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13)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13화(113/581)
카르페가 세 번째 유물을 획득한 그 시점.
현실에서는 라세와 관련된 모든 커뮤니티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가고 있었다.
게임 기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손을 놀렸고, 이슈를 다루는 채널에서는 허겁지겁 영상을 만들었다.
10대 길드 중 하나인 ‘은사자’의 압도적인 패배는 그만큼 충격적인 사안이었다.
-홍보는 미친 듯이 때리더니 이게 뭐냐 ㅋㅋ
-지들도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몰랐겠지.
물론, 질 수도 있다.
10대 길드라고 해서 언제나 승리만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10대 길드라 하더라도 라이브 레이드를 하던 중 종종 실패를 겪곤 했다.
더욱이 이번엔 라세 최초의 국가 규모 퀘스트이지 않은가.
실패하더라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그런 퀘스트였지만…… 그 내용이 너무나 처참하다는 게 문제였다.
은사자 길드원들은 황급히 방송을 종료한다고 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당시 라이브 방송은 글로벌 시청자 수가 천만 명이 넘어가는 상황이었고, 시청자들이 하이라이트 파일을 만들어서 커뮤니티에 일파만파 퍼뜨려 버렸다.
은사자 측에서는 저작권 침해라고 소송을 거니 마니 했지만…… 영상이 퍼지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이건 뭐, 너무 압도적으로 발려 버려서 졌잘싸라고 쉴드 쳐 줄 수도 없네.
-ㄹㅇ ㅋㅋ. EU 쪽 커뮤니티에서 반응 뜨겁더라. 죄다 은사자 무능하다고, 잘됐다고 비웃는 중. EU 반응 링크로 남긴다. http://……
-은사자도 마모니즘 급으로 비호감이긴 했으니까. 솔직히 길마가 좀 재수 없잖아?
-나름대로 쉴드를 쳐 보자면…… 정보가 너무 없긴 했음. 은사자 길마가 그래도 하이 랭커인데 원킬 당하는 거 봤냐? 그 약소국에 그런 괴물 NPC가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음.
└대륙 11강이라는 타이틀만 봐도 사려야겠다는 감이 안 옴? 정보가 없으면 그만큼 더 신중했어야지. 결국 은사자 길마의 능력 부족인 거다.
└근데 내 뒤에 5천 명이 딱 내 명령만 기다리고 있으면 없던 자신감도 솟구치기는 할 듯;; 11강이라고 해도 결국 개인이잖아.
-에반스가 좀 더 뒤에 자리 잡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훨씬 재밌었겠지. 길마라는 놈이 겉멋에 취해 가지고 선두에 서니까 그 꼴 난 거.
유저들은 압도적인 패배의 이유로 은사자의 무능, 정확히는 길드 마스터인 에반스의 게임 지능 부족을 꼽았다.
-이래서 기업가 출신들은 안 된다니까. 돈만 많으면 뭐 해? 라세는 결국 게임인데, 게임을 잘해야지.
-평생 게임 한번 해 본 적 없다가 라세가 첫 게임이라던데.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한계가 드러나네.
-안 봐도 뻔하다. 지 잘난 맛에 사는 놈이니까 주위에서 전문가가 아무리 말해 줘도 귓등으로도 안 들었겠지.
같은 10대 길드인 마모니즘이 그러하듯, 은사자 길드 역시 라세를 게임이 아닌 하나의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하는 대표적인 길드였다.
게다가 그런 생각을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기까지 했으니 게이머 입장에서는 좋게 봐주기 힘든 인물이었다.
기업가로서의 능력은 대단히 뛰어난 사람이지만 게이머로서는 초보 중의 초보.
어쩌면 은사자의 몰락은 예견되어 있었을지도 몰랐다.
-은사자는 이번 실패로 10대 길드에서 쫓겨날 수도 있겠네.
-EU 쪽 2위 길드도 만만찮으니 진짜 잡아먹을지도 모르지. 아니, 근데 이거 진짜 더 썬에서 작업친 거 아닌가?
