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08)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08화(108/581)
“영구동토!”
쩌저적!
카르페를 중심으로 얼음의 파도가 뻗어 나오자 사람들은 경악에 빠졌다.
“영구동토?! 미친, 9성 스킬이잖아!”
“아니, 잠깐만. 그럼 게임 시작할 때 1성 배후령 뽑은 거야? 그런데 이렇게 세다고?”
라세에서 일반적으로 9성 스킬을 익히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레벨 업 보상으로 주어지는 스킬팩에서는 최고 8성까지의 스킬만 등장했으니까.
그건 3차 전직을 마치고 ‘상급 스킬팩’을 열어도 마찬가지였다.
9성 스킬은 전설 등급 이상의 특수한 퀘스트를 통해서 겨우 입수할 수 있었고, 혹은 9성 스킬을 익힌 보스 몬스터를 잡고 ‘극도로 희박한’ 확률로 한 장 드롭되는 스킬 카드에서나 볼 수 있었다.
사실상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때문에 라세에서 9성 스킬을 익힌 유저는 대부분 도박을 한 사람들뿐이다.
바로 9성 스킬을 노리고 배후령 뽑기에서 1성 배후령을 뽑은 사람들!
어차피 8성 이상 배후령은 뽑지도 못할 거 스킬이라도 9성을 들고 시작하자! 라고 생각한 사람들이었다.
일견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경우 대부분이 망캐가 된다.
아무리 9성 스킬을 보유했다 하더라도 배후령이 1성이어서야 장래성이 없었으니까.
9성 스킬을 받쳐 줄 직업도, 스킬도 없는데 9성 스킬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꼴랑 9성 스킬 하나, 그것도 저렙 구간에서는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는 9성 스킬 하나만 가지고 성장한다? 배후령도 1성인데?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깝다는 것뿐이지, 정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99.9%가 실패하는 9성 스킬 도박이었지만 극소수의 0.1%는 천운에 천운이 겹쳐 빛을 보게 되었고, 당당히 랭커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그런 9성 스킬 도박으로 성공한 인물 중 가장 유명한 유저가 바로 ‘영구동토’를 익히고 있었다.
10대 길드 중 선두. The Sun 길드 소속의 플레이어이자 랭킹 6위의 천외천.
“얼음 여왕 케이트! 이제 보니 더 썬 길드에서 수작질을 부린 거구나!”
“케이트라고?! 어쩐지! 그러니까 윈드 커터 한 방에 뒤지지!”
“더러운 새끼들! 온갖 고상한 척은 다 하더니 이렇게 깽판을 쳐?!”
“크아악! 살려 줘!”
카르페의 영구동토에 휩쓸린 은사자 길드원들은 그대로 얼음 석상이 되고 말았다.
[적대국의 플레이어를 쓰러뜨리셨습니다. 공적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적대국의 플레이어를 쓰러……] [……공적치를 획득…….]적진 가운데서 광역 스킬을 사용하자 미친 듯이 알림이 울려 퍼졌다.
카르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그 즉시 전장에서 이탈했다.
“앗, 도망간다!”
“잡아! 감히 이런 짓을 벌이고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냐!”
“죽여라!”
하지만 헤이스트, 그리고 이동 속도 상승 버프로 떡칠이 되어 있는 카르페는 아주 손쉽게 전장에서 이탈할 수 있었다.
전속력으로 인근 숲으로 숨은 카르페는 잠깐 숨을 돌리며 마나 포션을 꺼내 들었다.
“후우. MP는 아무리 많아도 모자라는구나. 꽤 많다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바닥 찍었네요.”
-그렇게 난사를 해대는데 당연한 거지.
“아니, 그런데 케이트가 누구길래 자꾸 케이트래? 얼음 여왕이라는 거 보니 여자 같은데 제가 어딜 봐서 여자로 보여요?”
-……그렇게 로브로 온몸을 감싸고 있으면 헷갈릴 수도 있지. 당황한 것도 있을 거고.
로브에 달린 후드로 얼굴까지 가리고 있었으니 은사자 길드원들로서는 정체를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자세히 관찰한다면 몸의 골격 상 남성이라는 걸 알 수 있었을 테지만 ‘영구동토’의 출현으로 당황한 그들에게 그런 판단을 내릴 여유가 없었던 것도 오해의 원인 중 하나였다.
-뭐, 오해하면 좋은 거긴 하지. 10대 길드 놈들이 서로 으르렁거릴수록 앞으로 편해질 테니까.
