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25)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25화(125/581)
“지금부터 내가 스킬팩 네 개를 꺼낼 거야. 그런데 두 개의 팩에는 스킬 카드가 들어 있고, 다른 두 개의 팩에는 스킬 카드가 없어. 넌 그중에서 스킬 카드가 들어 있는 팩을 찾으면 된단다. 어떠니? 참 쉽지 않니?”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1/2 확률의 야바위게임에 지나지 않았으나, 케록은 추가적인 규칙을 덧붙였다.
“단순히 직기만 하면 재미없지. 그러니까 스킬 사용을 허용할 거야. 예를 들면 네가 투시 스킬을 사용해서 스킬팩 안을 살펴봐도 괜찮다는 거지. 화염 마법으로 스킬팩을 태워서 확인해도 돼. 아, 물론 나는 그런 공격을 막거나 피할 거란다.”
실제 스킬팩은 절대로 손상되지 않고 투시 스킬도 먹히지 않았지만, 이번 내기에 사용될 스킬팩은 케록이 유희용으로 만든 특수품이라 그런 공격도 가능하다는 모양이었다.
“더 설명이 필요하니?”
“아뇨.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내기의 의도 또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야바위는 그냥 핑계네. 스킬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수 싸움 놀이 같은 걸 하고 싶은 모양인데.
‘그런 거 같죠? 장난의 신이라더니…….’
고대신씩이나 되는 존재가 아직 레벨 100도 되지 않은 자와 스킬 싸움을 하고 싶어 하다니.
그냥 노골적으로 놀려먹고 싶다는 소리 아닌가.
“아,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면 조금 더 기다려 줄…….”
“하죠.”
“진짜로?”
“네. 무조건 하겠습니다.”
사실 케록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는 하등 중요하지 않았다.
‘스킬팩’ 그리고 ‘스킬 사용 가능’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 외의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았다.
한마디로 질 자신이 없었다.
“준비되었으니 바로 시작하시면 됩니다.”
“으, 응. 그럼 시작할게.”
그녀는 카르페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살짝 당황하면서도 순순히 내기를 시작했다.
[게릴라 이벤트 ‘케록과의 내기’가 시작됩니다!]딱!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네 개의 빈 스킬팩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두 개의 스킬 카드가 첫 번째, 세 번째 스킬팩 속으로 스르륵 들어갔다.
“자, 어디에 넣었는지 확인했지? 그럼 섞을게. 처음에는 천천히 섞을 테니, 잘 쫓아오렴.”
딱!
케록이 손가락을 다시 튕기자, 네 개의 스킬팩이 이리저리 뒤섞이기 시작했다.
휙. 휙. 휙.
그녀가 말한 것처럼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집중만 하고 있으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속도였으나.
“적응된 것 같으니까 속도를 조금 높일게.”
장난의 신이 평범한 야바위를 할 리가 없었다.
그녀의 말이 끝나는 순간, 스킬팩들이 최소 세 배는 더 빠르게 섞이기 시작했다.
휙휙휙! 휙휙!
그뿐만 아니라.
스킬팩에 들어 있던 스킬 카드가 튀어나와서 다른 스킬팩에 들어가는 둥 변칙적인 패턴이 추가되며 마구 뒤섞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후후.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케록은 잔인하게도 기어를 한 단계 더 올려 버렸다.
휙휙휙휙휙!!!
섞이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이제는 바람 가르는 소리까지 들릴 지경!
카르페의 동체 시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초고속 카메라 같은 것 없이는 절대 따라갈 수 없는 속도였다.
‘처음부터 그냥 찍으라는 소리였구나.’
-뭐, 어차피 상관없잖아? 결과가 바뀔 것도 아니고.
‘그렇긴 하죠.’
그리고 잠시 후.
셔플 속도가 천천히 줄어들더니, 이내 완전히 멈춰 버렸다.
“자, 끝났단다. 잘 따라왔니? 어디에 스킬 카드가 있는지 맞히면 돼.”
-와. 방금 들었냐? 그딴 속도로 섞어 놓고 잘 따라왔냐고? 양심 터진 정도가 0.7카르페쯤 되겠네.
