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2화(12/581)
시나리오엔 없던 10성 스킬의 갑작스러운 활약에, 카르페는 물론이고 천마조차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그 덕에 페이스가 무너져서 하마터면 괴한의 기습에 목이 날아갈 뻔했던 것이고.
“그래도 결과적으로 잘 풀려서 다행이네요.”
-이게 잘 풀렸다는 말로 끝날 일이냐? 10성 스킬 효과를 두 개나 찾았는데?
이로써 밝혀진 ‘해금’의 능력은 총 세 가지다.
미확인 아이템의 감정, 트랩의 해제, 그리고 상태 이상의 해제.
-트랩 해제라. 뭐, 드물거나 희귀한 능력은 아니긴 하지. 아니, 그런데 왜 튜토리얼에서 몬스터 알 트랩은 해제를 못 했지? 스킬 레벨이 딸려서 그런가?
“형이 모르는 걸 내가 알 리가 있나.”
-흐음. 뭐, 트랩 해제는 그렇다 치고 상태 이상 해제는 너무 밸붕인데. 설마 모든 상태 이상을 다 해제하는 건 아니겠지?
“제한이 있긴 하겠죠? 제가 날먹을 추구하긴 해도 모든 상태 이상 면역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지.”
-그래. 그건 말도 안 되지.
독, 속박, 스턴, 화상 등의 육체적 상태 이상의 지속 시간을 90% 감소시켜 주는 사기 스킬 ‘앱솔루트 보디(Absolut Body)’가 8성 스킬이다.
그리고 매혹, 세뇌, 수면 등 정신 공격 스킬에 면역인 ‘명경지수(明鏡止水)’가 9성이고.
아무리 10성 스킬이라지만, 그 두 개의 효과를 모두 더했다는 건 진짜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거다.
-만약 진짜 그런 거면 라세 본사 찾아가서 불 질러 버릴 거다. 이딴 게임은 망해야 해!
“귀신이 뭔 수로 불을 질러요?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마무리나 짓죠.”
카르페는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 장비한 후 괴한에게 걸어갔다. 스턴 시간이야 진작에 끝났을 터인데, 어찌 된 일인지 괴한은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카르페가 의외라는 듯 눈을 살짝 치켜떴다.
“조용하네. 다시 안 덤비나?”
“후. 급소를 허용하고 스턴에 빠진 이상, 이미 소인의 패배요. 끝난 싸움을 추하게 끌 생각은 없소.”
“호오.”
처음 만났던 원피단 단원 놈은 살려만 준다면 아이템이든 번호든 다 주겠다는 놈이었는데…… 이놈은 완전히 반대였다.
“깔끔해서 좋네. 원피단이라고 해서 전부 이상한 놈들만 있는 건 아니군.”
“소인은 원피단이 아니오. 그들에게 잠시 고용된 방랑자일 뿐.”
“그래서 살려 달라고?”
“아니 될 말이지. 소인의 소속이 무어가 중요하겠소. 싸웠다. 그리고 졌다. 패배자에게 죽음 외에 그 어떤 선택지가 있단 말인가.”
한조가 고개를 들어 슬며시 카르페를 쳐다봤다. 아까 전의 혼잣말로 보건대, 분명 상대는 현재 상황을 스트리밍하고 있을 것이다.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중계되는 전투에서 진 뒤에 살려 달라고 빈다? 한조의 미학에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
이럴 때는 담담히 패배를 인정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멋있는 법이었다.
“훗. 설마하니 같은 사람에게 두 번이나 패배하는 날이 오리라고는.”
“……두 번? 뭔 소리야? 난 너 처음 보는데.”
“전생의 삶을 잊었소이까? 아, 그렇군! 이미 지난 과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오? 과연 투신! 대인의 풍모라고 할 만하오.”
“…….”
정정한다.
원피단이란 것들은 죄다 이상한 놈들만 모아 둔 게 틀림없었다.
“죽기 전에 한 가지 청이 있소만, 들어주지 않겠소?”