“그렇게까지 될까요? 케이트인지 뭔지 하는 사람이 그냥 자기 아니라고 하면 끝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을 거야. 공식적으로 ‘영구동토’를 익혔다는 플레이어는 얼음 여왕밖에 없었으니까. 성명절기 같은 거지.
“그래요? 아, 쿨타임 끝났다.”
카르페는 다시 영구동토의 쿨타임이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보자. 이번엔 어디서 터뜨리는 게 좋으려나. 아, 저기가 좋겠네.”
마침 은사자 놈들이 보기 좋게 모여 있는 지점이 있었다.
-공적치 팍팍 쌓아 둬라. 나중에 라마르크 왕국에서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 같은 거로 교환할 수 있으니까.
“아무렴요. 아, 라세 진짜 갓겜이라니까. 이렇게 날로 먹어도 되나 싶네.”
치고 빠지고, 치고 빠지고.
영구동토를 퍼붓고 난 후, 쿨타임이 돌 때까지 숨어 있다가 다시 영구동토!
만약 주변에 혁명군이 있었다면 써먹을 수 없는 수법이었겠지만 사방천지가 전부 적군이라 거리낄 것이 없었다.
“아오. 전쟁으로 경험치나 아이템도 들어오면 그야말로 완벽한 건데. 하루 세 번 갓갓겜 찬양 가능.”
-……그래. 요새 왜 양심 터진 소리가 좀 덜하나 했다. 전쟁 중에도 아이템 떨구면 무서워서 누가 전쟁하려고 하겠냐? 다 사리지.
“떨구는 게임도 있거든요?”
-그런 똥겜을 누가 해!
“아니, 많이 하는데…….”
일반적인 필드 PK는 유저가 사망할 시 아이템 드랍의 가능성이 존재했으나, 전쟁 상황에서는 예외였다. 천마의 말대로 전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장치였다.
다만, 데스 페널티는 있었기에 전쟁에서 사망하면 일정 시간 재접속할 수 없었다.
-10대 길드쯤 되면 시간이 곧 돈인 법이지. 이 기회에 은사자 놈들 전력을 팍팍 깎아 놓자고. 어차피 이놈들도 뒤가 아주 구린 놈들이라 양심의 가책 같은 거 느낄 필요 없다.
“아주 좋네요. 역시 게임은 이런 맛이 있어야지.”
갑질 기득권에 대한 정의 구현!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게임에서는 그것이 가능했다.
이후로도 카르페는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며 은사자 후방을 완전히 혼란 속으로 빠뜨렸다.
“젠장! 또 당했어!”
“뭔가 이상한데? 케이트가 저렇게 날랜 캐릭이었나?”
“그게 무슨 상관이야! 지금 우리 애들 다 쓸려나가고 있는 게 중요하지!”
그야말로 압도적인 활약상.
허나 의외로, 카르페의 행동은 생각보다 주목받지 못했다.
이 전장에서 단 한 곳.
현재 카르페가 펼치는 활약보다도 더 무시무시한 전투가 일어나는 곳이 있었으니까.
* * *
“이노오오오옴!”
요새의 문을 열어젖히고 달려오는 길리안은 그야말로 한 마리의 대호 같았다.
흑색의 커다란 말.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거대한 검은 보는 것만으로 상대를 움츠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기세는 정말로 만화나 소설 속에서나 볼 법한 먼치킨 캐릭 그 자체여서 은사자 길드원은 주춤주춤 물러나고 말았다.
고작 한 명을 상대로 말이다.
“다른 건 전부 신경 쓰지 말고 저 NPC만 잡아라! 그럼 우리의 승리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에반스가 길드원들을 독려했다.
그렇다. 대륙 11강이니 뭐니 해도 고작해야 한 명일 뿐이다.
아무리 괴물이라고 해도 5천의 인원을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창을 들어라! 무식한 늙은이를 향해 전원 공…….”
“네놈이 대장이렸다!!!”
팍!
길리안은 은사자 제일 전열과 부딪히기 직전 말의 안장을 박차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쿠웅!
전열의 인원을 그대로 뛰어넘은 길리안이 착지하자 바닥이 크게 떨렸다.
그리고 길리안이 착지한 바로 앞에는 말 위에 앉아 경악에 가득찬 표정의 에반스가 있었다.
“감히! 내 앞에서 백성을 공격했느냐? 죽음으로 죄를 갚아라!”
