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2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21화(121/581)
보물 고블린.
이 얼마나 아름다운 울림이란 말인가.
게이머라면 가슴 설렐 수밖에 없는 그 단어에 카르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입장한다.”
[지금부터 비밀 통로로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알림이 등장했지만 딱히 배경이 바뀐다거나 워프가 발생하는 일은 없었다.
그저 눈앞의 통로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을 뿐.
카르페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비밀 통로 속을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아, 찾았다.”
멀리서 은은한 황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가자 이내 그 황금빛의 주인공도 모습을 드러냈다.
필드나 던전에 존재하는 고블린보다 약간 더 작은 체구.
초록색이 아닌 밝은 노란색의 피부.
등에 짊어지고 있는 허름한 꾸러미까지. 상상해 왔던 그대로의 완벽한 모습을 한 보물 고블린이었다.
카르페의 눈에는 고블린이 들고 있는 꾸러미가 마치 산타클로스의 선물 꾸러미로 보였다.
카르페는 보물 고블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어떤 게임이든 보물 고블린은 전투 능력이 형편없는 게 국룰!
가벼운 마법 한 방이면 그대로 쓰러뜨릴 수 있으리라.
-라고 생각하면 히든 피스 또 하나 날리는 거지.
“응? 무슨 말이에요? 쓰러뜨리는 게 아니에요?”
-쓰러뜨려도 아이템을 주긴 하지. 그런데 그렇게 쓰러뜨리면 아이템을 딱 하나밖에 안 줘.
천마는 손가락으로 정확히 고블린의 등을 가리켰다.
-저 꾸러미. 꾸러미 밑부분을 조금 찢어 버려야 해. 몸을 노리지 말고 꾸러미를 노려.
그렇게 하면 깜짝 놀란 보물 고블린이 이리저리 도망 다니게 된다.
그리고 고블린이 도망 다니는 동안 찢어진 구멍에서 아이템이 하나둘 계속 흘러나오게 되는 것이다.
아이템 하나가 아닌 두 개, 세 개,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는 이중 히든 피스였다.
-사람들 대부분이 몬스터는 무조건 두들기고 본다는 걸 이용한 함정이지. 방금 너처럼 말이다.
“……확실히 백이면 백 다 그렇게 행동하겠네요.”
그 누가 보물 고블린은 눈앞에 두고 딴생각을 하겠는가. 일단 잡고 보는 거지.
-나도 직접 알아낸 건 아니고 누가 발견했다고 한 걸 전해 들었었다.
“누가 발견했는지는 몰라도 대단하네요. 역시 세상은 넓어.”
카르페는 그 사람의 실험 정신에 마음속으로 찬사를 보내며 다시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저 놈은 무슨 아이템을 줘요?”
-랜덤이다. 매직 등급부터 유니크 등급까지. 장비가 아닌 재료가 나올 수도 있고 뭐, 그때그때 달라.
“아하. 걸어 다니는 랜덤 박스였구만. 캬. 역시 갓겜이라니까. 내가 랜덤 박스 좋아하는 건 또 어찌 알고.”
그것도 두 번, 세 번 깔 수 있는 고오급 랜덤 박스!
카르페는 보물 고블린을 향해 은밀히 접근했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명중률이 올라갔으니까.
“지금!”
팍!
카르페는 창룡보를 사용하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손을 뻗어 꾸러미를 찢어 버리려는 그 순간.
띠링.
예상치 못한 알림이 연달아 등장하기 시작했다.
[보물 고블린의 인식 범위 안으로 접근했습니다.] [플레이어는 해당 탑의 주 관리자 입니다. 보물 고블린이 당신을 관리자로 인식합니다.] [보물 고블린의 통합사고중추에서 식별 번호 5,726 Treasure Goblin에게 일시적으로 지성을 부여합니다.]“엥? 이게 무슨…….”
당황할 틈도 없었다.
알림과 동시에 흐리멍텅했던 고블린의 눈동자에 이지가 깃들었고, 보물 고블린은 즉시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어이쿠! 관리자님을 뵙습니다요!”
* * *
오크는 취익취익, 고블린은 고블고블이라는 판타지 정석을 깨고, 보물 고블린은 또렷한 말투로 말을 건네 왔다.
카르페가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하자 고블린은 슬며시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
“저, 혹시 새로운 관리자님이 아니십니까요?”
“어…… 맞아. 맞긴 맞는데.”
“역시! 제 눈은 정확했습니다요! 그렇게 훌륭하신 마력 패턴은 관리자님이 아니면 있을 수가 없지요!”
“아니…….”
