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24)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24화(124/581)
특수 퀘스트가 발동됐다는 알림에 천마가 중얼거렸다.
-일이 이렇게 되는군. 하긴 너무 압도적으로 발라 버리긴 했지.
‘특수 퀘스트 속에 또 특수 퀘스트라니…… 이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당연히 드문 경우긴 한데…… 그렇다고 진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야. 기본 매커니즘은 퀘스트를 초과 달성한 만큼 그 보상을 받는다는 거니까. 마도왕으로 처음 전직할 때도 그랬었잖아?
‘아, 그러고 보니…….’
초보자의 도시에서 ‘고물상’ 퀘스트를 수행했을 때.
원래 마도왕이라는 히든 클래스는 ‘에픽’ 등급으로 설정된 직업이었다.
카르페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전직 시험을 통과했다면 에픽 클래스로 전직했겠지만, 그 당시 카르페는 ‘해금’의 힘으로 전직 퀘스트를 초과 달성하고 말았다.
그 보상으로 전직 클래스가 한 단계 상향 조정되어 에픽 등급의 ‘마도왕’이 아닌 신화 등급의 ‘마도군주’로 전직할 수 있었던 것이고.
‘생각해 보니까 그때도 해금 덕분이었네요.’
-그래. 뇌에 구멍 난 제작진이 만든 스킬 덕분이지. 정상적인 뇌를 가졌다면 그런 말도 안 되는 밸런스 파괴 스킬을 만들 리가 없잖아?
뭔 놈의 스킬이 히든 피스란 히든 피스는 죄다 뚫어 버린단 말인가.
천마는 라세에 버그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으나, 해금을 볼 때마다 그 확신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어허. 게임 최초의 10성 스킬인데 그 정도면 적절한 밸런스지. 10성이 우습습니까? 갓금이 갓금했을 뿐이니 질투에 눈이 멀어 해금을 음해하지 마십쇼.’
-말을 말자. 양심에 구멍 난 놈이랑 말을 하려니 귀가 막힐 것 같으니까.
카르페와 천마가 투닥거리는 사이에도 트레져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쓰다듬었다.
오랜 세월 많은 손길이 거쳐 간 탓인지, 상자 곳곳이 닳아서 번들거리고 있었다.
“카르페. 짐작하고 있겠지만 이건 평범한 상자가 아니다. 케록 신께서 직접 제작한 ‘에픽’ 등급의 보물 상자지.”
“……에픽 등급이라고? 정말로?”
“그렇다. 이미 인정한 상대에게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
“그거야 그렇지만.”
에픽 이상의 등급은 특별한 업적이나 이벤트를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고, 보물 상자는 레전더리가 끝이다.
라는 것이 천마 비급의 내용이었는데…….
-아니 뭐. 나라고 전부 아는 건 아니니까. 아는 것만 아는 거지. 아는 것만…….
천마는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회피했다.
어쩐지 시스템창으로 ‘띠링! 천마비급의 신뢰도가 소폭 하락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한 느낌이었다.
“내 선대의 선대…… 아득히 먼 옛날부터 전해져 오던 물건이다. 그 어떤 보물 고블린도 열지 못했던 궁극의 상자지.”
“그래서. 이걸 나 보고 열어 달라고?”
“그렇다. 나는 너에게서 가능성을 보았다. 보물 고블린보다 더 보물 고블린 같은 너라면, 어쩌면…….”
“……칭찬 맞지?”
“물론이다. 너는 내가 아는 한 가장 보물 고블린 같은 인간이다. 자부심을 느껴도 좋다. 드렛슈조차 나에게 이런 칭찬을 받은 적은 없었으니까.”
“……그래. 고마워.”
카르페는 트레져의 극찬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에픽 등급 상자 앞에 섰다.
“시도하는 거야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해 보지 뭐. 그런데 에픽 상자는 처음이라서 나도 어떻게 될지 장담은 못 해.”
“고맙군.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아, 만약에 내가 성공하면…….”
“물론 그에 걸맞은 보상을 줄 것이다. 이미 다 생각해 두었지.”
트레져는 에픽 상자를 손으로 척! 가리켰다.
“네가 상자를 여는 것에 성공하면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너에게 주마.”
“뭐? 정말로?”
“물론 그 안에 어떤 물건이 들어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네가 만족하지 못할 물건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지. 허나, 케록 님께서 직접 제작한 것이니 필시 범상치 않은 물건이…….”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신물이라면서? 그런 걸 이렇게 쉽게 내줘도 되는 건가?”
카르페로서는 당연한 의문이었다.
종족의 신이 내려준 신물을 보상으로 거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었으니까.
애지중지하면서 대대손손 물려줘도 모자랄 판에?
하지만 트레져는 카르페의 의문에 피식 웃을 뿐이었다.
“한 가지 착각하고 있구나. 중요한 것은 ‘상자’ 그 자체지, 내용물이 아니야.”
