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15)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15화(115/581)
고개를 돌리자 일련의 무리가 적색탑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어?”
그리고 그 무리 가운데 한 명의 모습을 확인한 후, 카르페 또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검은색 긴 생머리와 대조되는 새하얀 갑옷.
그리고 허리춤에 있는 푸른색 검은 그녀의 상징과도 같았다.
천검(天劍).
대한민국 랭킹 1위이자 세계 랭킹 5위의 플레이어.
게다가 연예계에서도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지라 현재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라세 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다.
그녀가 찍은 광고를 TV나 인터넷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연예계 쪽에 무지한 카르페라 할지라도 그녀의 얼굴은 모를 수가 없었다.
“언니, 팬이에요!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저 여기서 6시간 동안 기다렸어요!”
“사랑을 담아서 D.va! 이번에는 꼭 30층 깨 줘요!”
“에덴(Eden) 화이팅!”
그녀 주위에는 그녀가 소속된 길드인 ‘에덴’의 길드원들도 같이 있었다.
개중 몇몇은 인파가 천검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몸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었다. 표정이 덤덤한 것을 보아 이런 관심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닌 듯했다.
-흠. 그러고 보니 이 시점에서의 탑 공략은 주로 에덴이 하고 있긴 했지. 아직 30층은 안 깨졌나 보군.
에덴 길드가 10대 길드 중 하나는 아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유명한 길드였다.
길드원 수 자체는 적었으나 그 멤버 한 명 한 명이 전원 랭커로 구성되어 있는 최고의 소수 정예 길드.
10대 길드들이 보스 레이드나 신규 지역 확장 같은 각각의 방송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에덴 역시 그런 주력 콘텐츠가 있었다.
적색탑 공략.
천검과 그녀의 파티는 현재 라세의 모든 유저 중 적색탑에 가장 높이 오른 플레이어들이었다.
‘그게 가능해요? 라세는 고렙은 저렙 지역으로 못 오게 되어 있다면서요?’
-대부분은 그렇긴 하지. 다만, 이 적색탑은 예외다. 몇 안 되는 프리 존이거든. 적색탑 주변 일대는 전부 Non-PK 지역이야.
적색탑에서는 오로지 적색탑을 오르는 것만이 전부였다.
그 외에는 어떠한 몬스터도 던전도 존재하지 않는 평화지대였던 것이다.
‘그럼 탑 안에서 마주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탑 안에서 고렙이 저렙을 PK하면 어떡해요?’
-기본적으로 인스턴스 형식이라서 마주칠 걱정은 안 해도 된다. 100개의 파티가 들어가면 100개의 개별 던전이 생기는 거야.
물론, 어디까지나 기본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였다.
일부 층에 한해서는 다른 파티와 마주치는 것도 가능했다.
-9층마다 세이프 존이 있고 10층마다 보스 몬스터가 있지. 세이프 존에서는 다른 파티와 교류할 수 있는 구조다.
‘아하. 뭔지 알겠네요. 일종의 파티 구인소구나.’
-역시 게임을 많이 해 봐서 그런지 바로 이해하네. 그래, 정답이다.
이런 탑 등반류가 으레 그렇듯 층수가 높아질수록 난이도는 상승한다.
결국, 오르면 오를수록 리타이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
하지만 4인으로 구성된 파티에서 한 명, 혹은 두 명이 리타이어했다고 나머지 인원이 등반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
인원의 결손이 생긴 파티끼리 서로 힘을 합칠 수도 있었으니까.
9층의 세이프 존은 그런 파티를 배려한 공간이었다.
-뭐, 그 외에도 일부 층에서는 몇 개의 파티가 동시에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그건 70층 이상에서나 등장하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
‘흐음. 나름대로 시스템이 잘 짜여져 있네요. 듣다 보니까 재밌는 곳 같네.’
-실제로도 꽤 재미있지. 한 층 한 층 돌파하다 보면 성취감도 상당하고.
물론, 경험치와 아이템은 더더욱 상당했다.
‘좋아. 상자 까고 바로 출발합…… 응?’
그때, 천검과 에덴의 길드원들이 카르페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뭐야? 왜 내 쪽으로?’
