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06)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06화(106/581)
카르페가 잔뜩 긴장한 채 길리안을 쳐다봤다.
‘민심이 원하는 쪽으로 움직여라.’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다.
길리안이 방금 언급했던 것처럼 그 역시 보고 듣는 게 있었으니까.
‘혁명’의 조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즉, 지금 카르페는 왕국의 대장군을 향해 반기를 들라고 발언한 것이었다.
“…….”
최근 카르페가 길리안과 급격히 가까워졌음을 고려하더라도 명백히 선을 넘은 발언.
길리안이 격노하며 카르페에게 대검을 휘둘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민심이라…….”
길리안은 착잡하게 웃으며 술을 들이킬 뿐이었다.
“백성을 위해서라면 그게 맞겠지. 그러나 그럴 수 없네. 난 이미 폐하를 한번 배신한 몸이지 않은가.”
1왕자라는 거대한 그늘에 가려 유년 시절을 보낸 2왕자.
오랜 세월 쌓이고 쌓여 온 열등감이 폭발해서 결국 현재의 국왕이 탄생하고 말았다.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닌 내 잘못이네. 내가 왕실의 어른으로서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어…….”
술이란 진심을 토해내게 만드는 음료인 것일까.
길리안은 붉은 얼굴로 주저리주저리 말을 이어 갔다.
“지금 모습을 보면 믿기 힘들겠지만, 국왕도 어릴 적엔 저렇지 않았다네. 조금 심약하긴 했지만 아주 착한 아이였지.”
“……확실히 안 믿기긴 하네요.”
카르페가 본 국왕은 신하의 눈치를 보는 소심하고 아둔한 왕이었다.
“1왕자에 가렸을 뿐, 2왕자 또한 충분히 영민하고 선량했다네. 그렇기에 내 손녀와의 결혼도 허락한 거고.”
“손녀요?”
“그래. 그때 알현실에서 보지 않았나. 국왕의 왕비가 내 손녀딸일세. 정확히는 증손녀지.”
“헐…… 진짜 짐작도 못 했네요. 전혀 그런 낌새가 없어서.”
“허허. 원래 그런 아이라네.”
카르페는 여왕의 얼굴을 떠올렸다.
당시 난장판이었던 알현실에서도 끝까지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던 그녀였기에 기억에 남아 있었다.
눈매가 살짝 날카롭긴 했지만 아름다웠던 여인.
……솔직히 말해서 길리안과는 눈곱만큼도 닮지 않았다.
길리안은 카르페의 믿을 수 없다는 시선을 오해한 것인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아, 오해 말게나. 외척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략혼을 보낸 게 아니야. 손녀딸 아이가 강력하게 원한 거라네.”
“그런 생각 안 했는데…… 그런데 왕비님께서 원하신 거라고요?”
“그렇지. 그때 중신들이 난리도 아니었다네.”
라마르크 왕국의 유서 깊은 유일한 공작가.
가문의 막내딸이 혼기가 찼을 때는 왕궁이 시끌시끌했다. 모든 중신들이 입을 모아 그녀를 1왕자와 결혼시켜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손녀는 거부했다네. 자신은 2왕자가 좋으니 2왕자와 혼례를 치르겠다고 말했지. 아주 단단히 반해 있었던 게야.”
현 국왕이 13살, 그리고 왕비가 5살일 때 사건 하나가 일어났었다.
군용으로 기르던 맹견이 관리 부주의로 우리를 탈출했고, 당시 왕성의 정원에서 놀고 있던 길리안의 손녀를 습격한 것이다.
“그때, 몸을 바쳐서 내 손녀딸을 구해 준 게 당시 2왕자였지. 아직도 그의 허벅지에는 맹견에게 물린 상처가 남아 있다네. 아마 그가 없었다면 손녀딸 아이는 목숨을 잃었을 걸세.”
5살 소녀는 그 사건을 계기로 2왕자에게 단단히 반하게 되었고, 결국 아름답게 자라서 첫사랑을 성취해 냈던 것이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진짜 안 믿기네요.”
“……할 말이 없구먼. 지금 폐하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럴 수밖에. 허나 진실일세.”
그리고 길리안은 훌륭했던 소년이 이렇게 망가진 것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내가 어찌 폐하를 다시 배신하겠는가. 신하 된 도리로서 내가 할 일은 계속해서 충언을 드리는 것밖에 없다네.”
“……그렇습니까.”
“그래. 언젠가는 세르가일의 마수에서 벗어나 눈을 뜨실 걸세. 난 그렇게 믿는다네.”
카르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납득했다.
물론, 길리안의 의견에 납득하는 것이 아닌 현 상황에 대한 납득이었다.
이건 설득이 안 된다.
