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27)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27화(127/581)
“……임시 사도?”
갑작스러운 전개에 카르페가 눈을 깜빡거렸다.
-이 미친 게임이 또 깜빡이 없이 대가리부터 훅 들어오네. 적어도 낌새는 뿌려야 하는 거 아냐! 옵션은 또 왜 이리 좋고? 이게 소설이었으면 급발진이라고 죄다 하차 댓글 달았다.
‘그 죄다에서 저는 좀 빼주세요. 몰랐는데, 저 급발진 좋아했나 봄.’
그렇지 않고서야 입꼬리가 이렇게 씰룩거릴 리 없지 않겠는가. 이런 급발진은 언제 어디서든 환영이었다.
카르페는 웃음을 참느라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를 진정시키며 그들에게 물었다.
“임시라는 건 기간제라는 소리죠?”
“그렇단다. 영원히 축복을 내려주기에는 우리의 신격이 많이 손상되었거든.”
“에잉. 이게 다 그놈의 위신들 때문이야. 신격도 없는 것들이 신 행세를 하고 다니다니……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됐는지. 말세야. 말세.”
“그렇군요.”
두 고대신들의 대답에 카르페는 아쉬우면서도 납득했다.
기습적으로 얻은 타이틀이었지만 그 효과는 실로 막강했으니까.
한 타이틀당 능력치를 20이나 올려주는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다른 효과는 무려 확률을 보정해 주는 희귀한 옵션이었다.
특히 뽑기 확률을 보정해 주는 옵션은 글자만 읽어도 가슴이 웅장해질 지경!
‘이런 미친 옵션이 아무런 조건도 없이 툭 떨어질 리가 없죠. 기간제라도 감지덕지해야지.’
카르페는 이 타이틀이 유지되는 동안 최대한 뽑기랑 제작을 조져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카르페도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었다.
“그럼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음…… 한 10년 정도면 괜찮지 않겠니? 그 정도면 사도의 힘을 체험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네?”
“너, 너무 짧니? 그렇다면 20년은 어때?”
“그 정도면 적당할 것 같군. 축복을 거기서 더 유지하는 건 우리에게도 부담이다. 인간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기도 하고.”
바로 인간과 고대신은 시간관념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훨씬 더!
[타이틀의 유지 기간이 ‘20년’으로 책정됩니다.]“…….”
-…….
‘기간제’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숫자에 카르페의 입이 딱 벌어졌다.
그리고 설마 하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물었다.
“……저 혹시나 싶어서 묻는 건데, 그 신계와 인간계가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흐른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인간계에서의 하루가 신계에서는 100일이다!’ 같은 시간 트릭은 이미 숱하게 등장한 판타지 클리셰였기에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똑같이 흘러가는데?”
“다른 시간선을 창조하는 건 신이라 해도 힘든 일이지. 신계뿐만 아니라 마계나 정령계 같은 곳을 다 뒤져봐도 시간축이 다른 곳은 그리 많지 않을 걸세.”
이어지는 신들의 답변에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20년이라니?
한 게임을 그렇게까지 오래 하는 경우가 있을까? 사실상 기간제은 무슨 무제한이란 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미친 갓겜 같으니라구. 그래! 신이라면 그 정도 스케일은 되어야지. 한낱 필멸자와 신의 시간 개념이 똑같다는 게 말이나 되나!’
-이제 태클 거는 것도 지친다. 밸런스라는 개념을 모르는 게임 같으니라구.
파격적인 기간에 감동한 카르페가 두 신에게 말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현재 클래스에 만족하고 있긴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건 어찌 될지 모르는 거니까요. 혹시 어떤 일을 계기로 사도가 되고 싶을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우리의 마음을 이해해 줬구나!”
“두 분께서 이렇게까지 말씀해 주셨으니 축복해 주신 동안 충분히 심사숙고해 보겠습니다.”