특히 천검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무언가 알 수 없다는 듯 물음표 섞인 시선을 계속 보내오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왜?’
생전 처음 보는 자신에게 저런 눈빛을?
카르페가 그들의 접근에 살짝 긴장하는 그 순간, 천마가 입을 열었다.
-야.
‘네?’
-너 길 막고 있다. 인파에 휩쓸리기 싫으면 물러서는 게 나을걸.
‘아.’
현재 카르페는 적색탑과 에덴 길드원들의 딱 중간 지점에 서 있었다.
즉, 저들은 딱히 카르페를 향해 걸어오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적색탑으로 향하는 중간에 카르페가 있었을 뿐!
전부 카르페의 착각이었다.
“…….”
머쓱해진 카르페가 한두 발짝 움직여 자리를 벗어났다.
-요놈 시키. 요거. 천검이 너 쳐다봐서 설렜냐? 너한테 관심이라도 있는 줄 알고?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니기는. 임마. 형은 다 이해한다. 네 나이 때 남자는 여자랑 눈만 마주쳐도 손주 낳아서 오순도순하는 상상까지 하는 거지. 한 다섯 명 낳았냐?
‘아니라고요.’
-세계의 톱스타이자 랭커인 그녀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낸다. 뭐지? 내가 실력을 숨긴 강자라는 것을 눈치챘나? 승부욕과 호기심이 강했던 그녀는 왠지 모를 기묘한 분위기가 풍기는 그에게 저도 모르게 관심을 쏟고 마는데…… 캬, 소설 도입부 쥑이네. 이거 어디서 연재하냐?
‘……형. 진짜 미친 거 같아요. 걱정돼서 하는 말이니까 제발 소설 좀 줄여요. 그냥 연예인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라 신기해서 그랬습니다. 광고에서 보던 거랑 진짜 똑같네요.’
-……게임 속 아바타가 실물이냐?
‘그렇다고 칩시다.’
카르페와 천마가 시답잖은 이야기로 티격태격하는 동안, 천검과 에덴의 길드원들이 카르페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우웅.
“응?”
카르페는 갑작스러운 진동에 자신의 손가락을 쳐다보았다.
서빙제의 징표.
카르페가 서빙제로부터 받은 에픽 반지가 순간적으로 진동한 것이다.
진동은 자신이 착각을 했나 싶을 정도로 아주 짧았다.
-뭐야, 무슨 일 있어?
“아뇨. 갑자기 반지가 진동한 것 같아서…… 지금은 조용하네요. 착각이었나?”
혹시나 싶어서 몇 번을 살펴보고 정보창도 확인했지만 이상은 없었다.
카르페는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곧 기억에서 지워 버렸다.
* * *
“야, 뭐야. 뭐야. 너, 진짜 관심 있는 거니?”
“……그런 거 아냐.”
“어? 대답이 조금 늦었는데? 헐. 설마 진짜야?”
“…….”
에덴의 길드 마스터 시렌은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천검에게 말했고 천검은 익숙하다는 듯 침묵으로 일관했다.
여기서 자신이 반응하면 더 신나서 날뛸 게 뻔했다. 시렌은 그런 여자였다.
‘그건 도대체 뭐였을까?’
천검은 방금 스쳐 지나간 로브의 인물을 떠 올렸다.
카르페와 천마는 그냥 길을 막고 있었을 뿐이라고, 착각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착각이 아니었다.
천검, 그녀는 정말로 카르페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빙설(氷雪)이 이토록 격하게 반응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인데…….’
그녀는 살며시 허리춤의 검을 잡았다.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진동은 마치 겁을 먹고 벌벌 떨고 있는 것 같았다.
‘진정하렴. 괜찮아.’
하지만 그녀의 달램에도 빙설의 진동은 도무지 멈출 기미가 없었다.
빙설은 그녀가 히든 직업으로 전직하고 난 후 특별 퀘스트를 통해 얻은 유니크 검이었다.
등급 자체만 놓고 봐도 특별했지만, 빙설은 거기에 한 가지 더 특별한 점이 있었다.
에고 소드(Ego Sword).
