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0)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0화(10/581)
게임 유저들은 공략을 쓴다. 그리고 그 공략을 본다.
게임이 출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그마한 팁들이 하나둘 커뮤니티에 올라오기 시작하고, 그 팁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그게 바로 공략이 된다.
유저들은 왜 공략이나 팁 같은 글을 쓸까?
자신이 이런 새로운 미개척지를 발견했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람들의 관심이 받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며.
순수하게 다른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게임을 즐겼으면 하겠다는 선의도 있을 것이다. 열심히 작성한 팁에 달리는 ‘감사하다’라는 댓글 하나가 흐뭇한 사람도 있을 테고.
-하지만 진짜 간혹가다가, 철저하게 계산한 후에 이득이 될 것 같으니까 공략 글을 쓰는 인간도 있지.
“그게 마모니즘 길드장이다?”
-그래, 그 돈 귀신 놈. 후우……. 사람 심리라는 게 어떨 때는 참 단순하거든.
유저들의 거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압도적인 추천 수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오른 공략. 거기에 더해, 그 공략 글 댓글란이 ‘너무 좋은 공략이다’, ‘이 공략 글을 보고 암이 나았습니다’ 등 찬양 일색의 댓글로 도배된다면?
-사람들은 그 공략을 100% 신뢰할 수 있는 공략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거지. 조금도 여과 없이 완벽한 진실이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거야. 그쯤 되면 단순한 공략이 아니라 바이블(Bible)이지.
MMORPG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에는 경쟁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다. 경쟁을 하면 이기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고, 빡겜러일 경우는 특히 더 강하다.
-‘남들 다 하는 걸 나만 안 해서 뒤처질 순 없지’ 이런 생각 들면 그걸로 끝이지. 그 공략 글 본 사람들은 백이면 백, 죄다 코인 팔아 버릴 거다.
“그래도, 공략 안 보고 게임 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런 유저들을 대비해서, 아까 그 똥칠이처럼 대기하고 있다가 퀘스트로 살살 꼬시는 거지.
“와…… 돌았네.”
카르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 누가 상상이나 할까?
초보자 베스트 공략, 초보자 지원 길드, 그리고 원피단. 이 모든 게 한 사람의 작품이란 걸 말이다.
“아니, 천마 형은 이걸 어떻게 알았는데요?”
-한 1년쯤 뒤에 마모니즘에 잠시 소속되어 있었던 누군가가 양심고백을 하거든. 자기가 마모니즘 길드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의 랭커가 된 다음 뻥 터뜨린 거지. 그리고 이어지는 충격적인 사실이, 다들 잡템이라고 생각했던 그 코인이 바로…….
“바로?”
-초보자 도시에만 등장하는 게릴라 퀘스트 ‘고물상’의 필수 재료였던 거야.
“게릴라?”
수많은 라세의 히든 피스 중에서도 특히 이질적인 것이 바로 이 게릴라 퀘스트였다.
퀘스트 NPC의 등장 시간, 그리고 위치가 매번 바뀌었으니까.
-뭐, 게릴라라는 이름 그대로 기습적으로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NPC라는 이야기지. NPC를 발견하는 거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인 반면에 그만큼 보상도 좋아.
얼마나 보상이 좋냐면, 이미 라세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마모니즘 길드가 굳이 초보자 마을에서 이런 번거로운 작업을 하게 만들 정도였다.
-마을 어딘가에 ‘고물상 아저씨’라는 허름한 NPC가 등장하는데, 그 NPC가 고물을 회수한다면서 코인을 요구해.
“얼마나요?”
-최저 1개에서 최대 9개. 랜덤으로.
“뭐야? 엄청 쉽네?”
-그러니까 마모니즘이 기를 쓰고 다른 유저들 손에서 코인을 없애려고 한 거지. 혹시라도 코인을 가진 유저가 우연히 고물상을 만나더라도 퀘스트를 할 수 없도록. 등장할 때마다 선착순 한 명만 받을 수 있는 퀘스트거든.