“어, 그런 거야?”
“그러하다. 우리는 상자의 내부를 연구하고 싶은 것일 뿐, 어떤 물건이 들어 있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건 네가 가져라.”
“흐음. 그렇다면야.”
-거 참. 상자 그 자체에 목숨 거는 종족이라니. 게임은 게임이구나. 설정 한번 독특하네.
‘별로 안 독특한데요? 저도 상자에 목숨 겁니다.’
-……그래. 보물 고블린보다 더 보물 고블린 같은 놈다운 발언이구나.
고블린과 달리 카르페는 상자 속 내용물에 목숨을 건다는 게 아주 사소한 차이점이었다.
“후우. 그럼 시작한다.”
카르페는 호흡을 한번 가다듬은 뒤 에픽 상자 앞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해금.”
[해금이 발동합니다.]알림과 함께 몸에서 무언가가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상태창을 열어 확인하니 MP는 정확히 2,000만큼 줄어 있었다.
레전더리 등급을 해금할 때보다 4배 많은 MP 소모였다.
철컥. 철컥.
“오오오! 케록 신이시여!”
자물쇠가 풀리고 상자가 활짝 열리자, 트레져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그 뒤로 보물 고블린들이 우르르 몰려와 상자 여기저기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신의 상자가 열렸다!”
“운철(隕鐵)! 상자 안이 운철로 코팅되어 있다! 대단하다!”
“수천 년이 지났는데 경첩이 삐걱거리지 않는다! 신의 솜씨다!”
“오오! 위대하신 케록 신!”
그들은 정말로 상자에 미친 종족이었다.
수천 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상자가 열렸건만 그 어떤 고블린도 내용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카르페! 너도 와서 살펴보아라. 으음! 이렇게 깔끔한 곡선 마감이라니! 레전더리 상자와 비교하는 게 민망할 지경이로군!”
“……상자는 나중에 볼게.”
카르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상자가 아닌 내용물이었다.
카르페가 상자 속을 확인하려고 고개를 내민 그 순간.
덥석.
“……어?”
갑자기 보물 상자 속에서 검은색 팔이 튀어나와 그대로 카르페를 잡아 버렸고.
꿀꺽!
그대로 카르페를 삼켜 버리고 말았다.
“…….”
“…….”
“…….”
그 누구도 예기치 못한 사태에 전원이 얼어붙고 말았다.
잠시 후, 상자가 다시 열렸으나 그 속에서 카르페의 모습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럴 수가.”
트레져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설마하니 일족 대대로 내려오던 신물이…….
“미믹이었다고?”
* * *
“……이게 대체 뭔 상황이지.”
카르페는 미간을 좁히며 중얼거렸다.
너무나 예상외의 기습이었지만 반사적으로 몸을 틀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자에 잡아먹히고 말았다.
“꼼짝없이 죽었구나 싶었는데…….”
하지만 이게 웬걸.
정신을 차려 보니 조금 전까지의 보물창고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평화로운 숲속.
마치, 룸 속의 정원과 비슷한 공간이었다.
띠링.
[‘케록의 정원’에 방문하셨습니다. 해당 장소는 권속을 소환할 수 없는 특수 공간입니다.] [플레이어 최초로 ‘잊혀진 신계’에 입성하셨습니다.] [타이틀 ‘고대신(古代神)의 관심을 받는 자’를 획득하셨습니다.] [고대신의 관심을 받는 자]-모든 고신으로부터 받는 호감도가 상당량 증가하게 됩니다.
“엥? 케록의 정원이라고?”
-흐음. 그 에픽 상자. 아무래도 일종의 워프 아이템이었나 보군. 상자를 연 자를 특정 장소로 이동시키는 장치가 있었던 거지. 아무튼 잊혀진 신계라니. 엄청 오랜만이네.
일반적으로 라세에서 ‘신’이라는 함은 배후령을 뜻하는 말이었고, 그런 이유로 NPC들은 플레이어를 ‘신의 사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배후령이 아닌 라세 세계관의 토착신도 분명 존재하지.
보물 고블린들이 계속 언급하던 케록이 그 경우에 해당됐다.
‘잊혀진 신’ 혹은 ‘고대신’이라고 불리며 라세 세계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히든 NPC들.
물론 그런 설정이 밝혀지는 건 먼 미래의 일이었고 현시점에서 그 사실을 아는 플레이어는 천마밖에 없었다.
-배후령들에게 밀려 힘을 잃어버리고 은둔하고 있다는 설정이지. 설마 적색탑 내부에 이런 통로가 있었을 줄은 몰랐군.
“아하. 그렇구…… 아니, 그런데 형은 멀쩡하네요? 권속을 소환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데?”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다. 이레귤러라서 그런가? 시스템의 룰도 피해 가는 특별한 존재…….
“그냥 0성이라 존재감이 미미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
카르페의 말에 천미미는 입을 다물었다.