빙설에는 얼음의 최상급 정령이 깃들어 있었고, 그 덕분에 수많은 난관을 헤쳐 올 수 있었다.
그녀가 랭킹 5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의 5할 이상이 빙설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최상급 정령이 이렇게 떨다니…….’
라세에서 정령이라는 존재는 철저히 계급에 따라 그 강함이 결정된다.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 그리고 정령왕.
그중 최상급 정령은 더없이 높은 격의 존재였고, 실제로도 레벨이 200은 가뿐히 넘었다.
비록 검에 봉인되어 그 힘이 약화되긴 했지만, 빙설이 두려움에 떤다는 건 극히 드문 일.
과거에 빙설이 지금처럼 진동한 경우가 있긴 했는데, 그것도 퀘스트를 통해 얼음의 정령왕과 잠깐 조우했을 때뿐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
아니, 비교하기가 민망할 지경으로 차이가 심했다.
정령왕보다도 최상급 정령을 공포로 질리게 할 수 있는 존재?
그녀가 아는 한 그런 건 존재할 수 없었다.
‘아까 그 남자. 분명 뭔가 있어.’
사실, 당장이라도 말을 걸고 싶었으나 주위에 눈이 너무나도 많았다.
자신이 말을 걸었다면 그 유저는 한참이나 곤란에 빠졌을 터.
그녀는 무척 궁금했지만 결국 참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탑 안에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꼭 말을 걸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천검을 중심으로 한 4인 파티가 적색탑 안으로 진입했다.
* * *
“끄응.”
카르페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에덴 길드의 여파 때문에 주위에 사람이 너무나도 많은 탓이었다.
적색탑 주변 그 어디를 봐도 인파가 꽉 차 있었다.
“이게 셀럽의 힘인가? 연예인도 피곤하겠다.”
-이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 카더라.
“그건 그렇긴 하죠. 근데 이 상황은 확실히 좋지 않습니다.”
자고로 뽑기란 신성한 것이다.
이런 북적거리는 인파 속에서 시행할 만큼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사람 많은 곳에서 까면 부정 탄다고!”
-그래. 풍수지리가(風水地理家) 카르페 선생께서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런데 미친 소리 작작하고 그냥 까면 안 될까? 사람 많은 곳에서 깐 적도 있잖아.
“천지의 이치와 음양의 조화는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에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변해 가는 거지. 오늘은 사람 적은 곳에서 까야 할 팔자인 게야.”
-염병.
“어디 좋은 곳이…… 아!”
생각해 보니 딱히 찾을 필요가 없었다.
바로 눈앞에 딱 좋은 곳이 있지 않은가.
“탑 안에서 까면 되겠네! 인던이니까 다른 사람 없을 거 아녜요. 아주 좋아. 딱이다.”
이번 뽑기는 평소보다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평소의 스킬팩과 달리 상자에서는 단 ‘하나’의 아이템만 등장했으니까.
즉, ‘반복’ 스킬이 먹히지 않는 건곤일척의 한 방 승부라는 뜻이었다.
카르페로서는 조금의 부정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카르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적색탑 입구로 다가가 문에 손을 댔다.
그러자 눈앞으로 알림이 등장했다.
[알 수 없는 자가 세운 고대의 탑에 입장하시겠습니까?] [현재 파티원 수 1인. 파티원 수에 비례해서 난이도가 조정되는 인스턴스 던전입니다.]“입장한다.”
카르페는 곧 있을 워프에 대비했다.
그러나.
[…….]“어라? 이거 왜 이래?”
-뭐야. 이건 나도 처음 보는 현상인데?
원래대로라면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곧바로 탑 안으로 이동해야 했지만 어째선지 시스템이 탑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설마 버그?”
당황한 카르페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다시 알림창이 등장했다.
[입장자의 마력 패턴을 확인하였습니다.] [특수 패턴의 인증을 완료하였습니다. 지금부터 특수 스테이지로 이동합니다.] [‘마도왕 드렛슈의 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관리자여.]“엥? 잠깐…….”
카르페는 뭐라 말할 새도 없이 탑 안으로 이동하고 말았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