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26)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26화(126/581)
라세의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배후령을 통해서 직업을 얻지만, 극히 드물게 히든 퀘스트나 이벤트를 통해 직업을 얻기도 한다.
‘고대신의 사도’가 바로 그런 케이스 중 하나였다.
-고대신 계열 직업이 괜찮은 편이긴 하지. 워낙 신도가 적다 보니 신들도 애지중지하거든.
담당하는 유저가 흘러넘쳐서 콧대가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는 배후령들.
플레이어가 아무리 호감도를 쌓으려 노력해도 그들은 제대로 된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고대신들은 완전히 반대되는 포지션이었다.
어떻게든 스킬 하나 더 퍼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상태!
일단 전직만 완료하면 스킬창을 고유 스킬로 꽉꽉 채우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 외에도 지원이란 지원은 죄다 받으면서 쾌적한 성장이 가능했다.
-대신 페널티도 만만찮지.
고대신들은 세계관 설정상 배후령들에게 밀려난 포지션이기에 배후령을 포기해야만 전직이 가능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배후령을 보유한 플레이어와 파티가 불가능했다. 전직하는 순간 강제 솔플러가 되는 것이다.
‘그건 좀 큰 페널티이긴 하네요. 마도왕이 그래도 파티는 가능한데.’
-대신 넌 미친 듯이 구르면서 보상을 얻어야 하잖아. 고대신 계열은 그런 거 없다. 그냥 주는 족족 받아먹기만 하면 되는 극한의 개날먹 직업이지.
배후령이 없어야 한다는 공통분모 속에서, 마도왕과 고대신의 사도는 각각 일장일단이 있는 직업들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두 직업이 동일한 등급일 때나 비교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고대신 계열 직업. 그것도 에픽 등급인 첫 번째 사도면 페널티 감수하고 지를만한 직업이긴 한데…… 너한테는 의미가 없군. 어차피 안 고를 거잖아.
‘그러게요. 진짜 의미 없네. 히든 조건 충족했다길래 기대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들었다면 복에 겨웠다고 쌍욕을 퍼부을 발언이었지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고대신의 첫 번째 사도이니, 에픽 등급이니 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신화 등급 직업이 보기에는 다 고만고만한 것을!
첫 번째 사도 같은 건 애초에 일고의 가치도 없는 선택지였다.
“내가 수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첫 번째 사도 자리를 비워 놨던 건 바로 오늘을 위해서였던 거야! 할 거지? 내가 진짜 잘해 줄게.”
하지만 안타깝게도, 케록은 자신의 제의가 거절당할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않고 있었다.
“아, 제안은 감사한데…….”
카르페가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려는 그 순간이었다.
지지지직-!
“케록! 이 비겁자 같으니! 어딜 선수 치려는 게야!”
케록의 바로 옆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더니 그곳으로부터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케록의 얼굴에 낭패했다는 기색이 떠올랐다.
“이건 또 무슨…….”
“아, 아무것도 아니란다. 사소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얼른 전직부터…….”
“아무것도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 상도덕도 없는 신 같으니라고!”
균열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균열로부터 목소리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땅딸막한 키와 단단한 근육질 체구.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 손에 쥐어진 망치를 보고 있자면 단 하나의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드워프?”
“그렇다! 드워프들의 신이자 대장장이의 신인 아스텔이다! 인간. 잠깐만 기다리게. 내 이 비겁자에게 한마디 해야겠으니.”
자신을 아스텔이라고 소개한 드워프 신은 그렇게 말한 후, 케록에게 다가갔다.
당황한 케록은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 결국 시선을 회피했다.
“아, 아스텔. 안녕. 오랜만이네.”
“……안녕? 아아안녕? 안녕이라는 소리가 잘도 나오는구나. 이 뻔뻔한 신 같으니라고! 내가 먼저 찍었다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 그딴 식으로 행동해?”
“……찍었다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걸?”
“저 인간에게 부여된 내 축복을 너도 느꼈을 것 아니야! 그런데 모른 척 선수를 쳐?”
“……아! 자세히 보니까 미약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해. 인간을 너무 오랜만에 봐서 내가 착각했어.”