하이라이트 영상 중, 은사자 길드의 휘젓고 다니던 의문의 인물.
압도적인 화력으로 은사자의 후방 인원을 쓸어버렸으며 나아가 몇몇 랭커까지 어렵지 않게 쓰러뜨린 로브의 유저.
-영구동토 썼잖아. 그럼 케이트지.
-솔플로 그 정도까지 싸울 수 있는 마법사는 몇 없지. 게다가 영구동토까지 썼다? 빼박 케이트임. 아니면 캐삭한다.
-와, 근데 저래도 됨? 더 썬 길드 부길마가 직접 행차해서 깽판 친 거잖아. 일종의 선전포고?
많은 이들이 로브의 유저를 ‘더 썬’의 부길드 마스터 케이트라고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구동토’는 그녀를 상징하는 스킬이었으니까.
현재 랭커 중 공식적으로 영구동토를 익혔다고 확인된 유저는 그녀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현재.
그런 의심을 받고 있던 당사자는.
“다들 눈이 삐었나 봐요. 이게 어딜 봐서 나라는 거지? 딱 봐도 남자잖아!”
미간을 찌푸리며 커뮤니티의 여론을 확인하고 있었다.
아니, 뜬금없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그저 얌전히 게임만 하고 있었을 뿐인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도덕 없는 훼방꾼으로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간혹 여론 중에 ‘케이트가 아니다. 그는 세계를 쥘 수 있는 재능을 가진 남자다. 내가 직접 맞아 봤다.’ 같은 글도 있었지만 어그로로 취급될 뿐이었다.
“으으. 답답해. 이걸 말할 수도 없고.”
사실, 그녀로서는 아주 간단하게 누명을 벗을 방법이 있었다.
자신의 플레이 로그를 공개하기만 하면 된다.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짤막하게 공개하기만 하면 될 일이었지만…….
“흐유. 하필이면 시간이 겹쳐서.”
안타깝게도 그녀는 중요한 히든 퀘스트를 수행하던 중이라 동선을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도왕국 제노니아.
10대 길드의 선두라고 불리는 ‘The Sun’ 길드가 거점으로 삼은 나라였고, 더 썬 길드는 그곳에서 극비의 히든 퀘스트를 수행하는 중이었으니까.
“아까부터 뭘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어? 너무 스트레스받으면 피부 상한다.”
“……당신은 억울하지도 않아요? 우리가 하지도 않았는데.”
“새삼스러운 이야기군. 하루 이틀 일도 아니잖나.”
후웅!
더 썬의 길드 마스터이자 랭킹 1위의 유저, 군터 라우헬은 허공에 대검을 휘두르며 대답했다.
그들은 현재 제노니아 지하의 한 유적지에 있었다. 히든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한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굳이 해명을 해야 하나? 멋대로 생각하게 놔둬. 늘 그랬듯이.”
“이번에는 상대가 10대 길드잖아요. 만약 은사자가 이걸 빌미로 트집이라도 잡으면…….”
“트집? 하하하!”
트집이라는 말에 군터가 수련을 멈추고 웃음을 터뜨렸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군. 그래. 역시 RPG라면 대규모 길드전을 해야지! 아, 그냥 이 기회에 진짜 우리가 했다고 하는 건 어떻…….”
“군터!”
“농담이다. 너무 화내지 마. 피부 상한다.”
“……아무튼 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으으. 짜증 나. 도대체 누구길래 영구동토를 쓰는 거야? 비공식 랭커인가?”
“케이트. 설마 싶지만, 그냥 너 혼자 쓸 수 있던 걸 남도 쓴다니까 화난 건 아니지?”
“몰라요!”
“……맞구만. 이거 참. 애도 아니고. 뭘 그런 거로 화를 내나? 얼른 화 풀고 얼어붙은 불꽃인지 뭔지 하는 거나 찾으러 가자고.”
“아, 화난 거 아니라고! 진짜, 누군지 몰라도 걸리기만 해 봐!”