생글생글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웃을 수 있는 것도 지금뿐.
카르페 역시 마주 웃은 후, 입을 열었다.
“파이어 애로우.”
카르페의 손에서 쏘아진 한줄기 불화살이 첫 번째 스킬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쾅-!
하지만 파이어 애로우는 스킬팩에 닿기 직전, 케록의 실드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후후후. 아까웠네. 좀 더 힘내 보렴.”
그렇게 말하는 케록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이게 얼마만의 유희란 말인가!
위신들에게 밀려서 강제로 은둔한 세월이 어언 800년이었다.
심심해서 미치기 직전까지 몰려 있는 상태였고, 그 와중에 등장한 카르페의 존재는 가뭄의 단비라는 말로도 모자랐다.
‘좀 더 천천히. 느긋하게 즐기는 거야.’
하지만 카르페는 그런 그녀의 소망을 훌륭하게 걷어차 버렸다.
기습적으로 날린 파이어 애로우가 막히자 카르페는 깔금하게 포기했다.
“아, 역시 스킬 싸움으로는 안 되겠네요. 그냥 찍겠습니다.”
“으, 응?”
“첫 번째 스킬팩으로 선택할게요. 괜찮죠?”
“조금 더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게 좋지 않겠니? 선택했는데 안에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잖아. 넥타르는 우리 같은 신에게도 소중한 보물이란다. 모처럼의 기회인데 조금 더 신중하게…….”
“아뇨. 더 해 봤자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요. 시간 아까우니 그냥 찍겠습니다.”
“……그러니?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나. 네 선택에 행운이 깃들길 빌게.”
케록은 애써 미소 지었지만,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동시에 괘씸했다.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고대했는데!
‘흥. 한 3일만 놀아 주면 두 병 다 주려고 했는데! 네가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계획 변경이야.’
카르페가 선택한 첫 번째 스킬팩.
공교롭게도 거기에는 스킬 카드가 들어 있었다.
즉, 카르페는 1/2 확률에 성공한 것이었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케록이 가만히 있었을 때’의 경우였다.
케록은 카르페 몰래 스킬을 발동했다.
7성 스킬 ‘대상 전이(轉移)’.
이름 그대로 지정한 대상의 위치를 강제로 전이시키는 스킬이었다.
슉.
그녀가 스킬을 발동하자, 카르페가 선택한 스킬팩의 카드가 다른 쪽으로 전이됐다.
장난의 신이자 도박의 신.
그런 그녀가 정말로 운에만 의존하는 내기를 제안할 리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정말로 더 고민 안 해도 괜찮겠니? 여는 순간 나도 되돌릴 수 없단다. 단순한 내기처럼 보여도 맹약이 얽혀 있거든.”
“네. 괜찮습니다.”
[첫 번재 스킬팩을 선택하셨습니다.] [고대신의 맹약에 의거하여 한 번 선택한 결정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흥. 난 분명히 기회를 줬단다. 나중에 날 원망하지 마렴.”
케록은 입을 살짝 삐죽이곤 카르페가 선택한 카드팩을 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안에 스킬 카드는 존재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틀렸구나. 약속대로 너는 내 신도가…….”
“반복.”
디링.
[반복이 발동합니다. 스킬팩을 선택해 주십시오.]스르륵.
카르페가 스킬을 발동하자, 개봉됐던 스킬팩이 다시 밀봉 형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엑? 이게 무슨?!”
고대신의 맹약이 번복된다고?
머나먼 태고의 시대 때 탄생한 그녀조차 처음 겪어 보는 초유의 사태였다.
케록은 너무 놀라서 제대로 반응도 못 하고 그 광경을 바라만 보았다.
[스킬팩을 선택해 주십시오.]반복이 완료되자, 카르페의 눈앞으로 다시 선택지가 떠올랐다.
‘후우. 솔직히 발동 안 되면 어쩌나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되네요.’
-아무렴. 누가 준 스킬인데. 반복 스킬이 누구 덕분이라고?
‘천마혈세! 만마앙복!’