물론 심사숙고와 최종결정은 또 다른 문제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뽑기나 도박 같은 거 많이 해 보렴. 그리고 마음에 들면 언제든지 연락해. 바로 사도로 삼아 줄 테니까.”
“레전더리 등급 이상의 아이템을 한 번이라도 제작해 본다면, 그 즐거움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걸세. 내 첫 번째 사도 자리는 비워 놓을 테니 열심히 망치를 두드리게나.”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이제 시간이 거의 끝났네. 속세의 존재가 이곳에 너무 오래 머물면 다른 이들에게 들킬 위험도 있거든.”
케록은 카르페 앞으로 사뿐사뿐 걸어왔다.
“원래 왔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면 될까?”
“아,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카르페. 만나서 반가웠어.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만나길 바라.”
“잘 가게나. 친구! 아, 이거 가져가게나.”
아스텔은 그렇게 말한 후, 카르페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메달이네요?”
“그렇지. 날 상징하는 물건이라네.”
손바닥의 절반만 한 크기의 메달이었다. 중앙에 음각된 망치와 모루가 제법 멋있었다.
“별다른 능력이 있는 건 아니네만, 여행하다가 드워프들을 만나게 되면 보여 주게나. 섭섭지 않은 대접을 해 줄 걸세.”
“일종의 신물이군요. 감사합니다.”
“그래. 그럼 또 보자고. 다음에는 시원한 맥주나 한 잔 했으면 좋겠군.”
딱!
그 말을 끝으로 케록은 손가락을 튕겼고, 카르페는 어느새 마도탑 내부의 보물 창고로 돌아와 있었다.
“뀨뀨우우웃!”
그리고 그 순간, 묵향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와 카르페에게 볼을 부벼댔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아, 돌아왔다. 마스터. 괜찮아?”
<음!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이는구만. 천만다행이야.>
다른 권속들 역시 다가와 카르페의 안위를 살폈고.
“돌아왔나?! 그래. 카르페. 도대체 신물이 어디로 연결되어 있던가?”
트레져 또한 다가와서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카르페는 자신이 겪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고대신입니까? 오랜만에 듣는군요. 위신 전쟁 당시 함께 힘을 합쳐 싸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으응.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크으음! 신계라니. 자네 혼자 멋진 모험을 하고 왔구만. 부러우이. 나도 어떻게 갈 방법 없나?>
인형들은 그저 감탄하는 수준에 그쳤으나 트레져는 달랐다.
그는 덜덜 떨리는 어조로 카르페에게 재차 물어왔다.
“그게 정말이냐?! 케록 님을 배알했다고! 너무나 부럽구나!”
트레져는 오랜 세월 케록의 신도로 살아왔지만, 직접 케록을 본 적은 없었다.
기껏해야 고작 몇 번의 신탁을 들은 게 전부였다.
“신물이 케록 님을 뵐 수 있는 열쇠였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몇천 년이 더 걸려도 내가 열 걸 그랬다.”
물론,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트레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안타깝고 또 안타까운 일이다. 케록 님의 첫 번째 사도가 될 기회를 포기하다니.”
“나는 마도왕의 후예잖아. 그럴 수야 없지.”
“그거야 그렇다만…….”
“그리고 케록 님의 첫 번째 사도는 내가 아니라 네가 되어야지. 보물 고블린들의 왕이잖아. 널 생각하니 도저히 선뜻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어.”
“……크흠. 카르페. 드렛슈와는 딴판이로구나. 마음에 들었다.”
띠링.
[보물 고블린의 왕 트레져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그, 다음번에 케록 님을 뵙게 된다면…….”
“그래. 나만 믿어. 강력하게 추천할 테니까.”
“혹시 언제 쯤…….”
“한 20년쯤 뒤에?”
“얼마 걸리지 않는군! 정말 고맙다.”
“뭘 이런 걸 가지고. 우린 탑을 같이 관리하는 가족이잖아. 도울 건 돕고 살아야지.”