길리안의 충성심과 그가 느끼는 죄책감, 거기에 더해 국왕이 손녀딸의 부군인 점을 고려한다면, 그가 아무리 백성을 아끼더라도 왕실을 등지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음홧홧! 내가 좀 하소연이 심했군. 지금은 다 잊고 술이나 마시세나! 자네, 벌써 취한 건 아니겠지?”
“저야, 이제 시작이죠.”
술을 싫어하는 카르페였지만, 이날만큼은 길리안 어울려서 끝까지 마셨다.
누군가 그랬던가.
정의의 반대말은 악이 아니라 또 다른 정의라고.
길리안에게는 길리안 나름의 정의가 있었고, 그것은 혁명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맛없네.’
처음 마셨을 때는 그렇게 감미로웠던 술이 어째선지 지금은 아주 썼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틀 뒤.
길리안트 제국이 라마르크 왕국을 침공했다.
* * *
“드디어 이 순간이 왔구나.”
10대 길드 ‘은사자’의 길드 마스터인 에반스.
그는 멀리서부터 보이는 라마르크의 국경 요새 ‘알칸라트라’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의 뒤로는 약 5,000명으로 이루어진 은사자 길드원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었다.
에반스가 속해 있는 머리 길드와 각 500명으로 이루어진 산하 길드 9개가 합쳐진 숫자였다.
“숫자가 조금 아쉽군. 좀 더 동원하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지. 한 사람당 10시간 이상 접속할 수는 없으니 말이야. 우리가 로그아웃할 때 전선을 유지할 예비 병력은 빼놔야지.”
“그래. 나도 알아. 푸념 한 번 해 봤을 뿐이야.”
대부분의 10대 길드가 그렇지만, 세계적인 기업과 비견되는 그들의 규모는 5천 명이 끝이 아니었다.
약 3천 명 정도의 길드원이 더 있었으나 그들은 전쟁이 장기화될 것을 대비해서 로그아웃한 상태였다.
만약, 전쟁이 끝날 각이 보인다면 그 즉시 접속해서 투입될 예정이었다.
“마스터. 그럼 지금부터 실시간 스트리밍 열까?”
“아니, 아직 아니야.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시작해야지.”
은사자 길드는 지금으로부터 딱 24시간 전, 라세와 관련된 전 커뮤니티에 홍보를 때렸다.
[라세 최초 국가급 퀘스트 진행 실시간 방영]당연하게도 전 커뮤니티가 난리가 났고, 현재 은사자 길드의 방송 전용 채널은 수천만 명이 몰려 들어와 채팅창이 마비되고 있었다.
-아, 도대체 언제 시작하는데!!! 언제까지 검은 화면만 보여 줄 거냐!
-이거 혹시 그냥 어그로 아님? 10대 길드의 초대형 낚시였다거나…….
-뭔 헛소리야? 지금 은사자 길드 주가가 얼만데 길드 이미지 똥칠할 일 있음?
-저놈. 다른 10대 길드 첩자네. 은사자 치고 나가려니까 부들부들 ㅋㅋㅋ
-응. 아니야. 국가급 퀘스트가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갑자기 뜨겠냐? 그냥 대형 퀘스트 하나 진행하는 거로 은사자가 낚시하는 거임.
‘그래. 계속 떠들어라.’
눈으로 따라가기도 힘들 만큼 방대한 채팅을 보고 에반스는 피식 웃었다.
저런 관심이 다 길드의 주가를 올려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관심이 절정에 이르는 그 순간 방송이 시작될 것이다.
은사자 길드가 10대 길드의 선두가 되는 순간이었다.
“지금 시작하기에는 너무 지루하지.”
에반스가 요새를 바라봤다.
계곡 사이를 거대한 요새가 꽉 틀어막고 있었다.
지형이 어찌나 절묘한지 공격하기에는 너무나도 막막한 천혜의 요새였다.
그 요새의 망루에서 백발의 거구 사내가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대륙 11강이란 게 다 허명이었나 보군. 저렇게 집에 틀어박힌 고양이처럼 꼼짝도 하지 않다니 말이야.”
은사자 길드가 아무리 도발을 해도 길리안은 성문을 걸어 잠그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도 아는 것이다. 이건 버티기만 하면 이기는 싸움이라는 것을 말이다.
“마스터. 괜찮을까? 우리가 쳐들어온 걸 저쪽도 알았을 테니 곧 수도에서 구원병이 올 텐데.”
“그 점은 걱정하지 마. 수를 써 놨으니까.”
“크으. 역시 철저하군. 과연 마스터라니까.”
“이 전쟁 반드시 승리한다.”
물론 그 수를 강구한 건 에반스가 아닌 후이난 후작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라마르크 왕성 고위 인사 중 한 명이 길리안트 제국의 첩자라는 모양이었다.