카르페는 무서운 기세로 아부 떠는 보물 고블린을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 눈빛을 잘못 받아들였는지 고블린은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요. 소인은 보물 고블린, 정확히는 보물 상자 고블린이온데 이 탑 내부를 떠돌아다니며 보물을 수집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지요.”
“보물?”
“다른 침입자들이 흘리고 간 것들을 말하는 것입죠. 이 꾸러미에 든 것들도 다 그런 것입니다요.”
라세는 유저가 사망할 시 일정 확률로 아이템을 떨구는 방식을 채택한 게임이다.
물론, 그 확률은 높지 않았다.
PK 때는 선공 페널티로 인해 사망 시 장비 드랍 확률이 90%까지 치솟지만 일반 몬스터에게 사망할 경우엔 드랍 확률이 5%가 넘지 않았다.
안 그래도 난이도가 미친 게임인데 죽을 때마다 아이템을 떨군다면 제대로 된 진행이 될 리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떨굴 확률이 존재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마도탑, 플레이어들은 적색탑이라고 부르는 이 공간은 라세에서도 인기가 많은 지역이었고 그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탑을 오르고 있었다.
때문에 수많은 유저들이 탑 내부에서 죽어 나갔고 아이템을 떨궜다.
같은 파티원이 있다면 아이템을 대신 주워 줬을 테지만, 만약 솔로 플레이어였다면?
혹은 파티원이 트랩에 걸려 동시에 사망하거나 보스에게 전멸을 당한다면?
그렇게 떨군 아이템은 던전에 쓸쓸히 남겨지게 된다.
그리고 이 보물 고블린들은 그런 식으로 탑에 흩어진 아이템을 수거하는 역할의 NPC였던 것이다.
“……신박한 설정인데. 다른 던전도 다 이런 식인가?”
-그럴 리가. 내가 10년 넘게 라세를 하면서도 이런 설정은 처음 들어 본다. 아마 마도탑의 고유 설정이겠지.
“그걸 너 혼자서 다 하는 거야?”
“어이쿠! 저 혼자서는 어림도 없는 양입니다요! 이 탑 내부에는 저와 비슷한 고블린이 수천 마리는 있습죠.”
“하긴 유저 수를 생각해 보면 수천 마리…… 아니, 잠깐만.”
카르페는 순간 번뜩 지나가는 생각을 잡고 고블린에게 물었다.
“그럼 그 보물들을 수거해서 보관하는 곳도 있겠네?”
“물론입지요. 저희들은 보물 창고라고 부르고 있습니다요.”
“……그렇군. 아주 훌륭해.”
카르페가 웃었다.
이 탑의 주인은 마도왕 드렛슈.
그리고 드렛슈가 없는 지금은 그의 유일한 후계자인 자신이 탑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 탑은 내 꺼.
그렇다면, 이 탑에서 발생하는 다른 아이템도 내 꺼.
완벽한 논리의 성립이었다.
카르페는 보물 고블린에게 상냥히 말했다.
“나는 이 탑의 관리자이자 주인이지?”
“그렇습죠.”
“그렇다면 탑에서 생긴 물건들의 소유권도 나에게 있겠네.”
“그, 렇지요?”
“꺼내 봐.”
“예? 무엇을……?”
“그 꾸러미에 있는 거부터 전부 다 꺼내 보라고. 꺼낸 후에는 그 창고라는 곳도 한번 가 보자.”
카르페는 최대한 상냥하게 말한다고 했지만 고블린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던 거 같았다.
기겁한 고블린의 얼굴색이 초록색으로 변해서 넙죽 엎드렸다.
“아, 안 됩니다요! 그건 제 권한 밖의 일이라…… 물건을 허락 없이 드렸다가는 제가 죽습니다요!”
“허락? 내가 최고 관리자인데 허락이 왜 필요해?”
“분명 그렇습니다만…… 저 같은 말단은 직속 상관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행동할 수 없습니다요. 부디 저 좀 제발 살려 주십시오. 관리자님.”
“직속 상관?”
“아까 말씀드렸던 보물 창고를 관리하는 저희의 대왕을 말하는 것입니다요.”
보물 고블린들의 대왕이라. 그러면 보물 고블린 킹쯤 되는 건가?
그때였다.
띠링.
[탑의 서브 관리자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셨습니다.] [탑의 재무 관리자 ‘트레져’는 모든 보물 고블린들을 지배하는 보물 고블린의 왕입니다.] [탑 내부 재정에 관여하기 위해서는 그의 인정을 받아야만 합니다.]“……헐?”
-와. 이게 이렇게 풀리네.
카르페가 탑의 첫 번째 서브 관리자를 찾아내는 순간이었다.
* * *
“이쪽입니다요!”