“착각 같은 소리 하네. 신이 어떻게 다른 신의 기운을 착각하나! 그냥 알면서도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한 거 내가 모를 것 같으냐?”
“미안해. 미안해. 오랜만에 만났는데 너무 화내지 마.”
죄를 짓긴 한 모양인지 케록은 계속 사과만 했다.
하지만 거듭된 사과에도 아스텔이 계속 투덜거리자, 결국 케록도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런데 아스텔. 여긴 내 정원이거든? 이렇게 사전 통보 없이 강제로 넘어오는 거 너무 비매너라고 생각하지 않아? 혹시 위신들이 눈치채면 어쩌려고 이런 짓을 한 거야?”
“……그래서 나도 최대한 참으려고 했다. 그런데 네가 먼저 선을 넘어서 사도로 삼으려고 했잖아!”
“아 몰라! 카르페가 내 정원을 방문했으니까 나에게도 권한은 있어. 나도 포기 못 해!”
“내가 먼저 찜했다니까! 내 사도로 삼을 것이다!”
“누구 맘대로?”
카르페는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당황했다.
‘이게 도대체 뭔 일일까요?’
-글쎄다. 하는 말만 들어 보면 둘 중 누가 널 가질 것인지 다투는 모양인데. 서로 사도로 삼겠다잖아.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그러게 말이다. 김칫국은 있는 대로 들이키고 있네.
카르페는 결국 옥신각신하는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다른 건 둘째 치더라도 저 드워프 신이 말하는 ‘축복’이라는 단어가 너무 궁금했다.
“저,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저희 혹시 구면인가요? 전혀 기억에 없는데.”
“응? 아니, 직접 대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긴 하지만 평소에 자넬 눈여겨보고 있었지. 그래서 축복도 내려줬는데……. 저 뻔뻔한 신이 새치기를 하지 뭔가? 내가 화를 안 내게 생겼나?”
“……축복이요? 그런 게 있었나?”
“거 봐! 본인도 모르잖아. 너보다는 나한테 더 우선순위가 있다니까?”
카르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케록이 이때다 싶어 나섰다.
하지만 아무리 과거를 회상해도 짚이는 바가 없었다.
혹시 그가 착각한 게 아닐까?
그리고 그런 카르페의 반응에 아스텔은 굉장히 섭섭하다는 듯 티를 팍팍 냈다.
“어찌 그걸 잊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그대가 처음 물건을 만들었을 때 내가 있는 힘 없는 힘 전부 짜내서 축복을 내려줬거늘!”
“……처음 물건을 만들었을 때?”
그렇다면 룸 기능이 제일 처음 열렸을 때다.
‘어디 보자. 분명 룸 여기저기를 구경한 다음에 공방에서 장비를 만들었죠. 리듬 게임 형식이라 되게 신선했는데.’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결국 장비를 제작할 수 있었고, 마도공학을 통해 룬 새김까지 완료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제작 보너스 스텟을…… 아!’
-아! 그건가? 제작 보너스 두 배!
이제 확실히 기억이 났다.
분명 처음 아이템을 제작했을 때, [???이 위대한 길을 걷는 이를 축복합니다]라는 알림창이 등장했었다.
축복의 내용은 무려 제작 보너스가 두 배가 되는 효과였다!
천마가 ???는 또 뭐냐며 밸런스 개판이라고 욕을 했기에 기억에 남아 있었다.
“아아! 그거구나!”
“그래! 이제야 기억해 냈구먼!”
카르페의 마음속에서 에스텔의 호감도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봤나? 케록, 네가 끼어들 여지는 그 어디에도 없다. 내가 그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보았다!”
“……흥. 카르페가 널 거부하고 날 선택하면? 결국 선택은 본인이 하는 거야.”
“크하하! 웃기는 농담이군. 그럴 리가 없지! 도박 사기꾼의 사도를 누가 하려고 하겠나.”
아스텔은 호탕하게 웃으며 카르페 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이런 이야기라네. 어떤가? 자네, 내 사도가 될 생각은 없는가? 자네는 장인의 재능을 타고났어! 내가 최고의 길로 이끌어 주지.”
띠링.
[대장장이의 고대신 에스텔이 당신을 첫 번째 사도로 삼으려고 합니다.] [‘대장장이신의 첫 번째 사도’는 에픽 등급의 클래스입니다.] [전직하시겠습니까?]아스텔은 케록 때와 마찬가지로 전직을 권유했다.