몇십 년에 걸쳐 라마르크에 스며들었고 현재 그가 원군 파병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원군은 없다. 우리는 저 요새 안의 2,000명만 상대하면 돼.”
“그런데 그 2,000명도 쉽지 않잖아. 우리가 두 배 이상 많긴 한데…… 저 성벽 하나 넘으려면 사상자가 어마어마할걸?”
“후후후. 정상적으로 공략한다면 그렇겠지.”
“아오. 마스터. 이제 그만 좀 숨기고 확 털어나 봐. 답답해서 정말.”
“네가 이해해. 마스터가 어릴 때부터 깜짝 쇼를 좋아했거든.”
“젠장. 무슨 할로윈도 아닌데 깜짝 쇼는 얼어죽을…….”
몇몇 간부들이 투덜거렸으나 에반스를 익히 알고 있는 이들은 차분히 기다렸다.
에반스는 그런 그들을 보고 한번 피식 웃은 후, 후이난 후작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알칸라트라는 그야말로 천혜의 요새다. 공략하려면 적어도 5배 이상의 병력이 있어야 하지.’
‘……저희의 병력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습니다만.’
‘걱정 말게. 어디까지나 정공법으로 싸울 때의 이야기니까. 놈들은 요새 밖으로 끌어내면 해결될 일이지.’
‘가르침을 주십시오. 후작님. 저로 서는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후후. 그리 어렵지 않네. 현재 라마르크는 언제 무너지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니까. 곧 혁명이 일어날 것이야.’
그리고 그 혁명 역시 길리안트 제국이 은연중에 조종하고 있었다.
시민들 사이에 섞여서 왕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민중의 불만을 극대화시키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두두두두!
“와아아!”
“국왕을 몰아내자!”
“어리석은 왕과 악마 재상을 몰아내라!!”
“요새를 공격하라!”
요새와 정반대 길에서 혁명군이 등장했다.
은사자 길드는 정확하게 그 중간에서 포위되고 말았다.
“어, 뭐 뭐야?! 마스터! 원군은 없다면서!”
“젠장. 포위됐잖아! 빨리 퇴로를 확보해야…….”
“다들 진정해라. 괜찮으니까. 저건 원군이 아니야.”
당연한 말이지만, 은사자 길드의 출정과 혁명군이 일어난 시기가 겹친 건 우연이 아니었다.
후이난 후작이 배후에서 동선이 겹치도록 조정한 것이다.
“자! 모두 공격 준비! 대상은 뒤쪽의 농부들이다!”
“공격 준비! 다들 화살 장전해!”
“화살 장전!”
평범한 방법으로는 길리안을 요새에서 끌어낼 수가 없었다.
백전노장인 그가 한낱 수준 낮은 도발에 넘어갈 리 없었으니까.
때문에 후작은 길리안의 성격을 고려해서 더 확실한 계책을 세웠다.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요새 대신 백성을 공격한다!
“이, 이놈들은 대체 뭐야? 왜 요새 밖에 이런 병력이?!”
“젠장! 국왕이 우릴 죽이려고 작정을 했구나!”
혁명군 사이에 섞인 길리안트의 첩자가 소리를 지르자 혁명군들은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그리고 은사자 길드가 혁명군에게로 돌격하려는 그 순간.
“이 놈 들 이 감 히!”
마치 산을 무너뜨릴 것 같은 음성이 전장을 강타하며 요새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단기필마로 돌진하는 한 남자.
도패 길리안.
그는 백성이 위험에 빠진 상황을 두고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후이난 후작은 길리안의 성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지금이다! 방송 시작해!”
에반스의 명령에 따라 실시간 스트리밍이 시작되었다.
-와, 시작했다!
-미친! 진짜 전쟁이야! 국가급 퀘스트야!
-Holy shit!
-뭐야, 말도 안 돼. 은사자가 정말 10대 길드 선두가 되는 거야?!
에반스가 노린 대로 반응은 아주 뜨거웠다.
그래. 이거다.
이 순간을 위해서 지금까지 그 고생을 견뎌 왔던 것이다.
“공격 목표를 바꾼다! 목표는 저 늙은 영감이다!”
저 무시무시한 노인네가 아무리 대륙 11강이라고는 하나 이 숫자를 견뎌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계획…….
콰앙!
“어?”
하지만 한 유명 권투 선수가 말했다.
누구나 다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폭발음과 함께 배후에서 은사자 길드가 갑자기 쓸려나가고 있었다.
당황한 에반스가 상황을 파악하려는 순간.
방송의 누군가가 격렬하게 채팅을 띄웠다.
-천마! 천마다! 천마가 나타났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