“안 들을래.”
“하하! 역시 대인이시오. 이렇게 쾌히 수락해 주다니!”
“후우. 너 사람 말 졸라 안 듣는 타입이구나.”
급속도로 피곤해진 카르페가 상황을 끝내려고 검을 치켜든 그 순간이었다.
띠링.
[‘타도투신’님께서 친구 요청을 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친구, 하지 않겠는가?”
“하겠냐?!”
[친구 요청을 거절하셨습니다.]칼 같은 거절에 한조가 씁쓸하게 웃으며 하늘을 쳐다봤다.
“죽기에 좋은 달밤이로다.”
푹.
[상대가 사망하였습니다.]알림과 함께 한조의 몸이 회색빛으로 물든 후 천천히 사라졌다.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화창하고 푸르렀다.
* * *
한조가 카르페 손에 쓰러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
“길드장님. 아무래도 초보자 도시 쪽에서 소란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봐.”
쿵!
보고를 받은 남자가 거대한 배틀 엑스로 바닥에 찍었다. 그의 앞에는 거대한 몬스터가 쓰러져 있었다. 크라스 사막에서 사냥하기가 까다롭기로 손에 꼽히는 엘리트 몬스터, 바질리스크(Basilisk)였다.
“아, 독한 새끼. 드디어 죽었네. 그래, 소란이 생겼다고?”
“네. 초보자의 도시 레이씬에서 일이 터졌습니다.”
“레이씬이라. 그럼 둘 중 하나겠구만. 어느 쪽이야? 길드? 아니면 원피단?”
“원피단입니다.”
“흐음. 원피단이라.”
길드장이라 불린 남자는 보고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바질리스크의 사체가 사라진 곳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아, 젠장. 또 안 나왔네. 바질리스크의 피인지 뭔지, 드랍률이 왜 이렇게 개떡 같아?”
“사람을 시켜서 경매장을 뒤지게 할까요?”
“아냐, 됐어. 사람이 죄다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쓰나. 이런 건 직접 구해서 제작하는 게 또 맛이지. 안 그래, 곽 팀장?”
“……옳으신 말씀입니다.”
자신이 아는 한 세상에서 제일 돈 귀신 같은 인간이 이런 말을 하는 게 어이가 없었지만, 곽무성은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눈앞의 남자가 자신의 월급을 주고 있었으니까.
“또 누가 원피단에 쳐들어 왔나 보지?”
“네. 한 놈이 들어와서 헤집어 놓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부캐인 것 같아서 원피단 쪽에서도 검…… 아니, 한조를 투입했습니다.”
“그럼 뭐, 끝났겠군. 흔히 있는 일이잖아? 뭘 이 정도 가지고 소란이라고…….”
“졌습니다.”
“뭐?”
“원피단 쪽 랭커가 패배했다고 합니다.”
“흐음.”
그 말에 마모니즘 길드장, 마몬이 흥미를 보였다. 확실히 이쯤 되면 그의 까다로운 기준에서도 소란이라고 표현할 만했다.
“졌다고? 검제(劍帝)가?”
“네. 완벽하게 패했다고 합니다. 침입자에게 로그아웃 당한 뒤에 메일을 보내 왔습니다. ‘패배했다, 그리고 이제 떠나겠다’라고…….”
“졌는데 떠난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쿵!
마몬은 다시 한번 땅에 배틀 엑스를 찍었다. 이전과 달리 감정이 담긴 몸짓이었다.
“총 세 번을 싸워서 이긴다, 그런 약속이었잖아? 이봐, 곽 팀장. 내가 잘못 알고 있나?”
“부, 분명 그렇습니다.”
“그런데 떠난다?”
“네, 네. 당최 영문 모를 말만 하는 통에 뭐가 뭔지…….”
“메일 넘겨 봐.”
마몬은 잠깐의 조작으로 메일을 넘겨받은 뒤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읽어 내려갈수록 표정이 기묘해져 갔다.