카르페가 직접 직속 상관을 설득하겠다고 나서자, 고블린은 화색을 띄며 카르페를 보물 창고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몹시 안도하는 눈치였다. 사람이나 고블린이나 사는 게 다 그런 모양이었다.
-그런데 순순히 인정을 해 줄까? 드렛슈가 했던 말을 생각해 보면 서브 관리자라는 놈들은 하나같이 만만찮은 것 같은데.
“까짓거 죽기밖에 더하겠습니까? 이번에 도전해 보고 안 되면 다음에 더 성장해서 도전하면 되는 거지.”
-뭐, 그렇긴 하다만…….
“그런데 형도 관리자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거죠?”
-그래. 그 트레져라는 놈도 보물 창고도 나는 전혀 모르던 정보다. 마도왕 전용이라는 뜻이겠지.
“흐음. 미지의 탐험이라. 재밌겠네.”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는 사이 카르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앞서가던 고블린은 어떤 벽 쪽으로 다가가 여기저기를 한참 눌렀고.
지이잉.
곧 눈앞에 워프 게이트가 생성되면서 알림창이 떠올랐다.
[히든 스테이지 ‘마도탑의 보물 창고’로 통하는 워프게이트입니다.] [출입 권한을 확인 중입니다. ……확인 완료. 대상이 탑의 관리자입니다. 출입이 가능합니다.] [이동하시겠습니까?]“이동한다.”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이자 풍경이 순식간에 변했다.
눈앞을 가득 메운 금화와 아이템의 산.
아마 판타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드래곤의 레어가 이렇지 않을까 싶은 광경에 카르페는 입을 딱 벌렸다.
그리고 최소 천 마리는 되어 보이는 보물 고블린들이 그 보물들 사이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가…… 보물창고?”
“그렇습죠. 인간이 이곳에 방문하는 건 제가 태어나고 처음 있는 일입니다요!”
“그렇군.”
카르페는 창고를 구경하는 와중 신기한 광경을 발견했다.
“응? 저건 뭐야?”
카르페를 안내한 고블린과는 다른 보물 고블린 한 마리가 텅 빈 보물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그러더니 아이템이 쌓인 곳으로 쪼르르 달려간 후 잠시 머뭇거리는 게 아닌가.
“어?”
놀랍게도 고블린은 아이템의 산에서 몇 개를 집어 들더니 그대로 상자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금화 또한 한 움큼 잡아서 집어 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저건 도대체 뭐야? 설마 아이템을 훔친 거야?”
“어이쿠. 그런 무서운 말씀은 하지 말아 주십쇼. 저것이 저희의 주 업무입니다.”
“저게?”
“그렇습니다요. 저렇게 아이템을 선별해서 상자에 넣은 후, 탑 곳곳에 배치하는 게 저희의 주 임무입지요. 관리자님도 몇 번 보지 않았습니까요?”
지금까지 카르페가 탑을 오르며 신나게 열었던 보물 상자들은 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와, 황당하네.”
던전에서 보물 상자가 등장하는 원리가 이런 거라고?
게임 속 던전에서 보물 상자가 등장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였기에 이런 식으로 시스템이 짜여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그럼 잠깐만. 유저들이 떨군 아이템을 상자에 넣고 그걸 유저가 얻고 또 떨구고…… 와. 창조 경제?”
-여기만 그런 거야. 던전에 보물 상자가 뜨는 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뜨는 거지. 아무튼 설정 자체는 신선하고 재밌네.
텅 빈 상자를 들고 이동하는 보물 고블린들은 하나같이 행복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다들 즐거워 보이네.”
“저희들은 이렇게 상자를 만들고 상자를 배치하는 것에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종족입지요. 그래서 이런 환경을 만들어 준 초대 관리자님에게는 항상 감사를…… 어이쿠, 다 왔습니다요.”
정신없이 구경하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보물 구역을 지나고 나서 나타난 거대한 공터.
그 공터의 한가운데, 다른 보물 고블린보다 족히 세 배는 커다란 고블린이 왕좌에 오연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탑의 재무 관리자 ‘트레져’와 조우하셨습니다.] [조심하십시오. 그는 오랜 세월 이어진 업무에 스트레스가 극도로 쌓인 상태입니다. 누군가에게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습니다.]“응? 누군가? 불만?”
그리고 그 불만의 대상이 누구인지는 바로 곧 밝혀졌다.
보물 고블린의 왕 트레져가 격한 노호성을 토해냈으니까.
“드렛슈 네 이놈! 몇백 년 동안 방치해 놓고는 무슨 낯짝으로 여길 기어들어 와!”
“아…….”
카르페가 또 다른 드렛슈의 피해자와 조우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