“카르페. 설마 저걸 받아들일 건 아니지? 저런 땀내 나는 직업보다는 쉬엄쉬엄 유희나 즐기면서 쉽게 사는 게 더 좋잖니. 내가 최고의 지원을 약속할게.”
띠링.
[유희의 고대신 케록이 당신을 첫 번째 사도……]“흥. 땀 없이 얻은 것들은 결국 날아 가 버리기 마련이다. 노동의 가치도 모르는 몰상식한 신 같으니라고.”
“흥. 편하게 사는 게 최고지! 노동이 최고의 미덕이라니…… 도대체 언제적 이야기야? 이 꼰대.”
“뭐? 꼰대?! 지금 말 다했느냐!”
두 신이 다시 싸움을 시작하려 하자 카르페가 황급히 끼어들었다.
“저, 두 분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거절하겠습니다.”
[에픽 클래스 ‘유희신의 첫 번째 사도’ 전직을 취소하셨습니다.] [에픽 클래스 ‘대장장이신의 첫 번째 사도’ 전직을 취소하셨습니다.]“……어?”
“……지금 잘못 들었나?”
두 고대신은 거절당할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는지 경악에 빠졌다.
“진심이니? 우리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이건 정말 엄청난 기회야.”
“비겁자의 말에 동의하긴 싫지만 저 말이 옳다. 노력 여하에 따라 신격까지 바라볼 수도 있는 기회이거늘…… 도대체 어째서?”
아니, 어째서고 자시고.
댁들이 제시한 직업이 제 직업보다 구려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이들에게 그렇게 말할 순 없었으니, 카르페는 조금 돌려서 말했다.
“현재 제 클래스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서요. 굳이 다른 클래스로 바꿔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랄까?”
“아니, 그건 네가 잘 몰라서 하는 소리야. 고대신의 첫 번째 사도라는 건 다른 클래스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아, 미안해. 네 직업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었단다.”
“허어어. 사도 이거 정말 좋은데. 정말 좋은 건데, 말로 설명하기가 참.”
거부당한 두 신은 시선을 맞춘 후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카르페. 잠시만 기다려 주겠니?”
“금방 돌아오도록 하겠네.”
케록과 아스텔은 카르페와 조금 멀어진 후에 작전 회의에 돌입했다.
“난감하군. 설마 거절당할 줄은…….”
“으으. 꼭 영입해야 해. 저런 인재가 위신 쪽에 붙으면 안 되는데.”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위신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거로 보아 쭉정이 중의 쭉정이 위신이 붙은 게야. 아마 신경도 안 쓰고 있겠지.”
천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쭉정이 취급을 받고 있었다.
“이제 어쩌지? 그대로 보내야 해?”
“일단 휴전이다. 그리고 사도의 위대함을 체험시켜 주는 수밖에. 직접 겪어 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그치? 일단은 그렇게…….”
두 고대신은 충분히 작당을 한 후에 다시 카르페에게 다가왔다.
“기다리게 했구나.”
“카르페여. 그대는 자신의 직업에 만족한다 하였으나, 우리로서는 그대의 재능을 포기하는 게 너무나도 아쉽다. 하여, 우리에게 기회를 줄 것을 요청하는 바다.”
“기회요?”
“그렇다. 일단 그대에게 일시적으로 사도의 권한을 내리겠다. 직접 겪어 보고 마음에 들면 그때 정식 사도로 전직하는 것을 고려해 다오.”
아스텔의 말이 끝나는 순간 카르페의 눈앞에 알림창이 등장했다.
띠링.
[타이틀 ‘유희신의 첫 번째 사도(임시)’를 획득하셨습니다.]-손재주 +10, 마력 +10
-뽑기, 도박 등의 확률 행위를 시행할 시 보정 효과가 소폭 주어집니다.
[타이틀 ‘대장장이신의 첫 번째 사도(임시)’를 획득하셨습니다.]-체력 +10, 손재주 +10
-아이템 제작 시 성공 확률에 보정 효과가 소폭 주어집니다.
책임은 없지만 이득은 최대로.
카르페의 날먹력이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