* * *
한편, 카르페는 누군가가 자신을 원망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라마르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거 실례했군! 설마 로드의 군사가 유령일 줄은 내 상상도 못 했다네!>
-……괜찮습니다.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고.
<군사가 도량이 넓어서 다행일세. 로드가 인복이 있군. 다들 좋은 사람만 모였어. 음홧홧!>
길리안은 흡족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천마와 길리안이 둘 다 마이페이스인 면모가 있어서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다 생각했는데 다행히 기우였던 것 같았다.
‘길리안은 그렇다 치고 형이 조금 의외네요.’
-굳이 삐그덕대면서 팀 케미를 해칠 필요는 없잖아? NPC도 감정이란 게 있으니까 이런 건 둥글게 둥글게 맞춰 가야지.
‘사이좋은 게 최고죠. 아무튼 이로써 천마 교도가 또 한 명 늘었습니다. 교주님.’
-오오냐. 태상장로도 영입했으니 이제 신교의 위세를 떨칠 일만 남았구나. 어서 중원으로 나아가 천마가 도래했음을 알리거라.
‘……잘 받아 주시네. 요새 보면 형이 더 즐기는 거 같아.’
-너한테 옮았나 보지. 아무튼 어서 출발하자. 목적지도 정해졌잖아?
‘그렇죠.’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 번째 유물 퀘스트를 완료하자, 여러 알림창과 더불어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던 것이다.
[유물의 단서] [분류 : 직업 시나리오 퀘스트] [제한 : 마도왕의 의지를 잇는 자] [대륙의 서쪽, 현재 제노니아 왕국이라고 불리는 어딘가에 마도왕이 오랜 시간 기거했던 별장이 존재합니다. 그곳에서 마도왕이 남긴 단서를 찾으십시오.] [퀘스트 성공 시 : 마도왕의 네 번째 유물 퀘스트로 연계]다음 목적지는 대륙 4대국 중 하나인 ‘마도왕국 제노니아’였다.
<출발하는 겐가? 그럼 어서 떠나도록 하세. 아무래도 여기는 좀 불안해서…….>
현재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길리안으로서는 라마르크 왕성이 불편했다.
이곳에 머무는 시간과 비례해서 들킬 가능성이 올라가니까!
1왕자가 대관식까지 보고 가라고 부탁했지만 허겁지겁 떠나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었다.
-대관식 같은 거 본다고 레벨이 오르냐? 아이템이 나오냐? 그럴 시간에 몹이라도 한 마리 더 잡는 게 낫지.
<암! 옳은 말일세! 그런 고리타분한 의식을 보는 것보다야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 훨씬 낫지. 아, 딱히 걸릴 것 같아서 이런 말 하는 건 아니…….>
똑똑.
“후예이시여.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 네. 괜찮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길리안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갑작스레 드렉이 찾아온 것이다. 길리안은 순식간에 카르페의 뒤로 이동해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어서오세…… 어? 왕비님도 오셨군요.”
“네. 카르페 님께서 떠난다고 하시기에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드렉은 혼자가 아닌 왕비와 함께였다.
그런데 그녀의 복장이 평소와 사뭇 달랐다.
평소의 단출한 드레스가 아닌 제복, 그리고 그 위로 얇은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카르페의 의문 섞인 시선을 눈치챈 그녀는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돌아가신 조부님을 대신해서 국경 요새 사령관으로 부임했습니다. 이제는 왕비의 신분이 아니니까요.”
라마르크의 수호신이 사망했으니 길리안트 제국은 호시탐탐 라마르크를 노릴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왕국 최고의 전력인 그녀가 국경 요새로 향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지였다.
그리고 전 국왕 역시 국경 요새 최하급 장교로 부임하게 된다는 모양이었다.
그는 거기서 평생을 나라에 봉사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후예이시여. 세르가일에 대해서입니다만…….”