퀘스트 NPC가 언제 어디서 등장하는지도 모르고, 선착순 한 명만 받을 수 있는 퀘스트. 게다가 지난번에 한 번이라도 퀘스트를 받은 사람이라면 또 수행할 수 없는 1회 한정 퀘스트.
조건이 지랄 맞은 만큼 보상 역시 달콤한 것이 바로 ‘게릴라 퀘스트’였다.
“그렇게 쩌는 걸 왜 지금에서야……. 아, 맞다. 나 코인 없었지.”
-그래. 지금은 우연히 코인을 구했으니까 알려 주는 거고.
“근데, 코인이 있어도 크게 의미 없지 않아요? NPC가 등장하는 시간이랑 장소가 랜덤이라며?”
코인이 있다고 해도, NPC가 랜덤으로 등장한다면 그냥 운 싸움이다. 아니, 상대 쪽 인원이 훨씬 많으니까 자신이 불리할 터.
하지만 천마는 뭔 소리냐는 듯 카르페를 쳐다봤다.
-랜덤? 뭔 소리야?
“아니, 조금 전에…….”
-등장 위치가 매번 바뀐다고 했지, 랜덤이라고 한 적은 없는데?
“그게 그 말 아니에요?”
-완전 다르지. 등장 위치가 매번 바뀌어도 일정한 규칙으로 바뀐다면?
“……어?”
-뭐, 지금 시점에서는 랜덤이랑 크게 다를 바가 없긴 해. 그런 이상한 규칙이 게임 출시 반년 만에 발견될 리는 없으니.
혹시 또 모르지.
-회귀를 7번쯤 하면서 게임을 10년 이상 플레이한 고인물이 있다면 알 수도 있고.
천마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카르페도 마주 웃었다. 입꼬리가 씰룩대는 것이 그대로 승천할 것만 같았다.
-자, 그럼 이제 뭘 해야 할까?
“그거야 뻔하죠.”
카르페가 드랍된 손목 보호대를 장착하면서 말을 이었다.
“코인부터 마저 주우러 가야지.”
-가라, 소닉! 이 숲에 있는 코인을 다 먹는 거다.
카르페가 파란 고슴도치처럼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 *
원거리 피케이 단. 줄여서 원피단.
약 한 달 전부터 발족한 이 단체는 등장한 지 불과 3일 만에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야, 초보자 마을에 이상한 놈들 생겼는데?
-ㅅㅂ. 나도 방금 퀘스트 깨다가 묻지마 피케이 당함. 단체로 다굴 놓던데, 순식간에 죽었다.
-이 새끼들 정체가 머임? 갑자기 튀어나와서.
-나도 당함. 운영자 뭐 하냐 ㅅㅂ. 이런 거 제재해야 하는 거 아님? 뉴비들 게임 다 접겠다!
-아가야. 라세는 운영자가 개입하는 게임 아니다 ㅋㅋ. 아니 그 전에, 운영자가 있긴 한가?
-다른 초보자 마을은 클린하구만, 한국만 지랄 났네.
-존나 악질이네.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악질’이라는 말이 그렇게 어울릴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PK는 말싸움으로 시작해서 우발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상대의 아이템을 노린다거나 상대 세력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일어나기도 하고.
그러나 원피단은 달랐다. 그들에게는 이유가 없었다.
초보 존의 유저들에게 아이템이 있겠는가, 세력이 있겠는가. 초보들을 잡아 봤자 실질적인 이득 따윈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악질이다.
그저 ‘재미’라는 이유로 애꿎은 초보자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놈들이니까. 적어도 사람들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형님! 큰일 났습니다!”
“왜? 무슨 일인데?”
“저희 애들 개 털리고 있어요!”
“하아. 그래, 어째 한동안 조용하다 했다.”