-……양심 터진 거 봐라. 애초에 사도로 전직할 생각 따윈 눈곱만큼도 없었잖아!
천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카르페는 트레져와의 우호를 단단히 다졌다.
“그럼 이제 떠날 생각인가?”
“그래야지. 원래 목적은 보물 창고가 아니었으니까.”
카르페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네 번째 유물의 단서를 찾는 것.
보물 고블린의 히든 피스는 덤에 지나지 않았다.
‘덤 치고는 좀 과한 거 같긴 하지만요.’
-과한 정도가 천장을 뚫었지. 도대체 적당한 선이라는 걸 모르는 게임이라니까.
‘말 나온 김에 넥타르부터 다 마셔야겠다.’
카르페는 인벤토리에서 넥타르 두 병을 꺼낸 후, 전부 복용했다.
[잊혀진 고대의 넥타르를 마셨습니다.] [전 스테이터스가 1 상승합니다. 스킬 포인트가 1 상승합니다.] [물리, 마법 데미지……] [HP 증가……]바로 이거지.
카르페가 쉴 새 없이 떠오르는 알림창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와중, 트레져가 다시 물었다.
“어디로 가는가?”
“어…… 분명 22층이었나?”
카르페가 15층에서 보물 고블린을 만났으니 앞으로 7층이 더 남은 셈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겠군. 22층으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어 주도록 하마.”
“그런 것도 가능해?”
“당연한 소리를.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이 탑의 서브 관리자가 층을 이동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되지.”
트레져는 그렇게 말한 후, 눈을 감고 알 수 없는 언어를 빠른 속도로 영창했다.
지지직-!
그러자 순식간에 워프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22층으로 통하는 문이다. 네 앞날에 케록 님의 가호가 깃들기를 빌마.”
“그래. 고맙다. 또 올게.”
“너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드렛슈처럼 방치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카르페와 권속들은 트레져와 작별 인사를 마친 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트레져는 그 광경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이내 피식 웃으며 자신의 옥좌에 앉았다.
“……재밌는 놈이 나타났군.”
드렛슈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아주 신기한 인간이었다.
“그건 대체 뭐였을까?”
수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봉인되어 있던 케록의 상자가 열렸다.
트레져가 아는 한, 그건 그 어떤 9성 스킬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10성 스킬일 수도 있겠군.”
아니, 정말로 어쩌면 그건 스킬이 아니라…….
트레져는 거기까지 생각을 뻗어 나가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과한 생각이라고. 괜한 걱정일 뿐이라고.
그렇게 되뇌며 다시 탑의 업무로 복귀했다.
* * *
“여기가 22층? 10층대랑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데요?”
-그야 그럴 수밖에. 어디 보자. 22층이면 아마 몬스터 레벨이 90보다 높을걸?
라세 최고의 길드 중 하나인 에덴이 이제 막 30층을 돌파한 참이다.
카르페가 레벨을 훨씬 초월한 전투력을 가졌다곤 하지만 30레벨 차이는 허투루 생각할 수 없었다.
“지금부터는 상당히 빡세겠네요.”
-뭐, 어차피 목적은 마도왕이 남긴 단서를 찾는 거잖아. 모든 몬스터와 일일이 싸울 필요는 없지. 완벽하게 공략하는 건 레벨을 좀 더 올린 다음에 해도 되……는데. 에휴. 그래, 네가 그럴 놈은 아니지.
“흐흐. 역시 형은 저를 잘 안다니까요.”
카르페가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탑 등반은 좀 심심한 감이 있었는데, 이제 전력을 다해 싸울 수 있는 판이 깔린 것이다.
“그리고 영약도 두 병이나 먹었는데 얼마나 세졌는지 확인해 봐야죠.”
날로 먹는게 좋긴 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날로만 먹으면 탈이 나게 되는 법.
가끔은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면서 자신이 얻은 것을 소화시켜야 했다.
“얼마나 세졌으려나?”
카르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