그런 일을 해냈다.
물론 검치가 그런 일을 해냈다는 말은 노궁문이 멸문했다는 뜻으로 알아들어도 좋다.
그 이후, 노궁문은 무림에서 사라졌다.
노궁문이 일신의 영달을 꾀할 수 있는 문파는 아니다. 노궁문의 무공을 수련한다고 해도 무림사에 이름을 남기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어렵다.
노궁문은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한다.
이런 점은 모든 문도에게 고루 적용된다. 노궁문의 문주조차도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도 문도 중에 한 명으로 만족한다. 무림사에 자신의 이름이 남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오로지 노궁문만 건재하면 된다.
노궁문은 철저하게 조직으로 움직이는 문파다.
정식 문파로 인정할 수 없고, 그렇다고 문파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문파다.
결정적으로 노궁문은 사총과 손을 잡았다.
정사(正邪) 중간에서 사총과 손을 잡고 마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검치가 그들을 멸문시킬 때까지 무려 이백여 명이나 되는 고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들이 왔다!
“통천오방진을 펼친다. 동서남북(東西南北), 가랏!”
팽가오도 중에 중방을 맡던 자가 외쳤다.
“안 ��!”
다른 자가 급히 말했다. 하지만 이미 중방을 맡고 있던 무인은 나무 위로 몸을 솟구치고 있었다.
쉬익!
옅은 바람소리가 처절한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통천오방진을 펼치면 지금보다 감각이 배는 예민해진다. 서로 간에 감응도를 높이기 때문에 누가 위험한지, 누가 여유로운지를 직감할 수 있다.
원래 통천오방진을 펼치기 위해서는 지리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눈을 감고 움직여도 눈을 떴을 때처럼 막힘없이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은 석경산 지리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곳 지리를 팽가촌처럼 환히 알지는 못한다.
이런 곳에서는 통천오방진을 펼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중방은 가장 안온한 자리다. 외부로부터 침입이나 견제가 가장 약한 곳이다. 그래서 그곳에 있는 사람이 나머지 사방을 관리한다. 움직임을 통제한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중방을 맡기 위해서는 나무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다른 두 명이 경험했듯이 나무 위는 연노의 표적이 된다. 몸을 움직여서 자리를 뜨지 않으면 매우 위험해진다.
통천오방진의 중방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다.
그가 그런 점을 모르고 나무 위로 올라갔을 리는 없다. 섣불리 통천오방진을 입에 담은 것도 않았다.
통천오방진을 펼치고 앞으로 치달려나간다.
그러면 화살 비를 받아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연노의 속사도 쳐낼 수 있다. 그만큼 감응도가 예민해진다. 피부에 하루살이가 발만 살짝 올려놓아도 알게 될 게다.
하지만 중방은 그만큼 더 위험해진다.
그는 다른 사방을 통제하기 위해서 자신의 감응을 늦춰야 한다. 화살 비를 피할 수 없다. 연노 또한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탈출을 도모하라고 말하고 있다.
‘안 돼!’라는 말은 너무 늦었다.
파아앗!
그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진기를 휘돌린다.
활을 든 적들이 사방에 포진하고 있는데, 그 한 가운데서 아예 ‘나 죽여라!’하는 식으로 가부좌를 틀었다.
“이 미친 놈!”
“흠!”
그들은 유엽도를 고쳐들었다.
이제부터는 뚫고 나가야 한다.
예상되는 적은 매우 많다. 노궁문이 있고, 지응서가 있다. 달려가는 도중에 어디서 놈이 불쑥 튀어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얼굴도 보지 못한 성하가 있다.
산 넘어 산…… 중방이 죽는다고 해도 뚫고 나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쫘쫙! 쫘쫘쫙!
도 한 자루를 더 꺼내 쌍도를 잡았다. 그리고 건곤연환탈백도의 진결을 옮겼다.
공기가 쫙쫙 갈라진다.
서방에 선 무인은 유엽도를 거의 수직으로 곧추세웠다.
팔 길이 안에서 모든 초식이 펼쳐진다는 수촌도법(手寸刀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