드렉은 세르가일에게서 몇몇 정보를 알아냈다고 말했다(어떤 방법으로 입을 열게 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그중 하나 놀라웠던 건 카르페가 최초로 유물을 얻었을 때, 방문했던 묘지기 게아스의 암살이 세르가일과 관계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그때의 프리스트 역시 길리안트 제국 소속일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가능성은 있군. 거기 놈들은 다른 나라보다도 훨씬 더 배후령을 숭상하는 놈들이니까. 광신도 집단 하나둘 쯤 있어도 이상하진 않지.
‘흐음. 그렇다면 길리안트 제국 쪽이 마도왕 시나리오 흑막이라고 생각해야겠네요.’
카르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최대한 깽판을 쳐 놔야겠다고 결심을 하면서 말이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릴 물건이 있습니다.”
“물건요?”
“이번에 후예께서 막대한 공헌을 쌓으셨으니 그에 합당한 보상을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공헌치 보상.
특수한 조건이나 퀘스트를 통해 얻은 공헌치를 특정 아이템으로 교환하는 시스템.
라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RPG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띠링.
[보상 목록을 출력합니다.]알림과 함께 카르페 눈앞으로 두루마리가 촤라락 펼쳐졌다.
[현재 플레이어의 ‘라마르크 공헌치’는 3,871Point 입니다.]‘3,871이라. 이거 많은 거죠?’
-그렇게나 적군을 잡았는데 당연하지. 많이도 벌었네.
‘하긴. 그렇겠네요. 어, 목록 중에 유니크 무기도 있네?’
준수한 옵션의 양손 창이었다.
필요 포인트는 정확히 2,000. 현재 카르페는 유니크 아이템을 하나 구매하고도 1,800포인트가 남는 상황이었다.
‘와. 랜덤 박스도 있어?!’
그리고 목록의 제일 상단.
2,500포인트 유니크 반지 위로 ‘랜덤 장비 상자’가 떡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레어 등급부터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이 등장하는 상자로 필요 포인트는 3,200!
‘각 섰다. 날카롭게 섰다.’
-……어차피 씨알도 안 먹힐 거 알긴 아는데 일단 말은 꺼내 보마. 얌전히 유니크 고르지? 저기서 레전더리 뜰 확률 3%도 안 돼.
‘3%면 뭐다? 거저 주는 거다!’
-에휴. 네 맘대로 해라. 말해 봐야 입만 아프지.
‘딱 보십쇼. 지금 지르면 뜬다!’
지지뜬. 지지뜬. 신나는 노래!
뽑기 중독 말기인 카르페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아니, 없었어야 했지만.
“허허. 사실 후예께서는 거기 목록을 보실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렴 후예께 그런 평범한 물건을 드리겠습니까?”
“네?”
전혀 안 평범한데? 랜덤 박스인데?
하지만 그런 카르페의 속마음은 다음 알림으로 인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타이틀 ‘라마르크 구원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숨겨진 히든 보상이 공개됩니다.]“그것을 가지고 오너라.”
드렉이 문밖을 향해 외치자 시종 두 명이 커다란 대검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
그 대검은 아주 익숙한 물건이었다. 카르페의 등 뒤에서 길리안이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부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띠링.
[중력도(重力刀) – 그라비티 블레이드] [등급 : 레전더리] [착용 제한 : 없음] [분류 : 전용 무기] [물리 공격력 : 200 ~ 330] [대륙 11강 중 1인인 도패 길리안의 애도(愛刀)입니다. 절대 부러지지 않으며 적중된 대상에게 ‘둔화’ 효과를 부여하는 마법검입니다.]
– 근력 + 20
[추가 옵션 : 파괴 불가] [추가 옵션 : 적중 시 대상에게 ‘둔화’ 부여(대상과의 레벨 차이가 클수록 확률 감소)] [추가 옵션 : 착용자의 레벨에 비례해서 성장]* 길리안 전용 옵션 1 : 근력 1당 데미지 1% 증가
* 길리안 전용 옵션 2 : 강화 1당 데미지 10% 증가
* 거래 불가 아이템입니다.
“……전용 무기라고?”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