에반스를 향해 길리안의 대검이 날아들었다.
그 강맹한 패기는 그야말로 산이라도 쪼갤 것 같았다.
“큭?! 이, 미친 늙은이가!”
그러나 에반스 역시 전 세계 유저의 최정점 중 한 명.
길리안의 공격에 즉각 반응했다.
그 역시 길리안의 공격에 마주해서 검을 그대로 휘둘렀고.
카아아앙!
“커헉?!”
에반스의 유니크 검은 길리안의 대검과 부딪히는 순간 너무도 허무하게 깨져 나가고 말았다.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어, 에반스가 타고 있는 말의 목을 그대로 베어 버렸으며.
또 나아가 에반스의 허리까지 그대로 강타했다.
“크하아아악!”
무시무시한 속도로 튕겨 나간 에반스는 한참을 미끄러지고 나서야 겨우 멈춰 설 수 있었다.
그대로 허리가 동강 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격이었지만 놀랍게도 에반스는 살아 있었다.
에반스가 레벨 130이 넘는 탑 랭커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다. 에반스가 살아남은 것은 순전히 아이템 덕분이었다.
그의 목에 걸려 있던 목걸이가 파스스 재가 되어 사라졌다.
유니크 아이템 [피닉스의 목걸이].
단 한 번, 즉사성 일격을 막아 주는 대가로 부서지는 구명(求命) 아이템.
그 아이템이 부서지면서 에반스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에반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건 스킬도 뭣도 아니었다.
그저 대검을 횡으로 휘둘렀을 뿐인 일격.
그런데 그 일격이 유니크 검을 부숴 먹은 것도 모자라 자신을 한 번 죽였다고?
‘뭔가 잘못됐다!’
후이난 후작에게 들었던 바로는 대륙 11강은 옛말이고, 이제는 길리안도 다 늙은 호랑이일 뿐이라고 했다.
유능한 자신이라면 어렵지 않게 승리할 수 있을 거라 후작이 장담했었는데……!
‘이게 어딜 봐서 다 늙은 호랑이야!’
이건 설령 저 늙은 NPC를 잡는다더라도 어마어마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수준이었다.
10대 길드 간 경쟁이 한창인 지금, 그런 대출혈은 반드시 막아야만 했다.
“전쟁과 관련 없는 백성을 공격하는 게 얼마나 중죄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터! 내 신을 대신해서 네놈들을 모조리 벌해 주마!”
“이, 이 미친 늙은이가 마스터에게 접근하는 걸 막아라!”
“살려 줘! 이번에 또 죽을 순 없어!”
은사자 길드원은 마치 종이 쪼가리처럼 길리안에게 찢겨 나갔다.
에반스는 현실성 떨어지는 그 광경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되었지?’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며 생각하다 보니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설마, 내가 속았다고?’
후이난 후작이 자신을 총애한다고 생각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거금으로 뇌물을 바쳤고,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그리고 그 보람이 있어 후이난 후작으로부터 퀘스트를 받아 낼 수 있었는데……!
‘그게 다 후작의 계획이었다?’
제국의 직위라는 보상에 눈이 멀어서 후이난 후작의 꼬임에 넘어간 것이다.
자신은 그저 후작의 장기 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냥 시험 삼아 한번 써 보고 안 되면 그만인 버림 패.
그걸 깨달은 순간 끝없는 분노가 치솟기 시작했다.
“감히 NPC 따위가!”
인간을 가지고 놀아?
저 길리안이라는 늙은 NPC도 후이난 후작도, 전부 용서할 수 없었다. 에반스는 즉시 외쳤다.
“접속 대기하고 있는 인원들에게 전부 연락 넣어! 당장 접속해서 이곳…….”
“애송아! 무얼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느냐!”
“허억?!”
바로 코앞에서 들리는 고함에 분노로 뜨거워진 머리가 단숨에 식어 버렸다.
주위는 이미 은사자 길드원의 회색빛 시체뿐이었고, 색을 가진 존재는 거대한 대검의 늙은이뿐이었다.
“아, 안 돼……! 이렇게 쓰러질 수 없…….”
“유언은 그것뿐이냐? 이방인치고도 아주 못난 놈이로다.”
슉!
길리안의 대검이 그대로 에반스의 목을 날려 버렸다.
-…….
-……아.
그리고 그 충격적인 장면은 그대로 방송에 송출되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