“……전생의 벗이자 목표를 만났다. 그를 좇기 위해 떠난다. 남은 빚은 나중에 갚겠다. 뭔 소리야, 이게?”
“그,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오, 미친 컨셉충 같으니.”
입맛이 썼다.
성격이 종잡을 수 없고 배후령이 개판이라 그렇지, 검제는 마몬이 아는 사람 중 전투 센스로는 열 손가락에 안에 드는 실력자였다.
조건만 받쳐 준다면 랭킹 20위 안에 자신의 닉네임을 박아 넣을 게 확실한 플레이어였다.
‘그렇기에 일부러 함정까지 파서 억지로 빚을 만들어 둔 건데.’
마몬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되면, 들어간 투자 대비 성과가 마이너스가 돼 버리지 않는가.
“후우,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 일단 원피단에 연락 넣어. 거기 담당이 누구였지?”
“정우혁 팀장입니다.”
“아아, 그래. 맞아. 정우혁이. 연락해서 최대한 애들 뭉쳐서 다니라고 전달해. 최소 10명 이상.”
“그러면 커버 못 하는 지역이 발생할지도 모르는데요?”
“애들 다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 후우, 짜증나는구만. 한창 코인 수거해야 할 시점에.”
초보자 도시에서만 발생하는 게릴라 퀘스트.
그 정보를 아는 자는 극소수로, 사실 마모니즘 길드에서 독점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퀘스트 발생 시점에서 약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다시 발생하는데, 마침 오늘이 그 일주일째였다.
“길드 쪽에 연락해서 마을 곳곳에 인원 배치를 늘려. 혹시 평소에 못 보던 중년 남자 NPC 발견하면 즉시 보고하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쯧. 언제까지 초보자 도시 따위에 인력을 할애해야 하는지, 원.”
고작 초보자 도시에 과한 짓을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역시 포기할 수가 없었다. 마몬은 자신의 도끼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띠링.
[강철노래 부족장의 워 엑스] [등급 : 레전더리] [착용 제한 : 레벨 120 이상, 힘 95 이상, 체력 80 이상, 스킬 배틀 엑스 마스터리 Lv. 10 이상 보유] [물리 공격력 : 550~980]– 힘 + 15
– 체력 + 15
– 민첩 – 5
[오크들의 위대한 족장. 크란디쉬 슈헤카가 생전에 사용했던 전투 도끼입니다. 평생을 전장에 살았던 슈헤카의 원념이 깃들어 있습니다.]– 추가 옵션 1 : 자신의 레벨 이하의 오크들에게 선공을 받지 않습니다.
– 추가 옵션 2 : 치명타 확률 + 10%, 치명타 데미지 + 20%
– 추가 옵션 3 : 특정한 아이템을 흡수하여 성장합니다.
*획득 시 귀속
현재 라세에서 발견된 모든 아이템을 통틀어도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무기. 그야말로 ‘어나더 클래스’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마몬은 이 아이템을 처음 얻었을 때를 떠올렸다. 몸에 벼락이라도 떨어진 듯 부르르 떨렸었지. 그 어떤 경험보다도 짜릿한 순간이었다.
부랴부랴 경매장을 뒤져서 엑스 마스터리 스킬 카드를 구매했고, 아껴 두었던 보너스 스테이터스 포인트를 전부 힘과 체력에 투자했다.
‘그러고도 스텟이 모자라서 천금을 주고 엘릭서를 구매했었지.’
스텟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스텟 1포인트를 상승시키기 위해 많은 보너스 포인트를 투자해야 한다. 때문에, 스텟을 ‘고정값’으로 상승시켜 주는 엘릭서의 가치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하지만 투자 가치는 충분했다. 워 엑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이후, 사냥터 등급이 두 단계나 뛰어 버렸으니까.
그리고 바로 이 ‘강철노래 부족장의 워 엑스’가 바로 초보자 도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였다.
게릴라 퀘스트 ‘고물상’.
초보자 도시에 랜덤하게 등장하는 고물상에게 코인을 건네주면, 고물상은 보답으로 자신의 고물 컬렉션을 선물한다.