카르페는 느긋한 동작으로 두 번째 스킬팩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케록이 당황하며 다시 전이 스킬을 발동했다.
“아, 두 번째도 꽝이네.”
“그, 그렇구나. 아니 그것보다 방금 그 스킬은 대체…….”
“반복.”
[반복이 발동합니다. 스킬팩을 선택해 주십시오.]“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이냐고!”
케록은 결국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 * *
세 번째 전이는 발동할 수 없었다.
이미 첫 번째와 두 번째가 비었다는 걸 확인한 다음이었으니까.
여기서 또 전이를 발동해 세 번째도 비워 버린다면 ‘내가 사기를 치고 있소!’라고 광고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오. 세 번째에는 들어 있네요. 이러면 제 승리죠?”
“……내 생각보다 더 뻔뻔한 아이였구나. 어떻게 이걸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니?”
“스킬은 사용해도 된다면서요? 규칙은 안 어겼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후우.”
케록은 깊은 한숨을 한 번 내쉰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지. 네가 이겼단다. 여기 약속한 보상이야.”
띠링.
[잊혀진 고대의 넥타르x2를 획득하였습니다.]‘크으. 바로 이거죠.’
-진짜 미쳤네. 어떻게 이걸 두 병이나 퍼줄 생각을 하지? 흑우의 신 같으니라고!
판돈이 순식간에 두 배로 불어나는 걸 보고 있자니, ‘이래서 사람들이 도박에 쉽게 빠지는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저는 상자깡이나 스킬 뽑기가 더 취향입니다. 이렇게 선택하면 확실히 쪼으는 맛이 덜하네.’
-……쪼으는 맛은 개뿔이. 도박이면 다 똑같은 도박이지.
‘뽑기의 뽑 자도 모르는 애송이랑은 이야기가 안 통하는군요. 뽑기의 참맛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
-알고 싶지도 않거든?
카르페가 천마에게 뽑기학개론을 설파하는 사이, 감정을 진정시킨 케록이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네 이름을 듣지 않았구나. 혹시 괜찮다면 이름을 알려 주겠니?”
“카르페라고 합니다.”
“그래. 카르페. 좋은 이름이네. 한 가지만 물어봐도 괜찮을까?”
“방금 선택을 반복한 거 말이죠?”
“그래. 자랑은 아니지만 난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왔단다. 하지만 그런 스킬이 있다는 건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어.”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반복은 오로지 카르페만 보유하고 있는 라세 최초의 0성 스킬이었으니까.
“어떻게 신의 맹약을 거스를 수 있는 거니? 발동 조건은 따로 없니? 페널티는? 너는 딱히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방금 네가 한 행동은 창조신이라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란다.”
“……글쎄요? 저도 딱히 원리를 알고사용하는 건 아닌데.”
오히려 카르페가 더 알고 싶었다.
해금과 반복. 이 베일에 싸인 두 스킬의 원리를 알면 지금보다 더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래? 흐음. 그렇단 말이지. 이거 어쩌면…….”
케록은 한동안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잠시 후,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카르페에게 말했다.
“결정했다. 카르페. 너. 혹시 내 사도할 생각 없니?”
“……그거 제가 내기에서 이기면 없던 이야기로 하는 거 아니었어요?”
“응? 아, 그거랑은 다른 거야. 그건 그냥 장난삼아 신도 역할을 해 달라고 한 거고, 지금 내가 말하는 건 사도(使徒)란다.”
“사도?”
“그래. 단순한 신도가 아닌 신의 대리자. 그게 바로 사도야.”
그리고 그 순간 카르페 눈앞으로 알림창이 등장했다.
띠링.
[게릴라 이벤트 ‘케록과의 내기’에서 압도적인 성과로 승리하셨습니다.] [유희와 보물의 신 케록이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탄합니다.] [히든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에픽 등급 히든 클래스 ‘유희(遊戲)신의 첫번째 사도’로 전직하실 수 있습니다.]*주의 사항 : 해당 클래스로 전직할 경우, 현재 클래스와 전용 스킬은 삭제됩니다(스킬 포인트는 반환됩니다).
“……에픽 등급 히든 전직?”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