원피단의 단장 정우혁은 입에 문 담배를 크게 한번 빨아들이고는 퉤 뱉어 버렸다. 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자신을 부른 남자에게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몇 명이나 당했는데?”
“지금까지 열 명이요.”
“많이도 죽었네. 도대체 몇 놈이나 쳐들어 왔길래 열 명이 죽어?”
“그게, 딱 한 놈입니다.”
“……뭐?”
“제대로 들으신 거 맞습니다. 한 놈입니다, 한 놈.”
“……시바 망했네. 어쩐지 어제 꿈자리가 안 좋더라니.”
“시말서 각 날카롭게 서신 것 같습니다.”
“날카로운 거로 찔러 버리기 전에 좀 닥쳐 보련?”
정우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한 명에게 열 명이나 죽은 게 상부의 귀에 들어가면, 시말서는 물론이고 어쩌면 예정된 보너스마저 삭감될 수도 있었다.
“하아. 다음 달에 희진이 돌잔치 해야 하는데. 더럽게 꼬였네.”
“어쩌겠습니까. 현장직 월급쟁이가 다 구르고 구르는 신세죠. 저도 그렇고.”
“더러워서 때려치우든지 해야지. 그 쳐들어온 놈은 부캐겠지?”
“혼자서 열 명 쓸어 담는 거 보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라스트 세이비어에는 서브 캐릭터라는 개념이 없다. 홍채 인식을 통한 1인 1계정 1캐릭터가 원칙이다.
때문에, 라세에서 ‘부캐’라는 것은 기존에 키우던 캐릭터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삭제한 후 캐릭터를 새로 시작하는 것을 의미했다.
“하여간 부르주아 놈들의 머리는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너라면 그 돈 주고 부캐를 만들겠냐?”
“제가 머리에 총 맞았습니까? 그 돈이면 중형 세단을 뽑죠.”
라세는 튜토리얼 단계에서 ‘뽑기’라는 시스템이 있는 게임이다. 때문에, 라세는 뽑기 리셋 노가다를 막기 위해서 부캐릭에 대한 강력한 제약 두 가지를 걸어 놓았다.
첫째로 현금.
처음 캐릭터 생성은 무료지만, 두 번째부터는 현금으로 4만 달러, 한화로 약 5,000만 원의 돈을 지불해야 했다. 그리고 세 번째 캐릭터는 1억, 네 번째 캐릭터는 2억…… 이런 식으로, 캐릭터를 새로 만들 때마다 돈이 두 배로 뛰는 구조였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부자는 많았다.
여기까지라면 정말 돈이 썩어 도는 부자들이 좋은 배후령을 뽑기 위해 몇억이든 몇십억이든 투자할 수도 있었기에, 라세는 한 가지 제약을 더 걸었다.
바로, 캐릭터의 능력치 감소.
두 번째 생성된 캐릭터부터는 전 능력치 1% 감소, 세 번째는 2%, 네 번째는 4%……. 이렇게 감소치가 점차 배가 되는 형식으로 능력치를 설정했다.
이 제약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랭커라는 족속들은 능력치 1퍼센트, 아니, 0.5퍼센트만 되어도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었으니까.
“나중에 고렙 때야 1%가 크겠지만, 10레벨 싸움에서는 별 느낌도 안 나지.”
“그렇겠죠. 그러니까 저희 애들이 턱도 없이 개 썰린 거고.”
“쓰읍. 결국 방법은 하나밖에 없나.”
10명이 쪽도 못 쓰고 나가떨어졌다면, 상대는 꽤 고렙까지 키웠다가 캐릭터를 삭제하고 다시 키웠을 공산이 컸다. 그렇다면, 몇 명을 보내든 결과는 같으리라. 경험의 차이는 그만큼 컸으니까.
부캐를 상대할 방법은 단 하나뿐.
“이쪽도 부캐를 투입해야지.”