대부분이 잡동사니였으나 간혹가다가, 정말 간혹가다가 이 워 액스 같은 잭팟이 터지는 최고의 로또 퀘스트.
‘그러니 어떻게 포기하겠어.’
최대한 퀘스트를 독점해야 했다. 언젠가는 알려질 일이었지만, 적어도 그게 지금이 되어서는 안 됐다.
“이번에 원피단으로 쳐들어온 그놈에게 뭔가 특징 같은 건 없나?”
“남자라는 것과 여러 가지 무기를 잘 다룬다는 점밖에는…….”
“쓸모없는 정보구만.”
라세에서 상대의 외향을 기억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라세의 유일한 현질 요소인 ‘커스텀 아이템’이 워낙에 다양하다 보니, 저렴한 현금으로 시시각각 변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상대를 추격할 때는 쉽게 변하지 않는 것, 이를테면 성별이나 주 무기 등을 특징으로 상대를 추적했다.
“라세 유저의 반은 남자고, 초보자 마을에서는 원래 이것저것 주워서 쓰잖아. 이쯤 되면 노리고 들어왔다고 봐야겠지?”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상도덕 없는 새끼들 같으니라고.”
라스트 세이비어 내에서 10대 길드의 행사에 훼방을 놓을 수 있는 존재는 하나.
바로 또 다른 10대 길드뿐이었다.
“고물상을 알고 이러는 거 같지는 않고……. 그냥 우리가 초보자 도시에 계속 뭉개고 있으니까 ‘뭐가 진짜 있나?’ 하고 찔러 보는 것 같은데.”
“즉시 사람을 시켜서 최근 사라진 랭커가 있는지 찾아보겠습니다.”
“그래. 검제를 잡으려면 그쪽도 최상위 랭커를 부캐로 만들어서 보냈겠지. 한번 알아봐.”
10대 길드 중 어떤 놈이 이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빚은 톡톡히 갚아 줄 것이다.
“뭐, 정말 만에 하나 고물상을 알고 이러는 거라 해도 상관없지. 고작해야 한 놈일 뿐이야.”
고물상 NPC는 마을에 랜덤하게 뜬다.
시작의 도시 레이씬은 마모니즘의 구역이었고, 마을 곳곳에 길드원이 구석구석 배치되어 있었다.
그 많은 인원과 경쟁해서 먼저 고물상 NPC를 선점한다? 그런 건 소설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었다.
‘뭐, 혹시 또 모를 일이지.’
정말 소설처럼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는 누군가가 회귀해서 고물상을 찾아낼지도.
마모니즘 길드의 길드장 마몬은 그런 실없는 망상을 하며 다시 바질리스크 사냥을 시작했다.
“아, 맞다.”
“네?”
“정우혁이한테 시말서 제출하라고 해. 보너스도 좀 삭감하고.”
“그, 실수가 아니라 사고 같은 일인데 삭감은 좀 너무한 처사가 아니…….”
“응? 곽 팀장이 대신 시말서 쓰겠다고?”
“……지요. 절대. 관리직은 책임을 지라고 관리직인 거 아니겠습니까.”
‘미안하다. 우혁아. 나도 다음 달이 결혼기념일이다.’
곽무성은 자신의 입사 동기에게 심심한 유감을 보내며 고개를 숙였다.
* * *
그리고 그 시각.
“커헉!”
카르페의 앞에서 또 한 명의 원피단 단원이 쓰러졌다.
“오, 천마 형! 이번 놈도 코인 떨궜는데요?”
-……진짜 이해가 안 되네. 그 확률 낮은 화염 덫의 화상도 걸리는 놈이 이런 운은 또 좋아. 넌 도대체 운이 없는 거냐? 있는 거냐?
“나도 몰라! 코인 마시쪙!”
-에휴, 그래. 많이 처먹어라.
공교롭게도 미래의 정보를 아는 두 남자가 모든 준비를 마친 참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