“뭘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니?”
“응?”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미성에 카르페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돌아갔다.
분명 방금까지 카르페와 천마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는 공간이었건만.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아름다운 여성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실눈. 그리고 온화한 미소.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가 인상적인 장신의 여성이었다.
그녀가 누구인지 짐작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 알림창이 힌트를 줬었으니까.
“케록?”
“후후. 눈치가 빠른 아이네. 그래. 내가 케록이란다.”
“……의외네요. 보물 고블린의 신이라기에 당연히 보물 고블린의 모습일 줄 알았는데.”
“응? 그편이 더 좋니? 인간이 방문했으니까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건데……. 원한다면 기대에 부응해 줄 수도 있단다.”
“아뇨. 지금 모습으로 충분합니다.”
“후후후. 내가 꼭 보물 고블린들의 신이기만 한 건 아니란다. 장난의 신이기도 하고, 보물 상자의 신이기도 하고, 도둑과 도박의 신이기도 하지. 아, 변장의 신이기도 해.”
“화려하시네요.”
장난의 신이라.
그래서 워프 장치를 미믹처럼 꾸민 건가?
“상자를 연 자를 내 정원으로 초대하는 마법을 걸어 뒀는데…… 많이 놀랐나 보구나. 미안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제가 한 5년만 어렸어도 좋아했을 것 같긴 합니다.”
안타깝게도 깜짝 상자를 즐기기에는 나이를 너무 먹어 버렸다.
“그래서 저를 부르신 이유가?”
“그야 선물을 주기 위해서지. 상자를 열었는데 아무런 보상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잖니.”
“그럴 거면 그냥 상자 안에 보상을 넣어 뒀어도 되지 않았을까요?”
“장난과 보물 상자의 신으로서 그런 재미없는 연출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
몇 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어쩐지 그녀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물은 바로…… 이것이란다!”
케록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러자 허공에서 자그마한 물약 한 병이 나타났다.
띠링.
[잊혀진 고대의 넥타르] [등급 : 레전더리+] [사용제한 : 2차 전직을 완료한 자] [분류 : 소모품] [아득히 먼 옛날, 고대신들이 강력한 신위를 가지고 있던 시절에 제작된 신들의 음료입니다. 복용 시, 다음의 효과를 획득합니다.] [전 스테이터스 +1] [스킬 포인트 +1] [물리, 마법 데미지 영구적으로 1% 상승] [물리, 마법 방어력 영구적으로 1% 상승] [HP +1,000, MP +100]*해당 아이템은 5병 이상 복용할 수 없습니다.
“……와.”
-이 미친 게임이 또 선 넘네. 레전더리+ 소모품이 왜 이 시기에 튀어나와!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하는 순간, 카르페의 손은 반사적으로 넥타르를 향했다.
휙.
“응?”
하지만 카르페가 집어 들기 직전에 케록은 자신의 등 뒤로 넥타르를 숨겼다.
그 알 수 없는 행동에 카르페가 의문 섞인 눈으로 쳐다봤지만 케록은 생글생글 웃을 뿐이었다.
“……선물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렇단다. 주긴 줄 거야. 그런데 그냥 주면 조금 재미없잖니. 혹시 나와 내기 하나 하지 않으련?”
“내기요?”
“그래. 만약 내기에서 내가 진다면 넥타르를 한 병 더 줄게. 그런데 만약 내가 이기면…….”
“선물은 없던 거로?”
“그건 아니란다. 줬단 빼앗는 건 너무 매너가 없잖니. 내가 이기면…… 내 신도가 되어 주렴. 딱히 뭔가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건 아니고, 지상에서 케록을 믿으라는 홍보만 해 주면 돼. 어때 쉽지?”
“뭔가 사이비 같은 발언이네요.”
“사이비라니! 그냥 인기 없는 신일 뿐이야!”
케록은 상처였는지 처음으로 울상을 지었다.
아무튼 이야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지더라도 큰 페널티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일단 내기 내용부터 들어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후후. 아주 간단한 내기란다.”
그리고 이어지는 케록의 말에 카르페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기묘하게 변했다.
“……란다. 어때? 쉽지? 확률은 반반이야!”
“진짜 그게 끝이에요?”
“그래. 아,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면 조금 기다려 줄…….”
“하죠.”
“으, 응? 진짜?”
“네. 무조건 하겠습니다.”
“……내가 제안하고도 이런 말하는 게 좀 이상하긴 한데. 조금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나, 도박의 신인데?”
“괜찮습니다.”
카르페의 표정은 트레져가 처음 ‘상자 따기’로 승부하자고 말했을 때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도박의 신은 개뿔이…… 흑우의 신이겠지. 으휴. 그래. 퍼 줘라. 다 퍼 줘!
그리고 그런 카르페의 표정을 본 천마가 깊은 탄식을 쏟아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