당연한 말이었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특성상 적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초보자들이 연합에서 대규모로 쳐들어올 때도 있었고, 혹은 이번처럼 부캐가 온 적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원피단은 그런 위기를 항상 이겨 냈다. 그들에게도 비장의 무기가 있었으니까.
마모니즘 길드장이 직접 고용한 최상위 랭커의 부캐.
원피단의 마지막 구원투수였다.
“으. 저 그 사람은 좀 꺼림칙하던데.”
“그래도 임 부장 그 새끼처럼 해코지를 하진 않잖아. 실력도 확실하고.”
“그건 그런데…….”
“나라고 뭐 좋겠냐? 그 양반은 도대체 뭔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
슉!
그때였다. 두 사람의 등 뒤로 하나의 그림자가 착지했다.
“이야기는 다른 자에게 들었소. 소인이 나설 차례이오?”
“…….”
“…….”
그림자의 모습은 다른 일반적인 유저들과 달랐다.
훤칠하게 큰 키와 착 달라붙는 검은 타이즈 옷. 거기에 눈 부분만 드러내는 복면을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한 가지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시벌. 이번엔 닌자야?’
‘제발 좀 평범하게 게임하면 안 되나?’
두 사람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해야 할 대화를 생각하니 벌써 골이 지끈거렸다.
“후. 월아(月牙)가 울고 있는 것을 보니 필시 강적일 테지.”
닌자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소태도(小太刀)를 검집에서 살짝 뽑았다.
……10레벨용 평범한 단검이었다.
“왜 말이 없소? 소인의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오까?”
“아, 아뇨. 맞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조금 당황했을 뿐입니다. 하하.”
두 사람은 자세를 바로 했다. 비록 꼴은 우습지만, 자신들 같은 말단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길드장 직속의 사람이었다.
원피단장 정우혁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검제님…….”
“한조.”
“네?”
“뭔가 잘못 알고 계시는구려. 소인은 검제가 아니라 한조라는 이름의 닌자일 뿐.”
“……아, 네. 한조 님.”
‘아, 쫌. 제발.’
극한의 컨셉충.
실력도 확실하고 부하직원들에게 터치도 않는 상급자였지만, 두 사람이 껄끄럽게 여기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였다.
컨셉질만 빼면 다 좋은 사람이었지만, 그 컨셉질이 문제였다. 컨셉에 어울려 주지 않으면 조금도 움직여 주질 않으니 환장할 수밖에.
‘그래도 지난번 컨셉보다는 낫네.’
‘정파의 검제랍시고 본좌 앞에 마두를 대령하라고 할 때보단 확실히 낫죠.’
그때와 비교하면 양반이다. 정우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긴장을 놓지 않았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를 인간이었으니.
“한조 님의 힘을 빌려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알겠소. 소인에게 맡겨 주시오. 드디어 묵은 은혜를 갚을 기회가 왔구려. 신속하게 처리…… 크흑?!”
한조는 그렇게 말하더니 가슴을 부여잡으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
“하, 한조 님?! 무슨 일이십니까?”
“크으. 별일 아니오. 전생에 당했던 상처가 잠시 도졌을 뿐이니.”
“아…… 네.”
쓰발. 전생은 개뿔이.
어금니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맨정신으로는 말을 섞기도 힘겨웠지만, 그래도 그만둘 수 없었다. 여기서 받아 주지 않으면 종일 가슴을 부여잡고 일어나지 않을 인간이었다.
“그, 전생이라 하심은 지금 캐릭터 이전에 키우셨던 캐릭터를 말씀하시는 거죠?”
“후, 아니오. 그것은 한낱 허깨비 같은 거짓된 삶일 뿐. 소인의 전생은 이세계의 투사…… 아니, 되었소. 그대들에게 말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오.”
‘아, 그냥 이 일 때려치울까?’
‘희진아. 아빠가 이렇게 힘들게 돈 번다.’
한조는 아무렇지도 않게 스르륵 일어나, 하늘을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죽기에 좋은 달밤이로다.”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화창하고 푸르렀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